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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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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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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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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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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go] 5장 6화

DUMMY

레나드는 자신을 향한 시선을 마주하고, 차분히 체이스를 겨누었다. 총의 상태인 체이스는 다양한 종류의 효과의 총탄을 사용할 수 있다.

단순한 충격부터, 맹독과 일시적인 마법까지 가능한 체이스의 총탄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위력까지 내포한 마탄이다.

그러나 그런 총탄을.


“간단히 쳐냈단 말이지.”

- “우연이다.”

“우연도 실력이라고.”

- “쯧.”


레나드는 손쉽게 자신의 공격을 쳐낸 이반을 경계했다.

이반은 거대한 검을 마치 제 수족인 것처럼 간단히 다루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레나드에게는 충분한 위협이다.

레나드는 이반의 행동을 차분히 관찰하며, 가능한 많은 정보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단순히 총탄을 쏘는 것만으로는 이반에게 닿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에 레나드가 이반을 경계하고 관찰하자.


“이봐.”


이반이 친근한 태도로 레나드를 불렀다.


“싸우기 전에 하나 물어봐도 될까?”


대검을 어깨에 걸친 채, 정말 태연한 자세로 묻는 이반의 모습에 레나드는 조금 기운이 빠졌다.

이반의 모습은 태연하기 짝이 없지만, 자세히 보면 온몸을 긴장시킨 상태다. 그렇기에 레나드가 곧장 총탄을 날려도 반응할 수 있는 상태다.

레나드는 잠시 장전된 탄환을 확인하더니, 마찬가지로 총 상태인 체이스를 어깨에 걸쳤다.


“뭘?”

“오, 대답하는 구나.”

“그래서, 물어볼 건 뭔데?”


사실, 레나드는 굳이 눈앞의 이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무언가 확실한 적대감이 존재한다면 싸울 수밖에 없지만, 지금 이반에게는 아무런 적의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친근함마저 느껴지는 이반의 태도에 자꾸만 적의가 꺾이는 중이다.

레나드가 대답하자 이반은 환히 웃으며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쪽이 지닌 총. 그것도 영혼이 있는 물건이지?”


이 질문에 레나드는 조금 놀랐다. 다만, 리온과 이반의 대화를 들었기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그저, 이반이 단번에 체이스의 정체를 알았기에 놀란 것뿐이다.


“그렇다는데, 체이스.”

- “쯧. 나를 들먹이지 마라.”

“오! 말했다. 그쪽의 형씨는 뭔가 무서운 분위기의 형씨네.”

- “거머리 자식이.”

“입도 험하고.”


이반은 마치 체이스의 모습이 보이는 것처럼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레나드는 이반의 말을 듣고, 몇 가지 가설을 세웠다. 하나는 진심으로 보이는 경우. 그러나 그렇다기에 이반의 시선은 레나드 자신에게 향해있다. 제아무리 전투를 준비 중이라도 이상하다.

그렇다면, 두 번째 가설.


“너, 보이지는 않는구나.”

“···어라. 벌써 들킨 건가?”

“의외로 부정하진 않네.”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 뭐, 아쉽긴 하지만.”


이반은 체이스와 베르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없다. 이반이 말한 것 중 진실은 목소리가 들린다는 점. 베르의 외모를 언급한 것은 리온이 베르를 변환시킨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이반은 연막 너머를 통해 베르가 『칼라드볼그』로 변환된 걸 본 것이다.

체이스의 경우는 순전히 우연. 또는, 목소리로 짐작한 외형이다.


“그래서. 하려는 말은?”


레나드는 이반이 거짓을 말하는 걸 파악했다. 그런데도, 이반에게 물었다.

이반은 레나드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체이스에 관한 질문이지만, 레나드는 그 뒷면의 이야기가 있다고 직감했다.

이반의 태도가 여전히 거슬릴 정도로 친근하기 때문이다.


“아···. 뭐, 별건 아니고.”

“···.”


레나드의 질문에 이반은 능청스럽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거 어떻게 만든 거냐?”

“···뭐?”

“아니, 우리는 그걸 만드는데, 마왕의 마력이 필요하거든.”

“마왕···?”

“아, 넌 모르려나?”


이반의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들은 레나드는 순간, 자신이 들은 말을 의심했다.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지, 혹은 거짓이 아닌지.

그러나 이반은 레나드의 반응에도 말을 이었다.


“영혼이 있는 물건을 만들려면, 이쪽 세계 사람으로는 안 된다는 모양이더라. 그래서 우리 상부도 그런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 상위 차원의 것을 사용한다는 데. 그리고 그게?”

“마왕의 마력···.”

“그래! 그거지. 그런데 저 녀석이 만든 것 중에 영혼이 담긴 물건이 있네?”


이반의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하면, 하나의 사실을 가리킨다.

영혼이 담긴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왕의 마력이 필수. 그렇다면, 지금 레나드 자기 손에 있는 체이스. 체이스가 만들어지기 위해서 사용된 것은.


“···.”


결론에 도달하기 직전. 레나드는 한 가지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리온이 지닌 물건 중, 마왕을 대체할 물건. 어쩌면 마왕이라는 존재보다 강력한 물건.


“『칼라드볼그』를 이용한 거지.”

“···아하하. 그렇게 나오는 건가.”


용사의 검, 『칼라드볼그』는 마왕을 쓰러뜨릴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마왕과 동급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또한, 『칼라드볼그』가 마왕과 동급이라면 굳이 마왕의 마력이 필요하지 않다.

실제로 리온은 『칼라드볼그』를 이용해 다양한 능력을 사용해왔다.


“이 이상은 쓸데없는 잡담이 되겠는데.”

“그건 뭐, 동감이야. 그래도, 너.”

“···?”


레나드는 이 이상 이반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체이스를 다시 겨누려던 순간.


“네 파트너가 지금껏 조용한 걸 눈치채지 못한거냐?”

“뭐? ···체이스. 이봐. 야, 체이스!”


이반이 체이스를 가리킨 순간. 레나드는 뒤늦게 체이스가 아무런 말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반이 지적한 대로, 본래라면 리온을 의심하는 대화는 체이스에게 분노하기 마땅한 내용이다. 그런데도 체이스는 조용했다.

이반의 이야기에 집중한 레나드로서는 알지 못했으나, 체이스는 지금 강제적인 수면 상태에 빠졌다. 레나드는 체이스의 상태를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거리를 벌리며 이반을 노려봤다.


“무슨 짓을 한 거지?”

“뭐···. 별다른 일은 하지 않았어.”


이반은 레나드가 무력화된 순간에도 나서지 않았다.

그저.


“네 녀석의 파트너가 영혼을 지닌 것처럼. 이 녀석도 마찬가지거든.”

“대검···. 쯧.”

“대검이라 불러도 되지만, 뭣하면 이름으로 불러주라. 이 녀석의 이름은 『바알』이야. 식탐이 엄청나서 말이지. 네 파트너의 마력을 먹었어.”


이반이 지닌 대검. 『바알』은 조용히, 아무런 기척도 없이 흉흉한 마력을 내뿜었다.

뒤늦게 마력의 흐름을 깨달은 레나드는 체이스로부터 이어진 마력이 지나치게 낮다는 사실을 알았다.

장전된 탄환은 불과 6발. 이것만으로 이반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체이스가 잠든 이상, 새로운 탄환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레나드는 어쩔 수 없이 수를 미루게 되었다. 당장 총탄을 쏘더라도 이반이 전부 떨어뜨리면 소용 없다. 그렇기에, 레나드는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리기로 했다.


“좋아. 그러면 충분해. 나도 딱히 싸우고 싶진 않으니까.”


이반은 레나드가 생각한 내용을 파악한 듯, 『바알』을 모래밭에 찔러 넣었다.


“자, 저쪽이나 구경하자고.”


그러면서 이반은 완전히 몸을 돌려, 미아와 리온의 전투로 시선을 향했다.


-+-


리온과 미아의 전투는 불현듯 시작되었다.

리온이 베르를 『칼라드볼그』의 형태로 만든 직후. 패트릭이 멀리 떨어진 동시에, 미아가 날아들었다.

그 모습을 시인한 리온은 곧바로 『칼라드볼그』를 앞세워 미아의 공격을 막아냈다.


“마법은?”

“안 써.”

“그래.”


리온이 『칼라드볼그』로 미아의 공격을 막은 순간.

그 찰나에 짧은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은 동시에 땅을 박찼다.


- 파앗.


발하크 대사막의 바닥은 온통 모래다.

미끄러지듯 땅을 박찬 두 사람은 다시 한번 부딪혔다.


- 캉.


이번에는 조금 전과 달리, 미아의 양손이 거대한 건틀릿에 감싸 있었다.

기괴한 분위기를 내뿜으며, 음산한 마력을 내뿜는 건틀릿.

그 모습을 확인한 리온은 확신했다.


“마왕의 마력을 썼나.”

“혈육? 이라는 것도 썼데.”

“쯧.”


- 카앙.


미아의 대답을 들은 리온은 곧장 『칼라드볼그』를 휘둘렀다.

그 검격을 건틀렛으로 손쉽게 막은 미아는 잠시 뒤로 물러나더니.

건틀랫끼리 한 번 부딪혔다.

동시에.


“일어나, 『벨베고르』.”


- 울컥.


건틀릿이 한 번.

음산한 마력이 폭발하듯 흘러내리더니.


- 콰아악.


주변의 공기를 잡아 찢을 기세로 마력이 수축했다.

일순간에 일어난 광경. 그 광경이 끝난 직후에는 건틀릿이. 아니, 미아의 전신에서 막대한 양의 음산한 마력이 흘러나왔다.

그 마력은 공기 중으로 퍼지지 않고, 그저 비가 흘러내리듯 바닥을 적시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리온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 파앙.


두 사람은 다시 한번 바닥을 박차며 뛰었다.

리온과 미아. 두 사람이 동시에 바닥을 박차자, 대사막의 모래는 파도치듯 밀려나갔다.

두 사람이 검과 건틀릿을 마주하는 건 찰나. 그러나 그 충격으로 바닥은 유동치고, 모래로 이루어진 쓰나미가 생겼다.

그에 휩쓸리는 패트릭과 두 마리의 동물이 있었지만, 리온의 시야에는 미아만이 비췄다.


- 콰앙.


단순히 검과 건틀릿의 충격음이 아니다.

폭발음.


- 파앙.


또는, 대기의 비명.


- 콰아앙.


한 번.

다시 두 번.

그러다 세 번.

계속해서 이어진 충격은 주변 일대를 바꾸기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의 충격을 전했다.

그에.


- 우르르.


충격에 바닥이 무너지는 곳마저 생기기 시작했다.


“···쯧.”

“···쓰러지지 않아.”


두 사람은 마지 합의라도 한 것처럼 멈췄다.

시선이 얽히는 사이, 주변은 무너진 바닥으로 모래가 흘러가는 등. 다양한 변화를 보였다.


“쓰러지지 않는다, 인가.”

“응. 리온은 강해.”


미아는 순수하게 리온의 강함을 칭찬했다.

태어날 때부터 강했던 미아는 지금껏 자신보다 강한 사람을 만난 적이 적다. 그런데, 리온은 분명 자신보다 강하다. 그에 미아는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리온은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다.


“강하다고?”

“···?”

“겨우, 이 정도가?”


리온은 한 때 온전한 몸으로 다양한 마법을 부리며 전장에서 나섰다.

하지만 지금은 제대로 된 마법조차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눈앞에는 마왕의 마력을 이용한 무기가 있는데도 어떻게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이 상태라면 마왕의 혈육이 나타난 순간, 리온은 진다.


- 까득.


리온은 제 몸 상태에 답답함을 느꼈다.

생각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 이전보다 나약해진 팔, 얽히고설킨 마력, 일그러져 깨지기 직전인 영혼까지.

무엇하나 리온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들 뿐이다.


“『칼라드볼그』.”


리온은 조용히, 『칼라드볼그』를 불렀다.

그리고 그에 응답하듯.


- 칭.


청아한 소리가 울렸다.

그와 동시에, 『칼라드볼그』의 검신에 푸른 빛이 올라타기 시작했다.


“사용하지 않으려 했는데. ···사용하기 싫었는데. ······지금만 빌릴게, 레네.”


리온이 각오를 다진 순간.


“{부분 전------”

“----리온! 뒤를 보라고!!”


멀리서, 레나드의 고함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 쏴아아악.


리온과 미아를 향해 내려쳐 진 모래의 파도가, 두 사람을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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