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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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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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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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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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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go] 4장 54화

DUMMY

적막.

넓은 연구실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인해 적막으로 가득 찼다. 어째서인지 남자는 칼리안을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칼리안은 의문으로 생각하면서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리온에게 받은 무기는 전부 마법 도구다. 저마다 다른 마법이 담긴 마법 도구는 단 하나라도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다. 게다가 마법 도구에 담긴 마법은 전투와 관련된 마법이 주류로, 그 다양성만으로도 상당한 수에 이르렀다.

마법 도구의 마법 대부분을 이해한 칼리안은 탄환 상태인 마법 도구를 조종해, 몇 가지의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데블이라 불린 남자는 칼리안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칼리안이 모든 준비를 끝내자.


“준비는 끝났나?”


칼리안의 행동을 전부 꿰뚫어 보았다는 듯 칼리안에게 말을 걸었다. 그 목소리에 칼리안은 내심 당황하며, 수긍했다. 데블은 오롯이 전투에만 관심이 있다. 그렇기에 칼리안이 전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다린 것이다.

데블이 어디까지 칼리안의 준비를 깨달았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칼리안은 오히려 정정당당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직한 데블의 성격에 안도했다.


‘그렇다면, 더욱 확실하게 준비하도록 할까요.’


데블이 기다리는 모습을 본 칼리안은 더욱 많은 양의 마법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마법 도구의 수를 제한하고, 마력을 은폐하는 마법 도구를 운용해 사용한 마법 도구를 깨닫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데블이 칼리안의 준비를 방해할 모습이 없자, 칼리안은 제한을 풀고 칼리안 자신이 다룰 수 있는 한계만큼 마법 도구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호오.”


마법 도구는 마술 도구와 달리, 마력이 필요하지 않다. 마법 그 자체를 도구에 담아낸 것이기에 마법을 풀어내기만 하면 된다. 게다가 기묘하게도 마법 도구는 일회성이 아니다. 언제든지 작동만 하면 계속해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수천에 달하는 마법 도구를 일제히 운용하기 시작한 칼리안의 주변으론 어느새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단번에 폭발하듯 펼쳐진 마력이 소용돌이치며, 마법으로 구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본 데블은 감탄했다. 비록 자신의 힘은 아니지만, 저 많은 마력을 다루는 것은 칼리안의 실력이다.

칼리안은 선천적인 재능이 없는 탓에 주변 마나를 감지하는 실력과 체내 마력을 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후천적인 재능. 무언가를 다루거나, 조절하는 능력은 뛰어나다.

마법 도구는 마술 도구와는 다르다. 마술 도구는 마력을 충전하여 사용하는 형식이며, 일반적인 사람도 사용하기 쉽도록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다.

그러나 보통의 마법 도구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칼리안이 사용하는 마법 도구들은 리온이 직접 만든 물건이지만, 그런데도 사용하기 힘든 것은 여전했다.


“재능과 노력인가.”


하지만, 칼리안은 마법 도구들을 제 손발처럼 다루고 있었다. 마법 도구에서 풀려난 마법은 마법 도구를 지닌 사람의 의지에 따라서 움직인다. 그렇다고는 하나, 사람의 손발은 모두 네 개다. 수천의 손발을 세세하게 다루는 일 따위 불가능하다.

아니,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일을 칼리안은 태연한 모습으로 이뤄내고 있었다. 폭풍이 불어치듯 거센 마력을 다루고, 당장이라도 주변으로 달려나갈 마법들을 제어한다. 그 모든 과정을 동시에, 단번에 해낸 칼리안은 데블을 바라보며 웃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 지금의 너와 싸우는 게 더 재밌어 보여서 말이지!”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기다려주신 호의에 본받아. 제가 만족하게 해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쓰러뜨리겠습니다.”

“좋은데! 와라!”


칼리안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데블은 잔뜩 웃으며, 몸에 깃든 투기를 끌어올렸다. 데블의 몸은 인간을 벗어난 이형. 강철을 넘어선 피부와 비정상적인 근육, 네 개의 팔 등. 아무리 봐도 인간을 벗어난 몸이다.

그런 몸에 피어오르기 시작한 투기는 마력과 합쳐져 눈으로 직시할 수 있을 정도의 밀도를 지니기 시작했다. 검붉게 피어오른 투기와 푸른 빛으로 발산되는 마력은 서로 상충하며 격렬한 반응을 일으켰다.

그 자체로 하나의 마법 현상이 되어버린 모습에 칼리안은 내심 웃음을 지으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냉정히 데블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미 주변은 칼리안이 펼친 마법의 영역이다. 언제까지나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칼리안은 이번 싸움을 단기 결전으로 결론지었다.


‘섣불리 싸운다면, 필시 진다. 또한, 싸움이 커질수록 리온 씨에게도 전해질 테니까요.’


칼리안이 펼친 마법으로 전해진 정보로는 데블이 겉보기 이상의 무게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게는 곧 위력. 그러나 그 이상으로 범상치 않은 속도를 보였다는 것도 문제다.

제아무리 칼리안이 마법으로 신체 능력을 끌어올리더라도, 데블이 한순간에 접근하여 공격한다면 칼리안은 반응할 수 없다.


“···뭐야. 움직이지 않는 거냐?”

“그렇군요. 먼저 와 주시길 바랍니다.”


데블은 칼리안이 자신을 향해 아무런 움직임을 취하지 않자, 의문을 보이며 물었다. 그러나 칼리안은 태연하게 인사를 하며 공격을 권했다.

이는 칼리안 자신이 데블의 신체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데블의 능력은 자신보다 뛰어나다.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마법을 사용하더라도 데블의 움직임은 놓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후수를 선택한다.’


후수를 선택하여 받아친다. 그것밖에 없다.


“하? 그래? 꽤 자신 있는 모양인데! 좋아. 간다!”


데블은 한없이 자신만만한 칼리안의 태도에 끌어올린 투기를 불태우며, 자세를 잡았다. 양팔과 등에 달린 팔을 끌어당긴 자세.

정권의 자세다.

그리고.


- 팡.


데블의 모습이 사라졌다.

칼리안은 이번에도 시선을 돌리거나, 눈을 감지 않았다. 그런데도 데블의 모습을 놓쳤다. 데블이 어디로 향했는지조차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칼리안은 당황하지 않았다. 데블의 성격을 완전히 파악한 것은 아니지만, 데블은 눈앞의 적을 두고서 다른 이를 공격하지 않는다. 웬디의 안전은 확실하다. 또한, 칼리안은 이미 수를 두었다.


“실망인데?”


칼리안이 움직이지 않고, 데블을 찾으려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자. 데블은 목소리에 실망과 분노가 뒤섞인 음색으로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는 공중. 칼리안의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에는 다른 장소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널 너무 과대평가한 건가?”


칼리안은 데블의 움직임을 조금도 볼 수 없었다. 이는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는 웬디도 마찬가지였다. 데블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한 순간에는 이미 모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칼리안은 여전히 가만히 있었고, 그 모습을 본 데블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투에 흥미를 보이지 않고, 대응조차 하지 않으려는 칼리안의 모습에 질린 것이다.


- 파앙.


공기의 파열음. 데블이 움직였다는 신호다. 그 신호만큼은 파악할 수 있게 된 칼리안은 느긋하게. 그러나 긴장한 모습으로 데블의 수를 기다렸다.

데블의 신체 능력은 이미 인간을 벗어났다. 칼리안이 어떻게 하더라도 움직임을 멈출 수는 없다. 그렇다고는 하나.


- 쭈우욱.


결과를 간섭할 수는 있다.


“···엉?”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칼리안은 태연한 모습으로 몸을 돌렸다. 고개를 돌린 끝, 칼리안의 시선에는 공중에서 반 정도 뜬 상태로 멈춘 데블의 모습이 있었다.

데블은 등 뒤의 팔과 오른팔을 내민 상태로, 아무리 봐도 공격하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움직임이 멈춘 데블은 의아하다는 모습으로 칼리안을 내려다봤다.

칼리안이 준비한 것. 그건 간단하다. 마법 도구의 마법 중, 공기에 영향을 미치는 마법. 마력의 실을 공중에 펼치는 마법 등. 데블의 움직임을 막을 수 있는 모든 마법을 준비한 것이다.

함정을 펼친다면 데블이 함정을 피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펼친 위치는 칼리안, 자신을 기준으로 일정한 선을 그리듯 펼쳤다.


“걸렸군요.”


데블의 신체 능력은 인간을 벗어난 힘이다. 칼리안이 마법으로 데블을 포착하는 것은 무리다. 또한, 움직이는 데블을 멈춰 세울 마법도 없다. 그러니 칼리안은 결과에만 집중했다.

데블의 공격 방법은 육체를 이용한 직접 타격. 즉, 직접 다가와야만 한다. 그렇기에 칼리안은 자신의 주변에 다양한 마법을 펼쳐 데블의 공격을 기다렸다. 데블이 공격한 그 순간이 칼리안에게 있어서 반격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블의 힘은 칼리안의 예상보다 강력했다. 칼리안이 펼친 마법은 자신의 주변을 기준으로 이미 수십은 넘는다. 하지만, 데블이 걸린 마법은 서너 개가 전부다. 다른 마법들은 무식할 정도로 강력한 힘으로 돌파한 것이다.

그 사실에는 칼리안도 내심 당황했으나, 데블이 묶인 지금 상황.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오오, 너 대단한데! 이래야 재밌지!”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 콰앙.


데블은 자신이 멈춰졌다는 사실과 칼리안이 자신과 전투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에 칼리안은 화답하며 공격 마법을 데블을 향해 날렸다. 폭발, 번개, 얼음 창 등. 다양한 마법이 묶여 있는 데블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 팡.


또다시 공기의 파열음이 들리며, 데블의 모습이 사라졌다. 날아간 마법들은 목표를 놓쳐 저마다 붕괴하여 사라졌다.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마법도 소용이 없다. 그러나 칼리안은 침착하게 데블을 기다렸다. 완전히 수가 통하지 않은 게 아니다. 불안정하긴 하나, 데블의 움직임을 멈춰 세울 수 있었다.


‘마법의 조합을 더욱 효율적으로 한다면···.’


칼리안은 주변을 향해 마법을 사용하며, 넘치는 마력을 이용해 함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는 제아무리 데블이라도 쉽게 다가가지 않았다.

데블이 칼리안을 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 사실에 칼리안은 미묘한 기쁨과 동시에 귀찮다는 감상이 떠올랐다.


‘그대로 방심한 채 쓰러져 주셨으면 했습니다만.’


조금 전 마법은 은밀과 함정이라는 점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마법을 우선했다. 그러나 이미 수를 선보였다. 칼리안은 함정을 포기하고 더욱 확실한 마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눈으로 보일 정도로 밀도 높은 마력으로 구축된 마법은 마력을 실로 엮은 마법이다. 공중에 펼쳐진 마력의 실. 그 실로 만들어진 그물망은 특이한 성질을 지녔기에, 끊어지지 않는다. 또한, 닿은 것에 붙는 성질이 있다.

이번에야말로 데블의 움직임을 완벽히 막아 보이겠다고 정한 칼리안은 그 외에도 다른 마법을 적절히 배치해, 데블을 기다렸다.

그리고, 칼리안이 마지막 마법을 배치하던 그 순간.


- 쾅.


측면에서부터 시작된 폭발음은 어느덧 날카로운 소리로 변하더니, 점차 칼리안의 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소리에 반응한 칼리안은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향한 시선 끝에는 양팔을 내민 데블이, 조금 전과 비슷한 모습으로 내걸려 있었다.


“두 번째입니다.”


칼리안은 데블을 찾은 순간, 곧바로 다양한 마법을 날렸다. 폭발 마법과 화염 마법, 얼음 창을 날리거나, 흙덩이를 날리는 등. 다양한 마법이 데블을 목표로 날아갔다.

하지만.


“흥! 두 번째는 통하지 않는다!”


데블이 한 마디를 중얼거린 순간.

폭발적으로 오른 투기와 마력이 형체를 이루며, 데블을 옭아매던 마력의 실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게다가 데블을 목표로 날아온 마법들은 어째서인지 데블에게 닿기도 전에 분해되며 사라졌다.

그 모습에 칼리안은 의문을 떠올렸으나, 그 이전에 데블의 분위기가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자, 제대로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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