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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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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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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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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go] 6장 1화

DUMMY

세계에는 세 개의 대륙이 있다.

그 대륙 중 하나. 대륙의 절반 이상이 모래로 들어찬 대륙에서 일어난 작은 흔들림.

작은 흔들림은 고요한 세상에 던져진 작은 돌과도 같이, 고요한 여파를 일구었다.


“···.”


여파.

세상의 흐름을 가장 먼저 읽어낸 것은 흐름과 가장 가까이 있던 이.

물밑에서 조용히, 자신의 목적을 나아가던 인물이다.


“저 힘은···.”


그가 파악한 상황은 지극히 단편. 그러나 확실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가 바라보는 곳은 지면. 방대한 지면에 그려진 것은 수없이 빼곡하게 그려진 원과 수식. 의미를 알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그 끝에.


“···신.”


단 하나의 창.

공간을 넘어 모습을 보이는 둥근 구체가 떠오르고 있다.

구체를 지켜보던 그는 놀란 모습으로, 홀린 모습으로, 반한 모습으로 한참이나 시선을 향했다.

눈이 충혈될 정도로 바라본 그는 뒤늦게 이성을 찾은 듯,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


“후···.”


조용히.

조금 전 보았던 광경을 곱씹듯 숨을 고르며, 감은 눈 너머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것도 잠시. 갑작스레 눈을 뜬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파에서 일어나자, 소파는 사라졌다. 사라진 소파를 대신해서 나타난 것은 기묘한 물건.

그는 기묘한 물건을 발로 한 번 건드렸다.


- 팅.


청량한 종소리.

종소리를 들은 그는 곧장 입을 열었다.


“계획을 수정한다. 1급 처리 대상을 1급 확보 대상으로 재정의. 그의 힘은 계획을 앞당길 힘이다.”


말을 끝낸 그는 발치를 움직여, 조금 전과같이 기묘한 물건을 건드렸다.

그러자 청량한 종소리가 울리고, 그는 아무렇게나 앉았다.

아무렇게나 앉은 그는 어디선가 나타난 소파에 몸을 기대었다.


“그자의 힘은···. 신의 것이다. 비록, 나의 신은 아닐지언정.”


그가 내뱉는 말은 두려움과 분노. 그리고 극히 미약한 동경이 섞인 목소리다.

통탄하듯 내뱉은 그는 얼굴을 숙였다가.


“아, 아, 아아!!”


광인인 마냥 소리를 내질렀다.


“신이여! 나의 신이여! 어째서 그자에게 그런 힘을 주었는가! 신이 되기에 합당한 것은 내가 아니었던가!!”


광인.

오롯이 광인의 행동을 보인 그는 돌연, 이성을 되찾은 모습으로 한숨을 내쉬더니.


“내가 지닐 수 없다면, 그의 힘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겠지.”


굉장히 만족스러운, 기묘한 인연에 감탄한 목소리를 중얼거리며 자신의 계획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


“저, 베르?”

“왜?”


리온은 자기 등을 떠미는 베르의 모습에 당황했다.

베르는 지금까지 리온 자신을 걱정은 하되, 지금처럼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기껏해야 말로 멈추는 게 전부였던 베르가, 지금은 직접 움직이고 있다.

베르에게 등을 떠밀린 리온은 당황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베르가 미는 방향으로 밀리고만 있었다.


“뭐라고 할까···. 리온은 강압적인 데 약한 건가?”

“···모른다. 묻지마라.”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레나드는 처음보는 리온의 약한 모습에 연신 고개를 기울였다. 반면, 체이스는 어느쪽의 편을 들지도 않고 눈을 감았다. 방관하려는 자세다.

리온 일행이 한참 떠들썩한 모습을 보이는 사이. 그런 일행의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다가온 인물이 있었다.


“저기···.”

“아, 패트릭.”


한참 베르에게 떠밀려 나아가는 리온을 대신하는 건 레나드. 레나드는 당황한 모습의 패트릭과 마주했다.

리온 일행은 지금, 페르나 왕국을 떠나려 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게도 베르가 리온에게 휴식 선언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떠날 수 있을 정도로 리온 일행이 가벼운 일행은 아니다.


“저희는 괜찮은 건가요?”


패트릭이 가리키는 저희. 그 인물들은 저마다 패트릭, 샐리, 윌리를 가리키고 있다.

패트릭은 아무런 문제 없다. 그러나 샐리와 윌리는 한 번 죽음의 문턱을 밟았다. 리온이 아니었다면, 확실하게 죽었을 두 생명.

리온이 직접 영혼 마법을 사용해 영혼을 저주에서 떼어내고, 새로운 몸으로 안착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리온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이어졌다.


“누나는 괜찮아요?”

“응! 윌리는 괜찮아?”

“네!”

“패트릭 씨. 우리 둘 다 괜찮아!”


샐리와 윌리. 두 마리가 저마다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로 변한 것이다.

변화는 자유자재. 두 마리가 원하는 때마다 변할 수 있다. 게다가, 들어보니 사람과 동물. 그 이외에도 한 가지 변할 수 있다고 한다.

동물이 사람으로 변한다. 명백한 이상 사태에 패트릭은 무언가 문제가 없는지 물었다. 다만, 그에 대한 대답은 레나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리온? 잠시 이쪽의 대답 좀 부탁할게.”


이야기를 반쯤 전해 들은 베르가 리온을 놓아주자, 그제야 리온은 베르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상당히 지친 모습으로 온 리온은 패트릭의 질문에 대답했다.


“문제없어.”

“문제없나요?”

“그래.”


문제는 없다.

지금껏 리온이 영혼 마법을 사용하면서 조금씩 문제를 개량하고, 최적의 방법을 찾은 끝에. 두 마리는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영혼 마법에 성공했다.

그 덕분에 두 마리는 아무런 문제는 없다.

다만.


“마력 보충을 위해서 식사량이 늘어날 거야.”


두 마리는 마력이 없는 동물이다.

그런 동물이, 마력을 지닌 몸이 되었다.

여전히 마법을 사용할 수는 없지만, 그 모든 능력이 신체 능력으로 소모된다. 그리고 그 덕에 마력을 생산하기 위해 소모되는 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즉, 두 마리의 식성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의미다.


“···그 정도라면, 괜찮겠네요. 요리는 직접하고, 평소에도 재료는 아이들이 구해오니까···.”

“맛있는 거 많이 먹을 수 있어요?”

“좋아! 나는 맛있는 거 좋아!”


특별한 부작용이 없다는 말에 패트릭은 안도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히려 이전보다 활동량이 늘어난 모습에 패트릭은 웃음을 짓고,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 더욱 기뻐했다.

패트릭이 기뻐하는 모습에 이야기가 끝났다고 생각한 리온은 조심스래,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리온.”


베르가 있다.


“···베르. 굳이 쉴 필요가 있어?”

“응. 있어.”


리온은 베르의 단호한 태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베르가 보기에 리온의 영혼은 이미 당장이라도 바스라질 듯한. 심히도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리온이라는 영혼이 지닌 특이성이 아니었다면, 이미 한참 전에 영혼은 세계의 마나로 환원될 정도다.

그렇기에 베르는 더더욱 리온에게 휴식을 요구했다. 영혼의 안정을 꾀하는 정도라면 휴식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온은 자신의 상태를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니 베르는 리온을 설득하기 위해 다른 이유를 들었다.


“지금까지 얻은 영혼 마법. 그 정보를 정리하진 못했지?”

“······그렇지.”

“이번에 나도 도와줄 테니까. 정리를 위한 휴식 시간이야. 어때?”


영혼 마법을 사용하는 모든 정보는 리온이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기록일 뿐이다.

훗날, 레네의 회복을 위해 사용할 영혼 마법은 무엇보다도 정밀하고 정확해야 한다. 그렇기에 정보의 정리는 필수.

베르는 리온의 이야기에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응! 그럼, 휴식하기 좋은 곳을 찾아볼까?”


리온과 베르의 대화를 지켜보던 레나드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리 봐도 리온이 쉽게 구슬려진 모습이기 때문이다.

레나드는 호위라는 입장으로, 휴식을 취하더라도 같이 다녀야 한다. 오히려 함께 쉴 수 있기에 레나드는 어깨를 으쓱일 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미 리온 일행의 휴가는 정해진 사안. 그에 여행지를 고르려던 베르의 귓가에 한목소리가 들려왔다.


“휴양이라면, 라셴이 좋아.”

“···응? 라셴?”


휴양. 말 그대로 베르가 생각하던 이상적인 단어에, 베르는 곧바로 반응했다.

베르에게 제안한 루제니아는 달려든 베르의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천천히 설명했다.


“청익 대륙의 라셴. 사실, 청익 대륙 전부가 라셴이지.”

“응, 응. 그렇구나···. 휴양은?”

“라셴에는 다양한 요소가 있다고 들었거든. 그쪽이라면, 그쪽도 쉬기 편할걸. 애초에 그런 용도로 만들어진 관광 단지도 있으니까.”

“아하. 리온, 어때?”

“···그래.”


라셴.

청익 대륙에 뿌리를 내린 국가로, 청익 대륙 유일의 국가다.

대륙의 전 국토를 라셴으로 만든 대국이며, 다양한 놀거리와 휴양지와 관광지 등. 상당히 이것저것이 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함께 듣던 레나드는 문득.


“···아리엘인가 하는 애의 고향 아니야?”


아리엘을 떠올렸다. 켈트란 평원에서 만난 검사.

그 검사는 라셴에서 나온 검사라고 소개했다. 한 사람의 검사가 되기 위해 여행을 떠난 이라고. 그 이야기를 떠올린 레나드가 중얼거리자, 뒤늦게 떠올린 듯 리온이 말을 추가했다.


“타란티노의 고향이기도 하지.”


고향에서 상인이 되기 위해 나선 이.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자주 하지만, 리온과 가장 먼저 만났던 이기도 하다. 지금은 아리엘과 타란티노. 양쪽 다 멀리 떨어진 상황이지만, 아리엘의 경우는 라셴에서 만날 수도 있다.

리온은 수납 마법에 정리한 녹색 돌을 떠올리고, 아리엘과 루미아를 찾기로 했다.


“베르. 연락은?”

“가능해. 연락해둘까?”


리온이 한 번이라도 영혼 마법을 사용했다면, 베르를 통해서 연락할 수 있다.

베르는 리온이 영혼 마법을 사용할 때 매번 직접 조정했다. 영혼 마법은 마법 중에서도 상당히 특이한 부류로. 실상을 따지자면 마법에 들어가선 안 되는 부류다.

그렇기에 베르가 직접 조정하는 영혼 마법은 지금처럼, 영혼 마법과 이어진 대상과 모종의 연결이 남아있다.

그 연결을 연락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베르는 리온이 고개를 끄덕이자, 루미아에게 라셴으로 향한다는 연락을 남겼다.


“가자.”

“응! 아, 다들 잘 있어!”


갑작스레 떠난다는 말을 남긴 리온은 항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항구에는 바이엘른 왕국에서 받은 배가 있으니, 직접 바다를 건널 수 있다.

리온 일행이 떠나기 시작하자. 패트릭과 루제니아. 샐리와 윌리는 저마다 감사를 전하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오실 때는 연락해주세요! 최고의 요리를 대접할 테니까요!”

“아이들을 구해줘서 고맙다!”

“선생님, 고마워!”

“안녕, 선생님!”


배웅을 흘려들으며 항구로 향한 리온 일행은 이미 마개조를 이룬 배를 준비하며, 항로를 찾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리온은 문득.


“···선생님?”


마지막으로 들었던, 샐리와 윌리의 호칭에 대해 떠올렸다.

리온은 모르는 사실이다. 이는 샐리와 윌리. 패트릭의 과거로, 패트릭이 상처를 고쳐주는 사람을 의사 선생님이라 말한대서 비롯한 호칭이다.

리온은 잠시 고개를 기울이다가, 이내 쓸데없는 생각이라며 정리했다.

대신.


“레네.”


한 장의 사진을 꺼내며, 단 한 번도 잊지 않았던 이름을 불렀다.


“이제, 곧···.”


마왕과의 전투에서 치명적인 상처. 존재 자체를 위협받는 상처를 입은 레네는 지금 시간에서조차 떨어져, 동결된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조차 진행되는 마왕의 저주와 독기. 영혼의 침식.

그 모든 상처를 되돌리기 위해, 리온은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 꾸욱.


리온의 여정. 그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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