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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31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7.01 18:33
조회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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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던전 이스케이프(4)

DUMMY

바닥으로 추락한 괴물은 엄청난 거체와, 그에 따라 필연적으로 따라올 무게에도 불구하고 추락의 충격을 전혀 느끼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괴물에게서 필사적으로 멀어지려던 벌레 한 마리. 괴물이 쏘아낸 광선에 맞고 붉은 몸체 속에서도 눈에 띄는 붉은 반점이 생긴 그 벌레는 괴물이 쭉 뻗은 팔에 붙잡혔다.


"키이이이이익!"


벌레는 애처롭게 들리는 비명을 내지르며 한 쌍의 톱니가 달린 발로 괴물의 팔을 떼어내려는 듯이 내리쳤지만, 괴물의 팔은 그 외형과 다르게 단단한 재질로 이루어져 있는지 괴물의 팔에는 생채기도 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붙잡은 벌레를 탐욕스럽게 벌린 아가리 속으로 던지는 괴물, 아가리 속에 촘촘히 박힌 날카로운 이빨들이 벌레를 분해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키이이이이이익!"


괴물이 벌레를 잡아 찢는 과정에는 입을 다무는 과정이 포함되지 않았다. 괴물의 이빨은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입 안에 던져진 벌레를 분해했고, 순식간에 다진 고기가 된 벌레는 마치 터널처럼 보이는 시커먼 목구멍 안으로 사라졌다.


"말도...안 돼. 저 벌레가, 저렇게나 순식간에 당한다고?"


지금껏 포식자라고만 생각되었던 몬스터가 너무나도 무력한 모습으로 포식당하는 광경은 몬스터들에게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오는 광경이었다.


"발을 멈추지 말고 뛰어! 생각은 나중에!"


자기 몸 크기의 3분지 1은 되어 보이는 벌레 한 마리를 통째로 삼켰음에도 불구하고 괴물은 만족하지 못한 것인지 사방팔방을 날아다니는 다른 벌레들에게 팔을 뻗기 시작했고, 나는 홀린듯이 그 광경을 바라보는 일행을 다그치며 몸을 움직였다.


-----


한 10분 정도를 정신없이 달린 것 같다.

불행 중의 행운이라고 해야 할까. 정신없이 달리는 와중의 에이리어는 세 곳이 연속으로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는 빈 에이리어였고, 그 덕분에 우리는 괴물에게서 제법 되는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


"이만큼이나 떨어져도 들리...네요. 저 괴물의 울음소리."

"그래도 이만큼 뛰었으니 당장에 우리를 쫓아올 걱정은 없을거야. 우선은...상황을 정리하자."

"정리하고 말고 할 게 있습니까? 가능한 한 빨리 이 던전을 탈출하는 것. 그게 이 던전에 갇힌 후부터의 명제 아니었나요?"


격한 운동 탓인지 창백하던 낯빛이 붉게 물든 채로 헐떡이며 말하는 구선양.


"그렇기야 하지만 방금 그 괴물이 쏜 붉은 광선. 그게 발휘하는 효과를 알아 내야만 해. 나는 어떻게든 피해낼 수 있었지만, 수연이는 그럴 수 없었으니까 말이지."


내 말에 수연에게 집중되는 시선. 숨을 고르던 수연은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눈치채고는 허탈하다는 듯이 말했다.


"저, 저도 걱정은 되지만...그래도 달리는 중에 확인해 본 바로는 당장에 몸에 이상은 없는데요?"

"흠...일반 겉옷을 한번 벗어 보겠어? 당장 별다른 효과는 없어 보이긴 하지만, 일단 그 괴물이 아무런 의미도 없이 그런 짓을 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군."

"네, 네에..."


수연은 그렇게 말하며 두르고 있던 외투를 한꺼풀 벗었지만, 우리가 원하던 효과는 보지 못했다. 수연의 몸에 나타난 반점은 물리적 효과가 아닌 마법적 효과에 가까운 것인지, 수연이 외투를 벗자 그 안에 입고 있던 옷 위에 다시 나타난 것이었다.


"...옷을 벗는 걸로는 지워지지 않는군. 살가죽을 벗겨낸다고 하더라도 별 효과는 없겠어."

"사, 살가죽...좀 봐주세요."


살벌하기 그지없는 구선양의 말에 움츠러들며 말하는 수연. 나도 그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바로 머릿속에서 지웠는데 말이지.


"당장은 효과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무슨 저주 같은 걸지도 모르겠군. 우승재씨? 수연이에게 큐어를."

"아, 알겠구먼유! 큐어!"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수연에게 큐어를 거는 우승재. 그의 지팡이가 번쩍 하고 빛났지만, 어째선지 수연에게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 그대론데요?"

"이, 이상하다? 분명 주문은 제대로 발동했는데 말이어유."

"그럼 둘 중 하나겠지. 우승재씨 정도의 능력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 저주거나, 애초에 저주가 아니거나."

"가능하면 후자이기를 빌어야겠네요..."


핼쓱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수연. 그리고 본인이 당한 것도 아니건만, 하나뿐인 여동생에게 그런 일이 생긴 게 상당히 쇼크인지 양수호의 표정도 수연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을 정도로 나쁜 상태였다.


"수연이...괜찮겠죠? 제발 별 일이 없어야 할텐데..."

"..."


여기서는 괜찮을 거라고,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독려해주는 것이 사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리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 정도 되는 던전의 몬스터들의 행동은 무엇 하나 헌터들에게 지대한 위험이 아닌 것이 없었고, 그저 그런 잡몹이 아닌 방금 그 괴물 정도 되는 몬스터라면 단순히 내쉬는 숨결에도 수연이 정도의 헌터에게는 즉사기 급의 위협이 될수가 있는 법이다. 그러니 아무 일도 없을 리가 없지만, 그런 말을 굳이 꺼내기도 애매한 노릇. 환장하겠군.


"아무튼 당장에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없으니 일단은 신경을 끄자고. 게다가 디버프 같은 경우에는 반영구적으로 남는 것도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는 효과 쪽이 많으니까."

"그, 그렇겠죠?"

"다행이네요..."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일 뿐이건만,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둘 다 불안감에 휩싸일 상황이니 나는 고개를 한번 끄덕여주고는 다시 일행을 이끌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


"다들 정지."

"모, 몬스터인가유?"


내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오던 우승재가 그렇게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에 검지를 가져다댔다.


조용히 하라는 내 제스쳐를 이해한 일행은 침묵하며 자연스럽게 자세를 낮추었고, 나도 시야를 확보하면서도 몸을 숨길 수 있는 위치에 자세를 낮추며 에이리어 내부의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벌레가 셋...몰래 지나가기는 글렀군. 게다가 일벌레가 아니라 전투에 특화된 벌레들이니 강행 돌파도 무리.'


지금까지 이 던전 안을 돌아다니며 알게된 사실이지만, 같은 벌 형태의 몬스터끼리도 개체별로 차이가 존재했다. 비교적 크기가 작고, 팔에 달린 톱니가 길쭉길쭉한 일벌레, 그리고 일벌레들보다 확연히 크기가 크고, 팔의 톱니는 조금 퇴화했지만 꽁무니의 가시가 더 크고 우람한 전투 특화 벌레들. 전투 특화 벌레들이 적게는 두세마리, 많게는 수십 마리씩 몰려다니며 에이리어 내부를 지키기라도 하듯이 배회하는 것이 보통이었고, 일벌레들은 보통 혼자 돌아다니며 우리가 처음 마주친 개체가 그랬듯이 던전 여기저기에 즐비한 시체 조각들로 던전을 보수하는 것이 일이었다.


당연하게도 지금까지 우리가 해치울 수 있었던 몬스터들은 모두 일벌레. 애초에 혼자 다니는 일이 없기에 전투 특화 벌레들에게는 감히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필 위로 향하는 에이리어를 이렇게 지키고 앉았다니...찾아보면 위로 향하는 다른 에이리어가 없지는 않겠지만, 영 아쉬운걸.'


혀를 차며 그런 생각을 하는 나였지만,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렇게 일단은 뒤로 돌아가자고 일행들에게 말하려는 순간, 느닷없이 공중을 이리저리 배회하던 벌레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


'들킨건가? 기척은 전혀 내지 않았는데?'

"키이이이이익!"


지금까지 겪어온 바로는 저놈들의 경계를 살만한 행위는 무엇 하나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벌레들은 특유의 경계음을 내며 이쪽으로 날아오기 시작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검을 뽑아들며 일행들에게 외쳤다.


"다들 뒤로 뛰어! 잠깐 시간 버는 것 정도라면...!"


아니 잠깐만, 뭔가가 이상하다.


내가 방금 외친 소리도 있고, 이정도나 다가왔으면 우리의 존재를 확실히 눈치챌 수 있을 법한 거리였으나, 벌레들의 시선은 이쪽을 향하고 있지 않았다. 놈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우리가 조금 전에 지나온 통로의 너머를 향하고 있었고, 그 통로 너머에서는 분명히 거리를 한참은 벌렸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 괴물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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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던전 이스케이프(3) 21.06.30 107 3 9쪽
93 던전 이스케이프(2) 21.06.29 105 3 11쪽
92 던전 이스케이프 21.06.28 106 3 9쪽
91 양수연의 던전 일지 21.06.25 106 3 11쪽
90 던전에서 살아남기(6) 21.06.24 118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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