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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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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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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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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35,784

작성
21.10.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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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go] 5장 15화

DUMMY

리온의 발치에 있던 그림자. 그 그림자가 커다란 입으로 변한 직후, 그대로 닫혔다.

다만, 리온은 이미 시설의 모습에서 눈을 돌린 상태. 그 덕에 닫힌 그림자의 아귀를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었다.


“···쯧.”


리온은 다리가 뜯기기 전에 피했다. 그러나 아슬아슬하게 피한 탓에 옷자락 일부가 뜯겨 나갔다.

리온은 제 몸에 붙은 오염된 마력에 혀를 차며, 눈앞에서 모습을 드러낸 떨어진 존재를 노려보았다.


“$#$^···.”


카타스트로피의 거점에서 떨어진 존재를 보았을 때보다 명백히 침착한 모습이다. 떨어진 존재는 제 몸을 드러내면서도 빈틈없이 리온을 살폈다.

리온이 조금의 틈이라도 보인다면, 떨어진 존재는 그 빈틈을 노릴 생각이었다.


- “리온, 괜찮아?”

“상처는 없다.”

- “다행이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베르는 지하로 향한 의식을 돌려, 떨어진 존재에게 향했다.

지하의 모습에는 다소 당황했다. 그러나 지금은 떨어진 존재가 눈앞에 있는 상황이다. 어느 쪽을 우선해야 하는지는 간단하다.

리온은 『칼라드볼그』를 쥔 손에 힘을 주며, 떨어진 존재의 모습을 살폈다.


“···.”


단 일순간.

리온의 의식은 떨어진 존재에서 벗어나, 주변 시설로 향했다.


- “리온.”

“알고 있어.”


베르 또한, 리온과 마찬가지로. 시선의 모습을 확인한 이후로 『칼라드볼그』의 출력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시설. 정확히는 시설 건물의 지하는 상당히 넓은 공동이다. 깊이 파진 지하에, 튼튼한 구조물과 기둥. 어지간해서는 지하가 무너지지 않는다.

게다가 리온과 베르는 지하가 무너지더라도 멀쩡할 자신이 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이 신경 쓰는 것은 단순히 지하가 무너지는 게 아니다.


- 카강.


지하 시설에는 은은한 빛이 전부. 밝은 빛 하나 없다.

단순히 빛이 들어서지 않는 것도 원인이지만, 애초에 빛을 발하는 물건이 없다. 그 사실에 리온은 그도 그렇다며 수긍했다.

지하의 시설. 그곳에 늘어선 유리통에는 다양한 형태의 생물이 연초록 액체와 함께 들어 있었다. 마치, 숨겨놓은 지하의 비밀 연구소와 같은 모양새다.

그러나 리온과 베르가 놀란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 쾅.


지하의 연구통. 그곳에 들어 있는 생물 중에는 다양한 마수와 그 새끼가 있었으며, 개중에는 사람을 담은 통마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마다 나뉜 통은 열을 이루며 최소 열 개가 넘는다. 그에 리온과 베르는 놀란 것이다.


- 타닷.


떨어진 존재의 공격을 막아내며, 『칼라드볼그』를 휘두르기를 반복한다.

『칼라드볼그』의 출력을 높이면 떨어진 존재를 상대로도 손쉽게 베어낼 수 있다. 용사의 검인 『칼라드볼그』는 처음부터 마왕을 상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칼라드볼그』의 출력은 극히 미약하다.


“쯧.”

- “···리온. 뒤.”

“알았어.”


떨어진 존재가 날린 검날에 『칼라드볼그』를 마주한다.

이전과 같은 모습이라면 『칼라드볼그』는 떨어진 존재를 손쉽게 베어, 떨어진 존재의 몸이 깎여 나가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 카가가가각.


떨어진 존재의 몸은 오히려 『칼라드볼그』를 갉아내듯 기괴한 소리를 내며 휘둘러졌다. 떨어진 존재의 몸이 깎이기는 했으나, 이전과 같이 극적으로 잘리지 않았다.

『칼라드볼그』는 조금의 손상도 없다. 바뀐 것은 출력. 『칼라드볼그』의 도신을 두른 청백의 빛이 미약해진 탓이다.

그러나 리온은 이 이상 『칼라드볼그』의 빛을 늘릴 수 없다. 만약, 리온이 『칼라드볼그』의 위력을 높인다면.


“···저것들이 깨어날 테고. ···귀찮네.”

- “양쪽에서 공격받다가 도망가는 쪽이 더 귀찮아져. 리온, 집중!”

“하아.”


유리통에는 특별한 장치가 없다. 그저 유리통과 연초록의 액체. 그리고 그 안에 남긴 생물이 전부다.

다만, 리온과 베르는 한눈에 알아차렸다. 유리통을 구성하는 것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중에서, 저주가 있다.

통 안에 담긴 생물을 가사(假死) 상태로 만드는 저주인지, 움직일 수 없게 만드는 저주인지. 정확하게 구분하기는 힘들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리온은 이곳에서 『칼라드볼그』를 전력으로 사용할 수 없다.


- 슈욱.


떨어진 존재가 날린 무기를 쳐내고, 달려드는 떨어진 존재를 넘어, 벤다.


- 서걱.


출력이 낮더라도 『칼라드볼그』의 힘은 떨어진 존재의 천적. 『칼라드볼그』가 떨어진 존재의 몸체에 직접 닿자, 떨어진 존재의 몸체는 베였다.

문제는 이전과 달리 깔끔하게 베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 꾸륵, 꾸륵.


떨어진 존재가 잘린 곳을 제 손으로 다시 잘라내고, 재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칼라드볼그』의 힘은 정화를 바탕으로 둔다. 반면, 떨어진 존재의 근본은 오염된 마력. 지금까지 떨어진 존재가 재생하지 못한 것은 오염된 마력이 『칼라드볼그』의 힘으로 인해 계속해서 정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칼라드볼그』의 출력을 줄인 지금, 정화된 부분의 몸을 잘라내는 것만으로 정화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떨어진 존재가 재생하는 모습을 지켜본 리온은 한숨을 내쉬었다.


“귀찮아졌어.”


떨어진 존재를 쓰러뜨릴 수 없는 게 아니다. 그저, 일이 늘었다.

최소한 눈앞에 있는 떨어진 존재를 상대로, 리온이 오랫동안 싸워야 한다는 사실은 사실이다.

한시라도 빨리 떨어진 존재를 처분하고 싶은 리온에게는 더없이 귀찮은 일이다. 그에 리온이 차라리, 『칼라드볼그』를 전력으로 사용하려 한 순간.


- “리온. 사람도 있어.”

“···쯧.”


베르가 유리통 중 하나를 의식하며 말했다.

유리통에는 마수만 있는 게 아니다. 인간. 그것도 아이에서 어른까지 다양한 사람이 들어 있다.

그 사실을 떠올린 리온은 혀를 차면서, 잠시나마 끌어올린 『칼라드볼그』의 출력을 줄였다.


“귀찮아.”

- “약속은?”

“···알고 있어.”


리온이 사람을 구하는 것은 본래 리온의 성격에 맞지 않는 일이다.

리온에게 타인은 그저 타인. 특별히 도와야 하는 존재는 아니다. 그러나 리온이 사람을 의식하며 『칼라드볼그』의 출력을 줄인 것은 온전히, 용사이자 리온의 연인. 레네의 탓이다.

레네는 용사라 불리기에 걸맞은 성격을 지녔다. 사람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으며, 모두를 구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끝에, 자신마저 희생한 레네의 모습에 리온은 한 가지 약속을 했다.


“레네가 깨어날 때까지야.”

- “물론.”


레네는 용사가 되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레네는 마왕과의 싸움에서 소멸에 가까운 상황이다.

레네가 용사로서 활동할 수 없는 동안, 그동안만큼은 리온 자신이 레네를 대신하기로 했다. 사람을 지키고자 한 레네의 마음을 리온이 지키려는 것이다.


- 콰직.


리온과 베르가 약속을 떠올리는 사이에도 떨어진 존재는 공격을 반복했다.

제 몸을 부풀려 무기를 만들어 날리거나, 검은 연기를 통해 저주를 내뱉거나, 조악한 마법을 구성해 리온에게 향하거나 하는 등. 다양한 공격을 향했다.

그러나 그 모든 공격을 리온은 『칼라드볼그』를 통해 빗겨내고, 부수고, 무너뜨렸다.


“@#%#%--!!”


자신의 전력을 다한 공격이 손쉽게 막히는 모습이 반복되자, 떨어진 존재는 분노와 조바심에 가득 찬 울음소리를 내질렀다. 반면, 리온은 떨어진 존재를 상대로 오랜 시간을 잡아먹는 사실에 짜증이 일었다.

떨어진 존재는 마왕의 마력에 오염된 존재. 일찍이 사람이었다고 하나, 지금은 마왕의 마력에 오염되어 인간조차 아닌.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

그렇기에, 마왕을 상대했던 부대. 일명 용사 부대의 일원이었던 리온은 더욱, 눈앞의 떨어진 존재를 처리하고 싶었다.


“후···.”


떨어진 존재는 제 몸을 재생할 수 있다. 재생 속도는 줄었으나, 체력이 줄지 않는다는 점은 리온에게 좋지 않은 사실이다.

떨어진 존재가 재생하는 방법은 주변 마나를 오염된 마나로 변질시키는 것. 그 사실에 결론이 미치자, 리온은 수납 마법에서 둥근 구체를 꺼냈다.

둥근 구체는 마법 도구. 이미 한 차례, 발하크 대사막에서 탈출하기 위해 사용한 도구다.


- “아, 확실히···. 그걸 쓰면 재생에 방해가 되겠네!”


베르는 리온이 꺼낸 둥근 구체를 보고, 리온이 하려는 일을 이해했다.

리온이 둥근 구체를 작동하기 위해 조작하려던 순간.


- 쾅.


떨어진 존재가 달려들었다.

거구를 이용한 공격. 무게와 덩치를 살린 공격에 리온은 둥근 구체의 조작을 멈추고, 『칼라드볼그』를 통해 떨어진 존재를 막았다.

그러나.


“@#%@#%---!”

“떨어지질 않네.”


떨어진 존재는 리온에게 달라붙듯 돌진했다.

그 덩치를 살린 공격에 리온은 『칼라드볼그』를 쥔 손에 힘을 주며 밀어내려 했으나, 떨어진 존재의 크기는 이미 상당히 부풀었다.

지하 공동의 천장까지 밀어내며 부푼 떨어진 존재는 제 몸을 계속해서 밀어붙였다. 보아하니 떨어진 존재는 리온을 압사하려는 듯했다.

그 사실을 안 리온은 내심 한숨을 내쉬더니, 한 발로 땅을 박찼다.


- 쿵.


한 번.


- 쿵쿵.


두 번.


- 쿵쿵쿵.


세 번.

세 번 땅을 박찬 리온은 『칼라드볼그』를 쥔 양손 중, 한 손을 떼어 품속으로 넣은 둥근 구체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리온이 한 손을 검에서 떼어내자, 떨어진 존재는 그 틈을 노리듯 더욱 몸을 비틀며 리온을 압사하려 했다.

했으나.


- 키기긱.


리온이 한 손으로 들고 있을 뿐인 『칼라드볼그』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사실에 당황한 듯 떨어진 존재는 더욱 몸을 늘리거나 박차는 등. 다양한 움직임을 보였으나, 『칼라드볼그』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리온이 땅을 박찬 것. 그건 마법을 발동하기 위한 신호다. 리온의 내부 몸 상태는 만신창이에 너덜너덜하다. 그 탓에 리온은 평소처럼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평소의 상태. 리온이 평소 사용하는 마법은 그 수만 해도 세 자리에 달할 정도다. 이미 인간을 벗어나기 직전인 리온의 실력은 인류가 도달할지 확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 리온이 평소와 달리 조금밖에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이라고 해도, 평범한 기준으로 보면 상당한 위력이다.

즉, 리온이 발동한 결계 마법과 신체 능력 향상의 마법은 상당한 수준에 이른다.


- 딸깍.


떨어진 존재가 제 상태에 당황하고 리온을 향해 몸을 늘리기를 반복하는 사이. 리온은 어느새 둥근 구체의 설정을 고치고, 작동했다.

그와 동시에.


- 키이이잉.


둥근 구체가 주변의 마나를 빨아들이기 시작하며, 특징적인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만일 떨어진 존재가 리온을 압사하려 하지 않고, 평범한 공격을 반복했다면. 떨어진 존재는 리온의 체력을 소모하여 더 오래 버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떨어진 존재는 자신의 공격을 손쉽게 막아내는 리온의 모습에 초조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 초조함이, 떨어진 존재에게 편협한 시야를 보였다.


“가라.”


리온이 둥근 구체를 떠밀 듯, 떨어진 존재에게 내민 순간.


“@%@%---!”


둥근 구체는 떨어진 존재에게 달라붙고.

동시에.


- 키이이잉.


떨어진 존재의 오염된 마력을 빨아들이며, 빛나기 시작했다.

오염된 마력으로 만들어진 빛은 밝은데도 불구하고 어둠을 품고 있는 모순덩어리.

리온은 그 모습을 확인하며 『칼라드볼그』를 들어 자세를 다잡았다.


“잘 가.”

- “다음 생에는 평안이 있기를.”


리온과 베르의 말이 겹친 순간.


- 서걱.


떨어진 존재의 몸은 산산히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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