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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22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8.31 16:41
조회
44
추천
2
글자
12쪽

정점(3)

DUMMY

"끝이로군. 이걸로 방해꾼은 모두 사라졌다. 류진."

"...그래 보이네."


던전에 같혀 있는 제법 긴 시간 동안 호흡을 맞춰온 우리들이다. 아무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그런 우리 일행을 이렇게까지 간단하게 제압한 것은 우리가 작전을 수립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몰아쳤기 때문.


"그렇다고 이제 와서 타임 외치고 작전 타임을 가지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지...하아."

"아직도, 마음은 변치 않은 건가?"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

"지금 상황을 봐라. 너는, 고작 나를 상대로도 몇 되지 않는 동료들조차 지켜내지 못했다."

"..."


확실히 강주일의 말대로다. 그가 신창의 이름에 걸맞는 무력으로 내 동료들을 기절시키는 동안 내가 손도 발도 쓰지 못한 것은 사실. 하지만.


"너 그 말 정확히 앞으로 1년 뒤의 나에게도 똑같이 할 수 있냐?"

"그건..."

"못하겠지. 넌 다른 누구보다도 내 힘을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본인 입으로 말하자니 조금 민망한 말이기는 하지만.


"물론 지금의 나는 약해. 하지만, 난 앞으로도 계속, 계속해서 강해질 거다. 너, 지금 내 레벨이 몇일 것 같냐?"

"...50. 적어도 그 이상이겠지. 이 던전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은 최소한..."

"틀렸어. 지금 내 레벨은 고작 19야."

"뭐, 뭐라고?"


내 말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동요를 보이는 강주일.


"정말로 내가 힘을 되찾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아서 말이야. 아직 예전의 직업조차 되찾지 못한 상태란 말이지. 그런 상황에서 널 만나게 된 것은 운이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그래도 예전의 나를 잘 아는 너라면 알겠지. 앞으로의 내가, 얼마나 더 강해질 수 있을지 말이야."

"..."

"그래. 인정할게. 예전의 나였다면, 분명히 무리였을지도 몰라. 레벨 업은 턱없이 느리고, 더 이상 아이템으로 강해지는 것도 힘든 상황. 그런 상황에서 다시 그 던전으로 향해봤자, 결과는 예전의 반복에 불과했겠지.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달라."


스틱스의 강물에 의해 레벨이 1로 초기화되면서 많은 것을 잃은 나지만, 비온 뒤에 땅이 굳듯이, 혹독한 단련 끝에 찢어진 근섬유들이 치유되는 과정에서 근육이 단련되듯이 잃었던 것을 되찾아가는 과정에서 나는 더더욱 강해지고 있는 중이었다.


"할 수 있어. 지금의 나라면. 다시 그 예전의 힘을 되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거야."

"음."

"이제 와서 가디언 길드 쪽의 힘을 빌릴 생각은 없어. 그래도,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나를 믿어줄 수는...없을까?"

"믿는다, 라."


조금 전에 강주일이 나를 설득하려 시도했던 것과는 완전히 입장이 반대가 된 상황. 강주일은 그런 나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 했고, 나는 피말리는 심정으로 강주일이 판단을 내리기만을 기다렸다.


'이거 면접이라도 보는 기분이군.'


그렇게 잠시간 불편한 침묵이 오간 끝에 드디어 입을 여는 강주일.


"역시...무리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인간의 힘으로 대항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아무리, 생각해도인가."

"...그래."

"그렇군. 그렇다면, 이제 남은 길은 하나뿐이겠군."


나는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검심을 발동시켰고, 그런 내 분위기가 변한 것을 눈치챈 강주일 역시 전투 태세를 취하며 창을 들어올렸다.


"네게는 항상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아무리 마지막 순간에 좋지 못한 모습으로 헤어졌다고는 하나, 네게 입었던 은혜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지."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 그런 감상에 젖기에는 서로 지나치게 멀리 오지 않았나? 대화로 뭔가 해결할 수 있었을 법한 기회는 조금 전이 마지막 순간이었어."

"그렇군. 그렇다면, 하다 못해 최소한의 고통으로 끝내주지."

"그러냐. 할 수 있다면 해 봐. 나도 호락호락 당해주지는 않을테니."


강주일도 나를 알고, 나도 강주일을 알고 있다. 절대 내가 가만히 앉아서 당해주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알기에 항복을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했다.


"간다."

"...!"


짤막한 한 마디와 함께 질풍과도 같은 속도로 내 쪽으로 쇄도하는 강주일. 분명히 제대로 주시하고 있었건만, 강주일의 정점이 이른 기량 스테이터스는 별다른 아이템의 보조 없이도 순간적으로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른 속도의 질주를 가능케 했고, 그의 창끝이 용서없이 내 명치를 향해 찔러들어져온다.


"역시 적당히 할 생각 따위 없어 보이잖냐!"


그렇게 외치며 몸을 틀어 창을 피해냄과 동시에 왼손의 검으로 내찌른 창을 쳐올린다.


"크윽!?"


생긴 건 평범한 나뭇가지인데 느껴지는 무게감은 마치 태산과도 같다. 당연히 강주일의 창은 내 검격에는 작은 흠집조차 나지 않았고, 굳세게 창을 쥔 강주일의 자세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창대를 가격한 이쪽의 자세가 흐트러진다.


당연히 그런 틈을 놓칠 강주일이 아니었고, 그는 자세가 무너진 이쪽을 향해 창대를 후려쳤지만, 간신히 순간적인 재치를 발휘해 튕겨나간 반동을 이용해 백덤블링을 하며 종이 하나 차이로 강주일의 창을 피해낸다.


"근력은 영 꽝이로군. 그런 별 볼 일 없는 힘으로는 나에게 생채기 하나 조차 못 낼 텐데?"

"글쎄다. 그건 어떨까나? 파워 스트라이크!"


재빠르게 자세를 바로잡고는 이번에는 이쪽에서 공세에 나선다. 모자란 힘을 조금이나마 보충하기 위한 파워 스트라이크. 애초에 공격용이 아니라 버프용에 가까운 스킬이었기에 강주일은 어렵지 않게 창대를 들어 내려친 일격을 방어해내고는 살짝 놀란 표정이 되며 말했다.


"근력이 갑자기 상승했다...? 이건 마치 광전사의..."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 붙들어 매시지! 뇌섬!"


전투 중의 잡생각은 쓸데없은 동작의 딜레이를 가져온다. 강주일이 한눈을 파는 사이에 나는 뇌섬을 사용하여 그의 빈틈을 찌르려 했지만, 역시 강주일은 호락호락하게 당해주지만은 않았다.


"섬광류, 천충."


검심에 의해 강화된 뇌섬은 순간적으로 번개와도 같은 속도로 수십번의 가벼운 참격을 날리는 스킬. 그에 따라서 발동 자체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지만, 검격 하나하나의 위력은 지극히 낮았기에 방어력이 높은 상대에게는 그다지 효율적인 스킬은 아니었지만, 음양쌍검을 사용했을 때는 얘기가 다르다. 일순간에 들어가는 수십번의 참격은 음기나 양기를 그야말로 반칙에 가까운 속도로 쌓아올렸기에 둘의 시너지는 상상을 초월했고, 그렇기에 음양쌍검을 얻고 난 뒤 뇌섬은 내가 상당히 애용하는 스킬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상대가 당해주지를 않으면 의미가 없는 법. 강주일은 빠르기가 특기인 섬광류의 창술로 뇌섬의 참격을 모조리 튕겨내버렸기에, 당연히 우수검에 의한 양기의 누적 또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젠장, 역시 괴물이로군. 이거 맞고도 멀쩡한 놈들은 여럿 봤어도 아예 막아내는 놈은 본 적이 없는데."

"뇌섬이라...원래는 이런 형태의 스킬이 아니었을 텐데, 이상한 잔재주들을 많이도 배워온 것 같구나. 류진."

"가진 게 이런 것들 밖에는 없어서 말이지!"


회심의 일격이 막혀버렸지만 절망하고 앉아있을 시간은 없다. 최악의 상황은 내 검은 닿지 않고, 강주일의 창은 닿을 만한 거리가 벌려지는 것. 이유는 모르겠지만 강주일 쪽에서 스스로 거리를 좁혀 줬으니 이쪽은 그 기회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에, 나는 모든 면에서 열세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강주일에게로 파고들었고, 강주일은 여전히 무표정으로 내 공세를 받아내고 있을 뿐이었다.


"역시 류진인가...고작 19레벨의 검사가 이런 검격을 펼칠 수 있다고 말해봤자, 누구도 믿어주지 않겠지."

"그런 말하는 것 치고는, 전혀 당해주지를 않고 있는데 말이지!"


음양쌍검이 펼치는 화려한 난무. 방어를 거의 도외시한 필사의 공세임에도 불구하고, 강주일은 단 한 자루의 창으로도 너무나도 손쉽게 내 공격을 받아넘기는 중이었다.


울려퍼지는 철의 비명. 병기의 마찰로 튀어오르는 불티들. 격렬한 합은 우리 사이의 공기를 달구기 시작했다.


"확실히, 대단한 기량이다. 이 정도라면 동 레벨대는 물론, 레벨 100에 근접한 헌터들조차 대적할 수 없을 만한 힘이야. 그야말로 장래가 두려워지는 힘이지만...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평가질은 사양...으으윽!?"


그 말과 함께 순식간에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되는 강주일의 창. 역시 이쪽이 강주일을 몰아붙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봐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디 한 번 받아봐라. 이것마저 견뎌낸다면, 내 생각이 조금은 바뀔지도 모르지!"


내 공격을 받아낼 때는 선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던 강주일이지만, 정작 그가 이쪽을 몰아붙이기 시작하니 나는 속절없이 뒤로 물러서며 간신히 그의 창을 막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윽!"


그마저도 전부 방어해 내는 것은 불가능했고, 마치 광풍이 몰아치는 것 같은 기세의 창술에 나는 위협적인 공격을 막아내면서도, 사소한 일격 정도는 허용할 수밖에 없었기에 내 몸에 새겨지는 상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실력이 늘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상상 이상의 괴물이 되었군!'


과거의 내가 돌아온다고 해도 당해낼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기량. 게다가 장비하고 있는 나뭇가지처럼 생긴 창도 보통 장비는 아닌지 그의 공격 한 번을 받아낼 때마다 평범한 레어급 무기인 음양쌍검이 비명을 지르는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다.


어지간한 공격들은 최소한의 내구도 감소로 막아낼 자신이 있는 나였지만, 강주일의 공격은 내구도 관리는 커녕 당장 목이 따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 이대로 가다가는 내 체력과 검심에 의한 마력 소모보다는 무기의 내구도가 먼저 다 떨어져버릴 지경이었다.


"여기까지 버티는가, 과연 류진이다."


광풍노도와도 같은 기세로 공격을 퍼붓던 강주일이 뭔가 강한 일격을 준비하려는 것이 보였지만, 이쪽에서 딱히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잠깐 공격 사이에 틈새가 생기기는 했지만, 무너진 자세와 떨어진 체력으로는 이 빈틈을 파고들 수가 없는 상황, 지금은 그저 날아오는 공격이 내가 감당 가능한 것임을 비는 수밖에.


"선풍류, 승천!"

"크, 헉!"


강하게 진각을 밟으며 나를 향해 창을 쳐올리는 강주일. 미리 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도저히 대항할 수 없는 위력이 담긴 일격에 나는 그만 양손의 검을 놓쳐버렸고, 음양쌍검은 쩍하고 금이 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위로 날아가버렸다.


"상상 이상으로 잘 버텼다만, 이걸로 끝이다. 미안하게 됐군."

"이, 이런 젠...!"

"잘 가라."


완전히 자세가 무너진 내 가슴팍을 무자비하게 찔러오는 강주일의 창. 그야말로 손도 발도 쓸 수 없는 상황에 나는 눈을 부릅뜨고 나를 향해 다가오는 창끝을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뭣!?"


전혀 예상치도 못한 방향에서 강주일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무언가. 그것을 포착한 강주일은 어쩔 수 없이 나를 향하던 창끝을 날아온 무언가에게 돌릴 수밖에 없었고,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 무언가를 튕겨낸 강주일의 자세는 내 공격을 막아내던 때와는 다르게 크게 흔들렸다.


"뭐야 저건...스태프?"


그리고 그 자이에 공중으로 날아올랐던 쌍검을 다시 받아낸 나는 여전히 경계 태세를 취하며 강주일과 날아온 무언가를 번갈아 가며 주시하기 시작했다.


뜬금없이 날아온 것은 어딘가 눈에 익은 것 같은 목재 스태프. 아니 잠깐만, 저건 분명히...


"이, 이건 분명히. 우승재의."


느닷없이 날아온 물건의 정체는 우승재가 들고 다니던 스태프였다. 그리고 그 순간, 스태프가 날아온 방향에서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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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양수연의 던전 일지 21.06.25 10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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