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연재수 :
306 회
조회수 :
14,818
추천수 :
345
글자수 :
1,835,784

작성
21.09.03 18:00
조회
32
추천
1
글자
13쪽

[Ego] 4장 51화

DUMMY

리온이 무기를 꺼내기를 한참. 무기가 통로를 완전히 가로막을 정도가 되어서야 리온의 행동은 멈췄다. 수납 마법에 잠든 무기는 아직도 많았으나, 칼리안의 실력으로 다룰 수 있는 게 한정된 탓이었다.

칼리안은 무기를 보며 어딘가 반쯤 홀린 듯한 모습을 보였다. 무기의 심상치 않은 예기와 마력, 그 품질에 빠져든 탓이다.

한 번 빠져든 칼리안은 뒤에서 웬디가 건드릴 때까지 멍하니 무기의 산을 바라봤다.


“그, 리온 씨. 이건···?”

“칼리안, 네가 써.”

“예? 하지만···. 이 무기 중에 어떤 걸···.”


칼리안은 리온의 이야기에 무기를 둘러보며 가장 손에 익는 것을 사용하려 했다. 그러나 리온이 꺼낸 무기는 어느것을 보아도 뛰어난 품질의 무기였기에, 칼리안은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칼리안이 진지한 모습으로 무기를 고르기 시작하자 리온은 고개를 기울였다. 오히려 칼리안이 무기를 고르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리온이 꺼낸 무기는 전부 칼리안이 사용하도록 정한 무기다.

즉, 꺼낸 모든 무기가 칼리안이 사용할 무기였다.


“전부 써.”

“네···? 그건, 그건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가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무기는 많아도 두 개. 예비를 포함하면 세 개입니다. 이렇게 많은 무기는 제가 들고다닐 수 없습니다.”


칼리안의 의견은 지극히 정상이다. 칼리안이 눈앞에 본 무기의 개수만 해도 수십개가 넘는다. 족히 천에 도달할 정도로 많은 무기를 전부 사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리온은 어깨를 으쓱였다. 리온이 준비한 무기는 간단한 무기가 아니다. 단순한 무기에서 심상치 않은 마력이 나올리 없는 것이다.


“저건 마법 도구야.”

“···마법 도구? 설마. 저 전부가!?”

“그래.”


마법 도구.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도구. 또는, 천문학적인 확률로 자연계의 마법이 만들어낸 도구. 인간이 절대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마법 그 자체를, 현상 그 자체를 도구에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마법 도구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다. 자연계에서 우연히 생긴 것, 유물로서 발견된 것 등. 하나하나의 가치는 쉽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리온이 말한 대로라면 눈앞에 아무렇게나 놓인 수천의 무기는 전부 마법 도구라고 한다. 그것도 전부 무기의 형상을 한 마법 도구다.

마법 도구는 우연히 만들어지기에, 대부분 실용적이지 못한 모습이 많다. 버튼이나 단추 등의 마법 도구도 있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전부, 실용적이지 못해 효율적이다.

칼리안은 리온의 말을 듣고, 다시 한번 마법 도구의 무더기를 봤다.


“이게 전부···.”


마법 도구다. 하나하나의 가치를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자금이 있다고 모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당한 시간과 인맥 등. 다양한 조건이 갖춰줘야 겨우 가능성이 보이는 정도다.

칼리안은 자기 생각 이상으로 높은 리온의 능력에 전율했다.


“감사히, 사용하겠, 습니다.”


반 정도의 전율과 반 정도의 기대. 그 두 개가 섞인 칼리안은 떨리는 목소리로나마 감사를 전했다.

다만, 리온은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사실, 리온은 마법 도구를 모으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마법 도구를 직접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한 제작, 그러나 리온은 가능하다.

리온은 일반적이지 않은 마법사이기에, 리온만이 가능한 위대한 업적이자 공로다. 그런 사실을 알리지 않은 리온은 칼리안에게 마법 도구의 사용법을 알렸다.


“그쪽에 있는 활과 총. 그 두 개를 먼저 들어. 그러면 다른 무기도 전부 사용할 수 있어.”

“이것 두 개입니까.”


리온이 가리킨 활과 총은 마법 도구 중에서도 상당히 재미난 사용법을 지녔다. 활의 경우에는 지정한 물건을 화살로써 쏠 수 있다. 그중에는 되돌리는 기능마저도 있다.

반면, 총은 탄환으로서 물건을 저장할 수 있다. 탄환은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며, 탄창에 무한대로 들어간다.

즉, 탄환으로 지정한 마법 도구를 쏘고, 활로 되돌려 다시 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만일 조작이 상당한 경지에 이른다면 총으로 쏜 무기에 내장된 마법마저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리온은 칼리안에게 그 정도의 실력은 바라지 않았다. 그저, 무기를 이용해 자신과 웬디를 지킬 정도의 실력만 원했다. 그래도 제작자로서 모든 무기의 설명은 끝마쳤다.


“···그렇, 군요.”

“응. 설명은 끝.”


리온의 한 마디 한마디를 듣는 칼리안은 반쯤 멍한 채, 완전히 홀린 듯한 모습으로 설명을 들었다. 반면, 무기의 특별함을 깨닫지 못한 웬디는 마력만 많은 도구에 홀린 칼리안을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칼리안이 모든 무기를 탄환으로 저장할 무렵, 리온은 두 편으로 나뉘자는 이야기를 전했다. 웬디는 다소 불안하지만 리온을 믿었고, 칼리안은 여전히 무기에 빠진 탓에 어정쩡하게 수긍했다.

두 사람이 수긍한 것을 확인한 리온은 통로를 바라보고.


“간다.”


두 사람에 짧은 이별을 전하고, 혼자서 뛰어가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속도라면 두 사람도 천천히 뒤를 쫓을 수 있다.

그러나 리온은 어느새 자신의 몸에 다양한 마법을 겹쳐 사용해, 리온의 신체 능력은 인간을 벗어난 수준이 되었다. 리온의 한 걸음이 번개와도 같은 속도로 내디뎌진 직후, 두 번째 걸음은 소리를 꿰뚫었다.

그렇게 웬디와 칼리안이 정신을 차린 순간에 리온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스승님, 빠르시네요.”


웬디는 리온이 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기에 지나치게 놀라진 않았다. 그저, 칼리안과 둘이 남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문을 떠올렸다.

웬디 자신은 마법을 사용할 수 없으니, 사실상 칼리안이 전투를 도맡아야 한다. 그렇다고 칼리안이 전투 외에 뛰어난 구석은 없다. 수색, 탐지 등. 전투 이외에도 필수적인 요소는 없었다.

그러니 웬디와 칼리안은 오롯이 걸어서 거점을 탐색해야만 했다.


“···갈까.”

“예.”


웬디는 한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뗐다. 반면, 칼리안은 작은 총. 권총이라 불리는 총을 뒷주머니에 넣고, 활을 조작해 팔찌 형태로 만들었다.

리온에게 수많은 마법 도구를 받은 칼리안의 발걸음은 그저 가볍기만 했다.


-+-


“여기인가.”


웬디와 칼리안. 두 사람과 떨어진 리온은 순식간에 거점을 올라, 어느새 정상까지 올랐다. 거점의 정상은 어째서인지 산맥의 정상과 이어진 모습이었다.

외부로 돌출된 거점의 밖은 산의 모습을 유지했다. 주변 산 중에서도 가장 높은 산에 외부를 만든 거점은 작은 통나무 집과 정원이 전부였다.

언뜻 평화로워 보이는 집이지만, 집 내부에서 풍기는 기척은 절대 평화롭지 않다. 오히려 리온에게는 전쟁과 혼돈을 부르는 기척이라 할 수 있었다.

그 정도로 위험한 물건이, 저 통나무 집에 있는 것이다.


“후···.”


심호흡하며 숨을 고른 리온은 통나무 집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디뎠다.

리온은 거점의 정상에 오르기까지 상당한 수의 사람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행해지는 연구를 보았다. 그 모든 연구가 비인도적이며, 반인륜적인 연구였다. 그러나 리온은 최정상. 눈앞에 있는 기척을 우선하기 위해 전부 무시하고, 모습과 기척을 완벽하게 숨긴 채 올랐다.

통나무 집은 겉보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내부에서 새어 나오는 마력은 전혀 없다. 마력 자체가 통나무 집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온은 어느새 꺼낸 『칼라드볼그』를 의식하며, 천천히. 통나무 집의 문을 열었다.


- 끼이이익.


조그맣게 열린 문 너머로 빛은 나오지 않는다. 다른 기척도 없다. 심지어 냄새마저 없었다. 그야말로 공허가 아닐까 할 정도였다.

그러나 리온은 직감했다.


‘누군가 있다.’


리온은 『칼라드볼그』를 든 손에 힘을 주며, 문을 더욱 열고 한 걸음을 내디뎠다.

통나무 내부의 모습은 작다는 인상이 강하다. 모든 물건이 한 사람 분량으로 맞추어졌으며, 그마저도 작은 사람을 위한 것인지 전체적인 분위기가 작았다. 그러나 절대 부족하진 않았다.

천장은 낮으나, 어째서인지 닿지 않을 듯했다. 벽은 금방이라도 다일 듯했으나, 답답하진 않았다. 모순으로 점철된 곳. 그게 통나무 내부의 인상이었다.

리온은 그 모든 모습을 지켜보고, 속에서 끌어 오르는 기운을 유지하며 방의 주인으로 시선을 향했다.


“어라···? 손님이야?”


방의 주인을 본 순간 리온은 깨달았다. 통나무는 작은 사람을 위한 게 아니다. 그저, 어린아이를 위해 작게 만들어졌을 뿐이다.

그러나 리온은 더더욱 분노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아이에게 의문과 동시에 혐오가 일었다.

리온은 그 모든 감정을 내색하지 않고 물었다.


“넌, 누구지.”

“응? 그건 손님인 네가 먼저 말해야 하지 않아?”

“···.”


리온은 한 마디를 묻고 입을 다물었다. 다시 한번 물으면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분노가 멈출 새 없이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아이는 리온을 어떻게 보았는지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알았어. 내가 먼저 말할게.”

“···.”

“나는 이 집의 주인. 베르헤리아야.”


베르헤리아.

그 이름을 내뱉은 순간.


- 쿠구구구궁.


주변의 공기가 떨었다.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다. 단순한 흔들림이 아니다.

공기가, 마력이, 세계의 일부가.

그 이름을 두려워 한 것이다.


‘···녀석의.’


- 까득.


“그래···.”


리온은 문답을 나누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의 제어를 유지했다. 만일, 조금이라도 긴장을 푼다면 리온 자신이 눈앞의 아이에게 달려들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리온이 제 한몸을 유지하기 위해 힘을 주며 참자, 그 모습이 미묘한 떨림으로 표현되었다. 그 모습을 본 아이, 베르헤리아는 리온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너도, 나를 두려워하는구나.”

“···.”

“그래도 칭찬할게? 도망가지는 않았으니까. 장난감 정도는 되려나?”


리온은 눈앞의 아이의 목소리를 차단하고, 생각했다. 베르헤리아. 그 이름은 한때, 마왕의 혈육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태어난 존재를 의미한다.

어둠을 다스리고, 재난을 일으키고, 역병을 퍼뜨리는 존재.

만일 눈앞의 존재가 그 혈육을 온전히 받아들였다면, 그건 마왕의 일부가 되살아났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 『칼라드볼그』가 반응하지 않아.’


전쟁 당시 혈육은 인류와의 싸움으로 완전히 피폐해졌다. 또한, 마지막 전투에서 용사의 활약으로 혈육은 완전히 소멸되었다.

그러나 혈육은 마왕의 신체 일부. 마왕이 재생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소모품이다. 그렇기에 마지막 전투 이후, 리온이 나설 때.


‘···내가 쓰러뜨린 건 마왕. 하지만, 그때. 놓친 혈육이 있었나···?’


어떻게 된 것인지 명확한 사실은 모른다. 한때 놓친 혈육이 조직에 흘러 들어간 것일지도 모르고, 폐기하기로 된 시체를 누군가 빼돌린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리온이 행해야 할 행동은 하나다.


‘마왕과 관련된 모든 것은, 소멸시킨다. 이 세상에서, 이 세계에서, 이 차원에서 단 하나의 조각도 남기지 않고.’


행동을 정한 리온은 눈앞의 적을 섬멸하기로 각오를 굳혔다.

그 전에, 리온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네놈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생명을 죽였지?”

“아···? 말 했네. 그래도 겨우 한 말이 그거야? 뭐,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어.”

“···.”


베르헤리아는 리온이 떨면서 던진 질문이라 생각하며, 한껏 여유를 보였다.

리온은 베르헤리아의 대답에 따라서 대처를 나누리라 생각하고, 어떻게든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기를 잠시.

베르헤리아는 웃었다.


“그래도 말이야. 너, 숨 쉴 때 마신 분자의 수를 알고 있어?”


이때. 리온은 정했다.

눈앞의 존재는 소멸한다. 그건 당연한 결정 사항이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최대한의 고통과 절망을 부여하겠다.’


베르헤리아. 마왕의 혈육은 존재를 위해, 계약을 위해 제물을 필요로 한다.

인간의 몸으로 혈육을 받아들인 그 자체로도 인류의 배반이다.

하지만, 눈앞의 아이는 아무런 흥미가 없는 듯했다.

오히려 질문을 던진 리온을 비웃듯, 재미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너 말이야. 너무 재미없어. 한심해. 여기까지 올라왔으면 그래도 실력은 있는 거 아니야? 물론 나보다는 약하겠지만. 신의 한 조각인 나보다는 약하겠지.”

“신의 한 조각?”


리온은 무심코 되묻고 말았다.

그리고 그 결과.


“응. 신의 한 조각. 옛날, 하찮은 인간이 끝끝내 쓰러뜨려버리고 만 신. 그의 혈육.”

“···뭐?”


- 뚝.


리온은 이성을 잊어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go] 마지막 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7 [Ego] 5장 1화 21.10.05 33 1 13쪽
246 [Ego] 4장 72화 21.10.04 30 1 13쪽
245 [Ego] 4장 71화 21.10.01 28 1 12쪽
244 [Ego] 4장 70화 21.09.30 25 1 12쪽
243 [Ego] 4장 69화 21.09.29 25 1 12쪽
242 [Ego] 4장 68화 21.09.28 30 1 13쪽
241 [Ego] 4장 67화 21.09.27 26 1 12쪽
240 [Ego] 4장 66화 21.09.24 30 1 12쪽
239 [Ego] 4장 65화 21.09.23 29 1 13쪽
238 [Ego] 4장 64화 21.09.22 28 1 13쪽
237 [Ego] 4장 63화 21.09.21 25 1 12쪽
236 [Ego] 4장 62화 21.09.20 26 1 12쪽
235 [Ego] 4장 61화 21.09.17 27 1 13쪽
234 [Ego] 4장 60화 21.09.16 25 1 12쪽
233 [Ego] 4장 59화 21.09.15 23 1 12쪽
232 [Ego] 4장 58화 21.09.14 25 1 13쪽
231 [Ego] 4장 57화 21.09.13 25 1 12쪽
230 [Ego] 4장 56화 21.09.10 24 1 12쪽
229 [Ego] 4장 55화 21.09.09 22 1 13쪽
228 [Ego] 4장 54화 21.09.08 25 1 12쪽
227 [Ego] 4장 53화 21.09.07 24 1 15쪽
226 [Ego] 4장 52화 21.09.06 22 1 13쪽
» [Ego] 4장 51화 21.09.03 33 1 13쪽
224 [Ego] 4장 50화 21.09.02 33 1 15쪽
223 [Ego] 4장 49화 21.09.01 30 1 14쪽
222 [Ego] 4장 48화 21.08.31 24 1 12쪽
221 [Ego] 4장 47화 21.08.30 24 1 12쪽
220 [Ego] 4장 46화 21.08.27 28 1 13쪽
219 [Ego] 4장 45화 21.08.26 25 1 14쪽
218 [Ego] 4장 44화 21.08.25 29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