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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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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20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7.14 18:36
조회
87
추천
3
글자
9쪽

던전 이스케이프(13)

DUMMY

놀랍게도, 그 뒤에 이어진 싸움은 의외로 비등한 모양새를 보여주었다.


괴물의 움직임은 현저히 느려져 있었고, 남은 벌레들의 수준은 높았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사실은, 무려 이 벌레 놈들이 내 지시에 맞게 움직이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설마 진짜로 내 의도를 읽고 있는 건 아니겠지만...말이지.'


내 쪽이 괴물의 시선을 끄는 것 같은 모양새를 보이면 괴물의 후방을 공격하고, 이쪽이 뒤로 빠진다 싶으면 바로 괴물의 눈앞을 얼쩡거리며 괴물의 시선을 분산시킨다.


전투 초반에는 이쪽이 벌레들의 움직임에 맞춰서 움직이는 모양새였건만, 이제는 오히려 벌레들 쪽에서 이쪽에 맞춰주는 것 같은 상황. 몬스터와 합을 맞춘다는 이 행위는 기묘한 아이러니였다.


-*******!!!


초반에는 별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았을 법한 구선양의 포격조차 지금의 괴물에게는 제법 효과적으로 먹히는 것 같았고, 구선양의 포격과 함께 따라오는 갖가지 디버프들은 벌레들과 내가 괴물에게 데미지를 입히는데 큰 도움이 되어주었다.


이에 괴물은 울부짖는다. 조금 전에 비해서 현저하게 힘이 빠져 있는 그 포효는, 어째서인지 배고픈 아이의 칭얼거림처럼 들려왔다.


'엄밀히 말하자면 조금 전에 고치에서 나왔으니 아이가 맞긴 하군. 초 우량아이기는 하지만 말이지.'


게다가 쓸데없이 편식이 심한 놈이기에 아무것도 먹지 않은지 꽤 되었으니 배고픈 것도 맞을테니 배고픈 아이가 맞기는 하다. 별로 불쌍하지는 않지만.


"칭얼거리는 건 그쪽 엄마한테나 가서 하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사람에게 날리면 쌍욕을 먹을 법한 패드립을 날리며 검을 휘둘렀고, 구선양의 약화탄에 의해 푸르게 물든 놈의 붉은 속살에 양검이 적중하는 것으로 그동안 쌓여있던 음기가 폭발하며 괴물은 또다시 비명을 질렀다.


좋아. 이 음양쌍검. 제대로 써먹기는 까다롭지만 나보다 월등히 강한 놈들을 상대로는 제법 쓸만하군. 손에도 착착 감기는 느낌이고 말이야.


가장 애용하는 검의 종류는 한손검이지만, 쌍겅 또한 전성기 시절에 즐겨쓰던 무기. 특히나 다수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로 택했던 것이었다. 지금은 이쪽이 다수이기는 하지만.


'그건 그렇고, 슬슬 마나가 오링인데...'


이 무지막지한 괴물을 상대로 시선이라도 끌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위력이 높은 스킬들을 난사할 수밖에 없었고, 그랬기에 충분히 챙겨왔다고 생각했던 내 MP 포션은 단 다섯 병 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보아하니 구선양이도 저 대포 같은 걸 쏘기 위해서는 MP를 무지막지하게 쓰는 모양이니 상황은 나랑 비슷하겠고, 우승재나 양수호에게 포션을 빌려야 하나?'


버프를 말그대로 난사하고 있는 우승재는 몰라도 양수호야 당장에 하는 것이 없고, 애초에 싸울 일도 거의 없었으니 MP 포션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애초에 탱커인 그가 MP 포션을 많이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 같긴 하지만.


이러고 있는 와중에도 MP는 다시 바닥을 드러냈고, 나는 몸을 살짝 뒤로 빼며 양검을 납도함과 동시에 주머니 안의 포션을 빠르게 마시기 시작했다. 이걸로 남은 포션은 단 넷. 평소라면 그리 적지만은 않은 양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쪽이 잠시라도 공세를 늦추면 죽어나가는 벌레들 때문에 결코 여유로운 물량이 아니었다.


"키이이이이이익!"

-********!!!


마치 이쪽이 몸을 빼기만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공중에서 박수를 치는 것 같은 동작으로 벌레를 짓이기는 괴물. 그동안 분투를 펼쳐 주었던 벌레 한마리가 또다시 죽은 것으로 남은 벌레는 단 일곱 뿐이었다.


"이런 망할!"


욕설을 내뱉으며 천천히 차오르는 MP 게이지를 신경 쓰며 괴물에게 돌진한다. 당장은 MP가 없었으므로 조금 전과 같이 음검을 통해 충분한 음기를 누적한 다음 양검을 통한 큰 일격으로 괴물에게 데미지를 입힐 셈. 이 콤보를 효과적으로 욱여넣기 위해서는 구선양과의 연계 또한 필수였다.


"어이 구선양이. 아직 MP는 좀 남아 있나?"


양검을 납도하는 것으로 여유가 생긴 한 손으로 리시버를 수신 상태로 돌린다.


-...여유가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스킬을 사용하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MP포션은 세 병 남았군요.

"그래?"


역시 나랑 비슷하게 MP 부족을 겪고 있는 구선양. 이거 단기간 내에 결착을 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지금 같은 상황에서 한 명이라도 마나가 완전히 고갈되어 전장에서 이탈하게 된다면 치명적일 테니까 말이지.


"조금 전과 비슷한 콤보로 간다. 지금부터 저놈한테 적당히 음기를 쌓아 놓을 테니까, 이때다 싶은 타이밍에 약화 포탄 한번 더 갈겨 달라고."

-확인했습니다.

"오케이. 그리고 양수호씨."

-앗. 네, 네. 무슨 일이십니까?

"별 건 아니고. 혹시 남는 MP 포션 좀 있어? 내가 지금 마나가 오링이라."

-아...네. 중급 MP 포션이 다섯 병 정도 있습니다.


다섯 병이라. 아주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지.


"양수호씨한텐 미안하지만 그걸 좀 빌려야 할 것 같아. 나가서 갚을테니 떼먹힐 걱정은 하지 말고."

-상관없습니다. 이런 상황에는 차라리 떼먹힐 수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나갈 수만 있다면 말이죠.

"하하. 뭐 그렇지. 어이쿠! 그럼 그렇게 알고.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이쪽으로 조금만 접근해주면 고맙겠어. 보시다시피 이쪽이 자리를 길게 비우는 건 좀 곤란하거, 든!"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너무 무리하지는 말라고. 그럼 수신 종료."


보통은 통신 종료가 올바른 표현이지만 말이지. 내 쪽은 수신을 끊는 것이니 수신 종료가 맞다.


아무튼 내가 수신을 종료하는 것과 동시에 구선양과 수연의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양수호가 이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고, 나도 괴물에게서 시선을 끌면서도 양수호 쪽을 향해 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어느 타이밍에 받으러 가야 할...응?


"무슨...!"


그런데 괴물의 눈치가 이상하다. 눈앞에서 얼쩡거리고 있는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않으면 호된 꼴을 본다는 건 진작에 학습이 완료된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어째선지 나를 상대하는 건 건성이고 딴 데 신경이 팔려 있는 것 같은 모양새. 덕분에 놈의 갑각이 깨진 곳 위주로 헤집어놓는 데는 성공했지만...잠깐, 학습?


"설마!"


지금도 내 근처를 날아다니며 이쪽의 움직임에 맞춰서 움직이는 법을 터득한 벌레들. 이 벌레들조차 긴 시간 동안의 전투에 의해 이쪽의 움직임을 학습했건만, 과연 저 괴물이 이 벌레들보다 멍청하다는 보장이 있는가?


처음부터 끝까지 수연에게만 온 신경을 할애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괴물이지만, 전투 중에 그 수연에게 도달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인간들이 방해라는 결론을 도출하게 된 것이라면...


이런 내 생각과 동시에 괴물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벌레들은 내 움직임에 맞춰 살짝 괴물과 거리를 둔 상태였고, 괴물은 내게서 반쯤 등을 돌린 상황. 젠장...! 이쪽에서는 못 막는다!


"이런 젠장! 양수호! 튀어! 괴물이 널 노리고 간다!"

-********!!!


충분히 거리를 뒀기에 괴물의 돌진에도 대비할 수 있는 구선양 쪽과는 다르게 현재 양수호는 내게 포션을 전달하기 위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상황. 괴물의 돌진에 대비하기는 늦는다.


나는 괴물이 움직이는 것과 거의 동시에 바닥을 박차며 질주하기 시작했지만, 덩치 차이로 괴물의 움직임이 이쪽보다 미세하게 빠르다...! 이쪽에서 양수호를 먼저 구출하기는 무리인 상황. 벌레들의 비행 속도라면 괴물을 추월해 양수호를 낚아채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거기까지 마음이 통하는 사이는 아니었기에 헛된 기대에 불과했다.


"양수호오! 단 한 방! 한 방만 버텨! 그러면 내가 어떻게든...!"

"아닙니다 류진씨! 이쪽으로 오지 마십시오!"


도망치기에는 늦었다는 것을 양수호 또한 깨달았는지 괴물에게서 등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뭐라고? 저놈이 지금 뭔 소리를 하는거야?


"지금 뭔 개소리야!"

"이쪽으로 오시면 휘말립니다! 제게서 멀어지시기를!"


그렇게 외치며 한 방만 버티랬더니 되려 들고 있던 타워 실드를 내던져버리는 양수호. 이런 미친 저게 지금 뭐 하는 짓거리야!


"야! 나 지금 죽으려고 작정했..."


그리고 그 순간, 어느 새 양수호의 지척까지 도달해 팔을 내리치려는 괴물 앞에 선 양수호의 몸에서 주홍빛의 섬광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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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던전 이스케이프 21.06.28 106 3 9쪽
91 양수연의 던전 일지 21.06.25 105 3 11쪽
90 던전에서 살아남기(6) 21.06.24 118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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