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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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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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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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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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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큰 기대 안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5월이 접어들었음에도 천안함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다.

북한의 도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서해상에서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해군 자체적으로 최고 지휘부가 하도 닦달을 해대인지, 평상시 초계임무에서조차 마치 한미 연합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연습’ 하듯 만전을 기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영화 한 편이 개봉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라는 제목의 영화다.

WaW 픽처스가 제작한 영화로 류지호가 이전 삶의 ‘천안함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초안을 작성하고 김윤희 시나리오팀이 완성한 대본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천안함 피격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영화가 아니다.

정치적이고 정파 편향적인 내용도 없다.

북한 잠수정의 공격으로 침몰한 한 초계함의 생존 장병과 그들의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인 영화다.

이전 삶에서 ‘천안함 피격 사건’은 한국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도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다.

그런데 사건 원인을 둘러싼 논란에 초점이 맞춰졌을 뿐.

함정에 탔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특히 생존 장병에 대한 처리는 왜 한국사회가 선진국이 될 수 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류지호는 정파적으로 흐를 수 있는 특정사건보다는 생존 장병이 겪은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그를 지켜보며 덩달아 생활이 무너진 가족들을 이야기에 중심에 놓았다.

류지호가 기억하기로 생존 장병들은 정부, 군, 시민사회 그 어디에서도 진정한 위로와 도움을 받지 못했다.

오로지 정파적으로 정치권과 언론으로부터 이용만 당했다.

보수 정치집단에겐 이용당했고, 진보 정치집단에겐 외면당했다.

군대는 그들에게 ‘영웅’이란 허울 좋은 칭호를 붙여줬다.

뒤로는 패잔병 취급했다.

생존 장병 중에서는 한국에서의 삶을 견디기 힘들어 떠난 사람까지 있었다.

한국에서는 좋은 일도 정치적인 사안으로 엮이면 골치가 아프다.

하물며 북한과 관련한 사건에 얽힌 이들은 오죽할까.

천안함 생존 장병이 국가유공자가 될 수 있다고 한창 떠들었지만, 정작 국가유공자가 된 생존 장병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류지호는 기억했다.

심지어 보훈처 역시 사건의 주목도가 떨어지고 난 후에는 생존 장병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국가유공자 신청자는 우선 보훈지청을 통해 18가지 대상(순국선열, 애국지사, 전상군경 등)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심사받고, 이 중 상이(부상)를 확인해야 하는 사람은 추가로 보훈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으라고 통지받는다.

국가유공자로 인정되면 매월 보훈급여 등을 받을 수 있다.

영화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는 그 과정을 매우 상세하게 다룬다.

이전 삶의 천안함 생존 장병처럼 군 생활로 인해 악몽을 꾸고 불안해하며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이 있더라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윤희 시나리오팀이 취재를 해 본 결과 베트남 파병, 1·2차 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등 참전 군인이 끔찍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으면서도 오랫동안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가 수두룩했다.

이전 삶에서 천안함 생존자 58명 중 국가유공자로 인정된 사람은 심하게 부상당한 3명과 정신질환으로 인정된 3명 합해 6명에 불과했다.

사망자들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주며 ‘46용사’라고 칭호를 붙였다.

보수 정부는 영웅들을 결코 잊지 않겠노라고 누차 말했다.

생존자에게도 조금이나마 보상금을 챙겨줬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천안함 생존자들은 정치세력, 언론, 각종 시민단체들에게 정치적으로 실컷 이용당했을 뿐.

심지어 정신과 상담치료비조차 생존 장병과 가족이 책임져야 했다.

소위 진보 언론이라는 곳들에서 보수정부를 공격하는 소재로 활용하며 생존자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영화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는 ‘연평해전‘을 연상시키는 전투장면이 초반에 나온다.

다분히 상업적인 의도가 들어있는 액션 시퀀스다.


- 이 영화가 진짜에요..?저 오늘 이거 학교에서 단체관람으로 봤는데 손을 덜덜 떨면서 봤어요..다리가 막 절단되고 손가락도 잘리고.북한 미친놈들 아니에요? 이거 보면서 저 많이 떨었어요..우리나라 군인들 힘내세요 ㅠ.ㅠ


- 철지난 반공영화?

└ 반대에요 좌파 영화입니다


- 제발 나라에서 군인들.. 챙겨줬으면 좋겠어요 ㅠㅠ


- 망할 북한놈들...우리나라 착해빠진거 알고 맨날 공격함 불쌍한 우리 군인들.


- 대한민국 군인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 자랑스러우면 뭐 합니까? 제대로 챙겨줘야지 억지로 군대 끌려간 것도 억울한데 죽으면 개죽음임.. 연평해전 때도 그랬지만 잠깐 부각됐다가 흐지부지 됩니다. 우리나라처럼 군인 목숨 개값으로 아는 나라도 없을 거임.


- 해군 출신으로... 보고 엄청 울었습니다. 항상 기억하고 잊지않겠습니다. 필승!


- 해군 되려고 했는데... 이 영화 보니깐 해군 가기 겁나네요.

└ 영화가 오바한 거에요 저 해군 나왔습니다 영화처럼 안 그래요


- 내가 영화보고 잘 안 우는데 진짜 질찔 짰어 정말.. ㅠㅠㅠ 울 아빠도 해군 간부셨는데 제복입은 모습만 나오면 괜히 울컥해서.... 북한아 더 통일 안바란다 통일진짜 안바라니까 제발 싸우지 좀 말고 걍 모르척 서로 살자 .ㅠㅠ


-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요..

└ 이 영화 실화 아닙니다 ㅜㅜ 왜 다들 실화라고 생각하지?

└ 오해하시는 사람들이 많네 이거 류지호가 공군 레이더 교체해주는 거 하도 이놈저놈 빡치게 해서 한국 군대 까는 영화로 만든건데.


- 눈물난다ㅜ 대한민국 영웅들과 그 가족들....


- 우리나라와 사회에서 군인 영웅과 그의 가족에게도 정당한 사회보장과 생활의 보장 그리고 영웅가족의 아픔의 헤아려 주는 세상이 되였으면 좋겠습니다.


- 실화가 아니라는 걸 알고 보는데도 너무화남. 대한민국해군.육군.공군존경함니다!!!(필승!)


본래는 설 명절 개봉이 잡혀 있던 영화였다.

해군을 중심으로 보훈처까지 배급사인 WaW 엔터테인먼트에 개봉을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두 집단을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을 뚫고 개봉을 하긴 했는데, 가정의 달에 어울리는 소재의 영화가 아니어서인지 흥행 흐름이 그렇게 좋지 못했다.


‘이대로 아무 일도 없이 그냥 지나가라.... 제발....!’


류지호는 CNN 창업자 에드윈 터너를 통해서 남북한 지도자들이 잘 지낼 수 있도록 물밑에서 뭔가를 해보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단념했다.

류지호가 어떻게 해볼 판이 아니었다.

게다가 과거로 돌아온 후 처음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남북한 문제에 관여하려는 낌새가 보이자마자, 과장 조금 보태서 전 세계 정보조직이 모조리 류지호 주변에서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스라엘과 남북한 상황이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지만, 모사드까지 움직인다는 보고를 받았을 정도다.

평소에는 소 닭 보듯 하던 은둔의 지배자들인 락커펠러, 케네디, 멜란 가문에서 뜬금없이 밥 한 번 먹자는 연락이 오기도 했다.

그 외에도 월가를 움직이고 있는 세력의 수장들까지도 만나자는 요청이 들어왔다.

뭔가 돈 냄새를 맡았든.

류지호의 개입으로 현재의 정세에 균열이 가는 것이 싫었든.

혹은 자신들의 비즈니스에 영향이 미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고 했든.

대중들이 모르는 세계에서 류지호의 남북한 문제 개입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국제흐름에 관여하기 위해서는 온갖 세력들과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는 기회였다.

에드윈 터너가 남북한을 오가며 메신저 역할을 할 때는 크게 반응이 없던 세력들이 류지호가 움직이려고 하자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분주했다.

특히 월가의 반응이 가장 번잡스러웠다.

류지호의 행보에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자금 흐름이 출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어야 하는 건데.....’


글로벌 복합미디어그룹의 오너, 세계적인 큰손이라는 타이틀로 인해 영화감독으로써 손해 보는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도 영화가 취미생활이란 소리를 듣지 않는 것만 해도 어디냐....’


한때 그런 비아냥거림을 듣긴 했다.

이젠 그 같은 이야기가 쏙 들어갔지만.

나름 상업영화와 작가영화 사이 줄타기를 잘하고 있는 덕분이다.

이도저도 아닌 감독이란 평가도 일부 듣고 있지만, 상업영화 안에서 자신만의 주제의식을 잘 버무려넣는다는 의견이 대체적인 평가다.

암튼 ‘천안함 피격 사건’이 벌어졌던 날짜를 훌쩍 넘겼다.

연말에 있을 지도 모르는 ‘연평도 포격전‘만 넘기면, 당분간 남북한의 직접적인 군사충돌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안에 북한의 후계구도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될 것이니까...’


✻ ✻ ✻


탐지범위 400km를 넘는 전술레이더 서너 대가 있으면 한반도 전역을 감시할 수 있다.

다만 파장이 긴 만큼 정확도가 떨어져 물체를 식별하기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육상용 장거리 전술레이더를 개발하고 실제 제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시기 육상용 장거리 전술레이더를 제작·판매하는 기업은 전 세계 단 3개사뿐.

가온그룹 의장비서실은 가격과 기술이전 면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한 스페인의 페르쿠노스 시스템스와 조용히 협상을 벌였다.

헌데 대한민국의 국방은 미국 방산기업의 손아귀에 들어있는 모양이다.

공군과 방위사업청 모두 강력하게 미국의 Lougheed Arms를 밀었다.

결국 바룩 오밤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항공관제 전문 기업들을 제치고 Lougheed Arms Corp으로 최종 결정됐다.


‘거액을 기부하겠다고 하는데 왜 그리 겐세이들이 많은지....’


류지호는 공군 노후 레이더 교체 이슈를 통해 한국에서의 기부에 대해 생각을 달리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서는 절대 기부 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국가에 하는 기부는 되도록 안 하기로 했다.

류지호의 기부 플랜에는 여주·이천 지역에 보건소와 시민운동장을 지어 기부체납하는 것도 있었다.

백지화했다.

자신과 관계된 자선재단 외에는 어떤 식으로든 한국에서는 거액을 기부하지 않기로 했다.

세금만 잘 내기로 했다.

기부체납이 공익을 위해 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해보니 누굴 위해 하는 기부인지 모를 정도로 짜증만 유발했다.

류지호가 예민하게 구는 걸 수도 있다.

그런데 한두 푼도 아니고.

무려 3,200억 원 상당의 금액을 기부하는 일이다.

자기 마음대로 할 수도 없고, 이래저래 주변에서 말 만 많은 일...

이젠 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기운을 빠지게 하는 것은 딴에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쓸데없는 분란만 일으킨다는 점이다.


- 3,200억 원의 예산이라면 고정형 육상 장거리 레이더뿐만 아니라, 저고도 레이더, 항공관제 레이더, 국지방공 레이더까지 국산화하는데 충분한 자금입니다. 외국 업체로부터 레이더를 수입할 것이 아니라 그 돈을 국산화에 투입해야 합니다.


재항군인회와 방위사업청, 국회 국방위원회 등에서 나온 주장이었다.


- 레이더가 국산화 되면 향후 탄도탄 등 탐지기술이 필요한 분야까지 국산화를 확대할 수가 있습니다.


방위사업청 지휘정찰사업부장(공군 준장)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출석해 한 말이었다.

도대체 누구 좋으라고.

남에 돈 가지고 왜 지들끼리 난리도 아닌 것인지.

결국 전술레이더 국산화를 주장하던 관련자 몇 명이 국내 모 방산업체와 유착관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당연하지만 그들은 수사를 받게 됐다.

군 자체적으로 수사하도록 내버려 두면 10년이 지나도 이 건과 관련해 어떤 수사결과도 나오지 않을 터.

비서들이 류지호의 이름으로 그와 관련해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워낙에 거액이 기부되는 것이라서 관련 사업 전반에 대한 대대적이 수사가 이루어졌다.

방위사업청과 공군 관계자 일부가 연루된 것이 드러났다.


‘도대체 왜 학습능력이란 게 없는데! 엘리트라는 양반들이...!’


거액의 돈이 오갈 때는 그와 관련해서 철저하게 따지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인 것을.

게다가 지금까지 류지호가 문제시 했던 사안들이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뻔히 나와 있는데.

왜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인지.

그들 딴에는 류지호가 무심코 던진 돌에 맞아 죽을 지경이라고 탄식하겠지만.

허튼 욕심을 부리지만 않았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것을.


✻ ✻ ✻


류지호는 <불한당>의 포스트프로덕션을 최영웅에게 떠넘기고 LA의 집으로 돌아갔다.

신종플루가 어느 정도 진정세로 돌아선 상황이라서 임신한 아내와 딸 그리고 장모가 벨에어에서 지내고 있었다.

류지호는 칸영화제 참석 전까지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막 말문이 트인 류시아다.

류지호는 딸 류시아와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누구?”


뜬금없는 기업이며 일면식도 없는 인물로부터 식사 초대를 받았다.


“NGL의 신임 CEO입니다.”


NGL(Northrop Grumman Logicon Corp)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군수업체다.

그곳에 새롭게 최고경영자로 임명된 웨스 부시라는 인물이 류지호 부부를 만찬에 초대했다.

부부는 딸을 장모 캐서린에게 맡겨놓고 부시 회장 부부의 집을 방문했다.

처음으로 만난 사이지만, 류지호와 부시 부부는 스스럼이 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류지호와 레오나는 어릴 때부터 질릴 정도로 상류층 사람들과 어울렸기 때문에 모든 루틴이 자동반사에 가까웠다.

오히려 부시 부부가 어색해 보일 정도로.


“본사를 워싱턴DC와 가까운 버지니아로 옮길 예정이라면서요?”

“페어팩스 카운티에 한 빌딩과 계약할 것 같습니다.”


한때 NGL은 센추리시티의 MSM 빌딩에 입주한 적이 있었다.

사실 1939년 창사 이래 LA를 떠난 적이 없는 기업이었다.

웨스 부시가 CEO에 임명되면서 본사를 옮기겠다며 깜짝 발표를 했다.


“국방위원회 로비 때문이겠군요?”

“아무래도 군수산업 특성상 의회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는 것이 유리하니까요.”

“캘리포니아를 완전히 떠나는 겁니까?”

“세금문제까지 걸려 있다 보니...”


안타깝게도 캘리포니아주는 계속해서 기업을 다른 주에 빼앗기고 있다.

어쩔 수가 없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도 인건비가 높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NGL까지 완전히 다른 주로 이주하게 되면, 주정부로서는 매우 난처한 지경에 처하게 된다.

가뜩이나 고실업률과 부동산 경기침체로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시기 캘리포니아주 실업률은 12.4%다.

전국 평균인 9.7%를 꽤나 웃돌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350억 달러 규모의 공군 공중급유기 입찰 경쟁도 포기했다던데....?”

“아시겠지만, 미국의 군수산업 사정이 썩 좋지 못합니다. 연간 60억 달러 규모인 조선사업 부문도 축소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 완전 철수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부터 미국의 조선산업이 완전히 멸종하게 된다.

미국의 법률상 군함은 반드시 미국 조선소에서 만들어야만 한다.

10여 년 후, 중국 해군이 부상하면서 그에 대응하는 함선 숫자를 유지해야 하는데 미국에 군함을 건조할 조선소가 더는 없기에 매우 곤란한 지경에 처한다.

급기야 한국과 일본 기업에 사정하는 지경에 처하게 된다.

미국의 조선소를 한국기업이 인수해서 군함을 만들어달라고.


“조선 분야와 NGL의 전투기, 무인정찰기, 인공위성 같은 사업 분야와 시너지 효과가 거의 없긴 하죠.”


식사 내내 웨스 부시는 이런저런 내용을 술술 풀어놓았다.


“저희는 항공기와 인공위성 사업을 전개하며 첨단 전자와 정보 시스템 분야에 많은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했습니다. 충분히 그 분야를 선도할 기업으로 발전할 높은 가능성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행운을 빕니다. 미스터 부시.”


NGL Corp은 1990년대 중반 이래로 20여개의 군수업체를 인수·합병해 사업영역을 정찰위성과 핵잠수함, 컴퓨터시스템 해킹 방지, 레이더 등 거의 모든 군수분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수십억 달러 매출 규모였던 기업이 340억 달러 규모의 거대한 공룡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새로 CEO로 취임한 웨스 부시는 NGL Corp을 군함 같은 전통적인 하드웨어 생산 업체에서 사이버 보안시스템과 무인운용시스템 등 첨단 기술 제품을 개발, 생산하는 업체로 변신시키려고 하고 있다.

웨스 부스는 불세출의 투자가이자 실리콘밸리의 ‘숨은 왕‘이라고까지 불리는 류지호와 인맥도 쌓고, 의견도 구하고... 캘리포니아주를 떠나기 전 연결고리를 만들어 놓고 싶었다.

식사 말미에 슬쩍 언급한 내용도 의미심장했다.


“한국이 지난 2005년부터 전략무기인 글로벌호크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류지호는 글로벌 호크 도입만 기억하지 자세한 내용은 몰랐다.


“당시에 부사장으로 관련 내용을 검토했죠.”

“백악관에서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알고 있는데....?”

“글로벌호크는 MTCR(미사일기술통제체제) 규정에 따라서 관련 장비와 기술의 수출과 해외이전을 엄격히 통제하는 품목이었습니다.”


그런 품목이 한두 개 일까마는.

그런데 최근 미국 내의 기류가 조금 바뀌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장기 침체가 이어지고, 그에 따라서 우방국들의 국방예산도 삭감되고, 국지전 외에 거대한 전쟁도 없다.


- 글로벌호크를 판매는 하지 못하지만... 임대는 가능하다.


미국정부가 한국정부에 전달한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내건 조건이 일본과 호주도 글로벌호크 판매를 요구하고 있으니 미군이 글로벌호크를 한국과 일본, 호주를 위해 운용해주고 대신 한국 등 3개국이 공동으로 분담해 사용료 명목의 임대료를 내라는 것이다.

즉 미군이 알아서 북한을 정찰해줄 테니 한국이 사용료를 내라는 식이었다.

당연히 한국으로써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

그렇게 하면 미군이 선별해서 자료를 줄 수 있다.

게다가 3개국이 공동으로 사용하다 보면 정작 필요할 때 글로벌호크를 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렇게 한국의 글로벌호크 도입이 물 건너가는 것 같았다.

2008년이었다.

NGL Corp은 미국 정부를 상대로 로비전을 전방위적으로 전개했다.

끈질기게 미국 정부를 설득한 끝에 한국에 글로벌호크를 수출할 수도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게 만들었다.


“정말 힘들었죠. 결국 글로벌호크의 해외 판매를 위해 MTCR 회원국이 참가하는 국제회의에서 조항을 수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작년에 한국정부에 판매가능 입장을 공식적으로 통보했습니다.”

“1세트가 4대로 이루어지죠?”

“예. 1세트 가격이 대략 4억 7천만 달러 수준입니다.”


미스터 할리우드라고 불리는 류지호가 모국에 3,200만 달러 상당의 공군의 레이더를 교체해 주기로 한 것이 미국에서도 큰 화제였다.

류지호는 대변인을 통해 군사작전을 지원한 것이 아니라, 휴전국가인 한반도 전 영공이 전투기 작전지역임을 감안해 혹시나 모를 민간항공기에 대한 안전문제를 담보하기 위해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즉 한국, 일본, 중국 민항기들의 노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한반도 남부지역 항공관제에 깊은 우려가 있었고, 본인 전용기도 자주 오가기 때문에 대한민국 공군의 레이더를 교체해 민간항공기의 안전사고를 예방하려고 했다는 내용이다.

어딘지 궁색한 말이었다.

또한 공식입장은 한국 정부를 당혹케 했다.

마치 한국의 항공관제가 엉망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미스터 류가 한국의 군 관계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딱히 그렇진 않지만.

(주)나래안전에 시스템에 군 관련 인사가 많긴 했다.


“저희는 한국 공군이 오해하는 부분을 풀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 공군과 오해가 있습니까?”

“글로벌호크의 운영유지비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이 있어 바로잡고 싶을 뿐입니다.”


류지호는 대답을 삼갔다.

로비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은 표현이었으니까.

류지호는 NGL Corp의 주주가 아니다.

주주도 아닌데, 글로벌호크 수출 건에 낄 이유가 없었다.

류지호는 몰랐지만, 이전 삶에서 한국이 글로벌호크를 도입하는데 10년 넘게 걸렸다.

사실 미국 내에서도 글로벌호크가 운용비용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는 보고서가 몇 번 나오기도 했다.

막대한 운영유지비 부담 때문이다.

2005년도 기준으로 미군은 15년간 글로벌호크 운영유지비로 25억 달러 이상을 사용했다.

연간으로 따지면 대략 1.6억 달러(대략 1,700억 원) 수준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도 글로벌호크의 시간당 운영유지비가 3만5천 달러(약 3,700만원) 수준으로 20년간 운영하면 6조원의 유지비가 들어갈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웃긴 것은 방위사업청이다.

방위사업청은 연간 유지비로 850억 원 정도 밖에(?) 들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NGL이 한국 정부와 계약을 체결한다고 해도 의회 승인은 쉽지 않을 겁니다. 큰 기대 안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류지호가 끼어들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후로 두 사람 사이에 더 이상 글로벌호크 대화는 없었다.

이날 저녁 초대 이후로 류지호는 웨스 부시와의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정확하게는 안했다.

나름 유능한 인물이긴 하지만, 류지호에게는 딱히 필요한 인재가 아니었기에.


‘차라리 데본 테럴이나 나래안전의 사장을 찾아가든가.’


참고로 2014년 경 NGL Corp과 한국의 방사청이 계약을 체결한다.

그런데 미국정부의 사이버 보안 강화 정책 및 소프트웨어 문제 등의 승인에서 계속해서 지연된다.

한국이 간절히 원하는 걸 쉽게 내주지 않는다.

최대한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그렇게 시간을 끌다가 2019년에 미의회에서 통과된다.

최초 4~5억 달러면 살 수 있었던 글로벌호크 가격이 10년이 경과하면서 9억 달러 상당으로 껑충 뛰게 된다.

글로벌호크가 한국에 최초 도입되고 1년 후에, 한국 최초의 정찰위성도 쏘아 올린다.

이 시기만 해도 지상 600∼700㎞ 저궤도 상공에서 미공군 우주사령부가 운용 중인 정찰위성 KH-12가 한반도 상공을 돌고 있다.

한국군은 오산 미공군기지에서 뜨는 U-2 고공정찰기와 미군 정찰위성에서 찍은 북한 지역 사진을 매년 3,000여 장 제공받고 있다.

독자적 감시정찰(ISR) 전력 확보를 위해서는 최첨단 지상·해상 감시 정찰기 및 신호정보 특수정찰기, 다목적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등 다양한 정찰 수단이 필요하다.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전 삶에서 한국군은 전시작전권환수의 기본요건 중 하나인 독자적 감시정찰 전력 확보를 위해 2017년 공중조기경보통제기 E-737 피스아이 4대, 프랑스의 팰콘2000S 정찰기 2대를 기반으로 한 개량형 백두 정찰기를 보유했다.

2020년에 가서 글로벌호크 4대가 완전히 한국에 들어왔고, 한국형 정찰위성이 그 해 상반기에 한반도 상공에 올라가면서 2023년까지 전력화가 완료되었다.

이전 삶이었다면 이런 내용들을 가지고 영화를 궁리해봤을지 몰랐다.

이젠 큰 흥미가 없었다.

우주적인 전쟁영화를 찍을 수 있게 되었기에.

이미 <Christmas Cargo>라는 Eye-MAX 전쟁영화를 찍어보기도 했고.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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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87 lo******
    작성일
    24.04.25 09:37
    No. 1

    잘봤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4.04.25 14:11
    No. 2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의지
    작성일
    24.04.25 18:08
    No. 3

    늘 잘 읽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n2******..
    작성일
    24.04.26 17:20
    No. 4

    천안함 생존 장병들 평생 무상 치료는 현행법상 힘듭니다. 하지만 ptsd 겪고 있는 분들에게 일정 금액 지원을 몇 년간 하는것에는 찬성.
    그리고 천안함 함장님과 생존 장병 회장 같은 분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북한군의 기습 공격이므로 이를 알아채지 못한 합참 그리고 해군 지통실, 함장은 주의 의무 위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4.05.04 22:12
    No. 5

    글로벌 호크 4대중 쓸수 있는건 단1대고
    2대는 부품용 한대는 엔진도 뜯어써서
    비행불가 뭐하러 사나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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