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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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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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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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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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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go] 5장 17화

DUMMY

영주 일행이 지하로 들어온 후. 갑작스레 오열하기 시작한 영주와 놀란 모습으로 리온을 바라보는 보좌관. 당황한 영주 일행 등.

단번에 혼란스러워진 자리에서, 리온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귀찮아.”


단적인 감상.

그러나 사실이다.

리온은 불과 조금 전까지 잠식당한 생물들을 정화하는 일을 처리했다. 마력을 이용해 오염된 마력을 밀어내는 일은 한 번 행할 때도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레네를 치료하기 위해 방법에 익숙해진 리온이라고 해도, 수백 번 반복하면 지칠 수밖에 없다.

리온의 목소리를 들은 레나드는 어깨를 으쓱이고, 지쳐 보이는 리온을 대신해서 영주 일행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아, 저기? 그쪽이 누구인지 먼저 말해주지 않을래?”


영주 일행을 상대로 말을 건넨 레나드는 이미 반쯤 짐작하고 있다. 저들의 복장은 단정하다. 게다가 병사와 기사를 대동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이 도시에서는 극히 드물다.

반쯤 대답을 예상한 레나드는 리온과 베르를 뒤로 두고, 영주 일행에게 다가갔다.


“기, 기다려라! 정체를 밝히기 전까지는 가까이 올 수 없다!”


병사와 기사들은 갑작스레 오열하기 시작한 영주와 당황한 보좌관을 대신해서 수상쩍은 이들. 리온 일행을 경계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모두 물러나라! 저, 저분들은 내가 직접 맡겠다!”


어느새 정신을 차린 영주가 다가왔다. 영주가 직접 다가오자, 일행은 당황하면서도 자리를 비켜섰다. 보좌관은 말없이 영주에게 손수건을 건네고 자리를 비켰다.

영주의 얼굴은 한없이 붉게 물든 상태로 리온 일행의 앞에 섰다.


“···누가, 한 겁니까?”


리온 일행의 앞에 선 영주는 물었다. 누가 한 것인지.

그 질문에 레나드는 고개를 내저으며 시선을 리온에게 향했다. 레나드의 시선을 따라 영주도 시선을 리온에게 향했다.

그리고.


“감사···. 감사합니다!!”


리온을 바라보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러운 행동을 반복하는 영주의 모습에 병사와 기사들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보좌관만큼은 영주와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였다.


“···.”

“리온, 무슨 일을 했는데?”


상황을 모르는 것은 레나드도 마찬가지. 그에 리온이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돌리자, 영주가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저주받은 이들이 있었습니다.”

“저주?”

“···예. 어느 날, 불현듯 나타난 저주. 그 저주는 발하크 대사막 방면에서 넘어온 마수에게 비롯되었습니다.”


영주가 천천히, 과거를 회상하며 얼굴을 찌푸리자. 그 이야기를 들은 병사들은 무언가 짐작가는 듯 놀란 모습으로 주변을 바라봤다.

저주. 정확히는 저주가 아닌, 변질한 마왕의 마력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보기에 마왕의 마력에 잠식당한 이들은 저주받은 것과 다름없다.


“저주는 강력해서,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저주받은 이들은 공격성이 강해지고, 이성을 잃는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두었다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저주받은 마수를 비롯해, 마수의 공격을 받아 저주받은 이들까지···.”


당시 영주는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시의 전력을 이용해 마수를 제압했다. 하지만, 마왕의 마력을 얻은 마수를 쓰러뜨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영주는 지하의 공간을 만들어, 가사 상태로 만드는 액체에 가두었다. 저주받은 마수. 그리고 저주받은 사람까지.

이야기하던 영주는 다시 감정이 복받친 듯, 눈물을 쏟아내며 말을 이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었습니다···. 제 능력이 부족해서···! 그들을 내치지도 못하고···. 그저, 그저 이곳에 두는 수밖에는···!”


마수의 공격을 받아 마왕의 마력이 잠식되기 시작한 이들. 그런 이들까지 불러들여, 가사 상태로 둔 영주는 시선을 올려, 리온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한번.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고개를 숙이며, 절하듯 인사를 올렸다.

그 모습을 본 리온은 한숨을 내쉬었다. 영주의 반응이 지나치게 무거웠던 탓이다.


“겸사겸사한 일이니까.”

“그런가? 일일이 해주 했잖아?”

“···베르.”


베르의 쓸데없는 한 마디에 리온은 얼굴을 찌푸리고, 영주는 더욱 감사함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보좌관마저 고개를 숙이는 상황에 병사들과 기사들이 경례를 고민하던 순간.


“으, 여, 여긴···.”


벽면에 늘어진 침대. 그곳에 누워있던 사람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버님?”


침대에 있던 이들 중 한 명이 영주를 바라보고 놀랐다.

영주 자신을 부른 목소리에 영주는 시선만으로 리온에게 향해도 되는지 물었다. 리온은 점점 영주의 대응에 귀찮음을 느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리온이 허락한 순간, 침대로 달리듯 향한 영주는 자신을 부른 아이를 끌어안았다.


“다시, 못 볼 줄 알았다. 레니···.”

“네? 그, 여기는···.”


영주가 끌어안은 이. 그 아이는 영주의 딸이다.

영주의 딸이 일어난 직후, 차츰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저마다 주변 상황에 당황하며 기사들과 병사를 불렀다. 그 모습을 본 보좌관은 리온 일행에게 인사를 남기고, 조심스레 사람들에게 향했다.


“···가도 되겠지?”

“으음···. 그렇지 않을까?”

“역시, 그렇게 되는 건가.”

“쯧.”


영주와 보좌관이 사람들의 대응을 주력하고, 병사와 기사들이 사람들을 돕는 사이.

자신들을 향하던 시선이 사라진 걸 확인한 리온 일행은 조용히.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


“어라? 그분들은?”

“···! 이런!”

“보좌관! 돌아가면 곧바로 수배를 내려라! 그분들은 은인이시다!”

“예!”


마치 연기처럼.

그 장소를 빠져나왔다.


-+-


“하아···.”

“이제 끝났으니까. 괜찮아, 리온.”


영주의 시선을 벗어난 리온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 많은 마력을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리온은 권태감과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그 사실을 자각할 때마다 리온은 자신의 상태를 절실히 깨달았다.


‘마법을 이용한 전투는 힘들겠네.’


마법사로서 명성을 떨쳤던 리온. 그러나 지금은 마법을 이용한 전투가 불가능하다. 그 사실에 리온은 한숨을 내뱉고, 이미 반쯤 정리한 고집을 완전히 접어버렸다.

리온 자신의 고집보다 중요한 게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설령 리온은 제 한 몸이 움직이지 않더라도 목적을 이룰 수만 있다면 기꺼이 몸을 망칠 생각이다.

차분히 도시를 걷던 세 사람 사이에서 걷던 레나드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리온. 거점은 조사했어?”


거점.

주호 대륙을 찾은 이유를 떠올린 레나드는 자연스럽게 리온에게 물었다. 비록 전투로 인한 사고라고 해도, 리온은 카타스트로피라는 조직의 옛 거점에 들어섰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

“어···. 설마.”


리온은 물론, 베르마저 거점을 둘러보진 못했다.

거점이 이미 버려졌다는 사실은 쉽게 알아차렸다. 그러나 그 이상은 알 수 없었다. 떨어진 존재를 찾은 것 때문이며, 이반이 거점을 통째로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다만, 거점이 무너졌더라도 리온과 베르라면 정보를 찾을 수 있다. 레나드는 리온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지 눈치채고 먼저 입을 열었다.


“난 안 가.”

“네 놈···! 아버님의 명을 거절할 생각인가.”


레나드가 거절하자, 곧바로 체이스가 반응했다.

당장이라도 달려든 듯한 체이스가 반응만 보이고 움직이지 않는 것도, 레나드와의 유대를 쌓았기 때문이다. 그에 레나드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차분히 이유를 설명했다.


“첫째. 거점은 이미 반괴 상태일 거야. 정보도 부족하겠지?”

“···그 정도는 문제 되지 않는데.”

“그래, 그렇겠지. 마법을 쓰거나, 마술 도구를 쓰면 될 테니까.”


리온의 반론을 예상한 레나드는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


“그럼, 리온. 다시 그 거점을 찾을 수는 있어?”

“···.”


레나드의 질문에 리온은 입을 다물었다.

발하크 대사막에는 다양한 재해가 일어난다. 그중 하나로, 마나 신기루가 있는 이상. 리온 일행은 거점에 도달할 수 없다.

마나 신기루는 길을 헤매게 하는 천연미로. 발하크 대사막 전체가 거대한 마법진인 이상, 전성기의 리온이 아닌 지금은 마나 신기루를 깨는 게 불가능하다.

그걸 가능하게 만들던 도구도 떨어진 존재를 쓰러뜨리는 데 사용해버렸다.

즉.


“아하하. 그렇네···. 곤란하게 됐어. 어쩌지, 리온?”

“하아···.”


리온 일행은 거점을 구경은 둘째로, 향할 수조차 없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챈 리온은 한숨을 내쉬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시. 입을 연 것은 리온이 아닌, 베르다.


“그 아이를 찾는 건 어때?”

“···패트릭?”

“응! 그 아이는 길 안내를 할 수 있었잖아?”

“그렇지.”


이미 한 번 길 안내의 경험이 있는 패트릭. 패트릭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야기에 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레나드는 결국 사막으로 향해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레나드를 대신해, 체이스가 패트릭의 위치를 찾아 도시를 걸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한 건물.


“도서관인가?”

“으음···. 재밌어 보이는 책도 있네?”


패트릭과 루제니아가 숨은 도서관이다. 도서관 그 자체에 관심을 보이는 레나드와 베르를 무시한 리온은 지하로 향했다.

지하는 나름 넓은 곳으로, 튼튼한 문이 길을 막고 있다. 그에 리온은 잠시 검을 보고, 한숨을 내쉬며 얌전히 손을 올렸다.


- 통통.


문을 두드리기를 잠시.


“누구야?”


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온은 처음 듣는 목소리에 잠시 고개를 기울였으나, 단적으로 대답했다.


“패트릭은.”

“뭐···?”


문 너머의 인물이 당황하는 것도 잠시.


“리, 리온 씨인가요!?”


문 너머에서 커다란 소리와 함께 당황한 패트릭이 문을 열었다.


“···너.”


벌컥 열린 문과 달리, 패트릭의 모습은 초췌하기 짝이 없다.

분명 대사막에서 보았던 패트릭의 모습과 다르다. 명백히 기운을 잃은 패트릭의 모습에 리온이 얼굴을 찌푸리기도 잠깐. 리온은 문 너머의 기척에 경계를 품었다.


“이건···.”

“아버님, 제가 처리할까요?”

“아니.”


문 너머에서 느껴지는 것은 익숙한 기척.

체이스가 반사적으로 적의를 품을 정도로 진한 기척이긴 하나, 리온은 기척의 정체를 깨닫고 패트릭이 초췌해진 이유를 깨달았다.

그에 리온은 패트릭과 루제니아를 무시한 채, 문 너머의 안쪽으로 향했다.


“쯧···.”


그리고.

그곳에 있는 것은.


“끄르으···.”

“크응···.”


이미 몸 대부분이 저주에 잠식당한 두 마리의 동물이다.

샐리와 윌리. 두 마리는 몸에 마력이 없다. 그 덕에 저주의 침식이 늦추어졌으나, 리온이 보기에 지금 상황은 한참이나 늦었다.

각각 등과 뒷다리에서 시작된 저주의 침식은 머리와 꼬리만 남긴 채 완전히 몸을 뒤덮었다.


“···.”


변질한 마왕의 마력과 마왕의 저주가 다른 점은 특징적으로 두 가지다.

마왕의 마력에 잠식당하면, 제 몸에서 변환되는 마력이 강할 경우. 밀어낼 수 있다. 단순히 몸에 들어온 마력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왕의 저주는 다르다. 몸 그 자체에 퍼지는 저주는 몸의 구조를 바꾸고, 영혼마저 일그러뜨리기 시작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눈앞의 두 마리는 아직 영혼이 멀쩡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것도 시간문제다.


“리온 씨···! 도와주세요!!”


뒤늦게 리온을 따라온 패트릭이 리온에게 매달리듯 애원하기 시작했다.

패트릭에게 눈앞의 두 마리는 자신의 파트너이자, 가족이나 다름없다. 발하크 대사막에서 자신을 살려준 은인이며, 오랜 시간을 함께한 가족이다.

그런 두 마리가 말라죽듯 천천히 기력을 잃어가니 패트릭은 리온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리온.”


도서관의 모습을 살피던 베르도 지하의 소란을 깨닫고 내려왔다.

베르는 그저, 잔잔한 눈으로 리온을 바라봤다.


“하아···.”


패트릭의 애원 섞인 시선과 베르의 잔잔한 시선.

그 두 가지를 모두 받는 리온은 머리를 헝클어뜨리더니.


“나가. 일단, 가능한 만큼 할 테니까.”


눈앞의 두 마리에게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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