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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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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21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6.25 18:22
조회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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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양수연의 던전 일지

DUMMY

DAY 2


안녕하세요. 양수연이에요.

오늘부터 불침번 시간마다 잠깐 시간을 내서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돌아보는 일기를 쓰기로 했어요.

솔직히 혼자 깨있기에는 여기 분위기가 좀 무섭기도 하고...시간 때우기도 할 겸 말이에요.

다행히 오늘은 전투 없이 무난하게 꽤나 많은 에이리어를 전진할 수 있었어요. 다들 어제의 경험으로 몬스터의 시선을 피하는 데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걸까요?

류진씨가 추정하는 바로는 절반 정도는 온 것 같다나...제가 지금까지 겪어본 던전은 이렇게까지 넓지 않았었느데 말이에요.

그래도 류진씨가 말하기로는 자기가 겪어본 바로는 한반도 면적의 절반 이상쯤 되는 크기의 던전도 있다고 해요. 부디 이 던전은 그렇지 않기만을 바래야겠죠.


DAY 3


벌써 가져온 식량이 바닥을 드러냈어요...나름 아껴먹는다고 절약을 했는데도 벌써 이런 상황이라니...애초에 이 던전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계획이 아니었고, 또 저 때문에 입이 하나 늘었으니까 어쩔 수 없는 결과지만요.

새삼 암울해져요...류진씨는 계획이 있다는 투로 말을 하셨지만, 다들 불안한 모습이에요.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진행 상황까지 별로 좋지가 않아요. 어제는 무려 세 층이나 오를 수 있었는데 오늘은 한 층밖에 못 올라왔으니까요.

류진씨는 여전히 쌩쌩한 모습이고, 우승재씨는 류진씨만 멀쩡하다면 언제까지고 기운이 넘칠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구선양씨와 오빠는 안색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DAY 4


오늘은 특이한 광경을 봤어요. 다른 에이리어 두 세개를 합쳐놓은 것 같은 크기의 커다란 에이리어였는데, 그곳에서 천장과 벽면에 여러 개의 촉수를 이용해 매달려 있는 엄청나게 거대한 붉은 덩어리 같은 게 있었는데요. 이상하게도 몬스터들은 그 덩어리를 바라보며 쭈욱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어요. 언제부터 서있었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저희가 그 자리를 벗어날 때까지는 계속 그대로 있었어요.

아. 그리고 진행 상황은...여전히 좋지가 않아요. 남은 식량이 적어서, 다들 적게 먹고 움직일 수밖에 없었거든요.

여전히 건강해 보이는 건 류진씨와, 우승재씨 뿐이에요. 이런 말 하면 실례겠지만 우승재씨야 거의 광신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그러려니 하겠지만, 류진씨는 식사도 저희를 챙겨 주느라 거의 하지도 못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그렇게 건강할 수 있는 걸까요? 레벨도 저랑 거의 차이도 안 난다고 들었으니까 체력 스테이터스도 그렇게 높지 않으실 텐데...


DAY 5


...속이 메슥거려요. 왜냐구요? 오늘 저녁으로 도저히 인간이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걸 먹었거든요.

오늘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류진씨는 이곳에 들어온 지 이틀째가 되는 날부터 식량자원을 찾아다녓던 모양이에요. 잠깐잠깐 있는 휴식 시간에 혼자 어딘가를 바쁘게 돌아다니신다 싶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줄이야...아무튼 그렇게 류진씨가 고군분투를 해가며 찾아낸 먹을 수 있는 자원은 세 가지였어요.

저희가 첫날에 마주친 그 애벌레와, 그 애벌레들이 우글거리는 곳에는 항상 같이 있는 붉은 웅덩이에 담긴 액체,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이 던전을 구성하고 있는 벽 그 자체에요.

당연하게도 다들 반발이 굉장히 심했어요. 아, 딱 한 명만 빼고 말이죠. 우승재씨는...아무리 류진씨, 아니 검성을 향한 신뢰가 깊다지만,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류진씨의 말이라면 아무런 의심도, 불만도 없이 따라주고 있어요. 그래서 조금 전해 말한 그 식량 자원...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그 애벌레를 뜯어먹는 것도 전혀 주저하지 않았구요. 몬스터는 죽으면 재로 변해버리니 생포해서 산 채를 뜯어먹을 수밖에 없어서, 저는 도저히 그 애벌레들을 먹는 건 무리였어요. 그 끔찍한 비명소리를 바로 옆에 두고는 넘어가려던 것도 도로 올라올 지경이었으니까요.

구선양씨는...지금 제가 일기를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아무것도 드시지 않고 꿋꿋이 버티고 계시는 중이에요. 본인 말로는 헌터의 체력이라면 식사 없이도 한 달은 족히 버틸 수 있으시다면서요. 하지만 제가 알기로 헌터들은 일반인보다 신진대사가 원활하기 때문에 에너지 섭취는 일반인들보다 많아야 한다고 들었는데 말이에요...그나마 다행인 건 수분 섭취는 다들 충분하게 가지고 있는 포션으로도 대신할 수 있다는 거에요. 애초에 전투가 있을 때마다 거의 한 병씩은 꼬박꼬박 마시니까 갈증이 날 일도 거의 없고 말이죠. 그래서 가지고 온 식수는 거의 제가 독차지하고 있는 실정이에요.

적다보니 얘기도 샜네요. 아무튼 구선양씨는 그렇게 버티고 계시는 중이고...오빠는 처음에는 기겁을 하면서 극구 거절했지만...류진씨의 설득에 넘어가서 애벌레를 먹었어요. 제 오빠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어떻냐구요? 저는 애벌레를 산 채로 뜯는 건 도저히 무리였고...그 애벌레들이 몸을 담그고 있었다는 건 좀 많이 찝찝하긴 하지만 그 붉은 구덩이 안에 고여있던 끈적한 액체를 가연성 액체를 마셔도 정말 탈이 없을지 의심이 되기는 했지만...애초에 알코올도 가연성이기는 하잖아요? 뭐, 식용으로 판매되는 술은 여러 가지 정제 과정을 거치기는 하지만요.

아무튼 벌레도 싫고, 대체 어떤 생물의 시체로 만들어졌는지도 알 수 없는 이 던전의 벽을 먹는 것 보다는 나으니까요. 혹시라도 이 벽에 사람의 시체도 섞여 있을 확률이 없지는 않으니까요...아무튼 그런 생각으로 그 액체를 한 모금 마셔 봤는데...으. 지금 다시 떠올려봐도 끔찍한 맛이었어요. 색깔 그대로 피같이 비릿한 맛도 나고, 하수구에서나 날 법한 구린내도 나고, 그래요. 딱 구정물과 피를 반씩 섞어놓은 것 같은 맛이었어요. 그 와중에 아주 살짝. 정말 아주 살짝 단맛이 느껴졌는데 차라리 없느니만도 못한 정도라 오히려 기분이 더 나빠지는 맛이었다니까요?

쓰다보니까 밥 얘기만 잔뜩이네요. 빨리 돌아가서 치킨을 뜯고 싶어요. 지금이라면 두마리 치킨도 혼자서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라니까요.

아무튼 오늘의 진행도 더뎌요...어째 두번째 날 이후로 쭉 암울한 상황의 연속이네요. 우승재씨 빼고는 다들 컨디션이 꽝이라 어쩔 수 없겠지만요.

아! 그래도 아주 안 좋은 소식만 있는 건 아니에요. 경사스럽게도 오늘 우리 오빠가 레벨 업을 할 수가 있었거든요. 덕분에 저조하던 컨디션도 단숨에 회복되고, 허기도 해결되어서 오빠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 보였어요.


DAY 7


6일차 일기는 어디 갔냐구요? 어제는 도저히 일기를 쓸만한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사실 지금까지가 이상하게 운이 좋은 거였죠. 여섯시간 동안 어떤 몬스터도 우리가 쉬는 곳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니 말이에요.

네 맞아요. 그날엔 자는 중에 몬스터의 습격이 있었어요. 이걸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그나마 류진씨가 불침번을 설 때 몬스터가 나타났기에 대응을 빠르게 할 수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만약 제가 불침번을 설때 몬스터가 나타났다고 생각하면...아마 어쩔 줄 몰라하다고 모두에게 민폐를 끼쳤을 거에요.

그에 반해서 류진씨는 몬스터의 모습을 발견하자마자 즉시 류진씨 다음 가는 전력인 구선양씨를 깨우고, 구선양씨에게 모두를 깨우라고 지시한 다음 혼자서 몬스터를 막아내시는데...비몽사몽간에 본 거였지만 정말 굉장했어요.

단신으로 그 커다랗고 무서운 벌 같은 몬스터를 거의 농락하다시피 해가는 모습이란...게다가 공중이고 지상이고 간에 가릴 것 없이 요리조리 종횡무진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 사람이 정말로 나랑 같은 인간은 맞나 싶더라니까요. 그래도 레벨이 부족해서 그런지 공격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항상 달고 사시고, 류진씨가 그렇게 몬스터의 체력을 야금야금 깎아 놓으시면 마무리 일격을 가하는 건 항상 구선양씨니까 류진씨도 혼자서 이 던전을 진행하시는 건 영 무리가 있다는 듯 해요.

아무튼 그렇게 오늘도 지금까지처럼 류진씨가 열심히 몬스터의 시선을 끌고, 체력을 깎아놓은 사이에 구선양씨가 마무리 일격을 넣는가 싶었는데...거의 3일 가량을 아무것도 먹지 않고 무리하게 움직인 탓인지 구선양씨의 공격은 빗나갔고, 위협적인 공격을 목격한 몬스터는 바로 류진씨를 무시하고 이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정말 어떻게 되는 건가 싶었지만...다행히 최전방에서 방패가 되는 대신에 이쪽을 향하는 최후의 저지선 역할을 하고 있던 우리 오빠 덕에 우승재씨나 제가 다치는 일은 없었어요. 오빠가 좀 부상을 입기는 했지만...첫날처럼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고, 전날의 레벨 업 덕분에 컨디션도 만전이었던지라 우승재씨의 치유 덕분에 바로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었어요.

진짜 문제는 그 뒤에 있었죠...류진씨는 이런 문제도 있을 것 같아서 식량 섭취가 필요하다며 드물게 언짢은 기색을 보여줬고, 구선양씨도 지은 죄가 있으니 전처럼 단호하게 거부하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무리라는 태도를 보여 줬어요. 그런 구선양씨를 보고 류진씨는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물병에 넣어서 가지고 다니던 그 붉은 액체를 강제로 구선양씨한테 먹이기 시작했어요.

으. 솔직히 살기 위해 약이라고 생각하고 어쩔 수 없이 먹는 저도 마실 때마다 헛구역질이 올라오는데 그런 걸 억지로 먹였으니 구선양씨의 기분이 어땠겠어요?

당연히 구선양씨는 거세게 저항했어요. 하지만 안쓰럽게도 레벨 100 가까이 되는 헌터의 완력으로도 3일 가까이 굶은 탓인지 영 힘을 못 쓰는 듯 했고, 류진씨가 제압을 워낙에 순식간에 한 것도 있고 해서 구선양씨는 꼼짝도 못하고 류진씨가 꾸역꾸역 밀어넣는 그 맛없는 붉은 액체를 마셔야만 했죠.

억지로 그런 걸 먹였으니 당연히 토하고, 류진씨는 밀려나오는 토사물이 자신의 몸에 묻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도가 막히지 않을 정도로만 토사물을 배출시킨 후에, 계속해서 액체를 마시게 하고, 구선양씨는 또 토하고 하는 그런 영 보기 힘든 광경이 5분 가까이 이어졌고, 류진씨는 들고 있던 물병을 전부 비운 후에야 구선양씨를 풀어 줬어요.

으...지금도 그때 분위기를 생각하면, 차라리 몬스터와 싸우는 편이 더 안전해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요. 그래도 구선양씨가 류진씨를 공격한다거나 하는 일이 없어서 다행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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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던전 이스케이프 21.06.28 106 3 9쪽
» 양수연의 던전 일지 21.06.25 106 3 11쪽
90 던전에서 살아남기(6) 21.06.24 118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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