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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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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6.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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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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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쪽

자기 과시, 거장으로 다가가는 순간... 그 어디쯤.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영화 중간에 극장을 떠난 소수의 관객을 제외하고 남은 모든 사람들이 엔드 크레디트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팟!


마침내 극장 조명이 일제히 켜지고, 2,000여 명의 관객이 기립해서 박수를 쳤다.


짝짝짝!


일명 기립박수 타임이다.

류지호와 <Christmas Cargo> 관계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박수를 치며 관객들의 기립박수에 호응했다.


‘Eye-MAX GT였다면....’


류지호가 심혈을 기울여 찍은 미장센과 리얼리티들을 좀 더 만끽할 수 있었을 텐데....

감독이 어떤 아쉬움이 남는지 알지 못하는 관객들은 그저 열렬히 박수를 보낼 뿐.


짝짝짝.


클래식 공연의 문화였던 기립박수는 영화제에서도 일종의 관례가 되었다.

영화제에서는 클래식 공연에서 보기 힘든 관객의 휘파람 소리나 환호성도 종종 들을 수가 있다.

<Christmas Cargo>에서도 그런 장면이 연출됐다.

처음 시작은 트라이-스텔라 배급팀에서 하고, 그렇게 바람이 잡힌 후에는 관객들이 덩달아서 열광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보통 관객들의 기립박수의 강도와 지속 시간으로 반응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Christmas Cargo>는 폐막작이었다.

영화제가 마무리되었다는 아쉬움 때문이지 제법 긴 시간 동안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10분이 넘는 뜨거운 기립박수에 만족한 표정을 지어보인 <Christmas Cargo> 관계자들이 극장을 떠나 파티장으로 향했다.

기립박수만으로 흥행을 점칠 순 없다.

다만 대략적인 분위기는 가늠할 수 있다.

보다 확실한 것은 곧바로 쏟아지는 각 매체의 리뷰와 평론가들의 비평일 것이다.


[대형스크린의 함정에 빠져버린 리얼리티.]

- The Sun(영국).


[다큐멘터리와 형식미 사이에서 길을 잃다.]

- POSITIF(프랑스).


[할리우드가 매번 류지호를 주시하는 이유. 70mm 영화. 그리고 Money!]

- The Guardian(영국).


[압도적인 영상미. 그러나 전쟁영화 클리셰의 뻔한 나열.]

- National Post(캐나다).


폐막작을 관람한 일부 매체 기자들이 곧바로 리뷰를 올렸는데, 대체로 반응은 시큰둥했다.

반대로 SNS와 영화 리뷰 사이트에서의 일반 관객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전쟁을 체험한다는 것. 그 이상의 메시지 <Christmas Cargo>.]

- 장피에르 보르가르(프랑스 영화 전문 블로거).


- 솔직히 감동적이고 환상적이었다.

└ 지호 류의 이전 작품만큼 훌륭했다.


- 다들 다큐멘터리적이라고 하는데, 난 영화의 리듬감과 캐스팅이 좋았다.

└ 음악도 훌륭했어.

└ 로이 호너가 오랜만에 류지호 사단에 합류했어.


- 프랑스가 한국전쟁에 참전했었나? 이번에 알았다.

└ 270명의 전사자와 실종자가 있었다고 해.

└ 아직 지호 류의 모국에서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워.

└ 그렇다고 위험한 나라는 아니다. 매우 안정된 나라다.


- 영화적인 작품이라기보다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큰 영화.

└ 동의한다. 내 기대에는 다소 못 미친 영화였다.

└ 정치적인 논란을 교묘하게 피하며 그럴 듯한 전쟁영화를 만들어 낸 것 같다.

└ 한국전쟁 소재를 할리우드에서 찍는다고 했을 때 이럴 것이라 예상했다. 지호 류는 할리우드에서 메가폰을 잡으면 온순해 지는 것 같다.


- 비록 전작들처럼 유쾌하면서 시적이지도 않고, 정치적인 생각할 거리가 교묘하게 섞여있진 않았지만, 매혹적인 전쟁영화임에는 틀림없다.


- 전쟁의 참혹함을 담았다고 해서 다소 진지하고 무거울 줄 알았다. 그렇지는 않다.


-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전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 크리스마스에 개봉하지 않고 여름에 개봉하는 이유가 있었다.

└ 맞다. 난 뤼미에르 극장의 에어컨을 너무 강하게 틀었는지 알았다.


- 전쟁반대, 인간애... <Remo> 시리즈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서 지호 류가 여전히 그의 관심과 색깔을 놓치지 않고 있음에 다행이라면 다행. 하지만 지나치게 Eye-MAX 형식에 얽매인 것은 패착이 아니었을까 싶다.

└ 난 이번 영화는 아껴두었습니다. Eye-MAX로 제대로 보길 원했으니까.

└ <아바타> 같은 영화를 생각하면 안 됨.


- 스티븐 아들러에게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있다면 지호 류에게 <Christmas Cargo>가 있다. 경쟁부문에 초청되었다면 꽤나 뜨거운 논쟁이 되었을 작품이다.


- 영화를 보고 나서 와~ 끝내주게 잘만들었다. 그런 느낌보다는... 뭐랄까, 지나치게 잘 만들었는데.. 뭐 그런 느낌? 로이 호너가 자기 영혼을 갈아넣어 음악을 만들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던데, 그게 느껴지긴 했다.


- 이번 지호 류의 전쟁영화는 진짜 미쳤음... 입이 다물어지지 않음. 서사 영상미 편집 음향... 모두 완벽했다... 지호 류는 진짜... 최고다! 대형 필름 포맷에 마에스트로다.


- 솔직히 지겹더라 3시간 가까이하고.

└ 미묘한 지점이다. 보통 영화의 속도에 익숙한 관객은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전투도 주로 밤에 진행되고 중반부터는 지루한 행군도 길게 보여주고. 그럼에도 웅장한 연출과 인물 한 명 한 명에 다가가는 이야기는 좋았다 재밌으면서도 지루한 희안한? 그런 경험이었다.

└ 난 시간 금방 가던데.


- 지호 류의 인생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돈 하나도 안 아까웠다. 추천한다.


-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는 처음 봤다. 2차 대전 때 레닌그라드 공방전에 비견되는 동계전투가 있었다니.... 지호 류는 진짜 영화를 잘 만드는 것 같다.


- 전쟁영화에 이런 표현이 맞는 것인지 모르지만... 웅장했음. 음악도 최고고. 중간에 지루하단 사람들 있던데 그게 클라이맥스를 위한 거 였다.


- Eye-MAX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진짜 웅장했다 지릴정도로... 농담 아니고 중간에 화장실 두 번 갔다. 처음으로 다시 한 번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도 Eye-MAX 전용관에서.....


- 화면이 진짜 고급짐. 전쟁영화라 전체적으로 칙칙한 분위기인데 왠지 알록달록 화면을 본 것 같기도... 암튼 고급진 느낌이었다. 우리나라 영화도 이런 영화들이 많아져야 하는데....


칸영화제가 마무리 된 직후, 류지호와 <Christmas Cargo>팀은 월드 프로모션 투어에 돌입했다.

칸영화제는 끝났지만, 칸은 영화제 말고도 광고제와 방송영상견본시 같은 국제 행사가 1년 내내 끊이지 않고 열린다.

칸에서 또 다른 행사준비를 위해 분주해 지고 있을 때, 류지호와 배우들은 첫 월드 프리미어 국가인 이탈리아로 날아갔다.


[(전략)<Christmas Cargo>에서 음식은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뤄진다. 음식 혹은 식사를 통해 3개의 중요한 장소와 그곳의 인물들 그리고 서사를 대비시킨다. 대표적으로 도쿄사령부, 하갈우리 사단본부 그리고 장진호의 야전이다. 각각의 장소에서 음식을 먹는 모습, 분위기를 통해 인물들이 음식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대비시킨다. 또한 자청해서 포로가 되는 중공군들은 꽁꽁 얼어 감각이 없는 손발에 대한 치료보다 먹을 것부터 달라고 애원을 하는가 하면, 기껏 사선을 뚫고 하갈우리 사단본부까지 와서 하는 짓이 한쪽에 쌓아놓은 보급품을 약탈하는 모습이다. 중공군은 살려달라는 말 대신에 밥 좀 달라고 부탁할 정도다. 중공군을 비루하게 묘사한 것이 아니라 그럴 정도로 당시의 상황이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영화 말미에 매러디스호 안에서 크리스마스 음식(사탕과 초콜릿)을 나눠주는 장면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인상적이다.(중략) 장진호 전투가 가장 치열할 때와 도쿄사령부가 교차로 보여주는 시퀀스가 있다. 한반도를 벗어나면 세상은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한국전쟁 특수를 통해 경제대국의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도쿄사령부에서 맥아더와 참모들은 마치 체스를 두는 것처럼 어디까지 진격해서 어떻게 국경선을 그어야 하는지 신나서 떠들어댄다. 그리고 사령부 밖 창문 너머에서는 사람들에게 전쟁은 그저 지도 위에서 오고 가는 말과 그림일 뿐. <Christmas Cargo>에서는 총상이나 폭격으로 사망한 병사보다 동상으로 죽은 병사의 모습을 더 많이 더 자주 보게 된다. 그 어떤 고결함이나 숭고함을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동정과 연민조차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덧없고 허망하다. 지호 류는 이 영화 속 인물들을 군인도 영웅도 아닌 자연 앞에서 한 없이 고통 받는 연약한 인간으로 묘사했다. 동상으로 죽어간 무수한 군인들은 그들이 남긴 군번줄 뿐. 거기에 전쟁의 순수한 광기, 공포, 죽음에서 죄책감... 그 어떤 것도 개입할 수가 없다. 그리고 현재 진행형임을 분명히 하는 점이 매우 의미심장하다.]

- Segnocinema(이탈리아).


유럽의 첫 월드 프로모션을 이탈리아에서 마무리한 <Christmas Cargo>팀은 독일로 이동했다.


[<Christmas Cargo>를 보고 난 후에 든 감상은 전쟁은 아무래도 좋다는 것이다. 결국 자연 앞에서는 한낱 미물에 불과해 보였으니까. 류 감독이 독일방송 ZDF의 한 토크쇼에서 말 한 것처럼 인간의 처지에서 볼 때 자연은 우리에게 무한한 혜택을 주지만, 동시에 엄청나게 무섭고 가혹한 존재이기도 하다. 첨단과학의 시대인 지금도 감당하기 어려운 무서운 자연재해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이 두려워하고 또 초라해지는가. 오랜 전쟁으로 국토가 황폐화된 한반도는 대부분의 산야가 벌목과 폭격으로 민둥산이 되어버렸다. 겨울을 맞이해서 하얀 눈으로 가려져 있어서 그렇지. 영화에서 천지가 흰색이었던 장진호 일대는 눈이 흙과 섞이면서 검회색으로 변하고 거기에 점차 피까지 뿌려진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단본부와 흥남부두를 폭파하는 장면에서 유난히 붉은색이 강조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격포, 수류탄, 총알이 쏟아지는 전투 시퀀스에서는 정작 피의 색깔이 그렇게 강조되진 않았다. 아마도 피흘리는 인간의 모습보다 파괴되는 자연과 환경을 좀 더 강조하기 위한 감독의 연출이 아니었을까 추측을 해보게 된다.]

- Filmdinest(독일).


독일에서 이틀 동안 프로모션 일정으로 소화한 <Christmas Cargo>팀은 다시 스페인으로 날아갔다.


[지호 류는 <The Killing Road>부터 소시오패스를 영화에 자주 등장시켜왔다. 소시오패스는 공감능력이 없다. 상대방이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관심조차 없다. 감정이입 자체가 불가능하니 동정심도 생겨날 리 없다. 지호 류의 영화에서는 중요 빌런이 소시오패스 성향이 아니더라도 주요 인물에 그 같은 성격을 꼭 집어넣곤 한다. <Christmas Cargo>에서는 그 같은 성향의 인물이 두 명이 등장한다. 미군과 중공군의 최고 지휘관이다. 그들은 전장의 병사들을 그저 도구 혹은 수단으로 여긴다. 병사의 가치는 총알이 들어있는 클립 하나에 불과할 뿐. 그럼에도 그들은 각각의 군체계에서 엘리트이자 유능한 참모들이다. 그들은 소시오패스는 아니다. 다만 근본적으로 소통이 안 되는 인물이다. 오직 자신의 이익과 안위만 생각하는 지독한 이기주의자다. 진화심학에서는 이런 자들을 '사기꾼'이라고 부른다.(중략) 혹자는 전쟁영화로 보여줄 것을 다 보여줬다고 말 한다. 참 비정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전쟁영화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또한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 전쟁의 그 참혹함과 허망함을 되새기고 그 같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 Cinemanía(스페인).


스페인에서 월드 프로모션 일정을 소화하는 틈틈이 류지호는 스페인의 관료와 재계 인사들을 만났다.

방송사와 영화잡지와의 인터뷰를 마친 류지호가 스페인 마드리드의 알칼라 9번지에 있는 재무부 청사에서 재무장관 미팅 일정을 소화했다.


“장관은 시간을 칼 같이 지키는 사람입니다. 느긋하게 기다리시죠.”


비서의 말과 달리 재무장관은 약속 시간보다 21분 늦게 장관실로 왔다.

대단한 결례였다.

류지호가 일반적인 영화감독이 아니란 점을 상기했을 때는 더더욱.


“죄송합니다. 미스터 류. 하루 종일 회의가 있어서... 끝나자마자 달려왔지만, 실례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류지호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이해합니다.”


스페인은 한때 건설 경기가 급성장세를 타면서 라틴아메리카·북아프리카·동유럽 등에서 수백만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모여들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주택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건설사 파산과 인력 감축이 잇따랐다.

스페인 정부는 그리스에서 몰아친 경제위기가 자국으로 이어질까봐 700억 유로에 달하는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는 등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암튼 스페인 저축은행의 국유화에 따른 회의와 국제금융기관 관계자들과의 연쇄미팅으로 미팅시간을 지연시킨 재무장관이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미스터 류. 우리는 그리스처럼 통계를 조작하지 않습니다. 그리스의 정부 부채는 GDP의 100%가 넘지만, 우리는 그 절반 수준임을 기억해 주십시오. 그리스는 2000년 이후 줄곧 적자를 냈지만, 우리는 2008년 이전까지 흑자였습니다. 무엇보다 스페인은 다변화된 산업 구조를 갖고 있지요. 알고 계시다시피 세계적인 기업도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스페인에 제조업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매우 잘못된 편견이다.

스페인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자동차를 생산한 국가다.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아도 자동차·기계·신재생에너지 등에서 유수 기업들의 제품 생산이 이뤄진다.

18개의 주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스페인 전역에서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시기에는 연간 200만 이상 생산하고 있다.

이는 독일에 이어 유럽 2위이며 세계 9위에 해당한다.

의류분야에서는 그 유명한 ZALA가 스페인 브랜드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기업을 가지고 있는데, 발전용량 기준으로 풍력분야 세계 4위이며, 태양광 분야는 세계 2~3위권이다.

스페인 내 총 전력생산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32.3%에 육박할 정도다.

특히나 세계에서 가장 큰 유무선 통신망을 보유한 회사 중 하나인 Teleponicia의 본사가 스페인 수도인 마드리드에 있다.

류지호가 <Christmas Cargo> 월드프로모션을 하는 틈틈이 만나고 다닌 스페인 인사들은 주로 건설 및 엔지니어링 분야 선도기업 회장들이었다.

스페인은 건설 및 엔지니어링·항공·자동차·재생에너지·바이오기술·담수처리 등의 산업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풍력·태양광의 재생에너지와 건설 엔지니어링·통신서비스 분야 경쟁력이 세계적인 수준이다.

스페인 <Christmas Cargo> 월드 프로모션 일정에 대유가온건설의 유럽총괄이 합류해서 류지호를 수행했다.

한국에서는 건설업계에서 일하지 않으면 잘 모르는 사실이 있는데, 스페인은 건설 분야 강국이다.

세계 100대 건설 기업(2010년 기준)에서 스페인계 10개사가 선정될 정도로 플랜트·엔지니어링 분야의 강국이다.

특히나 과거 스페인의 식민지로 언어가 같고 문화가 비슷한 중남미권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싹쓸이하는 국가다.

어찌되었든 Rehman사태 이후로 제2의 유럽권 금융위기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지금의 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심각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번 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의 부수적인 결과 중 하나일 뿐입니다. 또 한 가지 유심히 봐야 할 점은 지금 위기를 초래한 이유가 유럽 국가들이 안고 있는 재정적자 때문이라는 점이죠. 이를 극복한다면 오히려 유럽 경제의 펀더멘털을 더 건실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페인이 시장의 우려를 잠식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몇 년 전 훈장수훈을 인연으로 류지호가 스페인에 투자를 제법하고 있다.

때문에 재무장관이 직접 세계적인 투자자이자 다국적기업의 오너인 류지호에게 스페인의 경제상황과 정책을 충분히 설명하고 안심시킬 필요가 있었다.


“궁극적으로 시장의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 유럽 차원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봅니다.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를 기초로 한 유럽 장기 투자전략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R100으로 대표되는 탄소저감 캠페인.

사실 캠페인이라 쓰고 무역장벽이라고 읽는 기류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전 삶에서는 남의 사정일 뿐이었던 일이다.

이제는 류지호로서도 결코 가볍게 볼 수만은 없는 일이 되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한국에서 열립니다. 그곳에서 범세계적인 차원의 금융체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대두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을 비롯한 신흥경제국들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논의 속에서 유럽의 금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안심하세요. 장관님.”

“......”

“나는 스페인의 펜더멘털에 대해 확신까지는 아니지만 믿음이 있습니다.”


기존 투자를 빼거나, 계획을 취소하지 않을 거란 뉘앙스다.


“그래서 말인데...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스페인이 자동차·기계 등에서는 서유럽과의 지리적 인접성과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생산기지 역할을 했지만 스페인의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주요 자동차사의 공장들이 동구권으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알고 있습니다.”

“아직 스페인의 자동차 산업을 굳건합니다.”

“내가 소유한 한국의 기업이 자동차 분야에도 진출한 것은 알고 계실 겁니다.”


혹시나....


“이왕 유럽에 현지생산거점을 마련해야 한다면 스페인이 유력할 듯싶은데... 왜냐하면 이곳에서 숙련된 인력이 풍기하기 때문이죠.”


가온그룹의 자동차 기업이 스페인에 진출하게 된다면 악몽 같은 스페인의 실업률에 한줄기 구명줄이 되어줄 터.


“따로 원하시는 것이라도....”

“에둘러 말하지 않겠습니다.”


꿀꺽.

스페인 재무장관이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스페인은 건설 및 엔지니어링·항공·자동차·재생에너지·바이오기술·담수처리 등의 산업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요. 이들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말인데... FOC가 급격하게 사업이 기울면서 최근에 비용과 부채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썩 진행상황이 매끄럽지 않다고 들었고.”


FOC(Fomento de Obras y Construcciones SA)는 11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건설업체다.

도시 인프라부터 수처리 등 환경 분야까지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건설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대략 40위권의 기업이다.


“안타깝지만 그 긴 역사에서도 창업자 가족이 아닌 최대주주가 등장한 적이 없습니다. 미스터 류.”

“그렇군요.”


류지호가 즉각 한 발 물러섰다.

그렇다고 아쉬워하는 기색이 아니다.

어차피 오늘 미팅에서는 운만 떼기로 했기 때문이다.

FOC 창업자 가문에 류지호가 M&A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어가면 된다.

나머지는 대유가온건설이 알아서 하면 된다.

반드시 FOC일 필요도 없다.

스페인에는 그곳 말고도 세계적인 건설기업이 여러 개였고, 많은 곳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니까.


“스페인과 함께 윈윈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함께 고민해 봅시다.”

“감사합니다. 미스터 류.”


대략 50분에 걸친 미팅이었다.

이번 월드프로모션에서는 따로 국왕을 알현하진 않았다.

다음을 기약하며 유럽의 마지막 행선지인 영국으로 날아갔다.


[디렉터 류는 자신의 영화에 종종 이스터에그를 심어놓는 것을 즐긴다. 메타포가 아닌 굳이 이스터에그라고 표현한 것은 영화의 서사와는 관련이 없는 상징과 암시이기 때문이다. <Christmas Cargo>에도 몇 개의 이스터에그를 찾을 수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나선형의 문양이다. 카투사라고 불리는 한국군대의 조현석은 수통으로 뜻하지 않은 목숨을 한 번 구하게 되는데, 그 수통에는 달팽이 모양의 나선이 새겨져 있다. 아마 눈 밝은 관객이라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보통 유럽에서 달팽이는 그리스도의 ‘부활’과 ‘영원한 생명’을 상징한다. 달팽이는 자신의 껍질에 들어가 겨울을 보내다가 그다음 부활절 즈음에 다시 태어난다는 믿음이 있다. 또한 '육체적인 에너지나 영적인 에너지가 나선형으로 흐른다.'고도 믿고. 인류학적으로 이런 나선형 순환(spiral dynamic)이 자연이 평형을 유지하는 원리를 뜻하기도 한다. 암튼 미해병대원이 반 장난으로 조현석의 수통에 새겨준 달팽이 문양은 죽을 위기에서 살아날 것이란 암시도 되지만, 그보다는 한국이란 나라가 전쟁의 폐허 속에서 부활할 것임으로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지호 류는 한국의 카투사 부대에서 복무한 이력이 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로 가장 완벽한 전쟁영화라는 찬사를 듣고 있지만, 필자인 내가 봤을 때 이 영화는 부활과 신생(新生)을 다룬 영화다. 하갈우리의 기독교인들이 유독 그리스도의 부활과 관련한 믿음을 강조하는 것이나 장진호 일대의 민둥산이 영화 에필로그에서 푸른 숲으로 울창한 부산 황령산(정확하진 않다)과 대구법을 이루를 것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Christmas Cargo>에서는 일반적인 전쟁영화와 같이 다이얼로그가 많지 않다. 대신 유독 거친 숨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그것은 죽음을 앞둔 병사의 끊어질 듯한 호흡이기도 하지만, 살고자 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가쁜 호흡이기도 하다. 즉 죽음이 난무하는 전쟁터에서 감독은 주요 인물들의 거친 숨소리를 다이얼로그보다 더 강조함으로써 ‘숨을 쉬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이 영화의 방점이 죽음이 아니라 삶에 있다는 것을 영화 전편에 걸쳐 일관되게 보여준다. 특히나 화물선 안에서 숨 멎은 듯한 고요 속에서 울려 퍼지는 아기의 울음소리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도 불리고 ‘생명의 항해’라고도 불리는 철수작전의 대미를 완벽하게 장식한다. 그렇듯 지호 류는 전쟁이란 소재의 영화를 가지고 자연과 인간의 생명에 관한 여러 상징들을 영화 곳곳에 숨겨두고 있다. 감독이 숨겨 놓은 다양한 상징과 그 상징의 의미를 모르고 보면 영화의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물론 전쟁터를 리얼하게 보여준 것만으로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로 정체되어 있는 전쟁영화 미장센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뜻 깊다고 할 수 있지만....]

- Empire(영국).


영화평론이 제2의 창작이란 말도 있듯이.

류지호의 <Christmas Cargo>에 대해 유럽 각국에서 리뷰와 평가가 다양하게 나왔다.

일반 신문에서 다소 부정적이었던 것과 달리 평단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좋은 편이다.

유럽 프로모션을 마친 후로는 아시아(한국, 홍콩, 싱가포르)를 차례로 방문하고 이어 캐나다를 거친 후 미국의 동부에서부터 서부까지를 훑었다.

각 국가를 거치면서 다양한 리뷰와 기사들이 쏟아졌는데.

대체로 긴장감 넘치고, 여러 인물의 관점을 섞은 연출과 편집, 탁월한 영상미, 실제 상황 같은 생생한 카메라 워킹과 감정을 자극하는 음향 효과와 웅장한 음악 등에 푹 빠져들었다는 평이 많았다.

특히 Eye-MAX GT를 경험한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졌는데, 가능하면 오리지널 포맷으로 봐야 영화의 진가를 알 수 있을 것이라 입을 모았다.

류지호에게 ‘디테일의 마술사’라고 새로운 별명을 붙인 한 평론가는 전쟁터의 다양한 인물들의 관점이 넘나들지만 스토리가 어색하게 흐름이 끊기거나 정신없이 진행되지 않고 결국 클라이맥스부터 엔딩까지 잘 결합되어 임팩트를 주고 마무리되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단순히 당시의 전투와 작전 상황을 나열하고 보여주기 식으로 아무렇게나 교차편집한 것이 아니라 정교하교 치밀하게 계산되어 연출된 점이나 그 과정에서 관객들의 긴장감을 잘 이끌어냈다고 분석하며 호평하는 리뷰도 눈에 띄었다.

작은 소품 하나도 흘려 넘길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하게 디테일에 탐닉하는 류지호의 성향을 비꼬는 평론도 없진 않았다.

지나친 디테일이 전쟁이라는 혼란이자 재앙의 시간들을 질서정연한 흐름으로 구축해 놓고도 방해하는 요소가 되었다고 지적하는 의견이 있었던 것.

그에 대한 반론으로는 정교한 편집과 연출이 그 디테일들로 인해서 무의하게 만들어 혼란과 공포를 더욱 증폭시켰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전쟁영화에서 군인들뿐만 아니라, 민간인들의 모습을 자주 묘사하고 전면으로 끌어올린 점에 주목하는 평론가도 있었다.

주조연 등장인물들의 결단들... 그리고 각자의 처절한 생존욕구가 결국에는 아름다운 인류애로 뭉치며 기적의 이야기로 결말을 맺는다는 줄거리와 주제가 기존 전쟁영화의 전형성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는 평가도 있었다.

다만 영화 중반 대부분을 겨울 추위와 그에 따른 암울한 분위기, 퇴각하는 군대의 행군모습과 그 뒤를 따르는 피란민들의 모습을 길게 보여주다 보니 다소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았다는 비판도 꽤 많았다.


“내가 이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싶었던 것은 폭력적인 장면을 어떻게 눈요깃감으로 잘 묘사하는 것에 있지 않고 관객이 잔혹한 환경에 눈을 돌리지 않고 계속해서 스크린에 몰입되는 방향으로 가도록 만드는 것이냐... 였다. 그것이 다른 전쟁영화와 다른 점이다.”


서사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스펙터클과 필름 포맷에만 집중한다는 일부 평론가의 비아냥거림이 있었다.

덧붙여 자기 세계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마니아들과만 소통하는 애매한 시네아스트가 되어간다는 우려를 전한 평론가도 있었고.


[할리우드 전쟁영화로는 드물게 미군이 전세를 뒤엎는 장면에서 유독 웅장한 음악을 집어넣는다거나 슬로우 모션, 과도한 클로즈업 등을 통해서 마치 전쟁을 액션영화처럼 관객이 폭력을 기꺼이 받아들이도록 만들어 참혹한 전쟁터가 정반대로 숭고미와 화려한 것으로 치장되는 방식을 일체 거부하고 전쟁을 비교적 담담하게 스크린에 담아냈고, 인물 한명 한명에게 인격을 부여함으로써 핵심 메시지를 뚜렷하게 전달했다. 전쟁영화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이 메시지와 전투의 스펙터클이 서로 상충되는 것인데, <Christmas Cargo>는 그런 위험을 영리하게 잘 극복해 냈다.]

- Flim Comment(미국).


무려 1.5억 달러짜리 영화다.

전 세계 동시 개봉과 Eye-MAX 상영이 주력이라서 각종 마케팅비가 여타 영화보다 컸다.

손익분기점은 무려 3.7억 달러 수준이다.

세계최고 부자의 지나친 과시인지.

거장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여정의 한 순간인지.

많은 이들이 <Christmas Cargo>의 흥행성적을 주목하고 또 기대했다.


작가의말

새로운 한달의 시작입니다.

행복한 가정의 달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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