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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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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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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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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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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축복 받았어. 이런 오너라니....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Tri-Stellar Pictures.

파커가문의 호의(好意)의 산물이었다.

콜롬비아스 픽처스가 소닉에 매각될 때 부속처럼 딸려가려던 것을 The Coke의 대주주이던 파커가문이 분리시켜서 류지호의 품에 안겨 준 지가 어느덧 20년이다.

중소규모 배급사에 불과했던 트라이-스텔라가 세계 최대 영화 스튜디오로 성장했다.

온전히 류지호 혼자서 이뤄낸 것은 아니라지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것만은 틀림없다.

그 동안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는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했다.

영화 사업을 넘어서 위성방송은 물론 리조트형 테마파크까지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모그룹인 JHO Company Group은 글로벌 복합미디어그룹 중에서 지상파 방송국이나 케이블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지 않은 유일한 기업집단이다.

대신 북미 최대 위성사업자이다.

JHO/DirecTV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를 제외한 3개 대륙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2,300만 명의 북미 가입자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3,5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연매출이 250억 달러에 육박하며 그룹의 중요한 사업으로 부상한지 오래다.


‘문제는 코드커팅이란 말이지.....’


앞으로 2~3년 후, OTT 가입자가 폭증하면서 이른바 코드커팅이 유행하게 될 터.

코드커팅은 유료방송의 비싼 요금에 환멸을 느껴 서비스를 중지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 미래를 예측하고 있는 류지호는 OTT가 본격화할 것에 대비해 위성방송 요금 인하와 함께 스마트 홈(Smart Home) 서비스를 강화할 방안을 궁리 중이다.

그룹 계열사인 JHO Security Service의 스마트 홈 서비스와 중복투자일 수도 있다.

따라서 기술기업 GMG, 위성사업과 시큐리티 홈 서비스를 묶어서 스마트 홈 서비스 분야를 강화할 계획을 연구 중이다.

참고로 스마트 홈 서비스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최대 보안 회사 AT&S Co다.

시장 점유율에서 JHO Security Service가 쫓아가기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JHO/DirecTV의 위성회선을 활용한 디지털 영상 패키지(DCP) 전송 사업을 남미 멀티플렉스 체인들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몇 해 전에 JHO/DirecTV는 Telocity라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회사를 인수했다.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JHO Broadband Inc.로 사명을 변경한 후 양방향 서비스 제공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자회사 JHO DirecWay를 통해서 초고속 위성인터넷 서비스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이전 삶에서 DirecTV는 BT&T에 인수되었던 것으로 류지호는 기억했다.

정확한 인수금액은 알지 못했다.

참고로 무려 485억 달러였다.

만약 위성사업 분야를 BT&T에 매각한다면, 600억 달러를 가볍게 넘길 수 있다.

이전 삶보다 회사 자산과 매출 모두 커졌기 때문이다.

류지호가 팔 리가 없지만.

JHO/DirecTV의 매출은 대부분 수천 만 명의 이용료가 차지하지만, 그 외에 사업 부문도 계속 확장하고 있으며, 위성인터넷 사업이 더욱 활성화되면 매출 점유율을 꽤나 분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JHO가 체급이 너무 많이 올라서 이제는 운신하기에 몸이 많이 무거워졌어.’


복합미디어그룹들은 인터넷 스트리밍이 미래의 유망한 사업임을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쉽사리 뛰어들지 못한다.

절대적 매출을 보장하는 지상파, 케이블 네트워크, 해외 배급 시스템, 비디오와 DVD 같은 전통의 부가시장을 포기할 수가 없기에.

OTT는 전통적인 영상 콘텐츠의 배급단계를 파괴한다.

완벽하게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거대 미디어 입장에서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아직은 스트리밍 시장이 성숙하지 않아 관망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깊은 우려를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언제든 OTT에 뛰어들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기도 하고.


‘LOG가 PARKs를 인수할 때 위성사업만 빼서 먹으려고 했는데... 독과점 이슈가 터질 수도 있겠어....’


이 시기 JHO/DirecTV는 유럽 전체 위성방송시장에서 중위권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The NEWS Corp의 위성사업 부문은 영국과 일부 국가에서 독과점에 근접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만약 BSkyB를 JHO/DirecTV가 품에 안게 되면 오세아니아 지역과 홍콩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시장에도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영국과 일부 국가에서 독점 문제로 골치를 썩겠지만.

아직은 눈앞에 닥친 사안은 아니다.

그 전에 다른 선택지를 만들어두면 된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다 왔나 보네.”


레오나의 말에 류지호가 상념을 접었다.

부부는 LA를 벗어나 오렌지카운티의 가든그로브의 주택가에 와 있다.

한인교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어서 오십시오!”


류지호와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남자와 그의 부인이 현관 앞 주차장까지 나와 맞이했다.

남자는 조셉 한이란 이름의 JHO/DirecTV 프리퍼드 딜러다.

프리퍼드 딜러(preferred dealer)는 자체 설치 및 서비스를 갖추고 미 전역에서 독점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딜러를 의미한다.

조셉 한은 미 서부지역의 유일한 JHO/DirecTV 프리퍼드 딜러다.


“환영합니다. 의장님!”

“그냥 Jay라고 부르라니까.”

“아무리 말씀을 그렇게 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아직 미국물이 덜 들어 야자하는 것이 조금 그렇습니다.”

“한국식으로 하면 내가 싸가지 없는 놈이 돼.”

“나이가 대숩니까? 의장님이 저희들 먹여 살리시는 분이신데?”

“난 조셉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이 아니야. 빨대를 꼽고 피를 빨아먹으면 모를까.”


이어서 다른 인종의 커플이 류지호를 맞이했다.


“하하하. 어서 오십시오. 미스터 할리우드.”


모두가 서부지역의 JHO/DirecTV 딜러들이다.


“딜러 사업이 잘된다니 다행이야.”

“본사에서 한인 가정에 대한 시장성을 꽤 높게 보고 있습니다. 한인 고객들이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편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미국의 교포들은 위성TV든 케이블네트워크든, 마음에 들면 서비스 해지를 잘 안 한다.


“미국 내 한인 인구를 최소 200만 명으로 가정했을 때 4인 가족 기준으로 대략 50만 가구의 고객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 한인 가정이 저희 위성방송에 가입할 때까지 딜러들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오늘 모인 사람들은 서부 쪽 딜러라면서?”

“서부에만 120만 동포가 살고 있으니까요. 사실 케이블TV는 일일이 선을 깔아야 하고 시청 가능한 채널이 제한적이라 시장 확대의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위성방송은 수신기만 설치하고 돈만 내면 100개가 넘는 채널 서청이 가능하죠. 게다가 몇 해 전부터 한국어 패키지 제품이 서비스되면서 한인 가입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어 패키지는 15개 채널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부터 다솜의 음악전문 채널 KMTV가 새롭게 추가되어 한국의 주요 방송사 채널들을 거의 모두 일반가정에서 시청하게 됐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JHO/DirecTV는 한국의 지상파와 지상파 계열 케이블 채널, YNTV 계열 케이블 채널, 다솜미디어 계열 채널 등 12~15개 채널을 묶어 패키지 상품을 내놓았다.

이제 비디오를 빌려 한국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한인교포는 없다.


“교포들이 가장 선호하는 패키지는 어떤 거야?”

“KBC 1을 뺀 지상파 채널, 다솜의 드라마·버라이어티 채널, 올해 서비스된 KMTV, YNTV, 기독교 방송 등 7개 한국방송에 110개 미국방송 채널을 묶은 패키지가 제일 인기가 높습니다.”

“게임 채널은 인기가 별로 없나봐?”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상당한데, 부모들이 공부는 안 하고 게임 방송만 본다면서 패키지에서 빼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윌간이용료가 싼 편이 아닌데... 가입자가 계속 늘어난다는 것은 교포들의 소득수준이 좋아졌단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나?”

“성공한 사람도 많고, 겨우 버티는 교포도 많고.... 가든그로브의 한인촌이 LA를 제외하고 가장 큰 한인타운이었는데 최근에 교포들이 점점 줄어들고 베트남계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인들은 교육열이 매우 높아서 90년대부터 좋은 학군을 따라서 거주지를 이동했다.

그에 따라서 많은 한인들이 어바인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케이블TV를 설치하느니 채널도 많고 Whole-Home DVR 서비스를 시행하는 저희 위성방송을 동포들이 선호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홀-홈 DVR 서비스는 단 하나의 HD DVR만 설치하면 집안의 모든 HD 수신기로 TV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한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패키지 상품의 경우 월 시청료가 대략 46.98달러다.

북미 제2 위성방송 사업자 EchoSatellite의 가입자는 그 절반 수준 가격으로 8개의 한국어 채널이 포함된 패키지 상품을 서비스하고 있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iTV·BTN(불교)·여행 레저TV·GBC 등 비선호 방송이 주류다.


“한국의 지상파와 BS 계열 음악방송과 버라이어티 채널을 넣어놨기 때문에 가성비 때문에 가입하는 교포도 제법 됩니다. 그런데 올해부터 다솜의 음악전문 채널이 저희 위성방송을 통해 송출될 예정이기에 EchoSatellite 가입자 상당수가 저희 쪽으로 넘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다솜미디어는 2000년대 초반 미국 위성방송과 케이블 네트워크에 진출했다.

다솜미디어 계열 방송들은 JHO/DirecTV와 미국 최대 케이블 사업자 Kom-Cast를 통해 송출되고 있다.

이전 삶의 BS EnM에 비해 10년이나 앞 선 행보다.

북미에 K-pop이 상륙하기 훨씬 전이라서 일반 가정보다는 한인 사업장에서 주로 시청하고 있다.


“최근에 선물 받은 와인인데 함께 마시려고 가지고 와봤어.”


류지호가 꺼낸 와인은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 최고의 와이너리인 ‘르로이’에서 한정 수량으로 출시한 한화로 500만 원짜리와 210만 원짜리였다.

나름 류지호 부부를 대접한다고 40만 원짜리 와인을 3병 준비했던 조셉 한이다.

슬그머니 준비한 와인을 치울 수밖에 없었다.

암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가 이루어졌다.

다른 딜러들과도 충분히 대화를 나눴다.

후식까지 먹은 후, 류지호 부부가 가든그로브를 떠났다.


❉ ❉ ❉


미추홀파크 개장 이후로 교포사회에서 류지호에 대한 초대가 부쩍 늘었다.

모든 초대에 응할 수는 없었다.

사적이고 소박한 모임에만 종종 부부동반으로 참석했다.

그럴 때마다 많은 동포들이 류지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일본의 전통정원은 북미 곳곳에 많이 조성되어 있다.

한인교포들은 주말에 연인 혹은 가족단위로 일본정원과 중국정원을 구경하며 내심 부럽기도 하고 왠지 배가 아프기도 했다.

마침내 그들 전통정원을 우습게 여길만한 규모와 풍광을 선보이는 한국의 전통공원이 미국 서부에서 문을 열었다.

한국계로써 자랑거리가 생긴 것이다.

어찌 뿌듯하지 않겠는가.

대한민국 정부도 하지 못한 일이다.

적어도 미국 서부지역 한인사회에서 류지호에 대한 존경심이 날로 커져만 갔다.


“싫습니다!”


류지호가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에 앞에는 연락도 없이 불쑥 집으로 찾아온 스테픈 잡스가 예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에 비해 안색도 창백해졌고, 전보다 마른 모습이다.


“아예 이사회 의장직까지 내줄까?”

“갑자기 찾아와서 웬 헛소립니까? 어디 아파요....?”

“....음.”

“혹시.... 재발한 겁니까?”


그렇게 건강에 유의하라고 잔소리하고, 만날 때마다 반협박조로 경고했건만.

또 다시 건강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스테픈 잡스는 지난 2004년에 췌장암 수술을 받았다.

당시에는 극소수의 사람만 알고 있었다.

췌장의 소화액을 분비하는 세포 쪽에 암이 발생한 것으로 류지호는 알고 있었다.

실제로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세포에 암이 발생한 것이었다.


“작년에 병가를 내고 돌아와서 멀쩡해졌다고 호언장담하지 않았어요?”

“자네는 내 사정을 잘 알고 있으니 숨김없이 말하겠네.”

“......”

“췌장암이 간으로 전이된 것 같다고 하더군.”


기어코 류지호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X발!”


췌장암 수술만 받으면 적어도 10년은 너끈할 것이라고 했다.


“간 이식을 받는 것을 추천하더군.”

“이식하면요?”

“다시 경영에 복귀하겠지.”


다짜고짜 찾아와서 한다는 말이 MacIntosh의 이사회에 합류하라는 제안이었다.

암의 전이를 실토하는 것을 보니, 자신의 빈자리를 채워줄 인물을 찾지 못했던 모양이다.

게다가 스테픈 잡스의 수술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상황.

끊임없이 건강 이상설에 시달리면서도 MacIntosh를 잘 이끌어왔다.

원체 췌장암이 간단치 않은 모양이었는지.

아니면 수술 후 건강을 등한시 했던지.

상태가 꽤나 좋지 못한 것 같았다.

자신에게 달려와 말 같지도 않은 제안을 할 정도로.

기업마다 최고경영진 유고시의 비상 상황에 대한 계획을 수립해 놓는다.

MacIntosh의 모든 내용은 스테픈 잡스와 7명의 이사회 멤버들만 공유한다.

외부에 내용이 일절 알려지는 경우는 없다.

MacIntosh에서 장기근속 중인 고위층은 후계구도와 관련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때마다.


“그 누구도 잡스를 대신할 수 없다.”

“잡스는 내가 은퇴한 후에도 MacIntosh를 이끌고 있을 것이다.”


그 같은 말만 되풀이 했다.


“내가 이사회에 들어가는 것이 무슨 상관이랍니까?”

“팀은 COO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지만, 나를 대신할 만한 인물인지 주주들이 확신하지 못하고 있어.”

“누차 말했고, 언론을 통해 공언했다시피.... 나는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아요.”


류지호의 의사와 상관없이 스테픈 잡스는 제 할 말만 했다.


“팀은 내가 과거 MacIntosh를 떠나 있을 때 CEO였던 스컬리와 비슷해. 안정적인 운영에는 최고의 인재라고 할 수 있지. 내가 없을 때 존이 남아 있을지 알 순 없지만, 현재 그의 디자인 감각은 최고수준에 올라와 있어.”


류지호는 스테픈 잡스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비록 눈앞에 있는 인물이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이긴 하지만, 그가 없는 MacIntosh는 뇌가 없는 튼튼한 로봇일 뿐이다.

그가 없는 MacIntosh는 시대를 뛰어넘는 혁신은커녕 겨우 일류회사에 머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적과 주가 모두 고공행진을 하겠지만.

전교 1등만 하던 학생이 갑자기 전교 3등이 되면 사람들이 잘했다고 칭찬하지 못한다.

그 처럼 MacIntosh는 ‘위대한‘이란 수식어 대신에 ’대단한‘ 정도의 기업으로 내려앉을 수도 있다.


“내가 없는 MacIntosh가... 아, 난 죽기 전까지 이사회 의장 자리를 내놓을 생각이 추호도 없네. 그건 알아두게. MacIntosh가 쉽사리 흔들릴 것이라고 보지 않아. 헌데 사람들이 MacIntosh에 요구하는 것은 그들의 예측을 몇 단계 뛰어넘는 혁신... 그리고 그 혁신을 당당하고 자신만만하게 대중에게 소개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CEO야. 대체불가의. 유감스럽게도 나의 그런 모습의 발뒤꿈치라도 따라올 만한 임원이 현재 MacIntosh 고위급에는 없어.”


류지호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실소가 터질 뻔했다.

자신의 입으로 당당하게 얼굴에 금칠하는 화법.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PS는 여전히 거대하고, Googol은 무섭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지. 페이스노트의 애송이는 하루가 다르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고.”


스테픈 잡스가 말을 하다말고 ‘제기랄‘ 욕설을 내뱉으며 신경질을 부렸다.


“모두 자네가 대주주인 회사들이군.”

“지배력을 행사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법무부에서 자네에게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나? 주가 최상위 종목 전부 주요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은 부의 독점이야!”

“샛길로 샌 대화를 본래로 돌려놓으시죠.”

“MacIntosh는 결코 멈춰선 안 돼. 항상 앞으로 나아가야 해. 다른 누구보다 몇 걸음 더 나아가야 하지. IT업계 거물들과 계속해서 겨루어야 하고.”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인데요?”

“대주주니까. 내가 없는 MacIntosh를 자극해 줄 이가 누가 있을까. 난 미스터 할리우드 자네 밖에 떠오르는 이가 없어.”

“MacIntosh에 그런 인재가 없어요? 내가 알기로 실리콘밸리에 그런 인재들이 수두룩합니다.”

“시대정신과 문화까지 이해하는 엔지니어는 세상에 많지 않지. 별종인척 흉내 내는 친구들은 많지만. 진짜 별종은 내가 알기로 몇 명 없어.”

“재미없는 연설 잘 들었어요. MacIntosh의 문제는 스티의 사람들과 의논하세요. 난 그저 MacIntosh의 화려한 주식차트를 감상하고 때마다 배당금을 챙기는 것에 만족합니다.”


소귀에 경 읽기가 따로 없다.

평안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

JHO와 가온그룹 총수자리마저 내려놓으려는 판에 무슨 MacIntosh 이사란 말인가.


“가장 좋은 그림은 자네가 내 후계자가 되는 것이지.”

“지겹지도 않습니까? 벌써 백 마흔 다섯 번째 말하는 것 같은데.... JHO를 증권거래소에 공개하면 MacIntosh의 시가총액을 가볍게 뛰어넘을 겁니다. MacIntosh보다 더 큰 기업을 소유한 내가 잡스씨의 뒤처리나 맡으라고요? 무슨 그런 우습지도 않은 농담을.”

“비상근 이사회 멤버로 들어와 주게. 중요한 의사결정에만 참여해서 최고경영자에 조언을 해주길 부탁하네. 이사회 의장인 내게 직언도 함께 부탁하지.”

“몇 번을 말해요. 싫습니다.”

“자네 회사이기도 해!”

“주식 팔면 내 회사가 아니죠.”


한동안 두 사람의 대화가 평행선을 달렸다.

류지호는 스테픈 잡스의 후계자 따위 전혀 관심이 없었다.

MacIntosh라는 기업에 대해서도.

류지호가 보고 받기로 MacIntosh 내부적으로 이미 후계자가 정해졌다고 한다.

최고운영책인자인 티모시 쿠커(Timothy Cooker)다.

스테픈 잡스의 MacIntosh는 가장 진보적인 기업이란 평판과 함께 세금을 회피하고 기부는 하지 않고 노동자를 착취하는 악덕기업 이미지가 있다.

잡스의 뒤를 이어 최고경영자가 되는 티모시 쿠거는 강력한 기업윤리를 강조하게 된다.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노동자 근로환경 개선에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의 시대에는 근본적 혁신은 없다는 비판에 시달리지만, 실적만 놓고 보면 스테픈 잡스 시대를 뛰어넘는다.

대략 10여 년 후.

MacIntosh는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는 기업이 된다.

현금보유고는 이 시기와 비교해 4배가 증가한다.

독선적이며 독불장군이었던 스테픈 잡스가 시장을 개척하고 명품 브랜드 이미지를 대중에게 깊숙이 각인시켰다면, 그가 물러난 이후는 티모시 쿠커가 어느 정도 성숙기에 접어든 세계 1위 기업 MacIntosh를 효율적으로 운영·관리를 한다.


“이사회 같은 소리는 됐고. 건강 문제나 자세히 이야기 해봐요.”


요지부동인 류지호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쉰 스테픈 잡스가 한 발 물러섰다.

대신 또 다른 점을 파고들었다.

바로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다.

최근 무섭게 부상하는 인터넷 스트리밍 시장을 보며 스테픈 잡스는 심기가 불편했다.

특히 StreamFlicks의 무서운 성장세에 위기감을 느낄 정도다.

Pixart Studios를 ParaMax에 넘긴 것은 JHO가 보유한 막강한 콘텐츠를 아이튠즈를 통해 유통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물론 아이튠즈에서 JHO의 다양한 콘텐츠를 서비스하곤 있지만, 영화와 TV시리즈에서 StreamFlicks의 성장이 거대한 도전이 되고 있고, 음원유통 분야에서도 유니벌스뮤직그룹이 투자한 Spotty-M으로 인해서 협상력도 예전만 못했다.

두 신진 경쟁기업이 류지호와 연관이 없다면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한때 스테픈 잡스는 ParaMax Entertainment 지분을 통해 JHO Company Group 이사회에 진입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어찌 보면 MacIntosh 이사회보다 더욱 폐쇄적이면서 비밀주의가 만연한 곳이 JHO 이사회다.

당시에는 괘씸하고 화가 났다.

류지호에게 속았다는 생각도 들었고.

Pixart를 과거로 되돌리고 싶었지만, 손 쓸 길이 없었다.

이미 Pixart가 자신의 손을 떠나기도 했고.


“<토이스토리> 제작과 관련해서 양해를 해줘서 고마워요.”

“....흥!”


LOG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싶었다.

그런데 저작권이 Pixart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LOG 임원들은 <토이스토리>에 대한 권리가 오로지 자사에게만 있는 줄 알았다.

전임 회장이 그렇다고 했으니까.

<인크레더블>을 끝으로 양사의 제휴가 종료된 후, LOG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단독으로 3편에 대한 후속편 기획·개발에 착수했다.

막상 LOG 단독으로 제작에 들어가면서 작품의 질이 1,2편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임을 알게 되었다.

당연했다.

Pixart가 <토이스토리>의 시나리오를 쓰고 다듬는 데만 무려 36개월이 걸렸다.

‘스토리텔링’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절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 것이 Pixart의 기본방침이었다.

몇 명이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지도 않았다.

스토리 단계부터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된 다수의 작업자들을 한 방에 모아놓고 난상토론을 통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작업방식이었다.

Pixart 내에서는 직원 간 감정이 상하거나 미운털이 박혀 해고당할 걱정 없이 작품적으로 마음껏 비판하고 피드백을 주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ParaMax에 합병된 후에는 그런 기조가 더욱 강화되었다.

JHO Company Group 계열의 기업 문화는 오직 좋은 콘텐츠와 서비스를 만드는 것만이 관심사다.

그를 위해서는 모두가 모여서 자기들의 실수를 함께 고쳐 나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었다.

분명 프로듀서가 있고 감독이 지휘하지만, 세계 최고 스튜디오라는 자부심이 있는 JHO 산하 스튜디오들의 집단 창작방식은 아직까지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다.

암튼 LOG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독자적으로 제작한 3편은 폐기되고 말았다.

그로인해 신임 LOG 회장이 Pixart에 협력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보통 시리즈로 제작되면 속편이 거듭됨에 따라 슬슬 소재 고갈이 되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생기게 마련이에요. 특히 LOG 같은 경우에는 80년대 이후로 매너리즘에서 허우적거린 채로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죠.”


이전 삶에서는 Pixart를 통해 재각성하는 계기를 마련했던 LOG 애니메이션 부문이었다.

이젠 그 같은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됐다.


“신임 회장은 공동 저작권을 인정한다고?”

“타협안을 들고 직접 협상에 나섰다고 하더라고요. 제작비 분담과 수익배분 문제까지 전임 회장 시절과는 몰라볼 정도로 좋은 조건으로 체결했다고 하네요.”

“....음.”


스테픈 잡스는 어딘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이다.

워낙에 LOG Company에 쌓인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Eye-MAX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면서?”

“협상 기간이 길어진 관계로 올해 개봉은 물 건너갔고. 내년 6월로 연기된 것으로 보고 받았어요. 그 대신 Pixart가 <카Ⅱ>를 먼저 선보인다고 하네요.”


참고로 LOG Company와 결별한 후 제작된 <카> 프랜차이즈는 온전히 Pixart의 것이다.


“유행도 따라가지 말고 유행을 선도할 생각도 하지 마라. 그저 Pixart가 하고 싶은 걸 하라. 그렇게 말했다면서?”

“창작자들에게 그렇게 말했던 것 같기도 하네요.”


류지호는 애니메이션과 게임 스튜디오 창작자들에게는 ‘꼴리는 대로 해’라고 말하곤 한다.

세스템 안에 가두는 것보다 풀어줘야 재능이 발휘되는 성향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망하면?”

“안 망합니다. Pixart가 만들면 망할 수가 없어요.”

“......?”

“JHO는 세계 최대이자 최고 영화배급사를 소유하고 있고, 최대 위성방송을 가지고 있으며, 가장 가입자가 많은 프리미엄 케이블 채널을 소유하고 있고, 3,000만 명이 넘는 가입자가 있는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가지고 있고, 가장 강력한 마케팅 창구이기도 한 동영상 공유 플랫폼을 가지고 있어요. 망하겠습니까?”

“.....”

“나는 Pixart가 다른 누군가 특히 LOG 외 지브리 같은 스튜디오를 닮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남을 의식하거나 따라하지 않으면 됩니다. 경쟁자들의 작품과 유행을 배우거나 그들처럼 할 생각만 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러면 언제나 Pixart 앞에는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을 겁니다. Pixart를 이끄는 것은 창작들 본인이에요.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없죠.”


당신들을 이끄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 자신이라는 사실.

류지호가 직원들에게 자주하는 말이었다.

한편으로 스테픈 잡스가 본인이 없는 MacIntosh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도 내포했다.

그가 없어도 MacIntosh는 MacIntosh일 테니까.

망하고 흥하는 것도 그들 몫이고.


“JHO는 정말 축복 받았어. 이런 오너라니.....”


스테픈 잡스가 중얼거렸다.

빈정거리는 투가 아니었다.


‘게다가 젊고 건강하기까지 하지...’


스테픈 잡스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말이었다.


“암튼... 건강관리 잘하시고... 후계자 문제는 함께 고민해 봐요.”


스테픈 잡스의 운명은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일이기에 조금 당황스러운 것 말고는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다만 남의 일인 줄로만 여겼던 스테픈 잡스 이후의 MacIntosh의 운명을 함께 헤쳐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약간은 귀찮다는 점이 신경 쓰인 달까.


작가의말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됐습니다.

비가 자주 내립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행복한 한 주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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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복 받았어. 이런 오너라니.... +7 24.05.13 1,371 83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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