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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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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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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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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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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go] 5장 2화

DUMMY

드넓은 황야. 아무것도 없는 곳. 그저 모래가 날릴 뿐인 장소.

일반적인 사막은 이런 광경을 보인다. 하지만, 발하크 대사막이 어떤 곳인가.


“···우와.”

“···.”


뜨거운 태양의 열기가 아무런 가감 없이 내리쬐며, 자연의 순환으로 인해 뭉친 마나가 기묘한 현상을 일으키는 곳.

그곳이 발하크 대사막이다.


“리온, 갈 수 있겠어?”


마른하늘에 번개가 번쩍이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등.

당장 발하크 대사막의 입구에 선 것만으로도 위험천만한 현상이 일어나는 상황에 리온과 레나드, 베르는 입구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영주가 내어준 저택을 몰래 빠져나오기를 1시간. 페르나 왕국의 항구에서 정반대인 발하크 경계까지 나온 지금, 리온 일행은 발하크 대사막의 진가를 눈앞에서 목격하고 있다.

번개와 폭발. 날카로운 바람과 끌어들이는 늪 등. 이것들은 마법이 아니다. 단순한 현상이기에, 리온이나 베르의 힘으로도 무언가 바꿀 수 없다.

그에 베르는 리온을 바라보며 걱정을 보였지만, 리온은 조용히. 지도를 펼쳐서 갈 길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정말 갈 거야?”

“···하아. 간다면 일단, 뭐. 나도 갈 거긴 한데.”

- “아버님이 정하시는 일이다. 네놈은 따라가라.”


리온이 지도를 보며 길을 확인하기를 잠시.


“저쪽이네.”


종이와 비교한 끝에, 길을 찾은 리온이 발하크 대사막을 향해 발걸음을 뗐다.

그 모습을 본 레나드는 한숨을 내쉬고, 베르는 걱정하면서도 굳이 말리지는 않았다. 리온의 능력이라면 발하크 대사막의 자연재해도 힘들 뿐이다.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 판단했기에, 베르는 조용히 리온의 뒤를 따랐다.

반면, 레나드는 주변에서 내리치는 벼락과 갑작스러운 폭발, 날아드는 빙탄과 바닥없는 늪 등. 다양한 현상 중 하나라도 직접 마주하면 생명이 위험해지는 상황이기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한동안 리온과 베르가 향하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레나드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가자.”

- “그래야지. 늦는다, 멍청아. 빨리 아버님의 곁으로 가라.”


한 걸음을 내디뎠다.

체이스는 리온의 곁에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레나드에게는 한 걸음을 내디디는 것만으로 상당히 지친 상황이다.

그에 조심스레 리온과 베르를 뒤따른 레나드는 한참 동안 말 하나 없이 주변을 경계했다.


“살아나갈 수 있겠지.”

- “아버님을 잘 따라다닌다면 가능하다. 그러니, 잘 붙어 다녀라.”

“그래···.”


레나드와 체이스. 리온과 베르가 발하크 대사막을 들어선 후.

리온 일행은 대사막을 한참이나 나아갔다. 도중에 마력 폭발이나 대사막의 기후에 적응한 거대 지네 마수 등. 온갖 문제를 마주하긴 했으나, 그때마다 리온과 베르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했다.

그렇게 나아간 결과. 리온 일행은 대사막을 4시간 정도 걸을 수 있었다. 다만.


“···리온?”

“리온, 지도가 맞아?”

“지도는 맞아.”


레나드와 베르가 이상을 느끼고 리온을 불렀을 때는 이미. 리온 일행이 대사막의 어딘가에서 길을 잃은 상황이었다.

지도는 분명 정확하다. 기묘한 기후와 드넓은 지형을 어떻게 조사한 것인지는 리온조차 알 수 없을 정도지만, 그런데도 지도는 정확했다.

그런 지도를 지니고도 리온 일행이 길을 잃은 것은 단 하나.


“마나 신기루···.”

“아, 그렇구나. 여기는 마나가 너무 많아서 나도 분간하기 어려운 모양이네.”


신기루는 흔히, 사물이나 공간의 위치를 착각하게끔 하는 효과가 있다.

평범한 사막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신기루. 그러나 여기에 마법적인 요소가 섞인다면, 신기루는 단순한 현상이 아니게 된다.

마나 신기루는 없는 것조차 있는 것처럼 만든다. 또한, 마나가 닿는 곳이라면 어떤 곳이라도 보이게끔 착각하게 한다.

환영 마법의 일종으로 생각될 만큼 마나 신기루의 영향력은 강하다. 게다가 발하크 대사막처럼 마나 자체가 많은 이곳에서는 마나 신기루와 일반적인 마나를 구분할 수 없다. 그렇기에, 리온은 물론 베르마저 속은 것이다.


“···쯧.”


길을 잃은 것과 더불어, 기초적인 원인에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리온은 혀를 차며 짜증을 드러냈다.

더운 열기에 제 감정이 한번 불을 붙으니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베르는 리온의 모습에 웃음을 지으면서도, 리온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잠시 길을 찾으려다가.


“어라?”


멀리서 걸어오는 사람의 모습에 고개를 기울였다.

베르가 의문의 목소리를 낸 덕에 리온과 레나드도 베르가 향한 곳으로 시선을 향했다.

리온 일행이 있는 곳은 발하크 대사막이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절대 접근하지 않는 곳. 페르나 왕국의 국경에서도 발하크 대사막 부근에는 엄중한 경비를 세우는 등. 접근 자체를 막고 있었다.

그런 곳이 발하크 대사막. 그런데 지금, 리온 일행이 있는 곳에 한 남자가 다가오고 있다.


“···마수랑 함께 오는 모양인데.”

“으음···. 아, 마수는 아니야. 동물인데?”

“동물? ···아직 마나에 변질하지 않은 동물이 있었나.”


남자의 주변으로는 작은 동물. 네 발로 걷는 동물이 있었다. 거리가 지나치게 멀었기에 동물의 모습을 제대로 알기 어려웠으나, 남자가 다가오는 만큼 동물의 형체도 정확해졌다.

한 마리의 늑대와 한 마리의 곰이다. 곰은 아직 크기가 작은 새끼인지, 상당히 크기가 작다. 반면, 늑대는 대부분 자란 듯하다.

게다가, 두 마리의 모습을 자세히 알 수 있을 정도로 남자가 접근하고 있다는 것도 파악했다.


“···일단 경계할게, 리온.”

“그래.”


레나드는 남자의 목적도, 기척도 찾아내지 못했다. 그렇기에 남자를 경계하기 시작한 레나드를 두고, 리온과 베르는 태연하게 남자를 기다렸다.

남자의 외모는 전신을 천으로 덮은 탓에 자세히 알기 어렵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남자와 리온 일행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마나 신기루는 아닌 모양이네.”


일정하게 걸어오는 모습에 리온이 마나 신기루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건 상대방도 마찬가지인지, 남자가 걷던 걸음을 멈췄다.

동시에.


“저기! 괜찮습니까! 미아입니까?!”


리온 일행을 향해 큰 목소리로 물었다.

남자의 말은 아무리 들어도 리온 일행을 걱정하는 말이다. 그에 긴장감이 풀린 레나드는 어깨를 으쓱이며 리온의 반응을 기다렸다.

괜찮은 것을 둘째로, 리온 일행은 미아다. 지도가 있는 상황에서도 길을 잃었다. 보아하니 상대방은 발하크 대사막을 잘 아는 인물인 듯하다.

리온은 잠시 남자를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길 안내를 부탁하자.”

“리온, 괜찮아? 거점의 위치를 알리게 될 텐데?”

“지금은 돌아가는 길. 거점은 준비하고 다시 올 거야.”

“그러면 괜찮구나! 알았어.”


베르의 이야기에 리온은 거점을 잠시 포기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발하크 대사막의 환경이 생각 이상으로 거친 것은 물론, 마나 신기루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거점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다.

리온의 몸 상태가 좋았더라면, 막대한 마력으로 마나 신기루를 무시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리온은 본래 마력의 3할도 안 되는 마력만 겨우 운용하는 중이다. 그렇기에 마나 신기루를 정면에서 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사실은 베르도 알고 있기에, 리온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리온이 훗날 마나 신기루의 대처를 세운 후라면 베르도 걱정할 거리가 줄어든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레나드는 두 사람을 대신해서 남자를 불렀다.


“미안하지만, 길 안내를 부탁해도 될까!”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남자는 레나드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다소 빠른 발걸음으로 리온 일행에게 다가왔다.

가까이 다가온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남자는 커다란 로브를 두르고 있다. 게다가 로브 아래에는 칼이 많다. 단검 정도의 칼이지만, 개수가 심상치 않다.

수상쩍은 남자의 모습을 본 레나드는 경계를 풀지 않았다.


“저는 패트릭입니다. 괜찮으신가요?”

“괜찮아. 돌아가는 길 안내를 부탁할 건데. 괜찮을까.”

“네, 괜찮습니다.”


자신을 패트릭이라 소개한 남자의 곁에는 늑대와 곰이 조용히, 리온 일행을 살펴보고 있다.

리온은 잠시 시선을 늑대와 곰으로 향했다. 마나가 퍼지고서 한참이나 지난 지금. 동물이 마나에 친숙해진 끝에 마수가 되는 일은 흔하다.

그러나, 지금 리온의 눈앞에는 마수가 아닌 동물이 있다. 그것만으로 리온은 동물들에게 호기심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반면, 패트릭은 리온의 시선을 깨닫고 동물을 경계하는 것으로 판단한 듯했다.


“이 아이들은 똑똑한 아이들입니다. 제 동료로 여러모로 도움을 주고 있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동료?”

“패트릭은 무슨 일을 하고 있었어?”


리온이 패트릭의 이야기에 의문을 보여 물으려는 순간, 베르가 먼저 패트릭에게 물었다.

시선은 패트릭에게 향하고, 의식만큼은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리온은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선 베르의 모습에 잠시 물러났다.

베르가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물으니 패트릭은 당황하면서도 대답했다.


“그, 저는 요리사입니다.”

“요리사? 요리사가 이런 곳까지 와도 돼? 위험하진 않아?”

“발하크 대사막에서만 구할 수 있는 재료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아이들이 저를 도와줘서 그리 위험하진 않습니다.”

“···그래?”


패트릭이 요리사라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당장 품 안에 지닌 단검보다 작은 칼이 식도라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하크 대사막의 위험을 마수도 아닌 동물이 해결한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베르는 동물의 이야기에 늑대와 곰을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베르의 시선을 마주한 늑대는 패트릭의 뒤에 숨었고, 곰은 늑대를 지키고자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런 두 동물의 반응을 본 베르는 작게 웃음을 지었다.


“이 두 아이는 사이가 좋나 보네.”

“알아보시나요? 예. 이 두 아이는 종족이 다르긴 하지만, 제가 보기에 남매인 것처럼 행동하던걸요.”

“좋은 일이네.”

“정말, 그렇습니다.”


패트릭은 베르의 이야기에 웃음을 지으며 늑대와 곰을 바라봤다.


“이 아이. 늑대인 아이는 윌리입니다. 곰인 아이는 샐리. 샐리가 윌리의 누나고 윌리는 남동생이네요.”


패트릭의 목소리에 반응한 것인지, 늑대인 윌리가 작게 울었다.

그에 윌리의 머리를 쓰다듬은 패트릭은 리온 일행의 면면을 확인했다.


“저, 페르나 왕국으로 돌아가면 되나요?”

“부탁해.”

“알겠습니다!”


패트릭을 선두로 둔 일행은 발하크 대사막을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목적지는 페르나 왕국. 리온은 왕국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패트릭의 모습을 살폈다. 어떻게 발하크 대사막을 나아가는지, 마나 신기루를 어떻게 뚫고 나아가는지.

그러나 리온은 페르나 왕국에 도착하는 순간까지도 그 이유를 알아내지 못했다.


-+-


“방금 저건···.”

“상부에서 내려진 1급 처리 대상이다.”


발하크 대사막의 어느 지점.

그곳에서 두 사람은 조용히, 리온 일행이 떠나간 자리를 살폈다.

작은 아이와 커다란 남자.

아이는 한참이나 리온 일행이 떠나간 자리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커다란 남자는 연신 무언가를 확인하더니, 혀를 차고서 몸을 돌렸다.


“돌아간다.”

“응.”


커다란 남자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아이는 남자를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돌아보고는 한 마디를 중얼거렸다.


“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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