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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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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28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7.19 17:15
조회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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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격동의 날개(3)

DUMMY

지금 이렇게 구선양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도중에도 나는 지속적으로 양수호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했고, 그 결과 양수호의 움직임 자체는 저 날개를 달기 전과 거의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저 요상한 날개의 움직임이 변수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쪽에서 대처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고 말이지.


'저번에 같이 시뮬레이션인지 뭔지를 해본 경험이 이렇게 도움이 되는군.'


어떻게 보면 지금 상황도 저번의 시뮬레이션과 거의 비슷하고 봐도 되겠군. 딱히 어울리지도 않은 과분한 무기를 들고 덤벼든다는 점에서 말이지.


"야. 수연아. 저번에 저렇게 된 양수호를 제압했던 적이 있다고 했지. 혹시 어떻게 제압했었는지는 알고 있어?"

-어...그, 그게 좀 복잡한데요. 오빠의 상태를 원상태로 돌리기 위해서는 오빠의 감정을 가라앉혀야만 해요.

"...감정?"


이건 또 뭔 거지 같은 소리야. 생뚱맞게 여기서 상담이라도 하라는 건가?


-오빠의 저 날개는 화염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거고, 뿜어져나오는 화염은 오빠의 감정 상태에 의해 뿜어져 나오는 거거든요. 감정이 고조되면 고조될수록 뜨겁게 타오르고, 감정이 가라앉으면 불이 꺼지죠.

"그래서 격동의 날개인가. 이건 좀 까다롭군."


단순히 두들겨 패라는 거라면 어떻게든 되겠는데 감정을 가라앉히라니...난 헌터지 카운셀러가 아니라고.


"그 말이 사실이면, 지금 양수호는 어지간히도 빡쳐있나 보구만. 뿜어져나오는 화염이 보통이 아닌데."


한참은 떨어져 있는 이곳까지도 미약한 열기가 느껴질 정도의 격렬한 화염. 헌터가 아닌 일반인이라면 가까이 가는 것조차 무리일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화염에 줄곧 노출되어 있는 괴물은 죽을 지경일 것이었다. 시뻘건 색이었던 괴물의 검은 갑각은 데친 랍스터마냥 붉게 변해 있었고, 분홍빛 속살은 군데군데가 검게 그을린 채 기분나쁜 노릇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제법 좋은 승부를 벌인 둘이었지만, 조금 전부터 승기는 완전히 양수호 쪽으로 넘어와 있었다. 만전의 상태였으면 모르겠으나, 약해진 상태의 괴물은 강철 날개의 방어력을 뚫어내지 못했고, 양수호의 화염은 괴물에게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으로 작용했기 때문.


"혹시나 싶어서 물어보는 건데. 저거, 괴물이 쓰러진 뒤에는 알아서 원 상태로 돌아올 가능성은 없을까?"

-그, 그러면 좋긴 하겠지만...전례가 없으니 확신할 수가 없네요. 죄송해요...

"죄송할 건 없고. 흠."


피아 식별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으니 괴물 다음에는 열기로 인해서 접근은 할 수 없고 지금도 하늘을 날아다니며 저쪽의 동태를 살피고 있는 벌레들의 차례일 가능성이 높았고, 그 다음에는 우리 차례일 게 분명한 상황. 제풀이 지쳐 멈추기를 기대하기에는 양수호의 머리와 날개에서 뿜어져나오는 화염이 너무나도 격렬했다.


"저놈의 감정을 누그러뜨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려나...평소에 자기 얘기를 많이 하는 놈이 아니라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모르겠는데."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저 멀리서 양수호 쪽을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수연 쪽을 바라보았다.


"여기서는 수연이 네가 힘내보는게 맞지 않겠냐? 이 던전 들어오기 전까지는 생판 남이었던 타인들 보다는 남매인 네 쪽이 말이 더 잘 통할 거 아니야?"

-그, 그렇게 되려나요? 이, 일단은 힘내 볼게요!

"그래. 지금 당장은 저 괴물이 버티고 있으니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조만간에 결판이 날 거라고 생각하니 각자 저 양수호를 진정시킬 법한 말을 생각해 두라고. 대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 말이야. 수연이가 꼭 성공할 거란 보장도 없고."

-이런 건 자신 없습니다만, 일단은 알겠습니다.

-알아들었구만유! 불초 우승재! 힘내겠습니다유!

"좋아. 그럼 지켜보자고. 일단은 여기서 혼자 떨어져 있어봤자 좋을 것 없을테니 그쪽으로 가도록 하지."


나는 그렇게 양수호의 괴물의 격렬한 전투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슬그머니 일행들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


"결판이 났군."

-******...


몸의 절반 이상이 타버린 채로 바닥에 엎어진 괴물은 마지막으로 구슬퍼보일 정도로 미약한 울음소리를 낸 후 천천히 재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고, 괴물이 사라짐과 동시에 양수호에게 날아든 벌레들은 그야말로 순식간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전멸당해버렸다.


정확하게 날갯짓 한 번에 한 마리씩. 양수호는 놀라울 정도의 정확성으로 벌레들을 차근차근 불태웠고, 괴물과 마찬가지로, 아니 그 이상으로 화염에 대한 저항이 약한 벌레들은 모조리 재가 되어버렸다.


이것보다는 더 잘 버텨줄 거라고 생각했건만, 하긴 그동안 그렇게나 우리를 괴롭혀왔던 놈들이니 저놈들의 움직임 정도는 충분히 눈에 익기도 했고, 감정의 고조에 따라 강해지는 양수호의 능력의 특성상 벌레들을 향한 강한 증오는 더 강한 화염이 되었을 테니 당연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겠다.


"으아아아아아아!"


괴물들과 벌레들을 해치웠다는 기쁨의 표현이기라도 한 것인지 양수호는 비명을 내지르며 격한 화염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이내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올 게 왔구만. 자, 다들 준비하자고."

"네."

"알겠구먼유!"

"그럼 우승재씨. 일단 버프."

"넵! 엘리멘틀 프로텍트!"


나는 사전에 우승재에게 준비시켜 두었던 속성 저항력을 올려주는 엘리멘틀 프로텍트를 포함한 공격력, 방어력 등등 여러가지 잡다한 버프들을 받아 챙기고는 어깨를 풀며 말했다.


"좋아. 버프는 받았고, 네 쪽은 어때?"

"후...하. 네. 이쪽도 준비 됐어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의 준비를 끝낸 듯한 수연. 지금부터 수연은 내가 양수호의 이목을 끄는 동안 옆에서 양수호에게 말을 걸며 어떻게든 그의 감정을 가라앉힐 예정이었다.


"그럼 가자고.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네, 네..."


나는 그렇게 말하며 허리춤의 음양쌍검을 뽑아들며 양수호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고, 양수호 역시 이쪽을 똑바로 바라보며 뚜벅뚜벅 걸어오기 시작했다.


양수호와의 거리가 좁혀지면 좁혀질수록 선명하게 느껴지는 열기. 나나 수연이나 속성 저항력을 올려주는 버프를 받았기에 망정이지 그게 없었더라면 제법 힘든 싸움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여어 양수호. 이렇게 싸우게 되는건 그날의 시뮬레이션 이후로 처음인가?"

"으으으으..."


대답은 없고 고통스러운 듯한 신음만을 흘리는 양수호. 대답 대신에 그의 머리의 화염만이 흔들리는 감정을 대신하듯이 일렁거렸다.


"저번에는 네 쪽이 두동강나는 결과로 끝났지만, 오늘은 그렇게까지 거칠게 하지는 않을테니 안심하라고."

"으으으으으...으아아아아아!"

"꺄아아악! 류, 류진씨! 그런 말은 굳이 왜 꺼낸 거에요!"


내 말이 도화선이라도 된 것처럼 거칠게 화염을 토해내며 이쪽으로 돌진하는 양수호. 수연은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났고, 나는 들어오는 양수호를 받아칠 준비를 하며 자세를 잡았다.


"아차. 그러고보니 지금의 양수호는 도발을 하면 곤란한 쪽이었지. 이게 버릇이 되어가지고! 말이야!"


돌진과 함께 이쪽으로 휘둘러지는 오른쪽 날개를 유수환검의 원리를 이용해 바닥 쪽으로 흘려냈다. 양수호는 거의 날개에 휘둘리듯이 몸을 휘청거렸고, 그 사이에 딱 공격하기 좋은 빈틈이 생기기는 했지만, 이쪽에서 양수호의 목을 쳐버릴 수도 없었기에 나는 입맛을 다시며 모처럼의 빈틈을 보고도 거리를 벌릴 수밖에 없었다.


"오, 오빠! 정신차려! 집에서 엄마와 아빠가 기다리고 있잖아! 돌아가야지!"


수연의 첫번째 시도는 돌아갈 집을 향한 그리움을 자극하는 것. 뭐, 좀 진부하기는 해도 왕도이기는 하군. 영화나 소설 같은 데서 많이 써먹는 소재이기도 하고.


"으아아아아아!"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순 없는지 오히려 화염을 격렬히 불태우며 이쪽을 향해 깃털에 감싸인 주먹을 휘두르는 양수호.


"꽝이구만. 다음!"

"네, 네! 그, 그러니까...오빠가 이러는 걸 알면 엄마가 슬퍼하실 거야! 그 예언을 현실로 만들어버릴 생각이야?"


이것도 꽝. 오히려 더 빡쳤는지 화염의 세기가 올라갔다.


"으, 으아아아...정말로 이거 가능한 게 맞을까요?"

"아직 이쪽은 여유가 좀 있으니까 천천히...아니 없어없어! 그러니까 더 빡치지 마 이새끼야!"


혼신을 다한 공격에도 여유롭다는 말을 들은 양수호의 불꽃이 거세지기 시작했기에 나는 급하게 말을 바꾸며 뜨거운 열기에 살짝 거리를 벌렸다.


"이거 뭔 말을 못하겠군...생각보다 까다로운걸."


양수호가 암살자 계열의 기량 중시의 헌터였다면 제법 까다로운 싸움이 되었겠지만, 양수호의 전투법 자체가 우직한 탱커의 스타일 그 자체인지라 공격을 피해내는 것 자체는 쉽다. 같이 딸려오는 저 열기가 문제지.


'저 열기만 없으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열기 때문에 오래 몰아칠 수가 없으니 문제로군.'


호승심 역시 양수호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요소 중의 하나. 그런즉 저번의 시뮬레이션 때의 상황과 비슷하게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압도적인 무력으로 양수호를 제압해 낼 수만 있다면 양수호의 호승심도 꺾일 것 같은데...문제는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는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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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양수연의 던전 일지 21.06.25 10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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