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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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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19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7.07 11:24
조회
95
추천
3
글자
8쪽

던전 이스케이프(8)

DUMMY

'애초에 저런 괴물놈을 해치우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안했지만 말이지.'


나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비어 있는 에이리어로 진입했고, 그와 동시에 다시금 무전이 들어왔다.


-벌레들이 괴물을 인식한 것 같습니다! 이쪽의 벌레 십여 마리 전부 그쪽으로 날아갑니다! 이쪽은 다시 흩어져서 전방을 탐색하겠습니다.

"오케이. 계속 그대로만 하라고."

"그, 그대로만 계속 하래!"

"아니 뭐, 굳이 전달까지 할 필요는 없는 말이긴 했는데. 뭐, 상관없나."


좋아. 예상대로로군. 이걸로 다시 시간을 벌 수 있겠어.


좀 빡세기는 하지만, 괴물을 이용해 빠르게 에이리어를 진행한다는 계획 자체는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있다. 이 기세대로라면 오늘 안에 출구를 발견하는 것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닐지도 모르겠군.


곧이어 양수호가 말했던 대로 북서쪽으로 향하는 통로에서 여섯 마리의 전투 벌레와 네 마리의 일벌레가 나타났고, 전투 벌레들은 날아서, 일벌레들은 달려서 일제히 괴물을 향해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키이이이이익!"

-*******!!!


이어지는 괴수 대결전. 수연은 기겁을 했지만 벌레 놈들은 우리에게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으므로 나는 돌진해오는 일벌레들 사이를 스쳐지나가듯이 지나치며 망설임없이 북서쪽 통로를 향해 달렸다.


"후...이제야 숨 좀 돌리겠군."


사실 마음만 먹는다면 여기서 괴물과의 거리를 더 벌릴 수도 있지만, 어차피 나머지 셋이 경로를 탐색할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고, 아무리 나라고 해도 수연을 둘러메고 저 괴물의 공격을 피해내며 전력 질주를 하는 건 제법 체력을 소모하는 일인지라 가끔씩 이렇게 숨돌릴 시간이 필요했다.


"피, 피곤하시면 내릴까요?"


여전히 내 어깨에 둘러메진 채로 내게 묻는 수연.


"아니.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니까 좀 불편하더라도 그대로 있어."

"딱히 불편한 건 아니지만요. 아무튼 류진씨가 그러시다면야."


여태 불편해보이는 자세로 고개를 치켜들고 있던 수연은 그렇게 말하며 내 등짝에 얼굴을 파묻으며 축 늘어져버렸다.

여고생이라는 녀석이 외간 남자 어깨에 둘러메여져서 그렇게나 편하게 있는것도 좀 아니다 싶기는 하지만 말이지. 역시 보통 녀석이 아니라고 해야 하나.


'그건 그렇고 저 괴물. 편식이 어지간히 심한 게 아닌가보군. 처음에 쏜 그 광선에 맞지 않은 녀석은 거들떠도 안 보는 것을 보니.'


처음에 봤을 때보다 확연히 덩치가 커지고, 팔까지 두개가 늘어난 것을 보니 먹으면 먹을수록 힘이 강해지는 녀석인 듯 한데 대체 왜 광선에 맞은 놈들만 먹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에게는 호재였다. 애초에 이 유인작전은 저놈이 지나오면서 길을 막는 벌레들을 잡아먹으며 더 강해졌으면 성립될 수가 없었던 작전이었으므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괴물은 그야말로 미쳐 날뛰는 중이었고, 벌레들은 열심히 싸우고는 있었지만 사냥꾼 앞의 사냥감에 불과했다. 아니, 먹지도 않으니까 그냥 장애물인가.


마지막까지 선전하던 벌레가 납작해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4분가량. 8마리의 전투 벌레가 5분을 버틴 걸 생각하면 제법 잘 버틴 것이긴 하겠지만, 우리에게는 그렇게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다.


"쉬는 시간은 끝인 것 같군. 야. 수연아. 일어나."

"흐에?"


내 말에 얼빵한 목소리를 내며 슬쩍 고개를 드는 수연. 설마 싶지만, 이 녀석 설마 이런 상황에 졸고 있었던 거야?


'진짜 보통내기가 아니구만.'


자세도 불편할 텐데 이쯤되면 어지간한 곳에서는 다 잘 수 있는 나보다 더 잘 자는 거 아닌가 싶다.


"아, 안 잤어요! 그냥 좀 멍때리느라..."

"이 상황에 멍때리는 것도 대단하구만. 아무튼 쉬는 시간은 끝이야. 준비하라고."

"네, 넵."


수연은 그렇게 말하며 어느새 바닥에 떨어져 있던 총기들을 다시 사이코키네시스를 이동해 띄워올렸고, 나는 마지막으로 호흡을 한번 정돈하고는 북서쪽으로 향하는 통로로 달리기 시작했다.


-----


그렇게 몇 개나 되는 에이리어를 지나쳤을까.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젠장. 지치는군...'


조금 전부터 입에서 단내가 나고, 호흡이 눈에 띄게 거칠어진다.


"류, 류진씨...괜찮아요?"


그나마 다행인 건 수연은 아직 상태가 괜찮은 듯한 모양. 뭐, 운반책인 내 쪽이 이런 꼴이어서야 의머 없나. 수연 혼자서는 저 괴물에게서 도망칠 수 없으니.


"...아직 버틸만해. 걱정 말라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이쪽 얼굴도 확인할 수 없는 수연이 이상을 눈치챌 정도면 내 상태가 좀 안좋아지기는 했나 보군.


괴물에게 쫓기기 시작한 뒤로 벌써 다섯 층 이상을 올라온 상태. 그동안 괴물이 해치운 벌레들의 수만 해도 삼백이 넘어가건만, 이쪽과는 다르게 괴물은 지치는 기색 따위는 전혀 없었다.


-********!!!


오히려 더 쌩쌩해진 듯이 괴성을 내지르는 괴물. 진짜 시끄러워 죽겠네. 쟨 목도 안아프나. 이거 진짜 귀에서 피나고 있지는 않겠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 상태에서도 간신히 도망치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이런 컨디션으로 제대로 도망칠 수 있을까?


'...유사시의 보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떠올리는 것은 외투의 안주머니에 들어있는 엘릭서. 유미씨와 함께 갔던 던전에서 운좋게 손에 넣게 된 만병 통치의 영약이었다.


'이거 하나면 사지가 날아가고 당장 숨이 넘어갈 법한 위기라도 바로 원상 복구지.'


좀 지나치게 만능 아닌가 싶을 정도의 무안단물급 효과를 보여주지만, S급 이상의 던전에서는 저 엘릭서로도 커버가 안 되는 상태이상을 걸어대는 몬스터들도 드물게 존재하고, 또 그만큼 비싸기에 막 쓸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다. 정말 말 그대로 최후의 보험이라는 느낌.


"류진씨! 위험해요!"

"윽!"


잠깐 딴생각을 하는 사이에 치고 들어오는 괴물의 공격. 이번에는 정말로 수연의 외침이 아니었더라면 위험할 뻔 했다.


'좋지 않아...신경을 날카롭게 유지해야 하는데.'


피로에 의해 집중력이 자꾸만 흐트러진다. 최소한 잡생각은 들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어.


"제길. 무전은 언제 들어오는거야?"

"저, 저한테 물어보셔도 곤란한데요."


본의 아니게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던 것인지 수연이 시무룩한 목소리로 대답했고, 너한테 짜증낸 건 아니라고 다독여주던 찰나에 타이밍 좋게 리시버에서 치직거리는 무전이 들어왔다.


-류진씨. 들립니까?


이번에 무전을 건 것은 구선양. 나는 가볍게 고개를 한번 끄덕였고, 수연이 나 대신 대답했다.


"네! 들리신대요!"

-위로 향하는 에이리어를 발견했습니다.


오. 불행 중 다행이구만. 위로 향하는 에이리어는 던전 탈출을 위해 다른 어떤 에이리어보다도 우선으로 향해야 하는 곳이었으므로 빠르게 발견하면 발견할수록 좋았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 뭔데?"

"문제요? 문데요?"


거의 동시에 비슷한 말을 내뱉는 나와 수연.


-에이리어 내부의 벌레가 너무 많습니다. 어림잡아 쉰...그 이상은 되어 보입니다만.

"허어. 오십마리가 넘는다고?"


지금까지는 많아 봤자 십여 마리 정도의 벌레들만이 존재했던 것에 비해 확연히 차이나는 물량. 아무리 생각해도 이 괴물이 벌레들에게 질 거라는 생각은 도저히 들지 않지만, 그래도 수의 폭력이라는 것은 가끔 예상을 초월한 결과를 내놓기도 하는 법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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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던전 이스케이프(12) +1 21.07.13 91 5 8쪽
102 던전 이스케이프(11) 21.07.12 83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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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던전 이스케이프(6) 21.07.05 99 3 8쪽
96 던전 이스케이프(5) 21.07.02 108 4 9쪽
95 던전 이스케이프(4) 21.07.01 112 3 9쪽
94 던전 이스케이프(3) 21.06.30 107 3 9쪽
93 던전 이스케이프(2) 21.06.29 105 3 11쪽
92 던전 이스케이프 21.06.28 106 3 9쪽
91 양수연의 던전 일지 21.06.25 105 3 11쪽
90 던전에서 살아남기(6) 21.06.24 118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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