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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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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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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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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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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go] 6장 3화

DUMMY

루미아가 태연하게 중얼거린 이야기.

녹색 돌을 보고 자신의 검이라 중얼거린 이야기에, 아리엘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정신 차린 아리엘은 녹색 돌을 꺼낸 리온과 녹색 돌을 확인한 루미아를 바라봤다. 두 사람은 특별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아리엘로서는 당황스러운 이야기다.


“검···?”


리온이 꺼낸 녹색 돌은 작다. 손에 올리면 손바닥 정도의 크기로, 한 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다.

그런 녹색 돌을 검이라고 한 루미아의 발언에 아리엘은 고개를 기울이며 의문을 보였다.

녹색 돌은 아리엘 가문의 가보. 가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도장에서도 중요히 여겨지던 물건이다.

도장에서 물건을 들고나온 아리엘은 힐튼에서 잃어버리게 되었으나, 리온 덕분에 찾을 수 있었다.


“아···. 응, 정확히는 검에 붙어 있던 장신구야.”

“···그런가.”


루미아의 이야기에 리온 또한 흥미를 보이며 녹색 돌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리온이 처음 녹색 돌을 받았을 때는 아무런 특징도 없었다. 그러나, 루미아는 아무런 특징 없는 녹색 돌을 찾아냈다.

그에 의문을 보인 아리엘과 흥미를 보인 리온의 모습에 루미아는 어색한 웃음을 짓더니.


“아리엘, 잠시 나를 좀 들어줘.”

“응? 아, 응.”


아리엘의 손에서 검의 형태, 『믈리넷』으로 변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리온과 아리엘의 귓가로 루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검의 아랫부분. 손잡이 부분에 작은 홈이 있지?”

“아, 찾았어. 정말 있네?”

“···흥미로운데.”


루미아가 변한 형태는 검이다. 『칼라드볼그』와 전혀 다른 검. 검신이 작게 휘어있는 곡도 형태의 검, 『믈리넷』의 손잡이에는 루미아가 말한 것처럼 작은 홈이 파여 있다.

마치, 처음부터 당연하다는 듯 파여있는 홈을 확인한 아리엘은 리온을 바라봤다.


“그, 리온 씨.”

“자.”

“감사해요!”


애초에 아리엘의 부탁으로 찾아온 녹색 돌이다.

꺼낸 이유도 아리엘에게 돌려주기 위해서이기에, 리온은 녹색 돌을 건넸다. 지금 리온은 녹색 돌과 루미아의 관계에 더욱 흥미를 보이는 중이다.

녹색 돌을 받아든 아리엘은 녹색 돌과 『믈리넷』에 파인 홈을 보다가.


“루미아, 끼워 넣으면 돼?”

- “응, 부탁할게.”


루미아의 확인을 받고, 녹색 돌을 홈에 끼워 넣었다.


- 딸깍.


홈에 비해 조금 커 보였던 녹색 돌은 처음부터 제 모양이었던 듯, 홈 사이로 깔끔하게 들어섰다.

그 모습을 본 리온과 아리엘은 물론, 지켜보던 레나드와 체이스도 감탄했다.


“흥미로워.”

“우와···. 예쁘다.”

“···기척이.”

“호, 강대해졌군.”


일순.

녹색 돌이 『믈리넷』으로 장착된 단 한 순간 막대한 마력과 기척이 피어올랐다. 그러나 지금은 그 모든 마력과 기척이 마치 백일몽인 듯, 조금의 흔들림조차 없다.

하지만.


“후우. 지금은 이 모습이 더 편하네.”

“···익숙한 모양이네.”

“그렇지? 아무래도 내 힘이니까.”


그 자리에 있는 모두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마력과 기척. 그 강대한 힘은 사라진 게 아니다. 그저, 루미아가 완벽하게 조절하고 있을 뿐이다.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회수한 힘은 루미아의 내부에서 조용히, 작은 위화감도 없이 돌고 있다.

그 사실을 이해한 일행은 루미아의 터무니 없는 실력에 감탄했다. 동시에 리온은 녹색 돌의 정체에 의문을 품었다.


“검, 이라고 했던가.”

“응. 예전에 사용하던 물건이지. ···완전히 부서졌다고 생각했는데, 보석 부분은 남았었나 봐?”


오래전.

루미아가 사람의 형태를 이루고 있을 때 사용하던 물건. 그 물건을 받아들인 루미아는 더욱 강대해졌다.

그에 리온은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루미아와 인연이 있다는 것. 그리고 오래된 물건. 이 두 가지 사실이 루미아의 힘을 늘린 게 아닌가 하는 가설이다.

문득 제 손에 들린 자료를 확인하던 리온은 드물게 불만스러운 베르의 목소리를 들었다.


“···보석은 아니지. 그냥 돌인데.”


목소리는 한없이 작아서 리온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훗.”

“···흥.”


찰나.

리온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짧은 시간. 그 사이에 루미아는 베르를 향해 웃어 보였고, 베르는 양볼을 부풀렸다.

그 사이에도 리온은 자료를 확인하며 녹색 돌이 루미아에게 미친 영향을 확인했다.


“리온.”

“···왜.”


자료를 확인하던 리온을 향해 말을 건넨 루미아는 마차 밖을 가리켰다.


“잠시 몸 좀 풀어도 될까? 조정하고 싶은데. ···어때, 아리엘?”

“아, 응? 그렇네···. 사용하던 검이 갑자기 달라지면 곤란하니까.”

“그렇게 달라지진 않았을걸?”

“그러면 다행이지만···.”


루미아는 아리엘과 영혼 마법으로 이어진 상태로, 아리엘의 무기는 『믈리넷』이다.

녹색 돌을 통해 늘어난 힘이 『믈리넷』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리온도 모른다. 그에 흥미를 보인 리온이 고개를 끄덕이자, 베르가 마차를 멈추기도 전에 루미아와 아리엘이 뛰어내렸다.

두 사람이 뛰어내린 지점은 마침 산에서 내려온 후. 주변을 둘러봐도 인기척 하나 없는 평원이다.


“좋아, 여기면 충분하네.”

“알았어. 그럼···.”


루미아가 신난 모습을 본 아리엘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머금은 모습으로, 중얼거렸다.


“『믈리넷』.”


그 목소리에 부응하듯, 루미아의 몸이 연초록의 빛에 휩싸였다.

마치 나뭇잎이 떨어지듯 빛이 흔들린 직후. 루미아의 모습은 사라지고 아리엘의 손에 기다란 곡도 한 자루가 쥐어졌다.


“리온 씨! 잠시 훈련 좀 할게요!”

“······하아.”


이미 대답하기 전에 뛰쳐나간 두 사람의 모습에 한숨을 내쉰 리온은 적당히 손을 흔들고, 두 사람의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레나드와 체이스도 주변을 경계하며 흥미를 보이는 등. 일행 모두가 두 사람이 할 행동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선을 한몸에 받은 아리엘은 태연하게.


“후우.”


숨을 고르고.


- 꽈악.


손잡이의 감각을 확인하더니.


- 추욱.


제 몸을 늘어지도록 힘을 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리엘은 한 번. 두 번. 검을 들어 연무를 펼치기 시작했다.

평범한 초식. 아무런 힘도 없는 동작. 이어지는 동작은 하나의 연극을 연상케 했다.


“뭐지···?”

“쉿! 두 사람은 집중하고 있는 거야.”


검에 관해 완전히 문외한인 레나드가 의문을 보이며 중얼거리자, 베르가 입을 막았다.

아리엘은 그 후도로 몇 차례 검을 휘두르며 일정한 행동을 반복했다.

그리고.


“···후우. 좋았어.”


마지막 자세를 끝으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끝까지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레나드가 연신 고개를 기울이고 있을 때, 체이스가 혀를 차며 간단히 설명했다.


“저 둘은 조율을 한다고 말했다. 멍청이.”

“···으음, 그러니까. 그 조율이 검무인가?”


체이스의 독설을 무시한 채 정보만 받은 레나드는 이해할 듯하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리온은 간단히 정리했다.


“넘치는 힘을 절제. 절제한 힘을 연계. 루미아는 아리엘이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의 힘만 꺼냈고, 아리엘은 꺼낸 힘을 완벽하게 제어한 거야.”

“그렇구나···.”


그제야 이해한 레나드는 다시 한번 두 사람을 바라봤다.

아리엘은 검무를 펼치는 짧은 사이에, 소나기가 지난 듯 땀을 흘리고 있다. 검무를 펼치는 사이에 긴장이 풀린 탓이다.

그 모습을 보고 겨우 두 사람의 행동이 상당한 난이도라는 걸 이해한 레나드는 감탄했다.


“전혀 기척이 안 났는데.”

“그래. 그러니 더 위협적인 거다. 저 검은.”

“···그렇네.”


조금의 기척도 없이, 막대한 힘을 휘두른다.

그 사실에 감탄하고 경악한 레나드는 문득 제 손을 내려다봤다.


“···뭐, 분야가 다른 거니까.”


레나드가 두 사람의 행동에 감탄하는 사이. 리온은 짐칸에서 마술 도구와 마법 도구를 꺼내며 두 사람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부족하지?”

“···예!”

- “그렇네. 조금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두 사람의 힘은 이 정도가 아니다. 본래라면 제대로 된 훈련실이 필요하겠지만, 리온은 두 사람의 힘을 보고 싶었기에 적당한 준비를 마쳤다.

그 모습을 본 베르는 묘한 불안감을 느꼈다.


“리온. 괜찮을까···?”

“아마.”

“···아마?”


베르의 시선을 피한 리온은 마술 도구와 마법 도구로 간이 결계를 펼쳤다.

두 사람의 힘은 주변을 향한 영향이 너무 크다. 간단히 말해서, 아리엘이 제대로 검을 휘두르면 산이고 평야건 뒤집힌다.

그에 리온이 결계를 펼치자, 아리엘과 루미아는 만족스러운 듯 힘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준비됐어?”

- “물론. 언제든지 시작해도 돼.”


『믈리넷』을 통해 전해지는 힘. 그 힘의 편린을 확인한 아리엘은 만족스러운, 상당히 기쁘다는 듯 환한 웃음을 지으며.


- 후웅.


검을 휘둘렀다.


- 후웅.


한 번.

두 번.

이어지는 검격은 그저 위에서 내려지는 단순한 동작.

그러나.


“···리온. 결계는 안 깨지는 거 맞지?”

“출력 조절 중이니까.”

“리온···. 나도 결계를 쳐둘까?”


그 모습을 보던 레나드는 소름이 돋은 팔을 애써 무시한 채, 리온에게 물었다. 베르는 결계를 추가로 준비할지 물었고, 리온만 태연했다.


- 부웅.


아리엘이 휘두르는 검.

『믈리넷』이 만들어내는 궤적은 그저 푸르다.

푸르지만, 태산과 같다. 아리엘의 곧은 자세는 태산을, 『믈리넷』의 궤적은 강을, 내려치는 공간은 하늘을 연상 시킨다.

검 하나로 이어지는 연상. 그러나 그 모습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아리엘과 『믈리넷』을 통해 청량한 마력이 피어오른다.

마치.


“숲이네.”


울창하고도 우거진 숲.

새벽녘의 청량한 숲의 내음. 그것을 연상시키는 마력이, 결계 내부를 파 뒤집고 있다.

마력만으로 일으키는 천재지변.


“마지막!”

- “마지막은 화려하게 해야지!”


아리엘의 외침과 호응하는 루미아의 목소리.

그것들이 한데 어우러진 순간.


- 화아악.


결계 내부의 마력이 폭발하듯 솟구쳤다.

그리고.


- 파앙.


솟구친 마력은 작은 폭발을 일으키고, 하나의 마법으로 승화되었다.

마력을 구성한 것도 아닌. 그저 막대한 마력을 내보낸 것. 그저 그뿐으로 마법을 구현해냈다.

아리엘과 루미아의 행동을 지켜보던 리온은 그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한참 어긋났네.”


처음 볼 때부터 대수의 존재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 명백히 무언가 어긋났다.

그 사실을 정면에서 확인한 리온은 감탄과 의문. 호기심보다 먼저 한숨이 나왔다.

리온이 한숨을 내쉬는 것도 개의치 않은 아리엘과 사람의 형상으로 돌아온 루미아는 즐겁다는 듯 얼굴 한가득 웃음을 지으며 리온을 향해.


“브이!”

“브이!”


같은 자세를 취했다.


“베르···.”

“으, 응? 내가 알려준 거 아니다?”

“하아···.”


두 사람을 만난 후로 계속 한숨을 내쉰 리온은 정신을 차리고, 마술 도구와 마법 도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리엘이 사용하고, 루미아가 일으킨 힘은 이미 관측이 끝났다. 남은 것은 정리와 적용뿐이다.

그에 리온이 마술 도구와 마법 도구를 정리하고, 결계를 해제한 순간.


- 와르르.


“···.”

“···어라?”

“응···? 아, 너무 강하게 했나?”


결계의 내부.

그 지하가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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