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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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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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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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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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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Légion d’honneur.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유럽에서의 월드 프로모션을 마치고 아시아로 넘어가기 전이었다.

류지호는 프랑스로 다시 돌아와야 했다.

중요한 행사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 프랑스 엘리제궁으로부터 초대장을 받은 바 있다.

초대장 겉면에는 유명 작가가 류지호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스케치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초대장에 내용 또한 허투루 넘길 수 없었다.

프랑스 국가 최고 명예훈장 ‘레지옹 도뇌르(Légion d’honneur)‘를 수여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레지옹 도뇌르‘는 프랑스의 훈장 중 최고 훈장이다.

1802년 나폴레옹 1세가 전장에서 공을 세운 군인들에게 수여할 목적으로 제정했는데, 현재는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프랑스의 정치·경제·문화·종교 등에 공을 세운 사람에게 수여된다.

그랑크루아(Grand Croix : 대십자), 그랑도피시에(Grand Officier : 대장군), 코망되르(Commandeur : 사령관), 오피시에(Officier : 장교), 슈발리에(Chevalier : 기사) 등 5개 등급이 있다.

훈장의 명예를 높이기 위해 등급별로 인원을 제한하는데, 최근에 프랑스 정부가 너무 훈장을 남발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었다.

다만 명예를 지키지 못했다고 판단되면 훈장이 취소된다.

5개 등급 가운데 코망되르, 오피시에, 슈발리에 3개 등급이 민간인에게 수여되는데, 코망되르의 서열이 가장 높다.

외국인은 경제인, 고위직 외교행정가, 정치인 등이 주로 받아왔다.

프랑스 대통령과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국가훈장 ‘레지옹 도뇌르‘ 외에도 정부 부서에서 주는 Les ordres ministériels라는 훈장도 있다.

모두 4 종류가 있다.

학술 분야 교육-문화 공로 훈장인 팔름 아카데믹(Ordre des Palmes académiques), 농업 분야의 농업 공로 훈장(Ordre du Mérite agricole), 예술-문학 분야의 문예 공로 훈장(Ordre des Arts et Lettres), 해운-해양 분야의 해운 공로 훈장(Ordre du Mérite Maritime)이다.

한국의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프랑스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고 하면 보통 예술-문학 분야의 문예 공로 훈장이다.

역시 코망되르, 오피시에, 슈발리에 등급으로 나눠 받게 되는데, 보통은 기사 등급인 슈발리에가 많이 수여된다.

암튼 프랑스 정부는 오래전부터 류지호에게 훈장을 수여하려고 했다.

헌데 내부적으로 갑론을박이 있었다.

우스운 이유 때문이다.

바로 나이다.

프랑스 내부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훈장을 받은 수훈자 거의 대다수가 나이가 지나치게 많았다.

오랜 역사 속에서 40대 연령 이하 수훈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훈장 등급에 대해서도 그 동안 정권마다 의견을 달리했다.

참고로 한국의 오성과 KAL그룹 회장은 ‘레지옹 도뇌르 코망되르‘를 받았다.

60대가 넘어서 받았다.

그렇기에 류지호가 한국국적을 유지하고 있을 때는 코망되르냐 오피시에냐를 놓고 정권마다 생각을 달리했었다.

30대 청년에게 사령관 등급의 명예훈장은 과하다는 측과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명사에게 나이는 의미가 없다는 측의 의견으로 갈렸다.


“레지옹 도뇌르를 수여하기 전에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부터 주면 어떻습니까?”


미테랑 문화부장관이 류지호의 추후 행보를 지켜보면서 훈장 등급을 올려주자는 의견을 피력했다.


“미스터 류는 세계 영화 및 미디어 산업 육성에 이바지했고, 일찍이 프랑스어로 제작되는 영화 투자자로도 명성이 드높으며, 프랑스 기업과 여러 합작을 성공적으로 이뤄 경제 협력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비록 칸영화제와 첫 인연을 맺었지만, 이전부터 유럽 전역에서 예술가로 명성이 높습니다. 향후 그의 예술 영화가 프랑스의 자부심 칸에서 최초로 소개될 수도 있습니다. 그의 나이가 30대이든 60대이든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


결국 사르코지 대통령이 오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프랑스 정부 내에서 어떤 논쟁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는 류지호는 유럽을 떠나기 전 프랑스 파리에 도착해 폴 베숑, 미첼 공드리 등의 프랑스 영화감독과 친분 있는 배우들 그리고 <Christmas Cargo> 월드 프로모션 관계자들과 함께 대통령 궁으로 향했다.

류지호 딴에는 떠들썩한 훈장 수여식이 아니라 내무부 청사에서 조촐하게 치러지길 바랐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훈장 수여식을 텔레비전 방송으로 내보내고 싶어 했다.


“무조건 참석하십시오!”

“생방송이면 더욱 좋습니다.”

“의장님의 명예는 그룹의 이미지 재고와 직결됩니다.”


JHO·가온그룹 유럽 지부장들이 한목소리로 류지호의 엘리제 궁 수여식 생방송을 주창했다.

유럽에 막 상륙한 한류 때문이다.


“최근에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류팬들이 모여 시위를 벌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소수였기에 해프닝에 머물렀다.

게다가 그들의 요구는 다소 어처구니가 없었다.

한국의 유명 아이돌 콘서트를 열어달라는 요구였기에 대중적 호응을 얻지 못했다.


“유럽에 한류가 있어요? 이 시기에?”

“한국의 아이돌 그룹 콘서트 티켓 7,000장이 예매가 시작되고 20분 만에 매진된 일이 있었습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 대략 2~3만 명의 한류팬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류가 유럽에 완전히 상륙한 것은 아니었다.

이제 막 아시아를 넘어 남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시기다.

유럽에서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재팬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오타쿠와 마이너컬처를 찾아 즐기는 소수의 서브컬처 마니아들이 똘똘 뭉쳐 팬덤을 막 형성해 나가는 단계다.


“한류와 내가 무슨 관련이 있다고?”

“한류의 대표적인 인물이 의장님이시니까요.”

“내가...요?”

“역사상 가장 유명한 한국인이시잖습니까.”


유럽의 소규모 K-pop 아이돌 팬덤이 류지호를 한류에 포함시킬지 알 순 없지만, 유럽지역의 모든 지사장들이 자신의 훈장 수훈을 핑계로 대대적인 광고를 내보내기로 했다고 해서 류지호도 그들의 뜻을 따라주었다.

프랑스 영화계 지인들과 <Christmas Cargo> 출연진, JHO와 가온그룹 유럽총괄 사장 등 축하객들이 보는 앞에서 류지호가 ‘레지옹 도뇌르 코망되르’를 수훈 받았다.

아내 레오나가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앞으로도 훈장 받을 일이 많을 텐데 뭘....”


레오나의 말 그대로다.

류지호에 대한 훈장 수훈을 논의하는 국가와 정부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 외국인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주된 이유는 대체로 투자 유치에 있다.

따라서 수훈자들은 대부분은 자국에 투자를 해 고용·세수 등 경제효과를 높였거나 또는 장학·문화·봉사 등 사회공헌활동이 두드러진 인물이다.

그 외에 문화적 자긍심이 높은 국가들은 예술가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종사자들에게까지 폭넓게 훈장을 수여함으로써 자국의 예술문화의 우월성을 뽐내고자 한다.


“....세계 경제와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것과 아울러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업적과 그가 만들어 온 영화를 통해 세계에 끼친 문화적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글로벌 복합미디어 그룹 오너로써의 업적과 함께 영화 예술가로서도 인정한다고 밝혔다.

온갖 미사여구와 듣기 좋은 말들이 난무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수여식이 끝났다.

이어 사르코지 대통령과 류지호 두 사람이 축제의 방을 나서 명예의 궁정으로 나갔다.

'ㄷ'자 모양의 엘리제 궁 건물 중앙의 공터는 주로 외국의 수장이 레드카펫과 군악대의 환영식을 받으며 입장하는 곳이다.

또한 엘리제궁 중앙계단은 수요일마다 있는 장관회의가 끝난 후에 장관들이 취재진과 만나는 곳이다.

각종 국가행사의 포토존이기도 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언론인들에게 훈장 수여 소회를 밝혔다.

이어서 단상에 선 류지호는 프랑스어로 수훈에 대한 소감을 발표했다.

미리 준비한 연설문을 컨닝하긴 했지만.


[봉주르 파리~ 너무 감격스럽고 영광된 일이라 매우 떨린다. 프랑스 정부 그리고 문화부뿐만 아니라 프랑스인들이 내 영화와 삶의 태도를 인정해줬다는데 기쁨을 느낀다. 오늘 수훈을 계기로 앞으로 더 열심히 영화를 할 수 있게 됐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 우리는 모두 같은 예술 공동체에 속해있다. 프랑스 영화는 계속될 것이고, 내가 프랑스 예술가들과 함께 할 수 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 Vive la France(프랑스 만세)!]


명예의 궁정 마당에 운집해 있던 파리 시민들이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짝짝짝.


프랑스 텔레비전 방송은 물론 유럽 방송사들을 통해 이날 류지호의 연설이 전 세계로 타진됐다.

프랑스는 예의와 격식을 매우 중시하는 풍조가 있다.

류지호가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은 것으로 앞으로 프랑스의 각종 국가적 행사에서 특별한 예우를 받게 된다.

류지호와 참석자들은 대통령이 주최한 오찬을 즐겼다.


“잠시 시간을 내 줄 수 있습니까?”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요청했다.

비서실장에게 출국 시간을 확인한 후, 문화부 장관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제니퍼와 자크만 수행하도록 해요.”


류지호는 비서실장 제니퍼 허드슨과 JHO 프랑스 지부장 자크 꼴라드만 대동하고 프랑스 문화부청사가 있는 팔레 로얄(Palais Royal)로 향했다.


“장관들과 만나기 전에 따로 해 줄 얘기라도 있습니까?”

“지금 이 자리는 영화보다는 게임업계와 관련이 있을 공산이 큽니다.”

“게임...?”

“작년부터 프랑스 국립영화진흥센터에서 게임관련 산업까지 관장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요? 내가 보고 받기로 프랑스의 E-스포츠는 그리 큰 주목을 못 끌고 있다고 하던데....?”

“프랑스와 영국에서 Spectrum-Revolt의 <리그 오브 레전드>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큰 상황입니다. 일부 유저들은 프랑스 정식 서비스 전부터 북미 서버에 접속해서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작년 9월에 북미와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리그 오브 레전드>가 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몇 달 후 유럽에서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데, 벌써부터 유럽 게임유저들의 관심이 지대한 상황이다.


“내년부터 월드챔피언십이 열린다고요?”

“예. 정식으로 E-스포츠화가 진행되면 유럽 분위기도 북미 못지않을 것 같습니다.”

“프랑스가 영국에 이어서 유럽에서 두 번째로 게임시장 규모가 크다죠?”

“예. JHO와 가온의 E-스포츠 사업부문에서 공을 많이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2000년대 초반부터 E-스포츠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다만 산업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비디오 게임만을 전문으로 교육하는 앙굴렘 국립대학을 2005년에 설립하고, 400만 유로의 비디오 게임 제작 기금을 창설해 게임업계를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게임개발사당 20만 유로까지 지원금이 증액되었고, 기금 규모 역시 매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게임산업 부흥을 위해 게임개발사에 대한 감세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자크 꼴라르 지부장의 예상이 맞았다.

프랑스 문화부 장관과 국립영화진흥센터장은 주로 게임산업 현안에 관해 대화를 풀어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어가는데, 국립영화진흥센터장이 훅 치고 나왔다.


“미스터 류는 Ubi-games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때 <레인보우 식스> 팬이었죠.”


물론 이전 삶에서.

이번 삶에서는 자신 소유라고 할 수 있는 Snowstorm 게임조차 즐길 시간이 없다.

암튼 Ubi-games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게임유통사다.

<레인보우 식스>를 비롯해 <어새씬 크리드>, <페르시아의 왕자> 등 다수의 대작게임을 보유한 메이저 회사다.

그 외에 프랑스 대표 게임사로는 인포그램즈(Infogrames)가 있다.


“미스터 류의 투자회사에서 Ubi-games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아, 그거요?”


뜬금없이 게임 산업을 관장하는 주무부처 장이 면담을 요청한 것에 대한 내막을 류지호는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세계 최대 게임유통사 Soft-Arts(SA)가 프랑스의 한 대형게임사를 M&A 하려다가 얼마 전에 발을 뺀 일이 있었다.

그 후에 류지호 소유 벤처투자회사가 갑자기 지분율을 올렸다.

혹시나 류지호가 Ubi-games를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알고 싶은 모양이다.

Ubi-games는 2000년에 파리 증권거래소 1부 시장 입성에 성공했다.

같은 해 <레인보우 식스>로 유명한 게임개발사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더욱 불렸다.

그때 토머스 클랜시의 소설 출판권도 함께 사들였다.

프랑스를 기반으로 성장가도를 달리던 Ubi-games는 2004년 미국 게임업체 SA가 Ubi-games의 지분 19.9%를 기습적으로 매입하면서 갑작스럽게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적대적 인수합병을 공식화 하진 않았지만, 누가 보더라도 경영권을 위협하는 행위로 보였다.

창업자 가문에서 기존 주주들에게 지분을 매각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언론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한술 더 떠서 프랑스 정부는 자국 게임사에 대한 전면적인 보호조치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2005년 연말에 프랑스 정부는 자국 게임개발사에 대한 세금 감면 및 보조금 정책을 발표했다.

자국 게임 업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연이어 시행됐다.

Ubi-games는 SA의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에 대항해서 매년 다수의 게임 타이틀을 시장에 쏟아냈다.

전 세계에 구축해 놓은 스튜디오들에서 게임을 찍어내듯 출시했다.

그에 따라 매출이 증가하고 히트 게임 타이틀 시리즈가 쌓여갔다.

경영권 분쟁을 겪던 기간 Ubi-games는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다.

2004년 1월 기준 5.65유로 수준이던 회사 주가는 2년 만에 26유로를 돌파했고, 2010년 이 시기에는 50유로를 돌파했다.

Ubi-games는 SA의 인수합병 위협에 끈질기게 저항했고, 프랑스 정부가 힘을 실어주었다.

결국 SA는 지분 전령을 처분하며 Ubi-games 경영권을 포기했다.

그 상황에서 류지호 소유의 벤처 캐피탈이 시장에 풀린 주식 일부를 사들였다.

또 다시 적대적 인수합병 작업이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 것이다.


“별 의미 없어요. 내 소유 투자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Ubi-games의 실적이 몇 년 간 지속될 거라고 보는 모양입니다.”


단순투자란 뜻이다.


“적대적 인수합병을 하려고 했으면 겨우 9%의 지분에 만족했을까요?”


적어도 20%는 확보했을 것이다.

그도 아니면 Ubi-games의 지분을 제법 보유하고 있는 로프트게임소프트를 인수했거나.

지분을 털고 떠나는 SA의 지분을 블록딜로 사들였어도 됐고.

참고로 프랑스 법률은 대주주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30%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두 배로 보장한다.

때문에 SA가 내놓은 주식을 확보하고 로프트게임소프트를 인수합병하게 되면, Ubi-games의 경영권을 빼앗는 것을 넘어 계열사로 편입시킬 수도 있다.


“만약 Ubi-games가 탐났다면, 내 소유 투자회사가 아니라 Snowstorm이 지분을 사들였겠죠.”

“그랬군요?”


프랑스 측 장관들은 류지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눈치가 아니다.

그런 이들에게 굳이 결백을 증명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다른 기업의 장점을 배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일찍부터 Ubi-games의 글로벌 스튜디오 네트워크에 크게 감명을 받은 바 있지요.”


Ubi-games가 SA의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을 극복할 수 있었던 토대에는 진작부터 구축해 놓은 글로벌 스튜디오 네트워크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양질의 게임을 쏟아내면서 실적을 크게 향상시켰으니까.

Ubi-games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캐나다 몬트리올, 중국 상하이,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독일 뒤셀도르프 등 전 세계에 게임 스튜디오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SA가 Ubi-games를 노린 것은 양질의 게임 IP가 아니었다.

세계 각국에 산재한 글로벌 스튜디오들을 빼앗으려는 목적이 더 컸다.

JHO와 가온그룹 계열 게임사들도 해외 게임 스튜디오 네트워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전 삶에서 Snowstorm Entertainment는 어바인 본사의 권한과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이젠 아니다.

독립적인 권한과 경영이 인정되는 Halve Games Corp이 있고, 일개 부서로 축소될 뻔한 샌프란시스코의 Snowstorm North가 Condor라는 이름을 되찾으며 어엿한 중견 게임개발사 지위로 올라섰다.

세계 곳곳에 협력 개발사를 여럿 두고 있다.

때문에 중복되는 게임 장르가 상당한 Ubi-games를 인수해서 덩치만 불릴 이유가 없었다.


“때가 되면 exit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0%도 안 되는 지분가지고 경영에 참여하는 것도 썩 내키지 않고.”


참고로 SA는 Ubi-games 주식을 가지고 5년 동안 50% 가까운 짭짤한 수익을 거뒀다.

JHO Venture Capital은 그들과 똑같은 수법으로 무려 200%의 막대한 차익을 남기게 된다.

이 시기 JHO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에 의하면 Ubi-games가 향후 5년 간 꾸준히 매출 12~13억 달러를 거둘 것으로 보고, 기대주가를 60유로로 상정했다.

그들의 예상은 거의 적중한다.

Ubi-games 매출은 2017~2018년 회계기준 17억3,200만 유로까지 늘어나고, 2019년에는 주가가 100유로까지 올라간다.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부침을 겪게 되지만.


“그 문제보다 프랑스 정부가 자국 게임 산업을 보호할 마땅한 대책이 있는지 궁금해지는 군요?”

“.....?”

“중국의 개발사들이 프랑스 게임사의 히트 게임을 그대로 베껴서 팔아먹고 있는데도 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 같아서요.”


한국의 게임업계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중국 짝퉁 게임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

피해액이 수조원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

중국 정부에 문제를 제기해 봐야 소용없다.

설사 중국의 관계당국이 조치해도 다른 짝퉁 게임이 또 등장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니까.


“프랑스 정부도 중국의 짝퉁 게임에 대해 현실을 제대로 깨달을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이 시기에 관련 문제 제기하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

거대한 중국시장에 대한 막연한 기대 때문인지 몰라도 글로벌 3대 메이저 게임유통사조차 중국 업체의 표절과 복제 수준의 카피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시다시피 단순히 게임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서... 유럽연합으로서도 곤혹스러운 부분입니다.”

“지적재산권과 관련해 가시적인 성과를 중국에게 기대할 순 없을 겁니다.”

“뭔가 아이디어라도 있습니까?”

“일단 미국과 유럽연합만이라도 중국산 카피 게임의 유통 경로를 막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유통 경로?”

“메이저 게임 유통사들이 알고도 중국 산 카피게임을 버젓이 시장에서 유통시키고 있지 않습니까?”


이전 삶에서 Halve Games Corp이 서비스하는 'Valve'에서 중국산 카피게임들을 알고도 유통시켰다.

그 때문에 유저들에게 비난을 받았지만....


“게임 분야에서 표절이라는 것이 애매한 면이 많습니다.”

“우리는 불법복제 문제 못지않게 게임 도용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유럽연합에서 상당한 발언권을 가진 프랑스가 그에 대해 나서야 할 때라고 봅니다.”


비디오 게임 분야에서 표절을 따지기 시작하면, 불합리하고 납득하지 못할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식재산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 아이디어, 이미 업계에서 규격화되고 장르화 된 형태 등 타인의 성과 이용은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영역으로 간주한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유로운 모방과 이용이 가능한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만 하더라도 <워크래프트> 맵에서 출발했고, <워크래프트> 역시 기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이미 유사한 형태의 게임이 무수히 많았다.


- 게임은 그 특성상 누구나 비슷하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게임 표절관련 소송에서 주로 등장하는 표현이다.

보통 게임 아이디어가 저작권 보호를 받으려면 표현 방식에서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야 한다.

가령 게임 요소에 개미떼 습격이란 요소를 추가할 경우 개미떼 습격의 아이디어는 지적재산권이 아니고 개미떼가 어떤 디자인을 가지고 어떤 특성이 시각적으로 표현됐는가가 지적재산권 보호대상이 된다.

개미떼 습격이란 요소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서 지적재산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남의 게임 80% 이상을 베껴도 표절과 관련한 법정분쟁에서 원작자가 패소하는 일이 많다.

그걸 악질적으로 이용하는 곳이 중국의 개발사들이고.


‘그래서 게임사를 직접적으로 조질 것이 아니라 유통사를 조져야 돼!’


일개 게임개발사는 문제제기든 소송이든 절대 못한다.

특히 한국의 작은 게임개발사가 미국의 거대 플랫폼에 중국산 짝퉁 게임 유통금지 처분 소송을 걸기란 매우 힘들다.

그러니 다국적 게임사들이 나서야한다.

비록 유통금지 처분을 얻어내지 못하더라도, 법정 분쟁만으로 Googol, Valve, Mac Store가 표절게임을 유통하는 부도덕한 기업이란 불명예를 안겨줄 수 있을 테니까.


‘권력은 센 놈들끼리 써야 피가 튀기지.’


중국에서 표절 게임 만드는 개발사들도 영세하고 힘없는 약자이긴 매한가지다.

헌데 약자라고 해서 모두 선량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비양심적이고 룰까지 무시하는 약자는 동정 받을 가치가 없다.

한참을 게임 산업과 관련해 담소를 나눈 후에는 한국의 스크린쿼터에 대한 대화로 마무리 되었다.


“매년 FIAF에 후원해주고 있는 것에 프랑스 문화부 장관으로써 감사를 전합니다.”

“별 말씀을....”


국제 영상 자료원 연맹(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s Archives du Film, FIAF).

1938년 프랑스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독일의 제국 필름 아카이브, 영국의 BFI, 미국의 뉴욕 현대 미술관 등 4개 단체가 힘을 합쳐 창설한 시네마테크 연맹이다.

이 연맹에는 77여 국가의 140개 시네마테크 관련 기관이 가입되어 있다.

시네마테크(Cinémathèque)는 영화 관련 자료를 보존하고, 그것들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여 그 자료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최근에는 고전 필름 영화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작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감사를 표한 것은 류지호가 수년 째 유럽 각국의 고전 필름의 디지털 복원 사업을 후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DVD와 블루레이 발매도 지원하고 있고.


“유익한 대화였기를 바랍니다. 장관님.”

“영예로운 레지옹 도뇌르 코망되르에 수훈자가 된 것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팔레 로얄에서의 문화부 장관 면담을 끝으로 유럽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제라드 깁슨과 몇 명의 배우는 계약상 칸영화제와 유럽 프리미어 투어만 참여하기로 했기 때문에 먼저 미국으로 돌아갔다.

류지호는 클리프 레저와 배런 렌프로를 자신의 전용기에 태워서 아시아로 날아갔다.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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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6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5) +6 24.05.25 1,233 69 23쪽
865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4) +2 24.05.24 1,208 59 24쪽
864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3) +7 24.05.23 1,222 62 26쪽
863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2) +2 24.05.22 1,270 69 27쪽
862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1) +5 24.05.21 1,288 61 24쪽
861 태권도 영화는 안 만들어? +3 24.05.20 1,226 67 26쪽
860 아예 다른 드라마잖아! (3) +5 24.05.18 1,277 80 26쪽
859 아예 다른 드라마잖아! (2) +3 24.05.18 1,125 65 22쪽
858 아예 다른 드라마잖아! (1) +2 24.05.17 1,283 71 26쪽
857 애쓰면 뭐해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2) +5 24.05.16 1,307 75 25쪽
856 애쓰면 뭐해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1) +9 24.05.15 1,312 73 26쪽
855 앞으로 한 눈 좀 팔아볼까? +4 24.05.14 1,327 68 24쪽
854 축복 받았어. 이런 오너라니.... +7 24.05.13 1,371 83 27쪽
853 조금만 더 분발해주세요! (4) +4 24.05.11 1,332 69 27쪽
852 조금만 더 분발해주세요! (3) +5 24.05.10 1,320 59 28쪽
851 조금만 더 분발해주세요! (2) +3 24.05.09 1,297 68 22쪽
850 조금만 더 분발해주세요! (1) +5 24.05.08 1,298 76 23쪽
849 누가 주인이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5 24.05.07 1,343 74 26쪽
848 남을 돕되 자랑하지 말자! (2) +5 24.05.06 1,345 74 23쪽
847 남을 돕되 자랑하지 말자! (1) +7 24.05.04 1,383 76 25쪽
» Légion d’honneur. +4 24.05.03 1,406 66 24쪽
845 남에게 비싸게 파는 것도 비즈니스다! +6 24.05.02 1,360 65 28쪽
844 자기 과시, 거장으로 다가가는 순간... 그 어디쯤. +4 24.05.01 1,330 83 28쪽
843 칸 영화제. (3) +8 24.04.30 1,285 89 26쪽
842 칸 영화제. (2) +4 24.04.30 1,162 67 26쪽
841 칸 영화제. (1) +3 24.04.29 1,291 77 25쪽
840 자네까지 나서지 않도록 하겠네. (2) +4 24.04.27 1,401 67 27쪽
839 자네까지 나서지 않도록 하겠네. (1) +4 24.04.26 1,405 68 24쪽
838 큰 기대 안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5 24.04.25 1,384 66 24쪽
837 뭘 망설일 것이고, 무얼 두려워하겠습니까! (3) +4 24.04.24 1,380 66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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