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연재수 :
306 회
조회수 :
14,887
추천수 :
345
글자수 :
1,835,784

작성
21.10.28 18:00
조회
28
추천
1
글자
12쪽

[Ego] 5장 18화

DUMMY

변질한 마왕의 마력이 잠식한 것과 마왕의 저주가 다른 점은 여럿 있다.

변질한 마왕의 마력은 그 자체가 영향을 끼치는 데 반해, 마왕의 저주는 저주로 인해 육체가 변모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그 정도에 따라서는 영혼마저 영향을 받는다.

그야말로 마왕의 저주. 전선에서 날뛰었던 리온은 익숙한 저주이기도 하다.


“리온.”


패트릭과 루제니아가 나선 방에 남은 베르가 조용히 리온을 불렀다.

잔잔한 시선. 파문하나 일지 않는 조용한 시선이다. 그러나 리온은 베르가 자신을 부른 이유를 알고 있다.

마왕의 저주는 강력하다. 떨어진 존재가 마왕. 그 일부분을 직접 받아들인 탓에, 저주만큼은 본체인 마왕과 극도로 유사하게 발현되었다.

즉, 마왕의 저주를 해주 하는 것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이 이상은 위험해.”


불가능한 일. 그러나 리온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건 거짓이 아니다. 리온이기에 가능한 방법.

영혼 마법이다.


“네 번이라는 횟수도 어림짐작일 뿐이야, 리온. 그 전에 네 영혼이 무너질 수도 있어.”

“알고 있어.”


리온이 지금껏 사용한 영혼 마법은 총합 다섯 번. 그 사이 리온의 영혼은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당장이라도 깨질 듯한 영혼은 가까스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마저도 리온이 지닌 막대한 마력이 지탱하는 것으로, 그 탓에 리온은 마력도 사용하기 힘든 상태다.

그런 상태의 리온이 영혼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밖에 되지 않는다. 베르가 판단한 횟수는 네 번. 그러나 그 횟수는 어림짐작으로, 당장 지금이라도 무너질 수 있다.

리온은 베르의 이야기를 전부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만, 리온은 그 모든 이야기를 이해하고도 영혼 마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해주 할 수 있는 경험이야, 베르.”

“······.”


리온의 연인. 레네는 마왕의 공격으로 완전히 무너지기 직전인 상태다.

마왕의 독기와 저주. 오염된 마력이 레네의 몸 전체를 잠식하고, 영혼 대부분을 어지럽힌 가운데, 리온은 어떻게든 레네를 되살리고자 방법을 찾았다.

레네를 멀쩡한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서 해결해야 하는 것은 넷.


“독기, 저주, 침식된 영혼, 육체. 네 가지 중에서 영혼과 육체는 방법을 찾았어. 그리고 지금, 저주를 해결할 방법이 눈앞에 있는데 실험해 보지 않을 수는 없어.”

“그건···. 하지만, 리온···.”


눈앞의 두 마리는 저주에 잠식당한 상태다. 마력이 없는 몸이기에 저주가 천천히 진행되고 있지만, 그 저주가 마왕에게 비롯되었다는 점은 같다.

그에 리온은 눈앞의 두 마리를 제 손으로 해결하려 했다. 마왕의 저주를 해주 하는 경험은 쉽게 쌓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물며, 마왕을 쓰러뜨린 지금은 마왕의 저주가 흔한 게 아니게 되었다. 한참 전쟁이 이어지던 때에는 마왕의 저주가 흔한 상황이었으나, 지금은 마왕이 없다.

리온이 신경 쓰는 카타스트로피도 결국, 마왕의 잔재를 이용할 뿐이다.


“베르.”


리온을 걱정하느라 얼굴을 찌푸린 베르의 모습에, 리온은 조용히 베르를 불렀다.


“괜찮아.”


단 한마디.

단 한 마디에 불과한 이야기지만, 베르는 리온의 말을 듣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성공해.”

“알았어.”


베르는 리온의 대답조차 듣지 않고 방을 나섰다.

방에 남은 것은 리온과 눈앞의 두 마리. 샐리와 윌리뿐이다.

리온은 손을 뻗어 샐리와 윌리의 상태를 확인하고, 천천히. 몸의 마력을 흩트리며 영혼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


방에서 나온 베르는 지하의 모습을 둘러보지 않고, 그대로 지상으로 올라갔다.

그 모습을 지켜본 레나드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와 동시에 의문을 떠올렸다.


“체이스. 베르는 너랑 같은 에고지?”


의식을 지닌 무기. 육신을 벗어나, 영혼을 지닌 존재. 그를 에고라 부른 레나드의 모습에 체이스는 얼굴을 찌푸리며, 레나드의 착각을 고쳤다.


“저분은 나와 같지 않다.”

“뭐?”

“저분은 나보다 더욱 높으신 차원에 계신 분이다.”

“그래?”


레나드는 체이스의 이야기에 고개를 기울였다.

베르가 『칼라드볼그』에 깃든 영혼이라는 건 레나드도 안다. 그리고, 『칼라드볼그』가 용사의 검이라는 것도 이해하고 있다.

그에 생각하던 레나드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구나···. 벌써 몇 천 년 동안 이어진 역사니까.”


마왕은 여러 번이나 나타났다.

그리고 그사이, 계속해서 용사는 나타났다. 매번 다른 세대. 다른 영웅과 용사가 마왕을 무찔렀다. 그러나 『칼라드볼그』는 언제나 용사의 손에 들려있었다.

이 말은 즉, 『칼라드볼그』는 레나드가 예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어라?”

“왜 그러나.”

“그럼, 『칼라드볼그』는 누가 만든 거지?”


레나드의 의문은 당연하다.

리온이 영혼 마법을 사용한 모습을 지켜본 레나드로서, 에고는 기본적인 소재가 둘 이상은 필요하다.

체이스의 경우처럼 직접 영혼을 만들거나, 프레이야의 경우처럼 외부의 영혼을 이용하는 상황에서도 영혼은 필수. 그리고 영혼을 옮길 그릇, 몸이 될 소체는 영혼과 마찬가지로 필수다.

그렇다면, 『칼라드볼그』의 영혼은 베르. 그와 짝이 되는 『칼라드볼그』는 결국, 누군가가 만들었다는 의미다.

레나드는 『칼라드볼그』를 만든 누군가를 생각하며 에고로 변한 베르의 과거를 예상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잠시.


“그만둬라.”

“응?”


체이스가 드물게 레나드를 바라보며 경고하듯 말을 건넸다.


“그분은···. 어머님은 누군가 만들지 않았다. 그저, 어머님이 선택하신 모습이다.”

“···그래?”


두리뭉실한 체이스의 이야기에 레나드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와 동시에.


“체이스.”

“뭐지?”

“넌 어디까지 알고 있어?”


리온을 통해 만들어진 영혼인 체이스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그게 궁금해졌다.


“나를 만드신 아버님의 정보는 어렴풋이 전해진다. 그리고, 어머님의 경우는 내가 만들어질 때 지대한 영향을 끼치신 분이지.”

“···그렇구나.”

“그래. 어머님은 이곳의 법칙을 만드신 분이다. 아버님도 어머님과 비슷하지만, 이곳의 주인은 아니시다. 그리고 그 힘은 더욱 위대한 분의 일부일 뿐이지.”

“······음, 그래.”


레나드는 점차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체이스의 모습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고, 시선을 돌렸다.

그 끝에는 상당히 초췌해진 패트릭과 그를 곁에서 보좌하는 루제니아가 있었다. 레나드는 어깨를 으쓱이고, 두 사람이 시선을 향한 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방. 그곳에서 요동치는 기척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기척이다. 그리고, 레나드는 이 기척을 익히 알고 있다.


“영혼 마법인가.”

“···쯧. 아버님을 귀찮게 하다니.”


제국에서 체이스가 깨어나던 순간. 힐튼에서 프레이야를 되살리던 순간. 이 두 순간에는 레나드도 그리 멀지 않았기에 영혼 마법의 기척을 익힐 수 있었다.

바이엘른 왕국 때는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어렴풋한 기척을 읽을 수 있을 정도. 그러나, 영혼 마법의 특징적이고도 이질적인 기척은 제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감지할 수 있다.

약한 기척이나, 세상에 어우러지지 않는 기척. 그 기척을 감지하던 레나드는 문득, 체이스의 발언을 떠올렸다.


“이곳의 주인이 아니다, 인가···.”


이곳의 주인을 『칼라드볼그』에 있는 베르. 이곳의 주인이 아닌 이를 리온으로 불렀다.

그에 레나드는 무언가 떠오르려 했으나, 그보다 먼저.


- 쾅.


꽉 닫혀있던 방문이 거칠게 열렸다.

거칠게 열린 문 너머에서 나온 것은 리온. 패트릭 이상으로 초췌해진 리온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한 모습으로 방을 나섰다.

그러나 절대 쓰러지지는 않은 리온은 패트릭의 앞에 섰다. 리온의 모습에 긴장과 당혹, 경악이 뒤섞인 패트릭은 조심스레 리온을 마주했다.


“성공, 했어.”

“가,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다만. 에너지, 소모가, 많을, 거야.”


두 마리가 안전하다. 그 사실을 전해 들은 패트릭은 리온의 뒷말을 듣지 못했다.

패트릭을 대신해 이야기를 들은 루제니아는 조심스레 리온에게 감사를 전하고, 방으로 뛰쳐들어간 패트릭을 따라갔다.

패트릭과 루제니아가 방으로 들어간 후, 지친 리온의 곁으로 레나드가 다가가 의자로 안내했다.


“상태는?”

“쉬면, 괜찮아.”

“그래. 그러면 조금 쉬다가 가자.”


레나드는 리온이 어떤 방법으로 샐리와 윌리를 살려냈는지 묻지 않았다. 그저, 리온이 영혼 마법을 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사실만 이해했다.

발하크 대사막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패트릭의 길 안내가 필요하다. 그리고 길 안내를 위해서는 샐리와 윌리가 무사할 필요가 있다.

어디까지나 이해득실이 얽힌 이야기다. 리온은 의자에서 휴식을 취하며, 저주를 해주한 감각을 떠올렸다.


“쯧.”


해주는 성공하지 못했다.

다만, 저주를 떼어놓고 영혼 마법을 성공시켰다.

샐리와 윌리의 몸은 저주에 잠식당해, 완전히 문드러졌다. 이 이상 정상적인 생명 활동이 불가능한 몸이다. 그렇기에, 리온은 새로운 육체를 만들었다.

늑대와 곰. 그 두 가지의 그릇을 만든 리온은 두 마리를 영혼 마법으로 옮겼다.

그러나.


“···평범한 동물인 게 문제였나.”


새로운 육체에 옮겨진 영혼. 마력이 없는 두 마리의 동물이 제 능력보다 뛰어난 몸을 얻었다.

마력 순환을 가정하고 만든 육체에, 마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영혼을 두었다. 그 탓에 두 마리는 뛰어난 능력을 얻고, 체력 소모가 늘었다.

정확히는, 식사량이 몇 배로 늘었다.


‘부족한 마나를 식사로 충당하는 건가.’


리온은 이번 사례를 충분한 정보로 치환하며, 종이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훗날.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레네를 온전한 상태로 되살려내기 위해 준비한 정보는 상당히 방대한 서적이 쌓인 대도서관 수준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리온의 기준으로는 부족한 정보다.


“하아···.”


정보의 정리를 끝낸 리온은 한숨을 내쉬고, 제대로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


“발하크 대사막의 안내, 인가요···?”


샐리와 윌리가 무사한 모습을 확인한 패트릭이 안도하고, 정신을 차린 두 마리에게 상당한 양의 식사를 차려준 후.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한 리온과 지상에서 돌아온 베르가 패트릭에게 본론을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패트릭은 고개를 기울이고, 옆에 선 루제니아는 리온 일행을 일순 경계하려다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가능해요.”

“그럼 부탁할게.”

“네, 알겠습니다.”


샐리와 윌리를 구한 이들이다. 패트릭은 물론, 루제니아도 고마운 감정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적절한 이야기를 건넸다.

패트릭은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으나, 일단 리온의 부탁이기에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부탁을 들어주려 했다.

그리고 그건 패트릭뿐만 아니다.


“왕!”

“크앙!”


완전히 멀쩡해진 두 마리.

샐리와 윌리도 리온의 부탁에 의욕을 불태우며, 제 앞에 놓인 고기들을 단번에 먹어 치웠다.

패트릭이 그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고, 리온은 두 마리의 상황을 지켜보고, 베르가 시선을 향한 순간.


“어라···? 리온, 저거···.”


베르가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보다 먼저.


- 번쩍.


두 마리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빛에 리온과 베르를 제외한 모두가 눈을 찌푸리며 시선을 가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두 마리에게서 비롯된 빛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자! 가요!”

“나랑 윌리가 안내할게요!”


샐리와 윌리가 각각 어린 소녀와 어린 소년이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go] 마지막 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7 [Ego] 6장 12화 21.11.15 28 1 12쪽
276 [Ego] 6장 11화 21.11.12 26 2 12쪽
275 [Ego] 6장 10화 21.11.11 25 1 12쪽
274 [Ego] 6장 9화 21.11.10 28 1 12쪽
273 [Ego] 6장 8화 21.11.09 23 1 12쪽
272 [Ego] 6장 7화 21.11.08 26 1 12쪽
271 [Ego] 6장 6화 21.11.05 25 1 13쪽
270 [Ego] 6장 5화 21.11.04 26 1 12쪽
269 [Ego] 6장 4화 21.11.04 23 1 12쪽
268 [Ego] 6장 3화 21.11.03 27 1 12쪽
267 [Ego] 6장 2화 21.11.02 25 1 13쪽
266 [Ego] 6장 1화 21.11.01 26 1 12쪽
265 [Ego] 5장 19화 21.10.29 26 1 12쪽
» [Ego] 5장 18화 21.10.28 29 1 12쪽
263 [Ego] 5장 17화 21.10.27 27 1 13쪽
262 [Ego] 5장 16화 21.10.26 25 1 12쪽
261 [Ego] 5장 15화 21.10.25 30 1 12쪽
260 [Ego] 5장 14화 21.10.22 25 1 11쪽
259 [Ego] 5장 13화 21.10.21 23 1 13쪽
258 [Ego] 5장 12화 21.10.20 26 1 12쪽
257 [Ego] 5장 11화 21.10.19 25 1 12쪽
256 [Ego] 5장 10화 21.10.18 28 1 13쪽
255 [Ego] 5장 9화 21.10.15 25 1 13쪽
254 [Ego] 5장 8화 21.10.14 24 1 13쪽
253 [Ego] 5장 7화 21.10.13 26 1 12쪽
252 [Ego] 5장 6화 21.10.12 27 1 12쪽
251 [Ego] 5장 5화 21.10.11 24 2 14쪽
250 [Ego] 5장 4화 21.10.08 27 1 13쪽
249 [Ego] 5장 3화 21.10.07 26 1 11쪽
248 [Ego] 5장 2화 21.10.06 34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