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26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7.02 20:23
조회
108
추천
4
글자
9쪽

던전 이스케이프(5)

DUMMY

'설마 이 벌레들, 우리가 아니라 저 괴물에게 어그로가 끌린건가?'


나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바닥에 엎드리며 외쳤다.


"행동 중지! 다들 엎드려요!"

"네, 네!?"

"젠장! 대체 뭐가 뭔지!"


뒤로 뛰려던 일행들은 순식간에 돌변한 내 지시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지시를 따라 바닥에 엎드렸고, 내 예상대로 세마리의 전투 벌레들은 우리의 머리 위를 그냥 지나치며 우리가 조금 전에 지나온 통로 저편으로 날아가버렸다.


"...갔군."


저 괴물과의 거리가 좁혀졌다는 사실은 달갑지 않았지만, 당장에 길을 막고 있던 벌레들이 사라진 것은 호재. 대체 어째서 이 넓은 던전 안에서 하필이면 우리가 있는 쪽으로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은 그 괴물로부터 거리를 벌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럼 올라갑시다. 이제 정말로 출구까지는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으니까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지쳐 보이는 일행을 독려하며 다시금 위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

"키이이이이이익!"


조금 전보다 확연히 가까워진 괴물의 오싹한 포효가 내 등골을 관통하며 울려퍼졌고, 나는 반사적으로 등 뒤를 돌아보았다.


"이런...미친!"


저 멀리서 보이는 것은 어느새 눈에 보일 정도로 다가온 괴물. 수많은 벌레들을 먹어치웠기 때문인지 그 덩치는 배로 늘어 있었고, 등 뒤에 달린 팔은 네 개로 들어 있었다.


"더 괴물이 됐잖아...! 다들! 위로 올라가! 빨리!"


저쪽으로 날아간 벌레 중 한 마리는 어딜 갔는지 보이지를 않았고, 나머지 두 마리 벌레는 괴물의 머리 주위를 날아다니며 괴물을 공격하고 있었지만 괴물은 벌레의 공격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가리를 쩍 벌린 채로 이쪽을 향해 다가올 뿐이었다.


"키이이이이익!"


탐욕스럽게 벌레들을 집어 삼키던 그때와는 다르게 지금의 괴물은 날아다니는 벌레들이 귀찮기라도 하듯이 팔 하나를 휘둘러 머리 위를 날아다니던 벌레를 후려쳤고, 괴물에게 강타당한 벌레는 그대로 벽면으로 날아가 쳐박혔고, 날개가 찢어진 채로 버르적거리기 시작했다.


"키이이이이익!"

-*******!!!


그리고 시끄럽다는 듯이 추락한 벌레에게 팔을 내리치는 괴물. 괴물의 손바닥에 짓눌린 벌레는, 이윽고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게 되었다.


'젠장젠장젠장! 누가 봐도 이쪽을 쫓고 있는 거잖아 저건! 대체 어째서지!'


위로 향하는 나선 통로를 따라 전력으로 달리며 머리를 굴린다. 왜 괴물은 처음엔 다른 벌레들을 집어 삼켰으면서 저 벌레들에게는 관심이 없어 보이는가. 왜 하필이면 우리를 노리는가.


답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도출되었다. 수연이에게 표적처럼 찍힌 반점.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그것이 원인일 것이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처음에도 광선에 적중한 벌레들만을 집어삼켰었던 것 같고 말이지.'


별로 달갑지 않은 결론에 도달한 나는 입술을 짓씹으며 그저 달릴 뿐이었고, 곧이어 다음 에이리어에 도달할 수 있었다.


"키이이이익!"


젠장. 운도 없지. 하필이면 우리가 도착한 에이리어에서는 일벌레 한마리가 예의 던전 보수 작업을 하던 중이었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올라온 우리에게 어그로가 쏠려버렸다.


"어떻게 합니까 류진씨!"

"제가 어그로를 맡겠습니다! 금방 따라갈 테니 여러분들은 다음 에이리어로!"


일행의 선두에서 달리고 있던 나는 다시금 음양쌍검을 뽑아들며 이쪽으로 달려오는 일벌레에게 질주했고, 일벌레는 쇄도하는 나에게 톱날 다리를 휘둘렀다.


"검심, 발동!"


검심을 발동하며, 동시에 유수환검의 원리를 이용해 놈이 휘두른 톱날 다리를 흘려내며 놈의 배 밑으로 미끄러지듯이 들어간 나는 그대로 비교적 연약한 부위인 놈의 배 아래쪽과 바닥을 디디고 있는 다리를 검에 씌워진 톱니 형태의 검기로 사정없이 난자했다.


"키이이이이익!"


놈들과 싸우면서 깨우친 전법인 검심, 유수환검의 활용. 받아넘긴 공격을 그대로 돌려주는 검심, 유수환검에 의해 나는 혼자서도 놈들에게 제법 되는 데미지를 입힐 수 있게 되었다. 제대로 데미지를 주려면 약점을 노릴 필요가 있고, 필시 검심을 발동해야 했기에 MP소모가 큰 데다가 필히 벌레들의 공격을 받아 넘겨야 하는 위험부담까지 큰 써먹기 힘든 전법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다시 와 봐!"


하지만 그 불합리하게 느껴질 정도의 난이도에 걸맞게 제대로만 써먹는다면 대부분의 몬스터에게 써먹을 수 있는 쓸만한 기술. 벌레는 배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질렀고, 나는 일행이 무사히 왼쪽으로 향하는 통로로 빠져나가는 것을 목격하고는, 망설임없이 그대로 뒤로 돌아 꽁무니를 뺐다.


"키이이이이익!"


당연하게도 이쪽을 쫓아오기 시작하는 일벌레였지만, 괜히 내가 다리를 베어놓은 것이 아니다. 날개가 퇴화한 일벌레는 비행을 할 수 없었고, 몇 개의 다리가 손상된 지금은 필히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후욱, 후욱."


격렬한 운동으로 인해 살짝 흐트러진 호흡을 정돈하며 나는 다시 검을 납도하며 일행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뭐야?"


그런데 내가 돌아간 그곳에서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분명 저치들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건 잘 알 텐데도 어째선지 구선양과 양수호가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수연은 심란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양수호 뒤에 서있었으며, 우승재는 구선양과 양수호 사이에 낀 채로 이도저도 못하고 쩔쩔매는 중이었다.


"거, 검성님! 정말로 빨리 오셨구만유! 다, 다행이구만유!"

"그건 그렇고 무슨 일인데 이건?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건 다들 잘 알 텐데?"

"후...양수호씨.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당신도 눈치라는 게 있으니 잘 알 텐데요. 저 괴물이 다른 벌레들이 아닌 우리를 쫓아오는 이유를 말입니다."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여전히 양수호를 노려보며 말하는 구선양.


"...그렇다는 확신은 없지 않습니까."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구선양과 양수호는 내가 생각하던 결론에 도달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로 의견 충돌이 발생한 것이고.


"하. 아니면 아닌대로 양수연씨에게는 이득이 아닙니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 괴물은 우리를 쫓아오고 있는 상황이고, 양수연씨가 홀로 다른 곳으로 향한다면 양수연씨는 저 괴물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저 괴물이 수연이를 쫓아간다면 어떡합니까! 수연이는 우리들처럼 레벨이 높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 양수연씨 단 한 명을 위해서 일행이 전멸할 위기를 감수하자는 겁니까!?"


양수호의 말을 끊고 답지 않게 노성을 뱉는 구선양. 양수호는 구선양의 기세에 눌리기라도 했는지 그저 입술을 짓씹으며 구선양을 노려볼 뿐이었다.


"애초에 던전에서는 당한 놈이 잘못한 겁니다. 양수연씨가 그 괴물이 쏜 광선만 피해낼 수 있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 아닙니까?"

"아니, 수연이의 능력으로 그걸 어떻게 피합니..."

"류진씨는 피했잖습니까? 그렇지 않나요 류진씨?"


뜬금없이 이쪽을 향해 묻는 구선양.


"그건 둘째치고 뛰면서 얘기 나누지? 지금 우리 뒤에는 그 괴물 뿐만이 아니라 저 벌레놈도 쫓아오는 중이거든? 다리를 조금 베어놔서 속도는 대단치 않지만, 그래도 서두르는 게 좋을텐데?"


나는 그렇게 말하며 저만치 뒤에서 열심히 이쪽을 향해 뛰어오는 일벌레를 가리키며 말했고, 구선양과 양수호 둘 다 납득하지는 못한 것 같은 표정이었지만, 일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에이리어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괴물의 등장 이후로 일행의 분위기가 영 좋지 않다 싶더니만 결국 우려하던 사태가 터져 버렸다.

여기 갇히게 된 이후로 일행간의 의견 충돌이나 다툼만큼은 없도록 최대한 조율을 했건만, 저 괴물의 등장으로 인해 모두가 품고 있던 불안감과 불만이 결국 터지게 된 모양. 더욱이 한숨이 나오는 사실은 지금 당장은 그 불만을 조율해줄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던전 거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일자 변경 공지 21.04.03 326 0 -
118 휴재공지 21.09.03 66 0 1쪽
117 보상의 시간 21.09.02 46 1 12쪽
116 정점(4) 21.09.01 38 2 12쪽
115 정점(3) 21.08.31 45 2 12쪽
114 정점(2) 21.08.30 42 2 12쪽
113 스토리 아레나 참가를 위한 일시 휴재 안내 21.07.26 82 0 1쪽
112 정점 21.07.26 73 2 9쪽
111 격동의 날개(7) 21.07.24 74 2 9쪽
110 격동의 날개(6) 21.07.22 69 3 10쪽
109 격동의 날개(5) 21.07.21 70 3 8쪽
108 격동의 날개(4) 21.07.20 78 3 8쪽
107 격동의 날개(3) 21.07.19 83 3 10쪽
106 격동의 날개(2) 21.07.16 88 3 8쪽
105 격동의 날개 21.07.15 91 3 8쪽
104 던전 이스케이프(13) 21.07.14 88 3 9쪽
103 던전 이스케이프(12) +1 21.07.13 92 5 8쪽
102 던전 이스케이프(11) 21.07.12 83 4 8쪽
101 던전 이스케이프(10) 21.07.10 89 4 9쪽
100 던전 이스케이프(9) 21.07.08 85 3 8쪽
99 던전 이스케이프(8) 21.07.07 96 3 8쪽
98 던전 이스케이프(7) 21.07.06 97 3 9쪽
97 던전 이스케이프(6) 21.07.05 99 3 8쪽
» 던전 이스케이프(5) 21.07.02 109 4 9쪽
95 던전 이스케이프(4) 21.07.01 112 3 9쪽
94 던전 이스케이프(3) 21.06.30 107 3 9쪽
93 던전 이스케이프(2) 21.06.29 105 3 11쪽
92 던전 이스케이프 21.06.28 106 3 9쪽
91 양수연의 던전 일지 21.06.25 106 3 11쪽
90 던전에서 살아남기(6) 21.06.24 118 4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