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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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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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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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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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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go] 6장 4화

DUMMY

“···.”


무너진 지반.

한참 깊게 무너진 땅은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내렸다.

결계의 크기를 넓게 잡은 탓인지, 무너져 내린 구역도 넓다. 한순간에 생긴 싱크홀을 바라본 리온은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그, 리온. 메꿀까?”

“저도 도울게요!”


리온이 한숨을 내쉬자. 그 모습을 지켜본 원인 두 사람. 루미아와 아리엘이 당황하며 대안을 말했다.

파인 곳은 그저 흙. 말 그대로 흙밖에 없기에, 메꾸기도 쉽다.

그러나.


“으음···. 리온, 잠시만.”

“···?”


구멍 아래를 살피던 베르가 두 사람의 의견을 반대했다. 어딘가 이상하다는 듯한 베르의 목소리. 멀리서 구멍을 지켜보기만 하던 리온은 그제야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넓게 내려앉은 구멍. 그 지반을 한참 살피던 리온은 뒤늦게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내려앉았다?”

“그렇네. 아마 처음부터 이 밑에 공간이 있었던 것 같아.”


땅이 무너져내렸다. 단순히 지반이 뒤엎어진 게 아닌, 완전히 내려앉은 상황.

그 모습에 베르와 리온은 처음부터 지반이 약한 게 아닌가. 그런 결론에 도달했다. 베르의 이야기를 들은 아리엘과 루미아는 자신들이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안도했다.

두 사람이 안도하는 사이, 리온과 베르는 차분히 지반 아래를 살피기 시작했다. 드넓은 구멍, 광원 하나 없는 곳.

다만, 리온과 베르에게 어둠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저기.”

“아, 찾았다.”


리온이 먼저 깨달은 직후, 베르도 지하 깊은 곳에 생긴 흔적을 발견했다.


“리온? 뭐가 있어?”

“아버님과 어머님을 방해하지 마라.”


마차가 멈추고 지반이 내려앉자, 구경만 하던 레나드도 다가왔다.

리온이 발견한 것은 하나. 지하의 깊은 공동에 새겨진 글이다.


“레나드. 기척은?”

“아···. 잠시만. ······없네.”


리온의 이야기에 곧장 지하의 기척을 살핀 레나드는 어깨를 으쓱이며 결과를 전했다. 지하의 기척은 아무것도 없다. 그나마 남은 것이라고는 작은 생물이 전부다.

레나드의 이야기에 리온은 체이스에게도 시선을 돌렸다. 기척을 감지하는 것은 체이스도 가능하다.


“···없습니다.”

“그래.”

“그러면, 저건 예전에 새긴 글인가?”


레나드와 체이스가 기척을 읽는 방법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두 사람이 모두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면, 정말 아무도 없다는 의미다.

안전을 확인한 리온은 마차에서 몇 가지 도구를 꺼내기 시작했다.


“리온, 내려갈 거야?”

“내려가는 거라면 나도 갈래.”

“저, 저도 갈 수 있을까요?”


베르가 의문을 보이고, 루미아와 아리엘이 흥미를 보이자. 리온은 레나드와 체이스의 반응도 살폈다.


“···으음, 곤란하려나?”

“아버님이 정해주십시오.”


체이스는 둘째로, 레나드도 미묘하게 흥미를 보인 것을 확인한 리온은 조용히 장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수는 여섯.


“자, 가자!”

“오!”

“오, 오!”

“···재밌겠네.”

“흠.”


리온이 준비를 끝마치자, 베르가 선두에 서며 다른 이들을 이끌기 시작했다.

그에 루미아가 호응하고, 아리엘도 어색하게나마 호응하자. 어딘가 소풍 나온 듯한 가벼운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하아.”

“리온, 즐기면서 가자. 휴식이니까.”

“그래···. 가자.”


마술 도구를 구멍의 위에서 설치한 리온은 천천히, 마술 도구가 구멍의 지하까지 도달하는 모습을 보고 다른 이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준비한 마술 도구는 네모난 판의 형태다. 지하로 내려간 금속 막대를 비스듬히 타고 내려가는 형태로, 마술 도구라고는 하나 이동 수단으로 사용되는 물건이다.

다 같이 올라탄 상태로 리온이 마술 도구를 작동하자, 마술 도구는 천천히. 무너진 구멍에 내린 금속 막대를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

“오래된 모양이네.”

“신기하네요···.”


던져둔 발광 마술 도구로 공동의 전체 모양새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상에서는 보이지 않던 공간. 돌과 지반으로 가려져 있던 곳들이 은은한 빛에 모습을 드러내자, 일행. 그중에서도 베르와 루미아. 아리엘이 흥미진진한 모습으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반면, 레나드와 체이스는 기척을 살피며 어림짐작으로 공동의 전체상을 살폈다.


“넓네.”

“숨겨진 곳도 많군.”


지하 공동은 무너져내린 곳을 기준으로, 상당히 넓게 퍼져있다.

마치 지하 공동이 중앙 거점인 듯 퍼진 모습은 개미집을 생각나게 할 정도다.

전체 모습을 살핀 레나드와 체이스는 저마다 감탄하며 주변을 눈으로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온은.


“···저긴가.”


지상에서 확인한 곳. 유일하게 지상에서 볼 수 있었던 벽면. 그곳에 새겨진 글귀를 확인했다.


- 퉁.


“도착했네!”

“자유롭게 둘러봐도 되려나?”

“다 같이 움직이는 게 좋지 않을까?”

“···주인이 있었나 본데.”

“지금은 없다.”


마술 도구가 지하 공동에 도착한 순간.

리온은 다른 이들의 반응을 무시한 채, 곧장 글귀가 적힌 방향으로 향했다. 리온이 벽면으로 향하자, 일행은 어쩔 수 없이 리온을 따랐다.

글이 적힌 벽면은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 곳곳이 깨져나갔다. 그나마 남은 곳은 리온이 발견한 벽면. 그리고 그 곁에 난 작은 길이 전부다.


“주인이 남긴 글인가.”


벽면에 새겨진 글은 짧다.

그러나 그 짧은 글마저 깨져나간 탓에 알 수 있는 부분은 적다.


“응···?”


리온의 뒤를 따라온 일행. 그중에서도 베르가 고개를 기울이며 벽면을 읽었다.


“도사···. 사라진 건 이름 부분일까?”


벽면의 내용. 그중에서 이름 부근이 지워져 있다.

확인할 수 있는 글은 한 문장.


[세계 제일의 도사 xx의 거점]


저마다 새겨진 글을 읽은 일행은 비슷하게 고개를 기울이며 의문을 보였다.

가장 큰 의문은 하나.


“도사?”


도사라는 단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직업 중에서 도사라는 직업은 없다. 그렇기에 일행은 의문을 보였다. 그리고 그건 리온도 마찬가지다.

한참 단어의 의미를 생각하던 리온과 베르. 일행은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넓은 공동은 다양한 길이 나 있다. 이곳의 주인이 만들어 두었던 길인지, 무너져서 가려진 곳을 제외하면 다섯 개 정도의 길이 있다.

그 모든 길을 적당히 둘러본 리온은 입을 열었다.


“각자 살펴.”


일행 중 두 사람. 정확히는 아리엘과 루미아가 주변을 둘러보고 싶어 하는 기색이었기에, 리온은 자유행동을 허락했다.

게다가, 자세히 살피려면 리온은 혼자가 편했다.


“아싸! 아리엘, 가자!”

“응! 감사해요, 리온 씨!”


리온이 예상한 대로, 자유행동을 허락하자 아리엘과 루미아가 가장 먼저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향한 길은 얼핏 보이기로 무기가 늘어선 곳. 무기고와 비슷한 공간인 듯한 곳이다. 리온은 두 사람이 향한 것을 확인하고, 시선을 돌려 레나드와 체이스를 바라봤다.

리온의 시선을 받은 레나드는 멋쩍은 듯 어깨를 으쓱이고는.


“뭐···. 적당히 둘러보고 올게.”

“그래.”


리온의 시선을 이해하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에 체이스도 정중히 고개를 숙이더니, 레나드를 이끌고 리온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남은 것은 리온.

그리고.


“베르.”


벽면에 새겨진 글. 리온은 그 글을 읽은 후로 행동거지가 묘해진 베르를 불렀다.

베르는 리온의 목소리에 애매하게 고개를 돌려, 그 시선을 피했다.


“짐작 가는 게 있는 거지?”

“···으음. 아마도?”


베르. 『칼라드볼그』에 들어선 존재인 베르는 수천 년 동안이나 세상을 돌아다녔다. 그 시간 대부분은 용사의 손에 들려 있었다고 하나, 오랜 시간은 절대 단순히 흐르지 않았다.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이 리온의 수 배는 되는 베르는 돌렸던 시선을 맞추고, 리온에게 말했다.


“도사는, 마법이나 마술과도 다른 힘을 쓰는 존재야.”

“···다른 힘?”


베르치고는 상당히 두리뭉실한 이야기에 리온은 얼굴을 찌푸렸다.

마법이나 마술과도 다른 힘. 베르라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힘을, 굳이 다른 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설명한 것에 의문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베르는 그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설명하기 애매하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아···.”


베르의 답답하다면 답답한 태도에 한숨을 내쉰 리온은 베르가 다른 힘이라 부른 힘. 그 힘의 잔재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글이 새겨진 벽면. 그곳의 옆에는 작은 길이 나 있다. 유일하게 다듬어져, 인공적으로 만든 듯한 길.

그 길의 끝에, 묘한 위화감이 남아있다.


“저건가.”

“아마도, 그럴 거야.”


리온의 혼잣말에 베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리온은 베르의 반응을 의식하지 않고, 작은 길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좁은 통로이지만 한 사람 정도는 충분히 지나갈 수 있는 길. 그 길을 나아갈수록 작은 빛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는, 보관소인가?”


작은 방이 나왔다.

네모난 방에, 각 부분에는 광원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다. 네모난 종이에 새겨진 글. 글이 발광하는 모습은 리온도 처음 보는 광경이다.

게다가.


“이곳의 주인인가.”


방의 끝.

좁은 길을 걸어 나온 끝에 정면에서 보이는 단상. 단상의 바로 앞에는 이미 뼈만 남은 존재가 쓰러져 있다.


“늦었나···.”

“리온, 이미 몇 년이나 지난 것같아. 그러니까.”

“알고 있어.”


베르의 이야기에 한숨을 내쉰 리온은 단상을 살폈다.

네모난 단상. 석제로 만들어진 단상에는 단 하나의 물건이 중요한 물건이라는 듯, 고이 놓여 있다.

지지대를 조각해 놓인 물건.


“곰방대네.”

“응. 라셴에서는 흔하게 보이는 물건이야.”


라셴의 물건.

곰방대라고 불리는 물건이다.

그러나 곰방대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단순하지 않다. 마법도, 마술도 아닌 기척. 굳이 분류한다면 영혼 마법과도 비슷한 무언가가 떠돌고 있다.


“···뭐지?”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기척에 리온은 의문을 보이며 단상 근처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순간.


- 파직.


단상의 주변으로 작은 전류가 튀었다.

지극히 작은 전류. 그러나 그것만으로 리온의 침입을 막기에는 충분하다.


“방위 기구인가.”

“그런 것 같아. ···그래도 너무 오래된 모양이네.”


분명 조금의 마력도 느껴지지 않은 방법이다.

다만, 베르의 말대로 너무 오래되었다. 그 탓에 방위 기구는 제 전력을 내지 못하고 미약한 전류만 흘렀다.

리온이 멈춘 것은 흥미를 보인 탓이다. 다른 이라면 전류를 무시하고 넘었을 정도로, 미약하다.

주변을 둘러보고, 단상을 다시 확인한 리온은 두 번째 발걸음을 옮겼다.


- 파직.


다시 전류가 튀었다.

그러나.


- 저벅.


리온은 자연스럽게,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발걸음을 디뎠다.

처음부터 전류는 지나치게 약했다. 정전기 수준의 전기로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그렇기에, 리온은 방위 기구가 오래되어 약해졌다고 판단했다.

방위 기구의 흥미를 느낀 것도 잠시. 리온은 이내 단상에 놓인 물건, 곰방대로 시선을 향했다.


“여기서 느껴지는 기운인데.”


영혼 마법과도 비슷한 무언가.

영혼 마법은 말 그대로 영혼에 미치는 마법이다. 그 특성 덕에, 리온은 영혼을 이용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느껴지는 영혼 마법과 비슷한 기척이, 리온의 영혼 마법과 같은 부류라면.


“···이봐.”


리온은 곰방대를 향해 말을 건넸다.

그저 그뿐으로,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리온도 다른 특별한 반응을 기대하지 않았다. 확인차 건넨 말.

그러나.


- “응? 손님이 왔었네?”


곰방대.

정확히는 리온의 뒤에서부터,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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