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거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1.02.16 22:06
최근연재일 :
2021.09.03 14:54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33,630
추천수 :
609
글자수 :
560,664

작성
21.07.06 18:29
조회
97
추천
3
글자
9쪽

던전 이스케이프(7)

DUMMY

"류진씨! 숙여요옷!"


바로 옆에서 들리는 날카로운 수연의 외침. 굳이 수연의 외침이 아니었더라도 인지하고 있었던 공격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나는 수연의 말을 따라 크게 몸을 숙였다.


"꺄아아아아악!"


그 순간 내 머리 위를 스쳐지나가듯이 하며 휘둘러지는 거대한 팔. 현재 내 어깨에 짐짝마냥 둘러메어져서 한창 우리 뒤를 쫓아오고 있는 괴물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수연이 머리를 감싸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미쳤어미쳤어미쳤어! 사람 살려어!"

"야. 머리 바로 옆에서 소리 지르지 마. 골 울리잖냐."

"이런 상황에 그게 무슨 소리에욧! 전 류진씨 같은 괴물딱지가 아니라서 이런 상황에 침착하기는 도저히 무리거든요! 으아아아악!"

"괴물이라니 실례잖냐. 괴물은 내가 아니라 지금 쫓아오는 저거...어이쿠!"

"으꺄아아악!"


방금 전까지 내가 있던 곳을 향해 팔을 내려찍는 괴물. 재질의 물렁함과는 정 반대로 엄청나게 질기고 튼튼한 바닥이었지만, 괴물의 공격 앞에서는 종잇장처럼 찢겨나갈 뿐이었다.


-*******!!!


요리조리 잘도 피해내는 내가 얄밉기라도 한지 듣는 이쪽의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괴성을 내지르는 괴물. 계속 듣고 있자면 청력에 이상이 생길 정도의 음량이었지만, 다행히 나와 수연 모두 양쪽 귀에 착용하고 있는 구선양의 리시버가 귀마개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여기는 양수호. 들립니까. 류진씨?


그리고 타이밍 좋게 리시버에서 기다리고 있던 무전이 들어왔고, 현재 나는 양 손을 모두 사용할 수 없기에 내 무전은 상시 수신 상태일 수밖에 없었고, 무전에 답하는 건 수연의 일이었다.


"들린다고 전해줘."

"자, 잘 들린대! 그쪽엔 벌레가 몇 마리나 있어?"

-아. 보이는 벌레들의 수는 대략 십여 마리 정도야.

"좋아. 구선양이 쪽은 벌레가 없댔고, 우승재 쪽은 일벌레 한마리만 있댔으니 그쪽으로 몰아간다. 이쪽이 들어가는 타이밍에 맞춰서 먼저 진입하라고 전해."

"오빠 쪽으로 간대! 대충 이쪽이 보이는 대로 알아서 진입!"


뭔가 묘하게 전달사항이 대충 전해지는 것 같기는 한데...뭐, 지금 상황에 수연에게 침착한 브리핑을 기대하긴 무리일 것 같다. 뭐, 결과만 좋으면 되겠지.


-알겠습니다. 방향은 에이리어 진입 후 북서쪽의 통로 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그, 그런데...수연아 네 쪽은 괜찮아?

"오빠아아악! 빨리 통신 끊어! 류진씨 집중이 끊기면 이쪽이 무사하질 못하게 된다고!"

-아, 알겠어. 미, 미안. 그럼 통신 종료.


수연은 양수호의 걱정어린 질문을 히스테릭하게 씹어버리고는 통신을 끊었고, 다시금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엄마야아아아!"

"야야. 엄마 찾고 싶은 기분은 이해하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으라고."

"으윽...아, 알고 있어요!"


내 말에 머리를 감싸고 있던 팔을 슬그머니 풀고 뒤쪽의 괴물을 똑바로 쳐다보는 수연이었지만...그 가상한 용기는 얼마 가지 못했다.


"모, 못하겠어요오! 너무 무서워요오!"

"그러냐."


우리가 이놈을 유인하기 시작한 뒤로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 이만하면 슬슬 안면 정도는 익힐 시간이 되지 않았나 싶은데 말이야.


'이쪽은 저놈을 제대로 쳐다볼 시간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홀몸도 아니고 수연이를 둘러메고 도망치고 있는지라 말 그대로 뒤도 안 돌아보고 도주에만 열중하고 있는 상황. 그럼 괴물의 돌발 행동에는 어떻게 대처하냐고? 뭐, 이쪽의 전력은 나뿐만이 아니라는 거지.


-******!!!


괴물의 괴성과 함께 등골을 관통하는 오싹한 감각. 하지만 그 감각은 바로 옆에서 울린 총성과 함께 사라졌다.


-*************!!!!!


방금 울린 총성이 작다고 느껴질 정도로 온 던전이 떠나가라 괴성을 질러대는 괴물. 귀에서 피가 나오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맞췄어?"

"네, 네! 류진씨가 말한 대로 팔에서 눈 같은 게 열리길래 일단은 쏴 봤는데, 다른 부분이랑은 다르게 저 부분에는 총알이 먹히네요?"

"그야 그렇겠지. 애초에 눈은 단련할 수도 없는 신체의 급소 중 하나니까."


솔직히 저 괴물에게도 통할지는 의문이었지만, 내 오랜 던전 생활로 인해 생긴 감이 저 부분이 약점이라고 외쳐대고 있었으니까 말이지.


총을 쏜 것은 다름아닌 수연이었다. 물론 그녀의 원래 무기는 총이 아니고, 애초에 이 던전엔 가지고 오지도 않았지만, 임시로 구선양에게서 빌려온 것들이었다.


달리는 우리의 주변에서 둥실둥실 뜬 채로 우리와 함께 움직이는 십여 정의 권총과 소총들. 구선양의 무기들과 수연의 능력을 이용해 내가 떠올린 수연만의 전투 방식이었다.


'반동 제어가 똑바로 될지가 걱정이었지만, 괜한 걱정이었지.'


애초에 반동을 잡을 필요 자체가 없으니 말이지. 정확한 연사를 위해서는 반동의 제어가 필수적이라지만, 애초에 열 정이 넘어가면 총들이 순서대로 단발로 한발씩만 쏴도 연사로 놓고 갈겨대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지금도 대체 어떻게 저 많은 총들을 다 일일히 제어하나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어빌리티라는 놈의 우리의 이해 범주를 넘어선 영역이니까. 되는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냥 된다는 느낌?


그리고 반동 제어가 거의 필요 없다고는 해도 반동으로 인해 총이 날아갈 정도는 아니기도 하니 총 한 발이 사격 후에 동일한 위치에 재사격이 가능해지는 시간은 대략 1초 가량. 게다가 수연의 가장 큰 장점은 다수의 총기를 이용한 연사력이 아닌, 무서울 정도의 정확성에 있었다.


"우욱...저 속이 안좋아요. 류진씨."

"어허. 불길한 소리 하지 말라고."


뭔가 예전에 영화에서 본 것 같은 대사를 치는 수연. 하긴 전력 질주중인 내게 이렇게 짐짝처럼 매달린 상태이니 멀미가 날 법도 하지만, 지금 토하는 건 곤란하다.


"그나저나 너도 대단하구만. 어지럽다면서 사격은 엄청나게 정확한데?"

"에, 헤헤...훈련, 했으니까요."


훈련이라고는 하지만 이 던전에 들어와서 내가 시킨 걸 말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내가 듣기로 수연은 던전 생활을 포기한 이후에도 마치 습관이라도 된 것 마냥 본인의 능력을 꾸준히 연습해왔고, 이러한 악조건에서도 빛을 발하는 정확성은 그런 훈련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쏘는 총은 엄청나게 못 쏘는 것 같았지만.'


본인의 염동력을 이용해 가하는 사격은 백발백중의 정확성을 보여줬지만, 실제로 직접 쏘는 사격은 그저 평범한 여고생 이하 수준이었다. 진짜 대체 왜지.


어쨌든 수연이 괴물의 팔에서 돋아난 눈을 쏴준 덕분인지 괴물의 돌진 속도는 조금 줄어들었고, 그 결과로 나는 좁혀졌던 괴물과의 거리를 조금 벌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우리는 현재 위치하고 있던 에이리어를 벗어나 다음 에이리어 쪽으로 향하는 통로로 진입했고, 원래 있던 주인들이 모두 사라진 채 텅 비어 있는 에이리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까지는 나름 순조로운 편이라고는 하지만, 전망이 아주 밝지는 않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조금 전의 상황을 회상했다.


전에 지나왔던 에이리어를 통과할 때 이쪽에서 날아들어온 여덟 마리의 전투 벌레들. 일벌레 없이 순수하게 전투 벌레로만 여덟 마리나 되는 무리였으니 이 괴물을 상대로 제법 되는 시간을 끌어줄 거라고 생각했다만...결과는 참담했다.


마주치자마자 한 팔에 한마리씩. 단 한 순간에 네마리의 벌레가 바닥에 짓이겨져 납작한 쥐포가 되어버렸고, 나머지 네 마리 중 두 마리는 괴물의 입에서 토해낸 산성 용액을 맞고 순식간에 녹아버렸으며, 나머지 두 마리는 괴물 주변에서 날아다니며 시간을 제법 끌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괴물의 팔에서 돋아난 눈에서 나간 거대한 광선에 맞고 일격에 절명해버렸다.


'덕분에 수연에게 괴물의 팔에서 눈이 돋아나면 일단 쏘고 보라는 지침을 내릴 수 있게 됐으니 고맙다고 해야 하나.'


결국 시간으로 따지자면 5분도 끌어주지 못한 것. 괴물의 압도적인 무력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야말로 맞서 싸우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말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던전 거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일자 변경 공지 21.04.03 326 0 -
118 휴재공지 21.09.03 66 0 1쪽
117 보상의 시간 21.09.02 46 1 12쪽
116 정점(4) 21.09.01 38 2 12쪽
115 정점(3) 21.08.31 45 2 12쪽
114 정점(2) 21.08.30 42 2 12쪽
113 스토리 아레나 참가를 위한 일시 휴재 안내 21.07.26 82 0 1쪽
112 정점 21.07.26 73 2 9쪽
111 격동의 날개(7) 21.07.24 74 2 9쪽
110 격동의 날개(6) 21.07.22 69 3 10쪽
109 격동의 날개(5) 21.07.21 70 3 8쪽
108 격동의 날개(4) 21.07.20 78 3 8쪽
107 격동의 날개(3) 21.07.19 84 3 10쪽
106 격동의 날개(2) 21.07.16 88 3 8쪽
105 격동의 날개 21.07.15 91 3 8쪽
104 던전 이스케이프(13) 21.07.14 88 3 9쪽
103 던전 이스케이프(12) +1 21.07.13 92 5 8쪽
102 던전 이스케이프(11) 21.07.12 84 4 8쪽
101 던전 이스케이프(10) 21.07.10 90 4 9쪽
100 던전 이스케이프(9) 21.07.08 85 3 8쪽
99 던전 이스케이프(8) 21.07.07 96 3 8쪽
» 던전 이스케이프(7) 21.07.06 98 3 9쪽
97 던전 이스케이프(6) 21.07.05 99 3 8쪽
96 던전 이스케이프(5) 21.07.02 109 4 9쪽
95 던전 이스케이프(4) 21.07.01 112 3 9쪽
94 던전 이스케이프(3) 21.06.30 107 3 9쪽
93 던전 이스케이프(2) 21.06.29 105 3 11쪽
92 던전 이스케이프 21.06.28 106 3 9쪽
91 양수연의 던전 일지 21.06.25 106 3 11쪽
90 던전에서 살아남기(6) 21.06.24 118 4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