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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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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23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7.08 16:31
조회
84
추천
3
글자
8쪽

던전 이스케이프(9)

DUMMY

-어떻게 합니까? 지금까지 하던 대로 괴물을 이쪽으로 유도하실 겁니까?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나에게 재차 묻는 구선양. 생각은 길지 않았고, 나는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가는 순간적인 영감으로 입을 열었다.


"그쪽으로 유도한다고 그래. 대신, 방침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를 거지만."

"바, 방침이 다르다구요? 그게 무슨..."

"이크! 그건 가면서 설명할게. 우선 모두들 그 에이리어에서 대기...아니다. 어차피 벌레놈들이 좀 있으면 이쪽 에이리어로 날아올 것 같으니 이쪽으로 돌아오라고 해."

"네, 넵."


수연은 물음표가 가득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무전을 통해 내 지시를 그대로 전달했고, 구선양과 양수호, 우승재 모두에게서 알겠다는 회신이 돌아왔다.


"사실 내가 노린 건 이 벌레들과 괴물이 지들끼리 치고박다가 자멸해버리는 그림이었지만...이대로면 이쪽이 먼저 나가떨어질 것 같단 말이지. 뭔가 수를 쓸 때라고 생각해."

"수를 쓰신다니, 대체 뭐죠?"

"배수의 진...까지는 아니더라도 도박수를 좀 걸어볼 생각이야. 벌레 오십마리 정도라면...판돈으로는 충분하겠지."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저 괴물놈도 아주 무적은 아니다. 정말로 저 벌레들의 공격이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하는 거였다면 그냥 무시해버리고 우리를 쫓아왔겠지.


"이제 도망치는건 지긋지긋해. 이쪽에서도 한 방 먹여주자고. 저 괴물놈에게 말이지."


나는 다시금 이쪽을 향해 팔을 내리치는 괴물의 공격을 피해내며 피곤한 와중에서도 입꼬리를 틀어올렸다.


-----


그리고 잠시 후, 나는 비어 있는 다음 에이리어로 진입했고, 저 멀리서 벽 쪽에 붙어있던 3인방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들! 작전은 숙지하고 있겠지!"


애초에 너무 멀어서 제대로 들리지도 않겠지만 나는 그렇게 외치며 쭉 달렸고, 그런 내 말을 수연이 무전을 통해 전달했다.


-숙지는 했습니다만...회의적이게 될 수밖에 없는 작전이군요.

-도, 동감이구먼유. 벌레들과 협력이라니...그런 게 정말로 가능한 건가유? 아! 물론 검성님의 완벽한 작전에 의문을 품는 건 아닙니다유!


작전은 지극히 심플. 오십여 마리의 벌레들과 함께 괴물을 쓰러트리는 것.


"협력이 아니고 이용하는 거지. 애초에 저놈들에게 협력이라는 개념이 존재할지조차 의문인데."


벌레들은 무식하리만치 강한 능력에 반해 지능은 형편없는 것인지 자기네들끼리조차 연계가 전혀 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마 그래서 더더욱 저 괴물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해왔던 거겠지.


"편하게 생각하라고. 이 벌레 놈들은 이 괴물이 근처에 있는 한 우리한테 어그로가 끌릴 일은 절대로 없고, 이 괴물도 수연이가 바로 근처까지 가는 게 아닌 이상에야 우리들에게 신경을 할애하긴 힘들 테니까 우린 그저 살아있는 고기방패 오십여 마리를 믿고 마음 편하게 딜만 넣으면 되는거야."

"그게 그렇게 말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 같은데요..."

"너무 부담 가지지는 말라고. 안 된다 싶으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냅다 튀어버리면 그만이니까 말이야."


라고는 해도 이번의 격전을 거치고도 도망칠만한 체력이 남아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도박수라고 말하는 거지만, 굳이 수연에게까지 말해줄 필요는 없겠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수연이 너도 전투에 참여하는 거야. 어때, 괜찮겠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애초에 저는 류진씨처럼 최전방에서 싸우는 것도 아닌걸요."

"그래. 넌 구선양이와 같은 위치에서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 괴물놈의 팔에서 돋아나는 눈깔들만 쏴주면 되는거야. 이 벌레놈들은 그것만 해 줘도 지금까지보다는 훨씬 잘 싸워 주겠지."


뭐니뭐니해도 괴물놈의 가장 위협적인 무기는 등에서 솟아난 네 개의 팔이었지만, 그 팔에서 돋아나는 눈에서 발해지는 공격 또한 충분히 위협적인 것들이었다. 벌레들조차 맞으면 일격에 절명하는 레이저를 쏘아대지를 않나, 맞은 놈들을 돌처럼 굳어버리게 만드는 광선을 쏘아대지를 않나. 그러고보니 죄다 눈깔빔이군.


"저기 슬슬 오는군. 자, 시간은 별로 없지만 마음의 준비라도 좀 해두라고. 네 역할이 제법 중요하니까 말이야."


통로 너머에서 괴물의 기척을 감지한 벌레들이 무더기로 날아오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며 부담을 느꼈는지 수연이 불안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으...제가, 할 수 있을까요?"

"못할 건 또 뭐가 있냐? 너 지금까지 나한테 둘러메여져서 엄청나게 흔들리는 상태에서도 저 작은 눈깔을 잘만 쏘아 맞췄잖냐? 그러니 당연히 제대로 바닥을 디디고 쏘는 사격은 더 잘할 수밖에 없겠지."

"그, 그런가요?"

"지금 와서 말하는 거지만 이런 기행이 가능한 건 내가 예전에 알고 지내던 놈들 중에서도 한놈밖에 없었어. 다른 건 몰라도 네 사이코키네시스 능력의 정밀함 하나 만큼은 다른 누구보다도 뛰어난 수준이니까 자신감을 가지라고."


내 말에 수연은 조금 기운을 차리는 것처럼 보였고, 나는 그런 수연에게 안심하라는 의미에서 한번 웃어준 뒤, 이쪽을 향해 뛰어오는 나머지 셋에게 외쳤다.


"자! 다들 포지션은 전달 받았지! 잽싸게 움직이라고!"

"좋습니다."

"알겠구먼유!"

"알겠...습니다."


나름 비장미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는 둘과 그렇지 못한 하나.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양수호. 다름 아닌 그가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시킬 게 없단 말이지...양수호의 포지션으로는.'


명목상으로는 구선양과 수연, 그리고 우승재를 지키는 최후의 저지선이라고는 하지만, 애초에 벌레들은 이쪽에 꼬이질 않고, 괴물의 원거리 공격은 수연이 원천봉쇄를 하고 있었기에 사실상 일 없이 놀라는 말을 들은거나 마찬가지.


최전방에서 벌레들의 움직임을 유도하고, 괴물에게 조금씩이라도 타격을 넣는 역할을 지닌 나, 그리고 특유의 원거리 포격을 이용해 짤딜이나마 괴물에게 딜을 넣은 구선양, 그리고 두 번 말하면 입아플 정도로 파티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힐러인 우승재, 심지어 지금까지는 애물단지에 가까웠던 수연마저도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은 마당에 수연의 오빠인 자신만이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으니 무력감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그렇다고 양수호를 전방에 세웠다가는, 괴물한테 일격에 피떡이지.'


탱커인 양수호의 싸움법은 기본적으로 나처럼 공격을 회피하는 것이 아닌 받아내는 것.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수준이 맞는 상대에게나 통하는 싸움법이지, 저 괴물같은 격이 다른 존재에게는 그저 거슬리지도 않는 장애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뿐이었다.


'그래도 어쩌겠어. 상성이 안 맞는 것을.'


양수호의 성격상 혼자만 안전한 곳에 있는다고 기뻐할 것 같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던전이라는 곳은 불합리 투성이인 곳이니까.


어쨌든 그 사이에 나는 다시 일행과 접촉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쭉 어깨에 짐짝마냥 메고 있었던 수연이를 내려줄 수 있었다.


"으아아...머리가 빙빙 도네요."


지금까지 쭉 격하게 흔들리는 내 어깨 위에 메여 있다가 흔들리지 않는 바닥에 발을 디딘 수연은 오히려 그런 상황이 익숙치 않은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바닥 멀미에 적응하려는 듯 했고, 구선양은 우리 등 뒤에서 벌어지는 피튀기는 혈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드디어 벌레들과 괴물이 맞붙었군요. 확실히 쉰여 마리가 넘는 규모이니 괴물도 조금은 신중해 보이는 듯 합니다."

"그건 호재로군. 최소한 저 벌레들이 괴물에게 위협으로써 작용할 정도는 된다는 말이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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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던전 이스케이프(11) 21.07.12 83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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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던전 이스케이프(4) 21.07.01 112 3 9쪽
94 던전 이스케이프(3) 21.06.30 107 3 9쪽
93 던전 이스케이프(2) 21.06.29 105 3 11쪽
92 던전 이스케이프 21.06.28 106 3 9쪽
91 양수연의 던전 일지 21.06.25 106 3 11쪽
90 던전에서 살아남기(6) 21.06.24 118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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