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연재수 :
306 회
조회수 :
14,715
추천수 :
345
글자수 :
1,835,784

작성
21.10.20 18:00
조회
24
추천
1
글자
12쪽

[Ego] 5장 12화

DUMMY

두 사람이 식당을 나선 직후.

두 사람의 앞에 나타난 마수는 커다란 날개를 접으며 거리에 내려앉았다.

독수리의 날개를 지닌 채, 말의 다리를 딛고, 날개와는 다른 양팔을 지닌 마수. 개체의 이름조차 없는 마수의 시야에 비친 것은 자신을 올려다보는 두 사람과 두 마리.


“···.”

“···.”


루제니아와 패트릭. 두 사람과 그 뒤를 따르던 두 마리는 한참 침묵했다. 시간으로는 짧은 시간. 그러나 두 사람과 두 마리가 느끼기에는 한참이나 오랜 시간이 지났다.

분명 자신들을 먹을 포식자. 그 사실을 본능적으로 체감한 두 사람과 두 마리는 조용히, 눈앞의 마수를 살피며 도망갈 순간을 노렸다.

그리고.


“끄오오오!!”


마수가 울음소리를 내지른 순간.


“뛰어!”


루제니아의 신호로 두 사람과 두 마리는 동시에 뛰었다.

달리는 곳은 골목. 마수의 커다란 덩치를 생각하면, 골목으로는 들어설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그 예상을 증명하듯. 커다란 마수는 놓친 두 사람을 쫓고자 팔을 휘둘렀으나, 골목의 건물을 무너뜨릴 뿐. 두 사람과 두 마리에게는 전혀 닿지 않았다.

마수의 공격이 닿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두 사람과 두 마리는 마수가 없는 곳, 발하크 대사막의 맞은편인 입구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아가기를 한참.


“세상에···.”

“···쯧.”


두 사람과 두 마리는 다소 높이차가 있는 언덕에서 도시의 거리를 내려다보게 되었다.

도시의 성벽은 발하크 대사막 방면으로 세워져 있다. 그러나 지금 도시의 모습은 성벽 일부가 크게 무너져 내린 상태에, 성벽 주변의 건물도 상당히 무너져 내렸다.

곳곳에서 마수가 날뛰는 듯 거리는 쉽게 무너졌고, 개중에는 마수의 마법이 반짝이는 곳도 있다.

습격받는 도시. 도시의 현재 상황을 확실하게 파악한 두 사람은 잠시 말을 잃고, 한참이나 거리를 내려다봤다.

게다가.


“하늘에도 있네.”

“···.”


도시의 하늘에서도 간단히 마수가 보이는 상황이다.

이미 이 도시는 전장으로 바뀌었다. 두 사람은 같은 결론에 도달하고, 어떻게 해서든 도시를 탈출하기 위해 길을 찾기 시작했다.

거리의 곳곳이 불에 타거나 마수가 날뛰는 상황인 만큼, 가장 중요한 건 안전한 길의 존재다.


“패트릭, 저쪽으로 간다.”

“예.”


루제니아가 고른 길목을 확인한 패트릭은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을 되찾은 샐리와 윌리도 루제니아가 가리킨 길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에 두 사람과 두 마리는 조용히, 조심히 골목과 골목 사이를 건너며 도시의 입구를 향해 나아갔다.

도시의 입구는 총 셋. 발하크 대사막 방면과 페르나 왕국을 향한 두 개의 입구다.

그리고 지금 발하크 대사막 방면의 입구는 무너진 상태. 그리고 다른 두 개는.


“···젠장.”

“기다려야겠는데요.”


도시를 습격하는 마수의 존재를 깨닫고,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도시 밖으로 향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중에는 짐마저 버리고 몸만 온 사람들도 있는 듯, 크고 작은 다툼이 멀리서도 보일 정도다. 멀리서 그 모습을 살핀 두 사람은 잠시 어떻게 할지를 고민했다.

그와 동시에.


“꺄아아악---!”

“으아악! 도망쳐!!”


불과 조금 전까지 사람들로 가득한 입구. 그곳에서부터 커다란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현재, 도시의 전 병력은 발하크 대사막에서 넘어오는 마수를 막기 위해 나선 상태다. 그러나 병사들이 막지 못한 마수들이 도시를 침공한 상황이 지금.

즉, 도시는 전력 하나 없는 무방비 상태라는 의미다.


“···숨을 곳을 찾자.”

“···괜찮을까요?”

“갈 수밖에 없어.”


이미 도시를 나서는 길마저 마수들로 가득한 현재 상황에서 두 사람이 고를 수 있는 건, 숨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

두 사람과 두 마리는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 쿠구궁.


이어지는 진동과 폭음. 비명과 마수들의 울음소리에 두 사람은 더욱 숨을 죽이며 나아갔다.

국경 부근에 있는 도시는 상당히 넓은 크기다. 왕도와 비교하면 상당히 좁지만, 도시라는 이름을 받을 만큼 상당한 크기를 자랑한다.

도시의 중앙 거리와 아우르는 광장이 네 개. 그리고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은 그중 하나의 광장을 지나친 곳.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책이 있는 만큼, 다른 건물에 비해 튼튼하게 지어진다. 게다가 지하에는 상당히 공을 들여 만든 시설이 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두 사람은 천천히, 골목을 나아가며 마침내 광장 앞에 도착했다.


“보이는 것만 해도 둘이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광장의 직전. 골목에서 바라보는 광장은 이미 반 정도 파괴된 상태다. 광장 곳곳에 붉은 얼룩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이미 한 차례 위험이 지나간 상황이다.

골목에서 광장을 바라본 두 사람은 광장에 자리 잡은 두 마리의 마수를 바라봤다.

한 마리는 커다란 늑대. 건물 하나만큼 커다란 늑대가 무언가를 먹고 있다. 입가의 털은 이미 붉게 물든 상태.

다른 한 마리의 마수는 커다란 뱀. 몸 곳곳에 커다랗게 부푼 모습에 루제니아는 얼굴을 찌푸렸다.


“···하아.”

“루제니아. 돌아가요. 마수가 있어서 갈 수 없어요.”


마찬가지로 두 마리의 마수를 확인한 패트릭은 돌아가는 길을 가리켰다.

다만.


“돌아가면 더 위험할 텐데.”


도서관은 어느 한 곳이던 광장을 넘어야만 도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 탓에 어디서든 한 번은 광장을 넘어야 한다.

게다가 다른 길로 향하는 사이에 마수가 덮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니 눈앞에 있는 두 마리의 마수가 다른 곳에 신경이 팔린 틈을 노리는 게 좋다.

루제니아는 패트릭에게 제 의견을 설명하며 다른 길을 선택하는 위험을 알렸다.


“···가능할까요?”


루제니아의 말도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정보가 부족한 지금 상황에서 지나치게 움직이는 건 위험하다.

패트릭은 루제니아의 이야기를 듣고, 조용히 광장 너머를 바라보며 물었다. 광장에 있는 두 마리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늑대는 눈을 감고 있고, 뱀은 제 몸을 꽈리 틀며 쉬고 있는 상태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 없다.

루제니아 또한, 광장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할 수밖에 없지.”


이미 두 곳의 입구는 마수에게 습격당한 상태다. 하려면 이곳밖에 없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두 사람은 조용히, 최적의 순간을 노리며 숨을 죽이기 시작했다.


-+-


아직 성벽이 무너지기 전.

성벽의 주변으로 모인 기사단과 병사들은 저마다 대열을 이루며, 곧 이어질 전투를 대비해 몸을 풀고 있었다.

그들의 기백은 사지(死地)로 향하는 것을 각오한 이들. 이미 천에 달할 정도로 많은 마수의 이야기는 각자에게 전해진 상태다.

그런데도 대열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가족을 위해서. 고향을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은 고마운 전력이다.”

“그렇네요. ···기사단장, 기사단 전원 준비가 끝났습니다.”


병사들의 모습을 확인한 기사단장은 고개를 끄덕이고, 기사단을 움직이기 위해 몸을 돌렸다.

기사단은 왕도에서도 상당히 이름을 날리던 실력자들. 그들이 대열을 이루고, 전투를 대비해 기세를 끌어올리자. 주변 병사들마저 영향을 받아 기세등등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영향에 작게 웃음을 지은 기사단장은 시선을 성벽으로 향했다.


“···평시에는 이 정도의 성벽도 높다고 여겨지는데, 지금은 하염없이 낮아 보이는구나.”


단순한 푸념.

제 목소리를 아무도 듣지 못한 걸 확인한 기사단장은 고개를 내젓고, 다시 한번 호령했다.


“전 기사단! 차렷!”


호령으로 제 자리를 찾은 기사단의 모습에 기사단장은 분위기를 다잡았다.

영주의 신호가 내려지는 순간. 그때 기사단은 가장 먼저 선봉을 차지한다. 후방에서 밀려오는 마법적 지원을 탄막 삼아 전진한 기사단은 별동대로서 마수 무리를 휘저을 예정이다.

마수는 본래 협동성이 전혀 없는 존재. 같은 종이라면 그나마 협조하며 무리를 이루지만, 전혀 다른 종이 무리를 이루는 것은 전혀 없던 일이다.

그에 기사단은 무리를 이루는 것을 방해하는 게 주된 목적. 즉, 적군 한복판에 뛰어드는 게 목적이다.


- 두근.


괜스레 제 심장 소리가 높아진 순간.

영주의 목소리에 성벽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돌진!!”


문이 열리는 순간, 가장 먼저 달려 나간 것은 기사단장.

마수 무리가 있는 곳은 성벽 입구에서도 조금 떨어진 곳. 그 위치를 확인했기에, 기사단은 가장 먼저 선두를 차지하며 나설 수 있다.

기사단이 선두를 차지한 뒤로 이어지는 병사들의 진격. 후에 이어지는 마법과 화살의 탄막이 기사단의 앞길을 내어주고 있다.

성벽 주변에 자리 잡은 마수는 어림잡아 이백.


“간다! 각자 조장을 따라 움직여라!”


기사단장은 가장 먼저 눈앞의 마수에게 달려들었다.


- 서걱.


일검.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마수를 쓰러뜨린 기사단장은 서둘러 다음 마수를 찾았다.


- 서걱.


그렇게 이검.

예상보다 간단한 퇴치에 기사단장은 안도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전장을 살폈다.

도시에서 관측된 마수의 양은 이 정도가 아니다. 게다가, 자신이 감지한 마력의 정도도 지금과 비교해서 상당히 부족하다.

그에 전장의 시야를 넓혀, 전장 너머까지 살펴본 기사단장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기사단장···?”


기사단장이 발걸음을 멈추니 같은 조의 기사들이 의문을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 쿵. 쿵. 쿵.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 이건?”

“마법 조! 지금 상황은 뭐지!?”

“마법이 아닙니다!”

“뭐?”


기사들 사이에서 재빠른 정보 교환이 오가는 사이.

기사단장은 자신이 감지한 마력으로 시선을 향했다. 전장 너머. 그러나 곧, 전장과 맞닿을 위치.

그곳은 모래가 휘날리는 탓에 시야가 어지럽다. 그러나. 그런데도, 기사단장은 그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저건···. 괴물인가···?”


어둠.

모래 너머로 얼핏 보이는 모습은 완전한 어둠이다.

어둠이 일렁이며 몸을 유지하는 모습은 기괴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마력으로 파악한다면 더욱 그 모습이 이상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마력이 주변 마나 마저 오염시키는 모습은 그야말로, 괴물. 기사단장은 전장에 선 이후 처음으로 당황했다.

뒤늦게 기사들이 기사단장의 시선을 쫓자.


“저, 저건!”

“마수다!!”

“증원! 마수의 수가 예상을 넘었다!!”


기사단장이 어둠. 괴물에 시선이 빼앗긴 탓에 놓친 마수들.

아무리 어림잡아도 수천이 넘는 마수의 수에 기사단은 서둘러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당황하더라도 멈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들은 기사라고 칭하기에 알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 꾸득.


수천의 마수를 이끄는 존재.

떨어진 존재가 평범한 마수와 마물의 범주를 한참이나 벗어났다는 사실을 모른 것이, 그들의 패착이다.


- 파악.


떨어진 존재의 몸이 웅크렸다고 생각한 순간, 곧이어 폭발하듯 튀어나온 떨어진 존재의 검은 연기가 성벽을 향해 날아갔다.

몸에서 떨어진 검은 연기는 성벽에 부딪히며 커다란 굉음을 울리더니.


- 와르르르.


성벽이, 녹아내리듯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go] 마지막 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7 [Ego] 6장 12화 21.11.15 28 1 12쪽
276 [Ego] 6장 11화 21.11.12 26 2 12쪽
275 [Ego] 6장 10화 21.11.11 24 1 12쪽
274 [Ego] 6장 9화 21.11.10 27 1 12쪽
273 [Ego] 6장 8화 21.11.09 23 1 12쪽
272 [Ego] 6장 7화 21.11.08 25 1 12쪽
271 [Ego] 6장 6화 21.11.05 24 1 13쪽
270 [Ego] 6장 5화 21.11.04 26 1 12쪽
269 [Ego] 6장 4화 21.11.04 22 1 12쪽
268 [Ego] 6장 3화 21.11.03 26 1 12쪽
267 [Ego] 6장 2화 21.11.02 25 1 13쪽
266 [Ego] 6장 1화 21.11.01 23 1 12쪽
265 [Ego] 5장 19화 21.10.29 25 1 12쪽
264 [Ego] 5장 18화 21.10.28 28 1 12쪽
263 [Ego] 5장 17화 21.10.27 24 1 13쪽
262 [Ego] 5장 16화 21.10.26 25 1 12쪽
261 [Ego] 5장 15화 21.10.25 29 1 12쪽
260 [Ego] 5장 14화 21.10.22 24 1 11쪽
259 [Ego] 5장 13화 21.10.21 22 1 13쪽
» [Ego] 5장 12화 21.10.20 25 1 12쪽
257 [Ego] 5장 11화 21.10.19 25 1 12쪽
256 [Ego] 5장 10화 21.10.18 28 1 13쪽
255 [Ego] 5장 9화 21.10.15 24 1 13쪽
254 [Ego] 5장 8화 21.10.14 23 1 13쪽
253 [Ego] 5장 7화 21.10.13 26 1 12쪽
252 [Ego] 5장 6화 21.10.12 26 1 12쪽
251 [Ego] 5장 5화 21.10.11 24 2 14쪽
250 [Ego] 5장 4화 21.10.08 24 1 13쪽
249 [Ego] 5장 3화 21.10.07 23 1 11쪽
248 [Ego] 5장 2화 21.10.06 31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