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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17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7.05 17:19
조회
98
추천
3
글자
8쪽

던전 이스케이프(6)

DUMMY

-******!!!


등 뒤에서 울려퍼지는 불길한 포효. 날개도 없는 놈이 어떻게 제 몸보다 좁은 통로를 통과할지가 의문이었는데, 그 해답은 심플했다.


등에 달린 네 개의 팔을 이용해 좁은 통로를 강제로 찢어 벌리고는 그 속으로 제 몸을 우겨넣는 괴물. 어떻게 위쪽까지 올라온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점프라도 했던 것이거나, 저 팔을 이용해서 거미처럼 벽을 탔던 것이겠지.


'기대도 안 하긴 했지만 위쪽 에이리어로도 피할 순 없었군.'


게다가 굳이 저 거체를 이끌고 위로 기어올라왔다는 것 자체가 우리를 추적하고 있다는 가설에 무게를 실어주는 상황.


그걸 깨달은 것인지 양수호와 수연의 표정은 어두워졌고, 구선양의 표정에 어린 독기는 한층 더 짙어진 듯 했다.


"류진씨. 지금은 냉정하게 판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만."

"..."


냉정하게 생각하자면 구선양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현재 벌레 한마리조차 상대하기 버거운 우리의 전력으로는 그런 벌레들을 수십마리 이상 집어삼킨 저 괴물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기 때문.


"류, 류진씨. 아직 저 괴물이 수연이를 쫓아온다는 확신도 없지 않습니까?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내 침묵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확연히 격해진 호흡으로 외치는 양수호. 정작 수연의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표정만으로 판단했을 땐 영 좋지는 않아 보였다.


"류진씨. 설마 지금 와서 저런 비이성적인 억지에 흔들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바라죠."

"류진씨!"

"다들 시끄러. 조용히 좀 해 봐. 생각 중이잖아."


차갑게 가라앉은 내 한마디에 일제히 입을 다무는 구선양과 양수호.


"일단 다들 좀 냉정해지라고. 심호흡이라도 좀 하면서 말이야."

"지금은 그렇게 여유롭게 굴 시간이...!"

"긴박한 상황인건 나도 알아. 확실히 저 괴물은 예상치 못한 변수고, 지금 상황이 그리 좋다고는 못하겠지. 하지만 내 방침은 이 던전에 처음 들어온 이후부터 전혀 변한 게 없어."

"그, 그 말은?"

"단 한 명도 죽게 내버려두지 않아. 내 지시를 제대로 따라 준다는 가정 하에 말이지."


내 말에 확연히 안색이 밝아지는 양수호와, 그와 반대로 엉망으로 표정이 일그러지는 구선양.


"사람을 잘못 봤군요. 설마 검성이라는 작자가 현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얼간이였을 줄이야...아니면 과거의 명성에 스스로 도취되기라도 한 겁니까?"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쪽을 깎아내리는 구선양. 좀 꼽긴 하지만 상황이 이러니까 자비로운 내가 이해해야지 어쩌겠어.


"그딴 거 아니니까 안심하라고. 이쪽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

"궁금하군요. 이런 절망적인 상황을 타개할 기막힌 생각이...과연 존재하긴 한 겁니까?"

"저, 저두 궁금하구먼유!"

"뭐, 생각보다 복잡한 작전은 아닌데, 니들 이이제이라고 들어 봤냐?"

"이이...제이요?"

"그래. 오랑캐를 이용해 오랑캐를 제압한다라는 고사성언데. 뭐, 자세한 뜻이야 여기서 나간 뒤에 검색해보면 알테니 넘어가자고."

"대충 무슨 의민지 정도는 압니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그런 고사성어가 왜 나오는 거죠?"

"왜냐니? 니들도 여기까지 오면서 많이들 봤을 거 아니야? 저 벌레들이 저 괴물에게 닥돌하는 기특한 광경을 말이야."

"확실히 그랬었죠. 별 효과는 없는 것 같았지만...그런데 그게 뭐 어쨌는데요?"

"이런 눈치없는 놈들 같으니. 여기까지 말해줬는데도 내 작전을 눈치채지 못하는 거야?"


일행들은 다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굼벵이 기어가는 것만도 못한 속도로 에이리어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뭐냐? 저 빌어먹을 벌레 놈들이 에이리어를 점거하고 있기 때문이었지?"

"그, 그렇구만유."

"그리고 저 괴물은 저 벌레 놈들을 숨쉬듯이 간단하게 치워 버리는 데에는 도가 텄고 말이야."

"그렇기는 합니다만...그래도 저 괴물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없긴 왜 없어? 그렇게 유도하면 되는 거지."

"네, 네?"

"잘 들으라구. 시간이 별로 없어서 설명은 단 한 번 뿐일 테니까."


정신없이 달리다보니 어느새 다음 에이리어로 향하는 통로의 근처까지 와버렸다. 내가 방금 전에 떠올린 작전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작전의 내용을 파악해줄 필요가 있었기에 나는 뛰는 속도를 살짝 줄이며 입을 열었다.


"작전의 핵심은 나, 그리고 수연이다. 수연이야 저 괴물이 직접적으로 노리고 있는 표적이라는 것이 거의 확실해진 상황이니 어쩔 수 없고, 또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저 괴물과 근접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으니까 말이지."

"그, 근접한다니...! 자살 행위입니다!"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끝까지 들어. 정말로 위험해질 수 있는 거리까지는 가까이 가지 않을 거니까 말이야."

"..."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말을 이었다.


"작전은 간단해. 나와 수연이가 저 괴물에게 쫓기는 동안, 나머지 셋이 먼저 에이리어 내부를 정찰해 벌레들이 가급적 많은 쪽으로 저 괴물을 유도하는 것."

"가, 가급적 벌레들이 많은 쪽으로 말입니까?"

"그래. 벌레들은 우리가 근처에 있건 말건 저 괴물에게 최우선적으로 어그로가 끌리는 모양이고, 저 괴물도 날아드는 벌레들을 아주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으니까 말이야."


그런즉, 저 괴물과 벌레들이 싸우는 사이에 빠르게 출구를 찾는다는 심플한 작전이었지만, 그건 도출되는 결과가 심플할 뿐, 과정은 전혀 심플한 것이 아니었다.


"그, 그런 게 정말로 가능합니까? 저 강력한 벌레들조차 간단하게 해치워버리는 괴물인데...그런 괴물에게 접근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구요?"

"저도 양수호씨의 의견에 동감이군요. 저런 괴물에게서는...솔직히 단 1초라도 버틸 수 있다는 자신이 없습니다."


방금 전까지 쳐 싸우던 둘이 맞는지 아주 의견 일치가 잘 되시는구만.


"무슨 생각인지야 알겠는데, 그래도 걱정할 건 없어."

"...저는 오히려 묻고 싶군요.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길래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시는 겁니까?"


구선양의 질문에 저들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나는 입꼬리를 틀어올리며 대답했다.


"특별히 생각하고 뭐고 할 것도 없지. 그도 그럴게, 저 정도 수준의 괴물이라면 이미 몇 번 상대해본 적이 있으니까 말이야."


애초부터 그걸 노리고 한 말이긴 하지만 내 말에 다들 경악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고, 잠시 뜸을 들인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뭐...사실 전성기 때의 얘기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힘을 잃은 지금이라도 거리를 두고 버티기만 하는 거라면 못 할 건 없다고 보는데."

"허참. 본인이 이미 저 정도는 상대해 본 적이 있다고 말을 하시면야...딱히 더 할 말은 없군요. 그러고보니 우리 파티의 리더는, 그 전설의 검성이었죠."


살짝 입꼬리를 틀어올리며 특유의 웃는건지 비웃는건지 알기 힘든 표정을 짓는 구선양. 우승재도 역시 검성님이라니 뭐니 하며 멋대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다행히 노렸던 대로 괴물의 등장에 일행 사이에 흐르던 무거운 분위기가 어느 정도는 해소된 것 같은 모양새에 나는 속으로만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팀의 사기를 위해서는 나는 언제까지고 여유로운 검성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으므로.


'뭐, 사실 반쯤은 허세에 가깝긴 하지만 말이지.'


사실 지금의 상황은 그런 반쪽짜리 작전밖에는 고를 수단이 없을 정도로 좋지 않은 상황. 하지만 당장에 여기서 일행이 찢어지고,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보다는 이 편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었기에 내린 판단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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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던전 이스케이프(12) +1 21.07.13 91 5 8쪽
102 던전 이스케이프(11) 21.07.12 83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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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전 이스케이프(6) 21.07.05 99 3 8쪽
96 던전 이스케이프(5) 21.07.02 108 4 9쪽
95 던전 이스케이프(4) 21.07.01 112 3 9쪽
94 던전 이스케이프(3) 21.06.30 107 3 9쪽
93 던전 이스케이프(2) 21.06.29 105 3 11쪽
92 던전 이스케이프 21.06.28 106 3 9쪽
91 양수연의 던전 일지 21.06.25 105 3 11쪽
90 던전에서 살아남기(6) 21.06.24 118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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