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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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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16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7.20 20:55
조회
77
추천
3
글자
8쪽

격동의 날개(4)

DUMMY

호승심 또한 감정의 일종이다. 그리고 저 열기만 없다면 이런저런 스킬들을 사용해 순식간에 양수호를 몰아붙이는 것으로 양수호의 호승심 그 자체를 꺾어버리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겠지만, 저놈의 열기 때문에 당최 오래 몰아붙일 수가 없기에 양수호와의 전투는 일진일퇴를 반복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 와중에도 열심히 양수호를 향해 이런저런 말들을 던지고 있는 수연이었지만, 이미 준비했던 말들을 대부분 다 써버린 듯 했고, 이제 와서 수연이 하고 있는 말들은 흡사 아무말 대잔치와도 같았다.


"빨리 정신차려 오빠! 오빠 엽떡 좋아하잖아 엽떡! 무사히 돌아가면 얼마든지 사줄 테니까!"

"으아아아아아아아!"

"이런 젠장! 빡쳤잖아! 얘 진짜 엽떡 좋아하는거 맞아!?"


수연의 외침에 순간적으로나마 내 쪽을 무시하며 수연에게 달려드는 양수호를 몸으로 막아선다.


"어, 어라라...? 이상하다...오빠가 집에 들어올 때마다 사오는 거라서 당연히 좋아할 줄 알았는데..."

"..."


젠장. 이놈은 글렀다. 이대로라면 역효과밖에는 못 볼 것 같군.


"선수 교대다! 수연이 넌 물러나고 구선양이 불러와!"

"아, 알겠어요!"


그렇게 외치며 뒤로 빠지는 수연. 그런 수연의 행동과 동시에 양수호의 머리에 붙은 화염이 처음으로 조금 사그라드는 것이 느껴졌다.


'흠...이건 안도, 인가? 대체 어디까지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지가 애매한데.'


불길이 사그라들었다는 것은 감정이 누그러졌다는 것이고, 그 이유는 아마 수연이 위험한 전장에서 성공적으로 이탈한 것에 대한 안도감 때문일 것이었다. 설마 꼴보기 싫은 놈이 사라져서 다행이라는 감정은 아니겠지. 아닐 거라고 믿고 싶다.


아무튼 상황 변화에 따라서 감정 상태가 변한다는 건 최소한 주변의 상황을 인지할 능력은 있다는 건데...그러면서도 본인의 행동은 통제할 수 없다니. 아마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 가장 답답한 것은 양수호 본인일지도 모르겠다.


"도착했습니다 류진씨."

"오. 빨리 왔구만. 멘트는 준비해뒀고?"

"물론입니다."


그렇게 말한 구선양은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고는 말하기 시작했다.


"흠흠. 한심한 몰골이군요 양수호씨. 당신이 그러고도 한성기업의 헌터라고 할 수 있습니까? 사실 여부는 둘째치고 우리 중산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평가받는 한성기업의 헌터가 자기 어빌리티조차 제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저희 중산기업의 체면에도 지대한 손상이..."

"야이 미친! 너 지금 뭐하는데!? 엄청나게 빡쳤잖아!"


대체 무슨 말을 준비해왔을지 궁금하기는 했는데 설마 저딴 말을 지껄여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제지하는게 늦어버렸고, 그 결과 양수호는 기껏 사그라들었던 화염을 다시금 격렬하게 불태우며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윽! 감정을 가라앉히랬더니 이게 뭐하는 짓이야!"

"흠...이상하군요. 저희 집안 사람들은 모두 서로를 향한 모욕으로 감정을 차갑게 다스리고 업무의 의욕을 고취시킵니다만...일단 더 높은 곳으로 향하면 모욕의 대상을 향한 복수 또한 가까워지니 말입니다."


저건 또 뭔...우리 집안도 그닥 평범한 집안은 아니고, 남의 가정사에 이래라 저래라 할 생각은 없지만 저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으으으으으..."


당연히 듣는 귀가 있는 양수호도 어이가 없는지 미약하게나마 불길이 약해진다. 뜻밖의 소득이구만. 득보다 실이 더 많긴 하지만서도.


"오오. 저것 보십시오! 효과가 있지 않습..."

"뭔 소리야? 저건 어이가 없어서 그런거고 그 직전에 쓸데없이 화염이 더 커진 건 안 보였냐? 아무튼 다음! 너도 뒤로 빠져 임마!"

"네, 네..."


이유는 모르겠지만 시무룩해져서 돌아가는 구선양. 진심으로 저딴 방식이 먹힐 거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제법 풀이 죽은 듯한 모습이다. 알 바 아니지만.


"다음은 우승재...인데."


솔직히 말해서 전혀 기대가 되지를 않는다. 이 던전에 들어온 이후로 검성검성거리는 소리밖에 듣지를 못해서인지 원래 성격이 어땠는지도 기억이 나지를 않는데...저놈을 이 양수호와 대면시키는게 맞는 일일까?


'이쪽 멘탈이 깎이면 깎였지 양수호의 감정을 가라앉히는데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소리만 떠들어댈 걸 같은데 말이지.'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어느새 이쪽으로 달려와서는 공 던져주기를 기다리는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우승재. 음...어쩌지.


"음...일단 기다려."

"에에엑!? 어, 어째서유!? 지금 엄청나게 급박한 상황 아니었슈!?"

"그렇긴 한데. 솔직히 네가 나서면 될 일도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너, 너무해유..."


대체 무슨 멘트를 준비했는지는 몰라도 시무룩해지는 우승재였다.


"제기랄. 하나같이 도움이 안되는구만."


저 강철 날개를 모조리 꺾어놓으면 날뛸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해도 날개를 부러뜨리려는 시도도 해보기는 했지만, 깃털 사이사이의 이음매를 노려 날개를 절단해도 도로 다시 붙어버린다. 일단 날개의 형상을 취하고는 있어도 본질적으로는 공중에서 떠다니는 저 깃털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모양.


"난감하구만. 제법 상대하기가 까다로운걸?"


말로 감정을 가라앉힌다는 1차 작전이 실패했으니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만 하는데...이걸 물리적으로 제압할 수도 없고 어쩌면 좋지.


"...응?"


그런데 뜬금없이 또 출력이 약해지는 양수호의 화염. 딱히 감정을 누그러뜨릴만한 말은 안 했는데...어, 설마?


"...이야. 굉장한걸 양수호? 이 나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일 줄이야."

"으으으으, 으아아아!"


혹시나 싶어서 던져본 말에 다시 한번 약해지는 양수호의 화염. 아니, 이거 설마...


'저거, 멋쩍어하는 거...맞지?'


보아하니 양수호는 칭찬에 약한 모양. 생각지도 못한 돌파구를 캐치한 나는 즉시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외쳤다.


"다들! 뭐가 됐든 좋으니 양수호를 칭찬해!"

"치, 칭찬이요?"

"그걸로 되는 거유?"

"나도 왠진 모르겠지만 먹히니까 딱히 상관없잖냐! 빨리 해!"


약해지는 화염과는 별개로 공격 자체는 더 거세졌다. 딱히 내게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지.


화염의 출력이 약해지면 약해질수록 공중에서 날아다니는 깃털들의 속도도 느려졌고, 양수호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열기 또한 약해졌으므로 이대로만 간다면 양수호를 완전히 제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오, 오빠 굉장해! 그 류진씨랑 대등하게 맞서 싸우고 있어!"

"음...이, 인정하기는 싫지만 나쁘지 않은 솜씨군요."

"어......음. 그, 검성님 화이팅이구먼유!"


대체 저건 뭐하자는 거야. 왜 양수호 칭찬을 하랬더니 내 응원을 하고 난리야.


아무래도 나부터 시작해서 수연, 구선양이 모두 양수호와 나를 비교하며 칭찬하는 그림이 됐는데 나를 깎아내릴 순 없으니 저런 말이 튀어나온건가? 참으로 지극정성이구만. 고맙진 않지만서도.


아무튼간에 그런 세 명의 무차별 칭찬 연사에 양수호의 얼굴에서 뿜어져나오던 화염은 점점 더 작아지며 사그라들기 시작했고, 화염이라는 동력을 잃은 공중의 깃털들은 점점 고도가 낮아지더니 하나둘씩 쨍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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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격동의 날개(7) 21.07.24 74 2 9쪽
110 격동의 날개(6) 21.07.22 69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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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던전 이스케이프(3) 21.06.30 107 3 9쪽
93 던전 이스케이프(2) 21.06.29 105 3 11쪽
92 던전 이스케이프 21.06.28 106 3 9쪽
91 양수연의 던전 일지 21.06.25 105 3 11쪽
90 던전에서 살아남기(6) 21.06.24 118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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