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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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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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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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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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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만수무강(萬壽無疆).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김태평 대통령이 향년 85세 일기로 서거했다.

류지호가 신촌 세브란스 영안실을 찾았다.

류지호는 김태평 대통령과도 이런 저런 인연이 있었다.

특히 소프트 인프라 손 회장과 사업을 주선해 준 인연이 있다.

임기를 마친 후에는 국제행사에서 몇 번 마주치기도 했다.

건강만 허락했다면 김태평을 더 자주 국제행사에 초대할 생각이었건만.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유족들에게도 위로를 전합니다.”


류지호는 몰려드는 기자들에게 짤막하게 대답했다.

정재계인사들과 마주쳐봐야 상갓집에서 별 다른 대화를 나눌 일도 없고.

서둘러 세브란스 병원을 떠났다.


“고유현 대통령은 다녀갔답니까?”

“오전에 봉화마을을 떠나 점심 경에 도착해 조문을 했다고 합니다.“


원래 역사대로라면 반대가 되어야 했다.

김태풍이 고유현의 빈소를 찾아 눈물을 훔쳐야 했다.

그런 일은 되풀이 되지 않았다.

고유현 본인이 이룬 사법개혁과 언론개혁으로 매 정권마다 반복되어야 했던 정치검찰의 망종이 현저히 잦아들었다.

보수신문의 맏형 격인 백원일보는 가온그룹과의 법정분쟁 중이다.

때문에 고유현 죽이기에 발 벗고 나설 입장이 아니었다.

다른 언론사들 역시도 소유와 편집권 분리 같은 언론개혁조치로 인한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검찰 역시 수사권조정부터 기소청이니 뭐니, 제 코가 석자였다.

몇몇 정치검찰이 고유현을 타깃으로 국정원과 함께 수작을 부려봤지만.

국내 양대 포털사이트와 YNTV의 멱살을 잡고 있는 가온그룹(류지호)으로 인해서 여론을 조작하고 주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물론 ‘박영채 게이트‘로 고유현 대통령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법정에 섰다.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도 있고.

그렇지만 정치검찰로서는 고유현까지 치고 올라갈 수가 없었다.

이전 삶에서 보수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고유현 검찰 수사팀은 도리어 온갖 부패와 비리만 탄로 났다.

따라서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옷을 벗어야 했다.

그렇다고 마냥 고유현의 상태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박영채 게이트‘로 인해 주변 참모들의 연이은 비리 소식에 이은 구속, 친형의 이권 개입, 정치자금 주선 등으로 인해서 청렴과 깨끗한 정치를 내걸던 참여정부의 이미지가 추락했다.

많은 국민들이 도덕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고 여겼던 참여정부 인사들의 연이은 비리 의혹으로 큰 실망감을 표했다.

진보정치권의 아이콘인 고유현에게 커다란 흠집을 냄으로써 정의국 정권이 정치적으로 이득을 보게 됐다.

국회의원과 지방선거에서 수혜를 얻어 많은 의석수를 가지게 됐다.

류지호를 수행하기 위해 옆자리에 탑승하고 있던 김우영 비서실장이 입을 열었다.


“대한상의 회원사 일부 CEO들이 래리 킴 회장님께 고유현 대통령을 런던 채텀하우스에서 연설을 할 수 있도록 주선해 줄 수 없겠냐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채텀하우스(Chatham House)는 영국을 대표하는 싱크탱크다.

전 세계 싱크탱크 순위에서도 3위 밖으로 밀린 적이 없는 유명한 곳이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임기에서 물러나면 강제로 야인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일부 경영자들이 그것이 외교자원의 방치라고 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독재자와 외환위기를 초래한 양반은 국제사회에서 대접을 못 받겠지만, 고유현과 정의국 두 분 정도면 권력에서 물러난 후에도 국제적 셀럽 대접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이 명색이 G11급 국력을 보유한 나라 아니겠습니까? 전직 대통령을 시골에 처박아 놓는 것은.....”


김태평처럼 글로벌 네트워크가 있는 리더급 정치인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가장 먼저 UN 공인 선진국 진입이 확실시 되는 대한민국의 정치인과 재벌 중에서 국제사회에서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는 인물은 손에 꼽을 정도다.


“차라리 차세대 지도자들을 키우는 게 났지 않겠어요?”

“전현 대통령 둘 다 젊지 않습니까? 국제적 포럼에서 연설도 하고 외국 대학에서 강연도 하면서 개인적으로 용돈벌이도 하고.... 덤으로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제고하고. 초청 받는 곳에 정치적 후계자들도 데리고 다니면서 국제무대에 데뷔도 시키고.”


류지호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기득권에도 있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 젊은 경영인이라는 사람들.... 혹시 고사모 출신이에요?”

“그것은 아닙니다. 젊은 유학파 CEO들이 수출만이 살길이라던 시대가 옛말이 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 대해서 국력에 맞는 역할을 국제사회가 점점 많이 요구하게 될 텐데, 그래서 국내 정치에만 매몰되어 있다가는 한국 사회 전 분야에서 정체기가 일찍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답니다.”

“그 의견은 대한상의 안에서도 묵살 되었겠죠?”

“그래서... 가온그룹이 도움을 주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는 국제적 네트워크가 방대한 류지호가 도와주길 바라는 것일 터.

2010년대로 넘어가면 막내 한국이 성장한 만큼 선진국 형님들이 이것저것 걸맞은 의무와 역할을 국제사회에서 해줄 것을 요구하긴 한다.

G11급 국가로 위상이 올라가면 북한 핑계를 대며 국제외교가에서 징징거리는 것도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고.

그로 인해 이전 삶에서 신남방정책이니 미국 중심의 가치동맹 강화니.

진보와 보수 가리지 않고 외교적으로 살길을 모색하긴 했었다.


“미국의 데이빗 수석참모와 함께 JHO Foundation이 기부하고 있는 싱크탱크에 고 전 대통령이 기조연설 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하고. 정의국 대통령 순방 때 나도 따라갈 수 있나 한 번 알아보세요. 친구들에게 정의국 대통령을 어필해 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아무리 봐도 김우영 비서실장이 ‘고사모‘ 출신인 모양이다.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일에 기뻐하는 것을 보니.


‘이놈에 나라는 가뜩이나 자살률이 높아 죽겠는데... 정치인도 연예인도 셀럽도 왜 이리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쉬운 거야. 수많은 사람을 죽인 학살자도 골프 치러 다니고 잘 만 살고 있구만.’


류지호는 고유현이 천수를 다 누리고 죽을 수 있길 바랐다.

만수무강 할지는 모르겠지만.

다만 이전 삶과 같은 역사가 되풀이 될 것 같진 않았다.

류지호가 역사를 뒤틀어놓은 탓인지는 알 수 없다.

이전 삶에서 득세했던 인물이 일찍이 퇴장한 경우도 있고, 류지호가 전혀 모르는 인물이 정치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권력향배에 민감한 언론과 재계가 다소 혼란스럽다.

앵무새 지저귀듯 하루 종일 같은 말만 되풀이 하게 될 종합편성채널도 없다.

검찰 내 대표적인 정치기생충인 특수부는 사법개혁의 여파로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정권의 사냥개 노릇을 했던 국정원 국내파트는 정의국의 이코노미 퍼스트 신념으로 인해 산업스파이 노릇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본래 역사에서는 신흥우파라고 자처하는 삿된 이들이 이선택 정권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면서 점차 영역을 넓혀갔지만, 이번에는 정통보수를 자처하는 정의국 파벌들로부터 ‘떨거지‘ 취급을 받으며 존재감이 미미했다.

한국 정치가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하지만.

고추장을 넣을지, 간장을 넣을지, 소금 간만 할지, 혹은 청국장을 몇 숟가락 넣고 비빌지에 따라 맛도 영양도 천차만별인 법이다.

그 나물에 그 밥도 훌륭한 비빔밥이 만들어질 수 있다.

어떤 재료를 쓰고 어떻게 요리하는 가에 따라서.....


❉ ❉ ❉


8월 한 달 간, 류지호는 서너 차례 LA를 다녀왔다.

<Christmas Cargo>의 최종 편집을 확인하고, 영화 음악과 CG를 점검했다.

류지호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미국은 Lehman 사태 여파로 몸살을 앓았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중에 하나인 Durant Motors(DM)가 뉴욕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DM의 자산은 823억 달러.

부채는 무려 1,730억 달러에 달했다.

조기 회생은 고사하고 살아날 가능성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보다 열흘 앞서는 Maxwell Motors가 파산보호에 돌입했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빅3 중에서 두 곳이 파산보호에 들어가게 됐다.

이 사태가 미국에 던진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어떤 면에서 Rehman Bros 파산보호 신청보다 더.

특히 미국의 자존심으로까지 여겨지던 DM마저 천문학적 부채에 짓눌리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인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사건이었다.


“Fidat와 자본제휴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수석참모 데이빗 브레이텐바크가 류지호가 자리를 비웠던 시기의 사건들을 보고했다.


“이탈리아의 그 Fidat?”

“예.”


이전 삶에서는 2014년에 Fidat가 Maxwell Motors를 완전히 합병했었다.


“DM은요?”

“대략 5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을 것 같습니다. 백악관의 월가 출신 전문가와 철강노조 구조조정 전문가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꾸렸습니다. 구제금융을 받은 기업들은 그들의 구조조정안을 따라야 할 것 같습니다.”

“알렉스파트너스라는 컨설팅업체가 붙지 않았던가요?”

“그들은 백악관 태스크포스의 지침을 받을 것 같습니다.”


DM은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신설한 ‘뉴(New)DM’은 단독 입찰을 통해 구(舊)DM의 우량 자산만 골라서 인수했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는 495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뉴DM에 투입했다.

부실자산 처분과 채권·채무 정리 등 뒤처리는 모두 구DM이 떠맡았다.

뉴DM은 구조조정에 따르는 복잡한 문제에서 해방돼 170억 달러 부채만 남은 ‘클린 컴퍼니(clean company)’로 출발했다.

파산신청 한 달여 만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됐다.

바룩 오밤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되었다.


“SANYO의 작년 실적이 최악이에요.”


비서실장 제니퍼 허드슨의 말에 류지호가 피식 웃었다.


“덕분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구조조정 명분이 생겼잖아요.”


SANYO를 JHO가 인수하며 일본 내에서 설왕설래가 있었다.

기술유출에 대한 일본인들의 병적인 걱정 때문이다.

사실 인수금액에 상당 부분은 SANYO가 가진 무형의 가치인 사업권이었다.


- 기업을 쪼개 팔아먹으려는 전형적인 기업사냥꾼의 인수합병!


일본 언론이 지금까지도 떠드는 말이다.


“SANYO의 경영정상화와 구조조정을 지휘하고 있는 샘 리버먼 부회장은 부실 계열사 처리를 위해 DM 구조조정 모델을 일부 차용할 계획이라고 해요.”

“구체적으로.”

“배터리를 중심으로 에너지 부문 등 강점이 있는 사업을 떼어내 굿컴퍼니를 만들고, 나머지 부실 자산은 파이브오션스이라는 배드컴퍼니를 만들어 청산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해요.”


구조조정에는 출혈과 고통이 따르게 마련.

그를 감수하고 DM은 썩은 부분을 과감히 떼어내기로 했다.


“온체리 세미컨던터가 SANYO의 반도체 사업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해요.”

“오토롤라에서 떨어져 나온 그 반도체 회사요?”

“예. 작년에만 세 군데 업체를 M&A 하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요.”


샘 리버먼이 전권을 가지고 SANYO 구조조정을 지휘하고 있기에 믿고 맡기기로 했다.

혹시나 싶어 미래에 경쟁자가 될 수 있는 곳에 매각하는 것은 아닌지 간혹 점검하고 있다.


“중국의 하이얼이란 전자회사가 가전사업을 인수하고 싶어 해요. 작년은 물론이고 올해도 최악의 실적이 예상되기 때문에 일본에서 구조조정 이슈를 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협상전략을 잘 짜보라고 전하세요.”

“예.”


여담으로 2011년 하이얼이 SANYO의 가전제품 업무를 인수하게 되면서 일본 직원 340명 정도가 하이얼 소속이 된다.

일본 현지에서의 세탁기와 냉장고 사업 및 동아시아 4개국에서의 백색 가전 업무를 완전히 하이얼로 넘어가게 됨으로써 관련 기술력을 습득하게 된다.

일본 내 가전제품 사업을 중국 기업에 내준 JHO의 결정에 일본 언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게 된다.

류지호가 알 바 아니다.


“....음.”


류지호가 고민스럽다는 표정으로 옅은 신음을 흘렸다.

8월 30일,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일본민주당이 승리했다.

이로써 자민당 54년 집권이 막을 내렸다.


“다음 총리가 원래 아소다로였던가?”

“예?”

“아니에요.”


이전 삶에서 아소다로는 총리 취임 이후 험난한 임기를 수행했다.

선거 전에 내건 공약의 이행을 놓고 자민당과 대립하고, 연립정당인 사민당, 국민신당 등과도 마찰을 빚었다.

특히 주요 공약이었던 오키나와현의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미국의 심기를 자극, 대미관계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주범이 되었다.

그의 후임이 류지호가 밀고 있는 칸 나오토였다.

아베 신토가 장기집권 하기 전 일본의 전쟁범죄를 인정한 마지막 총리였다.

간담화(菅談話).

이전 삶에서,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나오토 총리가 내각회의의 결정을 통해 2010년 8월 10일에 한 담화다.

일본 내각이 최초로 병합의 강제성과 식민지배의 폭력성을 인정한 담화였다.

식민지배의 불법성까지 인정하진 않아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이전 스탠스에서 진일보한 담화임에는 틀림없었다.


“보스, 나오토의 후원자 그룹에 재일조선인들도 있습니다.”


데이빗 브레이텐바크가 우려를 전했다.


“그것 때문에 자민당과 우익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겠죠.”


자민당의 전범 후예이자 극우가 권력을 잡는 것보다 한일관계 개선 의지에 과거사 사죄 의지가 있는 정치인이 일본 총리가 되는 편이 모두에게 좋다.

사실 일본에게도 그 편이 좋다.


“나오토 주변에 경제전문가를 붙여줄 수 있으면 시도해 보는 게 좋겠어요.”

“태스크포스에 전달하겠습니다.”


JHO Security Service에는 비공식적인 정보조직이 몇 개 가동 중이다.

그 중 한 곳에서 칸 나오토 영웅 만들기 프로젝트도 준비되고 있다.


대단한 공작은 아니다.

도호쿠 대지진.

그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사고.

이 문제의 해결사로 나오토를 부각시킬 생각이다.

이전 삶에서는 나오토가 총리로서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일본사회에 뿌리 깊은 관료화 병폐와도 관련이 깊었는데.

후쿠시마 원자로에 냉각시스템이 멈추는 사고 전후로 도쿄전력의 농간으로 총리실에 제대로 정보가 전혀 전해지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쳤다.

도쿄전력 사장이 원전사고 직후 자취를 감추는 일까지 버젓이 벌어졌었다.

나오토 영웅 만들기 공작팀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응한느 가상매뉴얼을 작성해서 나오토에게 보고서가 흘러들어갈 수 있게 조치를 취해놓았다.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는 없었다.

지지세력이자 친분이 두터운 재일동포를 이용하기로 했다.

디데이는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영화가 개봉될 즈음으로 잡았다.

류지호가 기억하기로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에 냉각시스템이 멈춘 직후에 원전 폐기를 감수하고 바닷물을 조기에 투입했더라면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이 있었다.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추후 발생할 건설비용 때문에 원전 폐쇄를 결단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원전 한 기 건설에 대략 5조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도쿄전력 경영진은 그 같은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원전폐쇄를 감히 결단할 수 없었다.

본래가 그런 결정은 국가 지도자급이 내려야 한다.

총리가 ‘내가 책임질 테니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라‘라고 했다면 도쿄전력 경영진도 따랐을 지도 몰랐다.

암튼 도쿄전력은 사고발생 31시간 만에 첫 해수투입을 결정했다.

원자로에 정제수가 아닌, 이물질이 많이 포함된 해수를 투입하면 원자로를 더 이상 상용 운전할 수 없다.

폐기처분해야 한다.

어차피 못쓰게 될 것을 시간만 질질 끌다가 피해만 엄청나게 키워버린 꼴이다.

도호쿠 대지진 같은 자연재해를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느 정도 간섭할 여지가 있다.

한국이나 미국이었다면, 류지호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끼어들 여지가 있다.

안타깝지만 일본은 중국만큼이나 기득권으로 들어가기 쉽지 않다.

워낙에 폐쇄적인 사회라서.

한국 국적까지 포기하고, 일본 대기업인 SANYO를 인수하고, 재일동포를 지원해서 차기 총리에 나오토를 앉히려고 하고, 재앙을 경고하는 영화도 만들고 있다.

과연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는 것이 류지호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다른 곳에 원전 지어줄 테니, 후쿠시마 원전 가동 멈추라고 하고 싶지만....”


경제대국 일본이 돈이 없어서 원전을 만들지 못할까.

답답해서 하는 소리다.


“일본은 겉으로는 개방적인 것 같아도 생각보다 훨씬 폐쇄적인 국가입니다.”

“맞아요. 사회 지도자층으로 올라갈수록 그 폐쇄성은 더욱 견고하죠. 뭐 어디나 마찬가지겠만.”


일본 관료 사회, 자민당 정치가들, 대기업 총수들이 서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

언론은 그들 권력을 감시·견제하는 세력이 아니다.

일본 지도층 간 연락 매개체, 협력자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의 혼맥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일본 상류층은 한 몸이나 마찬가지다.

외국 기업들이 일본에서 기업 해먹기 힘들다고 하는 이유가 다 있다.

정치를 대물림 하고, 고위 관직까지 끼리끼리 해먹고, 대놓고 국수주의적이다.

한국에서 ‘국뽕’이 유행하고 또 피로감 때문에 ‘국뽕’을 배척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과 달리 일본은 전공투세대 이후로 대중문화 전반에 ‘국뽕’이 만연해 있다.

탈아입구를 주장할 정도로 문호개방에 매우 열린 자세를 취할 것 같지만, 외국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서 외국기업이나 문화가 침투하기 쉽지 않다.

그 같은 정서를 당연시 여기는 국민들의 의식도 팽배하고. 친절 뒤에 가려진 음흉함이 서구권에도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오리엔탈리즘의 대표 주자는 언제나 일본일 수밖에 없다.


“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에 집착하시는 이유라도 있으신지.”


삼봉백화점 붕괴사고부터 가장 최근 Rehman 사태까지 류지호의 예측을 의심하는 참모는 없었다.

게다가 자신들이 아는 보스는 은근히 일본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본에 대해 유독 신경을 쓰는 것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일본의 원전 사고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부모님과 동생들이 살고 있는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고. 방사능 오염수가 태평양에 풀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게다가 일본이 올림픽까지 하겠대요. 나로서는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지만. 만에 하나라도...”


한때 일본을 떨어뜨리고 하계올림픽 유지를 간절히 원하는 한국의 부산시를 밀어줄까 심각하게 고민을 한 적도 있었다.

한편으로 강원도와 전북의 십년 숙원인 동계올림픽 유치를 망칠 수는 없었다.

사실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다고 해서 하계올림픽을 유치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은 없다.

다만 한 나라에서 연속으로 개최를 신청하면 개최국에도 부담이 되고, 다른 나라에서도 좋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에 관례적으로 신청을 하지 않는 것 뿐.


‘정을 좀 주려고 해도 정이 안 간다니까... 이놈에 일본은!’


데이빗 브레이텐바크가 화제를 돌렸다.


“보스, 영국의 BoTafone과 함께 아세안 국가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 사업에 진출하면 어떻겠습니까?”

“....BoTafone?”

“특히나 아세안 국가들의 무역 체계에 있어서 디지털화를 도와주게 되면, 새만금에 들어설 산업단지와 동남아시아연합(ASEAN)의 무역관리가 편해지면서 교역확대까지 도모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음.”

“JHO 산하가 개발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무역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아세안 국가들의 통관, 은행 신용장 발행, 보험계약 등 수출입과 관련한 일련의 절차를 통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서 수출입 과정에서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데이빗 브레이텐바크와 참모들은 그를 통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고질적인 느린 무역관련 업무를 상당 부분 개선할 수가 있게 된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도 실증실험을 거치지도 않은 것을 섣불리 시도할 순 없지 않겠어요?”

“미국은 너무 복잡해서 시간이 걸립니다. 반면에 적당한 무역량과 관련 기반과 시스템이 없다시피 한 동남아시아에서 실험하기 좋을 것이란 판단입니다.”

“그룹과 상의해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봐요. BoTafone과 컨소시엄을 합작할 수 있을지도 연구해 보고.”

“예.”


보고를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제니퍼 허드슨이 안건을 내놨다.


“새만금의 기업도시에 돔구장을 짓기로 계획하는 것으로 알아요. 보스”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즐거운 불금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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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4 자기 과시, 거장으로 다가가는 순간... 그 어디쯤. +4 24.05.01 1,294 82 28쪽
843 칸 영화제. (3) +8 24.04.30 1,250 88 26쪽
842 칸 영화제. (2) +4 24.04.30 1,130 66 26쪽
841 칸 영화제. (1) +3 24.04.29 1,256 75 25쪽
840 자네까지 나서지 않도록 하겠네. (2) +4 24.04.27 1,369 67 27쪽
839 자네까지 나서지 않도록 하겠네. (1) +4 24.04.26 1,377 68 24쪽
838 큰 기대 안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5 24.04.25 1,355 65 24쪽
837 뭘 망설일 것이고, 무얼 두려워하겠습니까! (3) +4 24.04.24 1,350 65 28쪽
836 뭘 망설일 것이고, 무얼 두려워하겠습니까! (2) +3 24.04.23 1,331 65 25쪽
835 뭘 망설일 것이고, 무얼 두려워하겠습니까! (1) +5 24.04.22 1,372 68 23쪽
834 두 배 성장할 겁니다! +5 24.04.20 1,398 69 25쪽
833 불한당(不汗黨). (10) +6 24.04.19 1,317 67 29쪽
832 불한당(不汗黨). (9) +2 24.04.18 1,277 63 26쪽
831 불한당(不汗黨). (8) +8 24.04.17 1,279 72 22쪽
830 불한당(不汗黨). (7) +5 24.04.16 1,289 68 24쪽
829 불한당(不汗黨). (6) +3 24.04.15 1,311 70 26쪽
828 불한당(不汗黨). (5) +6 24.04.13 1,397 68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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