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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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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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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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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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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o] 4장 70화

DUMMY

시간은 잠시 돌고 돌아, 레나드가 키메라를 유도하기 전.

갑작스러운 추락과 상황 변화에 멀미를 느끼던 웬디와 칼리안은 갑작스러운 베르의 이야기에 당황했다.

두 사람과 함께, 키메라를 쓰러뜨려라. 그 말은 직접 싸우라는 의미다. 그러나 웬디와 칼리안은 작은 키메라조차 쓰러뜨릴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베르가 말한 키메라는 거대한 녀석. 일반적인 키메라와는 전혀 다른 특수 개체다. 레나드와 체이스의 도움이 있더라도, 웬디와 칼리안으로는 거대한 키메라를 쓰러뜨리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저, 저···. 베르 씨?”

“응, 왜?”

“저걸···. 쓰러뜨리는 건가요?”


웬디가 가리킨 것은 멀리서도 큰 거구를 알 수 있는 존재. 게다가 거대한 키메라는 수많은 촉수와 다리로 인해 심히도 징그러운 외견이다.

베르는 웬디가 가리킨 끝에 시선조차 주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웬디와 칼리안은 당황하며 무언가 말하려 했으나.


“그야, 그러려고 강하게 했으니까?”


베르의 차가운 시선에 말을 삼켰다. 베르는 그저, 조용히 두 사람을 바라봤을 뿐이다. 그 눈빛은 냉정하다거나, 차가운 부류가 아니다.

공허. 아무것도 내비치지 않는 감정. 베르에게 있어 두 사람은 아무래도 좋은 존재다. 그러나 이내 베르의 시선에 작은 온기가 깃들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어.”


분명 따스한 말이다. 베르의 시선도 따스하고, 리온의 객관적으로 판단해도 같은 결론이 나왔다.

마지막으로는 반론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한 베르의 모습에 웬디와 칼리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하아···.”

“···웬디 아가씨. 아가씨의 안전만큼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베르의 명령 아닌 명령에 웬디와 칼리안은 한발 앞서 중앙 광장으로 향했다.

중앙 광장에는 한 차례 전투의 흔적이 남았을 뿐. 아무것도 없다. 그 넓은 공간에 들어찰 키메라를 생각하면 웬디는 한숨만 나왔다.

웬디가 한숨을 내쉬자, 칼리안은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하며 단언했다. 웬디와 칼리안이 베르에게 훈련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칼리안은 리온 덕분에 완전히 새로운 몸을 얻었다. 능력도 이전과는 선을 달리한다. 그렇기에 칼리안은 자신이 전부 떠맡으려 했으나.


“아니, 괜찮아.”

“웬디 아가씨?”


깊은 한숨을 내쉰 웬디는 어딘가 만족한 듯한 모습으로 칼리안을 바라봤다. 그러나 칼리안은 웬디의 시선에서 어딘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웬디와 칼리안은 영혼 마법으로 인해 연결된 상태다. 그리고 칼리안은 영혼 마법으로 인공 육신에 붙은 상태. 칼리안의 몸은 리온이 만든 것으로,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지녔다.

그리고 그중 하나.


“준비하자, 칼리안.”

“예.”

“『변화』”


웬디가 칼리안을 향해 중얼거리자, 칼리안의 몸이 옅은 빛에 휩싸이며 사라졌다. 빛이 사라진 후에 남은 것은 책. 두꺼운 책은 웬디의 곁에 떠올랐다. 스스로 떠오른 책은 웬디의 주변을 떠돌았다.

칼리안이 변한 모습은 책. 그러나 의식은 존재한다. 떠오른 것도 칼리안의 의지이며, 떠오르기 위해 사용된 마력은 웬디에게서 받은 마력이다. 웬디의 마력이 끊임없기에 가능한 방법이다.

또한, 칼리안의 육체를 구성할 때 수많은 마법 도구를 이용했기에 가능한 방법이다.


“칼리안.”

- “네.”


웬디는 조용히.

잠시 후 키메라가 올 방향을 주시하며 혼잣말하듯 말을 흘렸다.


“나. 진심으로 해볼게.”

- “···.”


진심.

그 말을 이해한 칼리안은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했다.

웬디에게 있어서 마법을 진심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끊임없이 넘쳐흐르는 마력을 다루기 위해, 우연히 마법을 쓴 날.

주변 일대를 날려버린 마법. 아니, 마법조차 아닌 마력 폭발. 그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이 많았다.

그 후로는 웬디 자신도 마법의 사용을 자제하는 등. 웬디 자신이 자기 능력을 얕보는 등. 자기 자신에게 도망쳤다.

그런 웬디가, 진심으로 마법을 사용하겠노라. 그렇게 다짐했다. 그렇다면 집사된 칼리안은 무어라 대답을 해야겠는가.


- “예. 제가 돕겠습니다.”

“후후. 그래. 날 도와서 함께, 저 괴물을 쓰러뜨리자.”


당연한 말.

자신을 돕겠다는 칼리안의 확실한 목소리. 흔들림 하나 없는 목소리에 웬디는 안도한 자신을 찾았다.


“후···.”


심호흡.

깊은숨으로 제 몸 안에 갇힌 마력을 일깨운다.

평상시에는 넘쳐나는 마력을 통제하지도 않았다. 그저, 넘치는 대로 마력을 내버려 두었다. 그런 마력을 의도적으로 일깨운다.

심장에서 시작된 박동은 혈관을 타며 전신으로 흐른다. 전신으로 흐른 흐름은 이윽고, 웬디의 마력을 일깨워. 또 다른 흐름을 만들었다.


- 휭.


웬디의 주변으로 작은 바람이 일었다.

마력은 본래 물리적인 영향이 적다. 하지만, 그런 마력도 쌓이고 쌓인다면.


- 후웅.


주변에 물리적인 영향을 끼친다.

웬디의 체내에서 불어난 마력은 순식간에 중앙 광장을 가득 메웠다. 그 흐름의 중심에 선 웬디의 주변으로는 강풍과도 같은 바람이 일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일순.


- 핏.


사라졌다.

마력이 사라진 게 아니다. 그러나 중앙 광장을 가득 메웠던 마력은 수축해, 웬디의 체내로 돌아왔다.

마력이 줄어든 게 아니다. 압축하고, 압축한 끝에. 가장 효율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 쿵.


심장에서.


- 부웅.


전신으로.


“자···. 칼리안. 네 차례야.”


그리고, 웬디의 주변을 부유하는 책. 칼리안에게.


- “예.”


압도적인, 파괴적일 정도로 많은 마력을 받은 칼리안은 조용히 마력을 움직였다.

바다의 흐름. 해류와도 같은 마력을 조용히. 주변에 끼치는 영향 하나 없이 조율하는 모습은 가히 신기에 가깝다.

그렇게 정제하고 조율한 마력을 웬디에게 되돌린 칼리안은 제 차례를 기다렸다.

정제된. 지극히 다루기 쉽게 조율된 마력을 받은 웬디는, 마법을 중얼거렸다.


“『■』”


단 한 단어.

어쩌면 단 한 번의 발성.

웬디가 천성적으로 타고난 재능은 하나가 아니다.

끊임없는 마력은 재능의 첫 번째. 눈에 보이는 재능일 뿐이다.

진정한 재능은,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


- 화아악.


단 한 번의 발성으로 수백 이상의 마법을 발동한다. 그러나 마법은 곧바로 현상으로 나타나지 않고, 주변에 부유한 책. 칼리안에게 향한다.

책은 수백의 이상의 마법을 받았다. 그러나 절대 폭발하지 않는다. 넘치지도 않는다. 그 모든 마력과 난폭한 마법의 구성을 받은 책은 책장이 혼자 넘어가며, 마법의 구체적인 모습을 찾는다.

웬디가 칼리안에게 보낸 난폭하고 난잡한 마법의 구성. 그걸 칼리안이 다시 온전한 마법의 형태로 메꾼다.

마력과 마법. 총 두 번의 조율과 변형.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불과 3초.

그리고.


“#$%#$%---!!”


형형색색의 마법이 중앙 광장의 상공을 메운 동시에, 거대한 키메라가 나타났다. 그 모습에 웬디는 한 차례 숨을 들이마쉬고.

내뱉는다.


“사라져!!”


징그러운 키메라에게 내뱉은 진심.

그와 동시에 하늘을 뒤덮을 기세로 늘어가던 마법이, 단 한 점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와···.”

- “다리를 움직여라. 휩쓸린다.”

“아차. 그래야겠지.”


마치 유성우.

키메라를 유도하던 레나드마저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운 폭력의 예술은 키메라에게 떨어졌다.

폭발, 빙결, 방화, 맹독, 바람 칼날, 수류 칼날, 흙의 창, 뇌격 등. 저마다 압도적인 위력을 담은 마법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키메라에게 내려쳐졌다.


- 쾅.

- 파지직.

- 화르르륵.


마법의 정밀 조작. 이 또한, 칼리안의 능력으로 해낸 결과다.

수백 이상. 수천에 달하는 마법이 전부 떨어지기까지 4분. 그 사이, 왕도는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마냥 뒤흔들렸다.

그런데도 마법에 따른 피해는 중앙 광장뿐. 칼리안의 기교 덕분이다.


“히, 힘들어···.”

- “수고하셨습니다.”


모든 마력을 때려 넣은, 순수 폭력이 끝나자 웬디는 마력 부족으로 잠시 휘청였다. 그에 칼리안이 웬디에게 수고의 말을 건넸다.

웬디는 잠시, 연기가 자욱한 중앙 광장의 입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연기가 사라질 쯤.


“끝났네.”

- “예, 끝났습니다. 베르 님의 말입니다.”

“베르 씨와 연락이 돼? ···그것보다, 베르 ‘님’?”

- “···.”


완전히 가루가 되어, 시체조차 남지 않은 모습에 웬디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동시에 베르에게 전해진 이야기에 칼리안은 웬디에게 사실을 전하고, 웬디는 칼리안의 이야기에 고개를 기울였다.


-+-


“···.”


갑작스럽게 나타난 유성군.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티아라 왕녀는 그저, 멍한 시선으로 하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저 정도의 위력을 왕도를 겨냥하고 사용한다면, 왕도가 사라지는 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 사실은 병사들도 알고 있는 사실인지, 병사들 또한 아무런 말이 없다. 그에 목소리를 낸 것은 리온과 베르다.


“나머지는.”

“골렘이 대부분 처리했어. ···꼬리를 쫓는 건 힘들겠네.”

“···그래.”


멍한 시선을 그대로 두 사람에게 향한 티아라 왕녀는 정신을 차렸다.

대공의 세력은 키메라가 처리해버렸다. 좋은 결말은 아니지만, 일단 지금은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대공의 세력은 사라졌고, 키메라는 리온 일행 덕분에 해결했다. 그렇다면 남은 일은 하나.


“왕성으로 향하겠습니다!”

“““““예!!”””””


티아라 왕녀의 외침에 병사들은 뒤늦게나마 정신을 차리고, 대열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티아라 왕녀는 리온과 베르의 처우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무력은 상당하다. 게다가 위험하다.

지금은 카타스트로피라는 조직으로 인해 왕국에 도움이 되는 상황이지만, 언제 바뀔지 모른다. 멀리하는 것도 정답일지 모른다.

그러나.


“리온 공, 인가요?”

“···.”

“저는 바이엘른 왕국의 제1 왕녀. 티아라 바이엘른이라 합니다. 잠시, 함께 해주실 수 있나요?”


티아라 왕녀는 리온을 초대하기로 했다.

리온의 정체는 물론, 그 무력을 경계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같은 목표를 가진 이로써 정중히 대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금 전. 왕도 전역을 뒤흔들 정도의 무력을 쉽게 다룬다면 티아라 왕녀의 대응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티아라 왕녀는 베르와 리온의 반응을 살폈다. 리온은 잠시 베르를 보거나, 중앙 광장 쪽을 보는 등.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더니.

뒤늦게 티아라 왕녀에게 시선을 돌리고.


“알았어.”


고개를 끄덕였다.

티아라 왕녀의 세력은 파죽지세로 왕도를 나아가기 시작했다. 대공의 병사들은 대공이 쓰러진 것으로 사실상 와해 된 상태다. 제1 왕자와 제2 왕자는 감금된 것으로 파악 중이고, 키메라의 경우는 골렘이 처리했다.

그렇기에, 왕도에 남은 적은 없는 상황이다.


“돌아왔네요.”


티아라 왕녀는 조용해진 왕성을 보며, 조심스레 중얼거렸다.

제1 왕자와 제2 왕자. 그리고 대공까지. 반란과 내통 등. 다양한 이유로 세 사람의 왕위 계승은 사라진 상태다.

즉, 차기 왕위는 티아라 왕녀에게 있다.


“하아···.”


가장 멀리 떨어져 있던 티아라 왕녀가 왕위에 앉게 되었다.

그 사실에 티아라 왕녀는 제 형제와 숙부를 생각하고, 마음 걱정을 할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래도···. 백성을 위해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반쯤 자조적으로 중얼거린 티아라 왕녀는 활짝 열린 왕성의 문을 넘어, 자신의 아버지인 리브라 바이엘른을 만나기 위해 침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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