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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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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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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86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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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35,784

작성
21.11.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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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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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go] 6장 9화

DUMMY

쓸데없는 소란을 일으키면 블론드가 말하는 여인을 찾기 어려워진다.

그런 판단으로 암인의 뒤를 따라온 리온은 안내된 장소에 의문을 떠올렸다.


‘주인을 말한 게, 홍매관의 주인이었던 건가.’


리온 일행이 홍매관에 들어서고 겨우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아무런 사건을 일으키지도 않았고, 눈에 띄는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더욱 리온은 홍매관의 주인이 자신들을 부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평범한 여행객. 그게 리온 일행의 정체다.


‘···그게 아니라면.’


리온은 홍매관의 내부를 걸으며, 시선만을 블론드에게 향했다.

홍매(紅梅). 홍매관에 있는 여인. 그리고 무엇보다.


‘곰방대, 인가.’


곰방대에 새겨진 단 하나의 홍매(紅梅) 가지.

이곳의 주인이 리온 일행에게 흥미를 보였다면, 곰방대와 블론드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다.

그에 리온이 블론드에게 시선을 향하자, 블론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리고, 잠시 후면 홍매관의 주인을 만나는 상황이다.


‘기다릴까.’


간단한 의뢰라고 받아들인 일이 점차 귀찮은 일로 변하기 시작하자, 리온은 한숨을 내뱉으며 홍매관을 걸었다.

홍매관은 넓은 터의 중요 건물답게, 홍매관 터 중에서도 가장 넓다. 이어지는 복도는 정갈하며 고요하고. 조그마한 소란하나 일지 않는다.


- 스윽.


리온과 레나드, 체이스를 안내하던 암인이 한 손을 들며 리온 일행을 멈춰 세웠다.

그에 발걸음을 멈추니, 암인은 눈앞의 종이문에 손을 얹고.


- 콩콩.


작게 두드렸다.


“암주(暗主), 예의 인물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암주. 암인의 주인이라는 이야기에 리온은 다시 블론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블론드는 어딘가 긴장한 기색으로 문 너머를 바라볼 뿐. 리온의 시선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그 모습에 리온은 얼굴을 찌푸리고, 문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들어오시게.”


문 너머의 목소리는 높고 얇다.

여성의 것. 그러나 심지가 굳다.

목소리로 대략적인 성향을 읽어낸 리온은 천천히 열리는 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 “···.”


일순.

뒤편에서 전해진 기색에 의식을 돌리는 것도 찰나.

리온은 다시 눈앞의 모습에 의식을 집중했다.


“대화를 나누려 초대했습니다. 부디, 편하게 앉으시기를.”


넓은 방. 방 곳곳에 놓인 예술품. 넓게 뚫린 두 개의 창.

그리고.


“···.”

“···.”


방 한가운데를 장식한 홍매(紅梅)의 책상과 거치대.

거치대의 크기는 우연히도, 곰방대 정도의 크기.

찰나에 불과한 순간. 리온은 거치대에 시선을 두었다가 돌렸다.

그러나 그 찰나를 잡아낸 여인은 제 속내를 감추고 간드러진 미소로 리온 일행을 반겼다.


“안내, 수고했어. 돌아가도 좋아.”

“예.”


리온 일행이 저마다 방에 놓인 방석에 앉자, 여인은 암인들을 돌려보냈다.

방에 남은 것은 비전투원인 여인과 전투원인 리온 일행.


‘···.’


다만, 리온은 여인의 분위기가 일반인은 아니라는 것을 파악했다.

레나드와 체이스도 여인과 마주한 순간부터 묘한 긴장감을 품었다. 이 방에서 유일하게 태연한 이는 물론.


- “흠, 좋은 방이로구나.”


블론드다.

유령인 덕에 제 모습을 조절할 수 있는 블론드는 지금, 리온 일행에게만 보이도록 한 상태다.

그에 블론드가 주변을 날아다니는 것도 잠시.


“우선, 갑작스러운 초대를 받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이 홍매관의 주인. 셀리나라 합니다.”

- “···.”

“리온.”

“레나드. 부르는 건 부디, 자유롭게.”

“체이스다.”


리온과 레나드. 체이스가 저마다 자신을 소개한 직후.

셀리나는 간드러진 웃음을 유지하며 물었다.


“제가 여러분을 초대한 것은 별것 아니랍니다.”


다만, 리온은 포근한 듯 보이는 셀리나의 웃음 속에 차가운 감정이 서려 있다는 걸 직감했다.

단순한 감에 불과하다. 그러나 레나드와 체이스는 더욱 자세히 파악한 모양인지, 둘의 긴장감은 더욱 커졌다.


“리온 씨.”


셀리나와 시선을 마주한 리온은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도 휴식을 취하기에는 무리라는 걸 이해한 탓이다.


“당신의 품속에 있는 물건. 그게 어디에서 난 것인지, 물어도 될까요?”


리온의 품속에 있는 물건. 보나 마나 곰방대다.

실제로 리온은 들고 다닐 수 있는 물건은 직접 들고 다니고 있다. 수납 마법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지칠 정도로 영혼이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이미 확신을 지닌 셀리나의 모습에 리온은 숨기지 않고.


- 툭.


품에서 곰방대를 꺼냈다.

리온이 곰방대를 꺼낸 직후, 셀리나의 눈매는 미묘하게 좁혀졌다.


“이거, 말이지.”

“그렇네요. 공교롭게도, 제가 아는 이의 물건과 심히도 닮았기에.”


이미 귀찮음을 느끼고 있는 리온과 달리, 셀리나는 더욱 차가운 눈을 보이며 시선을 마주했다.

레나드와 체이스는 리온의 선택을 기다리고, 블론드는 공중을 유영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그에 리온은 시선을 움직이지 않고.


“블론드.”

- “음?”

“···?”


블론드의 이름을 불렀다.


“네가 찾는 여인이 눈앞의 인물인가?”

- “그리 허공에 대고 말하면 광인 취급을 받을 텐데···.”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셀리나가 의문을 보이는 사이, 블론드가 모호한 표정을 지으며 셀리나를 살폈다.

그리고.


- “음.”


고개를 끄덕이더니.


- “모르겠군.”

“···뭐?”


알 수 없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그에 리온이 당황하여 목소리를 내자, 참다못한 셀리나가 조용히 물었다.


“리온 씨. 무엇을 하는지요?”

“···하아.”


더욱 상황이 얽힌다고 판단한 리온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설명하지 않을 수는 없었기에. 리온은 곰방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에 영혼이 귀속되어 있어. 그 영혼이 주인이 될 자를 찾는다고 하는데.”

“···영혼? 귀속? 그게 무슨···.”


터무니없는 이야기에 셀리나는 연신 의문을 보이기를 잠시. 점차 리온과 일행을 보는 눈이 거짓을 보는 눈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에 리온은 블론드를 바라보며 물었다.


“주인을 특정할 정보는.”

- “으음, 그렇지. 지금 상황에서는 나도 곤란한 모양이니.”


셀리나가 무언가 움직이기 직전.


- “홍매(紅梅)의 약속.”

“홍매(紅梅)의 약속.”


블론드가 말을 내뱉은 직후, 리온이 그 말을 따라 말했다.


“···.”


레나드와 체이스가 긴장감을 높이며 당장에라도 움직일 수 있도록 지켜보는 상황.

그에 리온으로부터 내뱉어진 말의 효과는 상당했다.


“당신이···. 어떻게···.”


셀리나는 당황한 듯 시선이 이리저리 방황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리온은 반 정도 직감하고, 다시 블론드에게 물었다.

아니, 확신을 지닌 채. 확인을 위해 물었다.


“블론드. 너, 기억을 잃었네.”

- “···잃은 건 아니지, 이 상태가 된 후로는 처음부터 그랬으니.”


셀리나는 당혹과 의문. 경계가 섞인 시선으로 리온을 바라봤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 “이젠 그리 소용없나.”


블론드가 체념한 직후.


“···! 당신!”


블론드의 모습이 셀리나에게도 보이게 되었다.

영혼 상태인 블론드는 스스로 모습을 숨길 수 있다. 반대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자유자재.

셀리나에게 모습을 드러낸 블론드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셀리나를 마주했다.

반면, 셀리나는 놀란 모습을 미처 숨기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블론드를 바라봤다.


- “나를 알고 있는가?”

“···기억을 잃었다 했지요.”


블론드의 물음. 그 물음에 오히려 차분해진 듯한 셀리나는 조용히 되물었다.

리온의 이야기는 셀리나도 들을 수 있었다. 그 상대가 블론드라면, 기억을 잃은 것은 블론드.

셀리나가 차분히 물으니, 블론드는 묘한 기백에 이끌려 고개를 끄덕였다.


- “내 기억을 잃긴 했으나. 이 몸은 명명백백한 도사일세.”


당당히 자신을 고하는 블론드와 달리.


“···그렇지요. 그렇겠지요.”


셀리나는 차분하다 못해 냉정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잠시, 눈을 감았다 뜬 셀리나는 이전과 달리. 완전히 냉정해진 모습으로 고했다.


“나가세요. 다시 부르지 않겠습니다. 가능하다면 일정을 일찍 끝내고, 홍매관에서 나서주세요.”

“···.”

- “으음···?”


리온이 얼굴을 찌푸리고, 블론드가 의문을 보이는 것도 잠시.


“암인. 손님들 돌아가셔요. 안내를 부탁합니다.”

“예.”


어느샌가 나타난 암인에게 리온 일행은 떠밀리듯 방에서 나왔다.

방에서 떠밀려 나온 레나드는 모호한 표정을 짓고, 체이스가 리온의 반응을 살폈다. 그러나 리온은 블론드만을 바라봤다.

정작 가장 중요한 블론드가.


- “으음···? 내가 찾던 여인이 아니란 말인가?”


기억을 전혀 떠올리지 못한 채, 연신 고개만 기울였다.


“블론드.”

- “왜 그러지?”

“일단, 돌아간다.”


리온은 이번 일도 쉽게 풀리지 않는다며 속으로 한탄하고, 일행을 이끌고 여관으로 향했다.

리온은 이번 상황을 이미 짐작했다. 셀리나는 분명 블론드가 찾는 인물이다. 그러나 블론드는 온전한 기억이 없고, 셀리나는 온전한 기억이 있다.

그에 셀리나가 블론드를 밀어내는 상황이다. 다만, 블론드는 얼마 없는 기억으로나마 셀리나를 찾으려 한다.


‘영혼인 상태에서 기억이 남을 정도라면. 집착, 집념, 후회, 원한.’


블론드의 모습을 관찰한바. 그 무엇도 해당하지 않는다.

그에 리온은 한 가지 단어를 떠올렸다.


‘홍매(紅梅)의 약속.’


블론드가 기억한 단어이자, 셀리나가 반응한 이야기다.

리온 일행이 숙소에 도착한 직후.


“어라, 리온?”


베르 일행이 물고기로 가득한 바구니를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잠시 물고기 바구니를 바라본 리온은 이내 시선을 돌리고, 곧장 베르에게 물었다.


“베르. 한 번 더 가능할까.”

“···리온.”


한 번 더.

즉, 영혼 마법이다.

특별한 말 없이 곧바로 이야기가 통한 베르는 시선을 돌려서 블론드와 리온의 모습을 확인했다.

그리고 단언.


“죽을 거야.”


리온의 영혼 마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레네만을 위한 마법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리온은 영혼 마법을 사용하며 그때마다 변형을 가했다. 그 탓에 리온이 지닌 부담은 늘었고, 영혼이 빠르게 무너졌다.

그나마 적합성이 있는 경우에는 부담이 적었으나.


“그쪽의 아이와 영혼 마법은 상극이야, 리온.”


블론드는 자신 스스로 영혼을 귀속시킨바.

그 방법이 도술이라는 특이성 때문에 영혼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

사용하더라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고, 리온의 영혼이 완전히 사라지리라.

베르의 확답을 들은 리온은 그 이상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베르. 결계를 부탁해.”


아리엘과 루미아는 상황을 지켜보느라 얌전하고, 레나드와 체이스는 이야기를 이해하고 주변 경계를 가느라 이 자리에 없다.

블론드는 리온이 무엇을 하려는지 모르고, 알고 있는 것은 베르 뿐이다.

그러니 베르는 입을 열었다.


“리온. 부탁하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이야기해. 안 그러면 안 도와줄 거야.”


베르의 단호한 이야기에 리온은 고개를 끄덕이고, 당장 전할 이야기부터 하기로 했다.


“레네를 회복시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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