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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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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25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7.13 19:47
조회
91
추천
5
글자
8쪽

던전 이스케이프(12)

DUMMY

"..."


그리고 양수호 역시도 그런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지만, 안다고 해서 그의 속에서 끓어오르는 오만가지 감정이 가라앉는 것은 아니었다.


창피함, 모멸감, 억울함. 그리고 두려움. 고작 일벌레 한 마리의 일격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 그 순간은 아직까지도 양수호의 마음을 좀먹는 트라우마였다.


"...젠장."


고작 벌레의 공격조차도 한 순간을 버티지 못했건만, 그런 벌레들을 정말로 평범한 벌레라도 되는 것 마냥 찢어발기는 저 무시무시한 괴물의 공격이라면 단 일초도 버텨낼 자신이 없다. 애초에 아무도 그에게는 그런 걸 기대하지 않는다. 그도 물론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나도 남자라고..."


레벨이 낮아서, 능력치가 낮아서라는 변명거리는 류진이라는 존재 앞에서 변명이 되지 못한다. 자신 레벨의 반의 반도 안되는 류진조차도 가장 위험한 곳에서 가장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데 자신만이 이렇게 있는다는 것은 스스로의 유약함이 원인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양수호였다.


"..."


사실, 양수호가 할 수 있는 일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빌리티.


일정 레벨 이상의 헌터들은 거의 필수적으로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어빌리티였으므로 어느 정도 던전 경력이 있는 양수호 또한 가진 어빌리티가 존재했다. 하지만.


"..."


지금까지의 헌터 경력에서 양수호가 그 어빌리티를 사용한 것은 딱 한 번. 심지어 그 한 번의 경험은 양수호가 헌터를 그만두게 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된 일이었다. 동생 양수연의 빚에 의해 불가항력으로 다시 헌터로 복귀하기는 했지만, 이 어빌리티만큼은 다시는 사용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해야만 해."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 정도는 양수호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사실 이 던전에 발을 들인 이후부터 상황이 좋았던 적 따위는 단 한 번도 없었지만 말이다.


결의를 다지고 앞으로 나서려던 양수호였지만, 그의 이성이 제동을 건다. 아니, 어쩌면 감정일지도 모른다.


그가 지금껏 필사적으로 숨겨온 어빌리티를 발동한다고 하더라도, 저 괴물에게 대항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의 어빌리티가 미치는 영향은 피아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 괴물에게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아직 괴물 주변을 날아다니는 벌레들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었다.


'아직, 아직은 아니야...'


-----


요 근래 들어 이렇게 열심히 뛰어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발을 쉬지 않았고, 쉬지 않고 열심히 달린 결과 드디어 위층 에이리어의 상황이 눈에 들어올 만한 높이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이런 젠장..."


상황은 최악보다 아주 조금 나은 정도라고 말할 수 있을만한 상황. 그 많았던 벌레들은 대부분 산산조각이 난 채 붉은 바닥에 널브러진 고깃덩이가 되어 있었고, 아직 남아서 날아다니고 있는 벌레들은 채 열 마리가 되지 않았다.


-********!!!


기세 등등하게 포효를 내지르는 괴물. 이러고 있는 와중에도 묘하게 여유로운 태도로 근처를 날아다니던 한 마리의 벌레를 잡아채 쥐포로 만들어버린다.


"이 짧은 시간동안 많이도 잡아 죽였구만...! 검심, 발동!"


이렇게 된 이상은 몸을 사릴 여유는 없다. 그나마 벌레들을 상대한다고 괴물의 갑각 또한 너덜너덜해진 상황. 이런 상황이라면 내 공격도 어느 정도는 먹힐지도 모른다.


"유성, 일도!"


돌진 거리에 비례해 위력이 상승하는 유성일도. 정말 쓸데없이 넓은 이 에이리어의 크기 덕분에 이 스킬의 효율을 극한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직선거리로 밖에 이동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긴 하지만, 애초에 저 괴물은 내 공격을 피할 생각이 없으니 지금 상황에서는 의미없는 단점. 마력의 강화로 인해 푸르게 빛나는 내 다리는 바닥을 박차는 거리가 길어질수록 그 속도를 올렸고, 어느새 검을 늘어뜨리고 질주하는 내 속도는 음속에 근접할 만큼이 되었다.


헌터가 아닌 일반인이라면 버틸 수 없을 정도의 공기 저항을 무시하고 달린다. 몸을 숙이는 것으로 최대한 공기 저항을 줄이고, 이어지는 질주.


그 거대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작게만 보였던 괴물이었지만, 내 질주에 의해 괴물의 크기는 순식간에 커지기 시작했고, 나는 놀랍게도 단 30초만에 에이리어 정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던 괴물과의 거리를 완전히 좁히는데 성공했다.


"아아아아아아!"


비명에 가까운 기합을 내지르며 내가 바로 지척까지 접근했음에도 내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괴물의 옆구리를 혼신의 힘을 다해서 쑤신다. 충분히 공격력을 축적시키지 못했고, 괴물의 방어력이 조금만 더 높았더라면 오히려 충돌에 의해 내 쪽이 데미지를 입었겠지만 다행히도 유성과도 같이 괴물의 옆구리에 틀어박힌 내 일격은 갑각을 박살내며 괴물의 옆구리가 크게 움푹 패일 정도로 제대로 들어갔다.


-**********!!!!!

"젠장, 이거보단 더 효과가 있을 줄 알았는데...!"


유성일도는 달리는 동안 위력이 늘어나는 만큼, 그만큼 달리는 동안에 MP 또한 무지막지하게 잡아먹는지라 검심과 유성일도에 의해 내 MP는 순식간에 동이 난 상황. 즉, 지금의 이 공격이 지금의 내가 가할 수 있는 최선에 가까운 공격일진대 그 위력은 내가 기대하던 것에 살짝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쪽은 영 불만인 결과지만 괴물의 생각은 다른 듯 괴물은 달려들은 벌레들을 모두 무시하며 내 쪽을 향해 네 개의 팔을 모두 뻗어온다. 그 패턴은 이미 읽었다고.


"잠깐 실례!"


허리에 검 한자루를 납도하는 동시에 뒤로 높이 도약하며 공격하기 전부터 미리 봐 두었던 벌레 한마리의 다리를 잡아챈다. 아무리 벌레의 다리가 가늘다지만 그래도 한 손으로 잡아챌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기에 거의 손가락의 악력만으로 잡고 버티는 모양새였지만, 이런 때를 대비해서 거지일 때도 단련을 게을리 하지 않은 거니까 말이지. 역시 체력 단련은 언제나 게을리 할 게 못 된다.


"키이이이이익!"


아무리 괴물에게 어그로가 쏠린 상태라지만 당장 다리에 달라붙은 인간을 무시할 수도 없었던 벌레가 다리를 흔들어 나를 떨쳐냈지만, 애초에 오래 달라붙어 있을 생각은 없었다. 이놈의 용도는 그저 괴물의 저 공격을 피하는 정도로도 충분하니까.


-*******!!!


이에 분하다는 듯이 내가 잡고 있던 벌레를 후려치는 괴물. 운 나쁘게 나한테 걸린 불쌍한 벌레는 괴물에게 얻어맞고 저 멀리로 날아가 버렸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가 그저 운만은 아닌듯 비틀거리면서도 공중에서 자세를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호오. 남아있는 벌레들은 나름의 정예라는 말인가? 이거 상황이 아주 최악은 아닐지도 모르겠어."


남아있는 벌레의 수는 기대 이하지만, 벌레들 중에서도 엘리트라고 부를 만큼의 놈들. 그리고 괴물의 상태라고 마냥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었다.


"어느 정도는 힘이 빠진 것 같기도 하고...갑각도 많이 깎여나갔고 말이야."


검붉은 갑각은 군데군데 금이 가 있었고, 어느 부분은 아예 떨어져나가 그 안의 붉은 속살이 드러나 있는 상태. 게다가 괴물의 체력도 무한한 것은 아닌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움직임이 둔해지고 있는 것이 눈으로도 보일 정도였다.


"먹이를 섭취한 지 오래돼서 그런 건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저 덩치가 저 정도의 힘을 가지고 움직이려면 그에 걸맞는 열량의 소모가 필요할 터. 사실 저 괴물들도 이런 기본적인 원리에 의거해서 움직이는 건지는 애매하긴 하지만, 어쨌든 뭔가를 먹는다는 것은 생존에 섭식이 필요하긴 하다는 뜻이니까 아마 틀린 생각은 아닐거다.


'그러고보니 이 벌레 놈들은 뭔가를 먹는 꼴을 못 봤군.'


그런 생각이 잠깐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지만, 딱히 지금 신경쓰일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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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던전 이스케이프(2) 21.06.29 105 3 11쪽
92 던전 이스케이프 21.06.28 106 3 9쪽
91 양수연의 던전 일지 21.06.25 106 3 11쪽
90 던전에서 살아남기(6) 21.06.24 118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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