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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18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8.3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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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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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정점(2)

DUMMY

"..."


내 거절의 말을 듣고 침묵하며 표정이 굳는 강주일. 특유의 무표정을 살짝 찌푸린 채 한숨을 내쉬며 강주일이 입을 열었다.


"여기서 거절이라는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여기서 네가 내 제안을 거절한다는 것. 그것의 뒷감당을 할 자신이 있다는 건가?"

"뒷감당이라..."


강주일의 제안을 거절한다는 것. 그것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수많은 길드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디언 길드 전체를 적으로 돌린다는 뜻이었다.


"아무리 너라지만 가디언 길드 전체를 적으로 돌리고 헌터 노릇을 할 수는 없다. 너를 포함해서 태반이나 되는 창립 멤버들이 길드를 나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우리 가디언 길드는 강해."

"그래. 강하겠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이끌어온 길드가 약할 리가 없을 테니까."


내가 가디언 길드에서 길드장을 맡고 있을 때부터 강주일은 전투 그 자체보다는 길드의 운영과 관리 쪽에 저 두각을 드러냈었다. 태생부터 윗사람 체질이라고나 할까, 저 녀석에게는 묘하게 사람을 이끄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런 녀석이 길드장이 되어 이끌었으니 일반 길드원들의 질 자체는 내가 이끌었을 때보다 높았으면 높지 낮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그래도, 이 세상에는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일이란 게 있는거야. 내게는 그 일이 바로 그런 것 중의 하나고."

"그 일로 인해서 모두가 죽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냐?"

"..."


아무리 나라고 하더라도 강주일의 그 말에는 잠깐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타인의 목숨이라는 것의 무게는, 감히 내가 멋대로 정할 수 있을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그런 걸 보고도 못 본 척 할수는 없어. 몸 안에 박힌 가시는,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뽑아내야만 하는 거라고."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너는 모른다."

"...평행선이로군. 예전 그대로야."

"그래. 그리고 예전에는, 폭력으로 내 입을 다물게 했겠다만, 이번에는 어떻게 될 것 같나."


그렇게 말하며 내 쪽을 향해 다시금 창을 겨누는 강주일. 나는 긴장하며 손에 쥔 쌍검에 힘을 주었다.


"하하...역시 이렇게 되는군."


솔직히 말해서, 완전히 좆됐다. 지금의 나로서는 아무리 날고 기어도 강주일을 넘을 수 없는 것을 자명한 사실. 하다못해 레벨 20을 달성해 직업이라도 되찾을 수 있었다면 도주 정도는 가능했겠으나, 눈앞의 강주일이 저번의 강철환 아저씨처럼 적당히 해줄리도 만무했으므로, 지금의 상황은 지극히 암울했다.


"무, 무슨 대화를 나누는 건지 잘 짐작은 가지 않지만...지금 저 강주일이 류진씨를 죽이려고 하는 겁니까?"

"에이 설마. 아무리 저놈이 막나가더라도 여기서 너희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살인을 저지르겠어? 아니, 잠깐만. 여긴 지금 우리들 말고는 아무도 없는 던전 내부고, 저놈이 들어와 있는 이상 다른 헌터들이 들어올 가능성도 없으니 살인멸구를 시도할 가능성도...!"

"히, 히익..."


내 말에 겁을 먹으며 움츠러드는 수연. 그 광경을 본 강주일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 농담이야. 저놈은 그렇게까지 막나가는 놈이 아니거든."

"오히려 막나가는 쪽은 지금 당신들 곁에서 실실거리는 저자입니다. 지금이야 힘이 없어서 그런 건지 조금은 온순해진 것 같습니다만, 과거의 류진은 정말이지..."

"어허. 거기까지. 함부로 남의 흑역사를 까발리는 건 좀 참아 줬으면 하는데."

"후우...정말 변했으면서도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군. 너는 항상 그 어떤 위기에서도 그렇게 위험을 느끼는 것 같지 않은 것 마냥 굴었지. 같은 편이었을 때에는 그런 모습이 무엇보다도 든든해 보였다만...적의 입장에 서보니 기분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군."

"그러냐. 딱히 의도한 건 아닌데 말이지."


위기 상황에 똥 마려운 강아지 마냥 끙끙거리기만 해 봤자 의미는 없다. 이럴수록 시야와 사고의 폭을 넓히고, 가능한 냉철한 이성으로 사고해야 하는 거지.


"인생사 어떻게든 목숨줄만 악착같이 붙들고 있으면 어떻게든 되는 거야. 저놈이 사람들 뻔히 보는 앞에서 살인을 저지를 리는 없고, 끽해봐야 다시는 헌터 짓 못해먹도록 사지를 완전히 절단내놓는 정도겠지."

"끼, 끽해봐야...라고 말할 수준이 아니잖아요! 그, 그런 걸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요!"

"동감입니다. 아직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지만...그래도 싸울 순 있어요."


열정적이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투지를 불태우는 수연과 그런 그녀에게 부축된 상태로도 싸우겠다 말하는 양수호.


"아니 뭐...마음은 기특하긴 한데, 딱히 의미는 없을 것 같으니 그만두는 게 좋을..."

"후...저 강주일과 대적한다니 도무지 이성적인 판단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빚을 지고만 사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일이니 말입니다."


어, 아니. 잠깐만, 이거 왠지 플래그만 쌓는 것 같은데.


"아니 농담 아니라 진짜로 그만두는 게 좋을..."


"게다가 상대는 혼잡니다유! 아무리 신창이라고는 하지만, 저희에게는 검성이 있고, 쪽수로는 이쪽이 훨씬 우위에 있으니 할 수 있습니다유!"


이런 제기랄, 마침내 그 대사까지 나와버렸다. 저런 대사는 상대가 내뱉는 것만 자주 들어봤지 우리 쪽이 말하는 상황은 처해 본 적이 없는데!


"아니, 쓸데없는 저항은 관두고 내가 잠깐 동안 저놈을 막아 볼 테니까 나가서 구조 요청을..."


의미 없이 영 좋지 않은 플래그만 쌓여가는 상황에 내가 대안을 제시하려 했지만, 강주일은 우리가 의견을 나눌 틈조차 주지 않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 쿠헤에엑!"


눈 깜짝할 사이에 괴성을 지르며 저만치로 날아가 버리는 우승재. 그리고 그가 서있던 자리에는 창을 봉처럼 휘두른 자세의 강주일이 서 있었다.


"젠장! 강주일!"

"안심해라. 죽이지는 않았으니, 다만 잠깐 동안은 기절한 채로 있어줘야겠지만."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다는 듯이 입을 꾹 다문 채로 연이어 창을 내지르려는 자세를 취하는 강주일.


급하게 강주일을 향해 도약해 그를 향해 검을 휘두르는 나였지만, 내가 가른 것은 강주일의 잔상 뿐, 어느 새 내 배후로 이동해 있던 강주일의 창끝은 우승재가 날아가는 것을 본 순간 장치를 열기 시작한 구선양을 향했다.


"커, 커헉...!"


일순간에 구선양을 꿰뚫을 기세로 가해진 십 수번의 찌르기. 하지만 강주일의 창은 구선양의 몸을 꿰뚫은 것이 아닌, 극도로 정교한 움직임으로 그의 몸 여기저기를 가볍게 찔렀을 뿐이었다.


"모, 몸이."


입은 옷에 구멍조차 뚫리지 않을 정도로 거의 충격을 받지 않은 구선양이었지만 그는 그대로 몸이 뻣뻣하게 굳은 채로 앞으로 쓰러져버렸다.


"점혈인가...!"


강주일이 행한 창술은 내가 익히고 있는 점혈 기술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는 점혈창. 지근거리에서 맨손으로 행하는 데에도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기술일진대, 그것을 이만한 거리에서 순식간에 십 수번을 행했음에도 구선양의 몸에는 피 한 방울도 흘러나오지 않고 있었고, 그것은 여전히 건재한, 아니 예전 이상으로 정교해진 강주일의 정점에 이른 기량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쪽에서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순식간에 둘이 당했다. 이대로라면 전멸은 시간 문제인 상황.


'젠장, 뭔가 수가 없나...!'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 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 상대가 지성 없는 몬스터라면 내 쪽으로 유도라도 해볼 테지만, 상대는 정점에 오른 헌터. 의도가 뻔한 이쪽의 행동에 당해줄 리가 없었다.


"실드 배시!"


우승재와 구선양이 리타이어되는 사이에 겨우 전투 태세를 갖춘 양수호가 강주일에게 돌진했고, 그와 동시에 수연은 뒤로 빠지며 활짝 열려 있는 구선양의 장치에서 자신이 다룰 수 있는 총기들을 가능한 한 많이 띄워올린다.


하지만 상대는 몬스터가 아닌 인간. 아마도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처음일 터인 수연은 총격을 가하기 전에 망설였고, 나는 그런 수연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구선양을 제압하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는 강주일을 향해 돌진하며 외쳤다.


"일단 갈겨! 그거 몇 발 맞는다고 죽을 놈이 아니니까!"


애초에 적중하는 탄환이 있을 경우의 말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수연은 그런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제히 공중에 떠오른 총기의 방아쇠를 당겼고, 마치 하나의 거대한 폭발음처럼 들리는 총성이 울려퍼지며 일순간에 수백발의 탄환이 연사되며 강주일을 향했고, 강주일은 제자리에 선 그대로 빠르게 창을 쥔 오른손을 움직였다.


마치 강주일의 팔이 여러개인 것마냥 어지러이 잔상을 남기며 휘둘러지는 창. 그리고 그 나뭇가지 형상의 창에는 내 검기와 비슷한 푸르스름한 창기로 덮여 있었고, 초고속의 창기를 씌운 참격은 처음에는 창 그 자체를 이용해 탄환들을 튕겨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응집된 창기가 막을 형성하며 그 자체로도 탄환을 방어해내기 시작했다.


"젠장...저 기술, 내 건데 말이야."


강주일이 펼친 신기는 무협 소설 같은 곳에 자주 나오는 도막. 그 기술을 창으로 펼쳐낸 것인 창막이었고, 강주일에게 그 기술을 전수한 것은 다름 아닌 나였다.


"총을 띄워서 쏜다라...염동력, 같은 것인가? 어찌 되었든 무기를 파괴하면 잔재주는 부리지 못하겠지."


여전히 빠르게 창을 휘두르며 그렇게 말하는 강주일. 그가 창을 휘두름에 따라 일렁거리던 창막은 형태가 변형되며 용의 머리와도 같은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저런 건 가르쳐 준 적 없는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저 강주일은 절대 전투에 있어서 의미 없는 짓은 하지 않는다는 것. 뭔가 싸한 기분을 느낀 나는 수연에게 주의를 줄 생각이었지만, 내 말보다 강주일의 행동이 한발 앞섰다.


"흡!"


강한 진각과 동시에 수연이 서있는 방향으로 내찔러지는 창. 푸른 용의 형상이 된 창막은 강주일의 창이 향하는 방향을 따라 아가리를 벌리며 수연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꺄, 꺄아아악!"


하지만 다행히도 푸른 용은 수연을 덮치는 것이 아닌 그녀의 머리 위에 떠있던 총기들만을 집어삼켰고, 창막으로 이루어진 용의 머리에 휩쓸린 무기들은 마석으로 재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루조차 남기지 못하고 쓸려나가 증발해버렸다.


"잠깐 주무시길."

"아! 으..."


창을 내지른 직후에 나와 양수호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몸을 움직인 강주일은 머리를 감싸며 몸을 숙인 수연의 배후로 이동했고, 그녀의 뒷목을 가격한 수도에 의해 수연은 외마디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의식을 잃으며 쓰러져버렸다.


"수, 수연아!"


쓰러지는 수연을 보고 눈이 벌게져서는 강주일을 추격하는 양수호.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분노만으로 넘어설 수 있을 만큼 강주일은 약한 적이 아니었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양수호를 침착하게 주시하던 강주일은 그가 창의 사정거리에 안에 들어오는 순간 구선양에게 날렸던 것과 동일한 점혈창을 날렸고, 양수호는 맹렬한 기세가 무색하게도 달려오던 자세 그대로 바닥에 엎어져버렸다.


그의 어빌리티라도 사용을 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상처와 피로에 의해 그는 도무지 제대로 된 전투가 불가능한 상황. 그런 그를 무리시키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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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양수연의 던전 일지 21.06.25 10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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