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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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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15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7.16 17:15
조회
87
추천
3
글자
8쪽

격동의 날개(2)

DUMMY

-듣자하니 이상하군. 양수호가 지금까지 저 어빌리티를 숨긴 것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어빌리티의 발동에는 필시 어마어마한 고통이 동반될 테니 꺼려졌겠지.


나와 수연 사이의 무전에 느닷없이 끼어드는 구선양. 시간이 없기는 했지만 이쪽에서도 궁금한 사실을 입에 담는 구선양이었기에 일단은 말을 끝까지 들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당연히 육체적 고통은 무시하고서라도 저 어빌리티를 이용해 상황을 풀어나가는게 맞지 않나? 저놈도 일단은 헌터다. 전투 후에 어떻게든 목숨만 붙어 있다면, 살려내는 건 크게 어렵지 않을텐데,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지?

"...양수호에겐 미안하지만 나도 구선양의 말에 동감이야. 지금 상황에 저런 힘을 가지고도 사용하지 않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닌 것 같으니까."

-하, 하지만! 저 어빌리티가 망가뜨리는 것은 오빠의 육체 뿐만이 아니란 말이에요!

"육체 뿐만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저도 오빠에게 전해들은 정도밖에는 알지 못하지만...저 어빌리티는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사용자의 정신을 갉아먹는다는 모양이에요. 오빠의 말로는 마치 자신의 정신을 연료로 해서 화염을 피워올리는 느낌이라고...

"흠."


정신을 갉아먹는다라. 흔하지는 않지만, 그런 종류의 디메리트를 가진 어빌리티를 보지 못한 것은 아니다.


내가 알기로 그런 어빌리티나 아이템을 남용해댄 헌터들 중에서 말년을 편히 보낼 수 있었던 놈은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은 던전 안에서 정신이 무너진 끝에 몬스터들이 밥이 됐고, 어찌저찌 살아남은 놈도 결국은 헌터 전문의 정신병원에 수감되는 신세가 됐지. 이성을 잃은 헌터가 던전 밖에서 미쳐 날뛰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적으니 말이야.


당장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내가 지닌 용력의 전투 문신. 사용하게 되면 내 것이 아닌 분노에 휩싸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다른 것들보다는 확실히 미미한 디메리트이고, 내 쪽은 검심이라는 어빌리티가 있으니 실질적으로는 없는 거나 다름 없는 디메리트였다.


'정신을 연료로 타오르는 화염이라...꼴을 보아하니 당장 멈추지 않으면 전투가 끝나면 완전히 폐인이 되어 있을지도.'


이제는 거의 괴물의 전신에 옮겨붙은 채 괴물을 불태우는 양수호의 화염. 미친 듯이 비명지르며 고개를 흔드는 양수호의 머리와 날개에서는 마치 분수처럼 화염의 줄기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예전에...딱 한 번 오빠가 저 어빌리티를 발동했던 적이 있었어요. 다행히 그때는 마침 주변에 레벨이 높은 헌터 분이 계셔서 오빠를 제압해준 덕분에 오빠가 잘못되지 않고 일이 마무리될 수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그 후유증은 엄청나게 길었다구요.


끔찍했던 그때의 상황을 회상하기라도 하듯이 침울해지는 수연의 목소리.


-사정이 딱한 건 알겠습니다만, 그래서 저희더러 어떡하라는 겁니까?

-...네?


구선양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반문하는 수연. 그런 수연에게는 아랑곳않고 구선양이 이어 말하기 시작했다.


-경위가 어떻게 되었건 간에, 저 어빌리티를 발동하기로 결정한 것은 양수호 본인입니다. 우리 중 누구도 그에게 저런 선택을 내릴 것을 강요하지 않았어요. 그렇지 않습니까 류진씨?

"..."


그렇기야 하지만...말이지.


나는 대답 없이 침묵을 유지할 뿐이었지만, 애초에 대답을 기대하고 던진 질문은 아니었던 듯 구선양은 거리낌없이 말을 계속했다.


-즉, 지금 상황은 어디까지나 양수호 본인이 바래왔고, 또 본인이 감당하기로 결정한 사항이라 이겁니다. 양수연씨. 당신은 그런 양수호의 고귀한 결단에 먹칠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그런, 건 아니지만...


말로는 고귀한 희생이니 뭐니 하며 양수호의 결단을 치켜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어조에서는 숨길 수 없는 냉소가 느껴졌다.


-양수연씨가 감정적이게 되는 것은 이해합니다. 예. 친지의 목숨이 걸린 일이니 어련하시겠습니까.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 걸려 있는 것이 비단 양수호씨 한 명의 목숨만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주시면 고맙겠군요.

-그, 그렇...지만.

-뭐, 애초에 결정하는 건 수연씨도, 저도 아닌 류진씨의 일이지만요.


혼란스러워하는 수연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쪽을 향해 화살을 돌리는 구선양.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던 일이었기에, 나는 침착한 대응을 할 수 있었다.


"대충 하고 싶은 말은 알겠는데, 이런 일에 대해서는 이미 방침을 전해 준 걸로 알고 있는데."

-이미 전했다구요? 그게 무슨...


말하다말고 뭔가가 떠올랐는지 말이 뚝 끊기는 구선양. 나는 이번에야말로 반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고하게 말했다.


"내가 살아 있는 한은, 아무도 죽게 두지 않아. 아까 전에도 말했다시피, 지시만 제대로 따라 준다면 말이지."

-...정말이지 질리는군요. 아무리 검성이라도, 이런 상황에서까지 그런 말도 안 되는 허세를 부릴 필요가 있습니까?

"헤에, 허세인가. 그런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능력은 보여 줬다고 생각했는데, 구선양씨한테는 좀 부족했나봐?"

-류진씨 뿐만이 아니라 다른 누가 왔더라도 제 의견은 같았을 겁니다. 그편이 합리적이니까요.

"합리적이라. 내쪽이랑은 생각이 좀 다른 것 같은데 말이지."

-생각이 다르다라. 그럼 저는 류진씨는 여기서 양수호를 버리는 판단 이상으로 합리적인 판단이 있다고 보시는지?


버린다라.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슬그머니 본심이 튀어나오는군. 수연이 듣고 있는 와중인데도 말이지.


"그럼 이쪽에서 묻겠는데, 만약에 지금 여기서 양수호에게 저 괴물을 떠넘기고 전진한다고 치자.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냐니...지금까지와 크게 다를 것은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양수호는 지금까지도 있으나 없으나 그만이었지 않습니까. 그 한 명이 빠진다고 지금까지와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보는데요.

"아니지, 아니야. 구선양이 너도 조금 전에 말하지 않았었나? 이제 슬슬 MP 포션이 바닥이라고."

-그건...

"혹시 모르지. 여기서 한 에이리어만 더 올라가도 그게 출구일지도.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고려는 해야 하지 않겠어? 너희도 지금쯤이면 알겠지만, 내 전투는 MP를 무지막지하게 많이 잡아먹는다고. 그러니 모든 것이 부족한 지금, 지난번처럼 전투가 수월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

"뭐, 사실 그 사실은 여기서 양수호를 제압하고 그를 구출한다고 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 사실이긴 하지."

-그, 그렇습니다. 여기서 양수호를 제압한다는 불필요한 과정에 거칠 수고로 차라리 출구를 향해 전진한다면...

"저걸 제압하기 힘들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으면 그렇게 했겠지. 하지만, 지금의 양수호를 이미 제압했다는 전례가 존재하는 한, 내가 양수호를 제압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거든."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지금까지 무려 쉰 마리의 벌레들과 함께 총공세를 펼쳤는데도 쓰러트릴 수 없었던 것이 바로 저 괴물입니다! 그리고 지금 양수호는 그런 괴물을 사정없이 몰아붙이고 있는 거고요! 그런 양수호를, 류진씨가 벌레들의 협력도 없이 어떻게 죽이는 것도 아니라 제압을 합니까?

"구선양이. 가위바위보는 알고 있지?"

-가위...? 그거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구선양은 뜬금없는 나의 가위바위보 언급에 어이가 없다는 투로 물었고, 나는 여유로운 어조로 그런 그의 의문에 대답해주었다.


"지금 상황이 가위바위보랑 비슷하다고 보면 돼. 나는 가위, 괴물은 바위, 그리고 저 양수호는 보라는 거지. 전투가 늘 그렇지만, 각자가 지닌 힘보다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바로 상대와의 상성 문제거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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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던전 이스케이프 21.06.28 106 3 9쪽
91 양수연의 던전 일지 21.06.25 105 3 11쪽
90 던전에서 살아남기(6) 21.06.24 118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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