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6.26 09:05
연재수 :
893 회
조회수 :
3,806,934
추천수 :
118,078
글자수 :
9,888,038

작성
24.05.06 09:05
조회
1,344
추천
74
글자
23쪽

남을 돕되 자랑하지 말자!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류지호가 직접 NBC 뉴스쇼 생방송에 출연해서 속내를 밝힌 후로.

‘The Giving Pledge' 캠페인에 참여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Rehman 사태 당시에 월가에서 보너스 파티를 벌인 금융종사자들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었다.

부도덕한 금융자본가들에 대항해 월가점령 시위까지 있었다.

2년이 흘렀다.

여전히 미국의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오히려 매년 늘어나고 있고.

Forbes 선정 글로벌 억만장자 40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17명의 재산이 금융위기 이전보다 오히려 불어났다.

400대 부자들의 순자산 총액은 지난해보다 12% 증가한 1조8,700억 달러에 달했다.

특히 류지호를 비롯한 상위 다섯 명의 억만장자 재산이 상당히 많이 증가했다.


- ‘The Giving Pledge' 캠페인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독일의 부자들은 다른 기부 방법을 찾을 것이다!


류지호의 NBC 뉴스 대담 후로, 독일의 억만장자가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억만장자 기부서약 운동에 대해 비판했다.


- 할리우드의 나라답게 지나치게 화려하다! 미국적이다!

- 미국에서는 기부액의 대부분이 세금공제 된다. 따라서 부자들은 기부를 할 것인지 세금을 낼 것인지를 놓고 선택을 하게 된다. 부자들이 막대한 돈을 세금으로 내지 않고 자선단체에 기부할 경우 그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정부가 아닌 극소수의 부자들의 결정하는 결과를 낳는다.

- 누가 부자들에게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결정할 권한을 주었나?


이전 삶에서는 한국인 억만장자 30명 가운데 그 누구도 ‘The Giving Pledge' 캠페인에 동참하지 않았다.

류지호가 동참했다면 한국인 최초이자 최후의 참여자가 될 뻔했다.

대중들은 류지호의 불참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다.

류지호는 ‘The Giving Pledge' 캠페인이 가진 한계를 알고 있었다.


“비영리 단체들 사이의 부익부 빈익빈 때문에 그런 거지?”


레오나는 류지호의 속내를 정확히 꿰뚫어 보았다.


“응.”

“심각할 정도야?”

“내가 아는 부자들 가운데 게이츠씨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주로 대학과 병원, 의료단체, 문화예술기관 등에 집중적으로 기부를 하고 있어. 심지어 터너씨도 평화공원 조성이나 습지보호, 기후변화 같은 것에 관심이 많지.”

“그런 분야가 매우 상징적이고 근사하니까.”

“맞아. 풀뿌리 운동, 빈민과 소수자들, 전 세계 빈민지원을 위한 비정부기구, 저소득층의 건강에는 억만장자의 관심이 전혀 없거든.”

“허니는 기부서약이 진짜로 가난한 이들을 도울 수 있는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의심하는 구나?”

“단적인 예로 의료분야에서 게이츠씨가 백신 개발에 수 억 달러를 직접 기부하는 것 외에는 거의 예외 없이 잘나가는 대형 병원이나 대학 등에서 부자들의 기부금을 독식하고 있으니까.”


억만장자들이 설립한 자선재단은 대체로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고, 소위 기부 ‘뽕’을 맞을 수 있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지원을 한다.

억만장자들이 가장 많이 기부하는 대상이 주로 대학에 집중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나마 JHO와 게이츠 재단 정도가 전 세계 빈민의 기아와 질병에 대해 고민하고 지원하는 행동을 실질적으로 하고 있을 뿐.


“하긴... 허니는 모교인 UCLA에 쓰는 것보다 LA의 대표적인 슬럼가인 컴튼과 웨스트센트럴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으니깐.”


Forbes 선정 억만장자들의 재산 대부분이 주식 평가액으로 구성되어 있다. ‘The Giving Pledge' 캠페인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억만장자는 자신 소유나 가족 재단에 주식을 기부하겠다고 서약했다.

독일의 일부 억만장자의 지적대로 미국의 대기업 창업주이자 대주주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 마케팅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사회사업을 화려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사회에서 얻은 이익을 공적 기구가 아닌 사적 재산으로 선심 쓰듯이 활용하곤 사회로 돌려준다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미국 엘리트 사회에서 세금이냐 기부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한국의 억만장자들도 참여할까? 일부 재벌들은 1억 달러 가까이 기부하는 것 같던데....”

“안 할 걸?”

“왜?”

“한국의 대기업 오너들의 기부는 자신의 재산이 아니라 소유하고 있는 그룹이 운영하는 공익재단에 계열사가 출연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대기업이 최소 1개, 많게는 4~5개 공익재단을 그룹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거든. 대기업 총수나 가족들은 개인적인 기부를 꺼리는 편이야.”

“왜?”

“소득이나 재산이 알려지는 걸 극도로 꺼리거든. 그 대신 기업 명의로 기부를 한 후에 신문기사로 마치 재벌총수가 기부한 것처럼 생색을 내곤 하지.”

“그게 통해? 기업 총수라고 해도 주식회사는 주주의 것인데? 허니처럼 비상장 기업으로 80%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 모를까....”

“한국은 돼. 많은 국민들이 재벌이 그룹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니까. 기업의 돈을 쓴 것을 총수 재산을 기부한 걸로 혼동하는 거지. 언론사가 재벌들을 띄워주는 교묘한 말장난 기사를 내서 헛갈리게 하는 면도 있고.”

“.....!”

“과거에 공익재단을 만들어 주식으로 출연하는 식으로 편법 상속이나 경영권 방어 포석으로 써먹기도 했거든. 그런 의심을 받을까봐 주식을 기부하는 걸 꺼려해.”


함부로 유가증권을 기부했다가 세금폭탄을 맞을 수도 있고.


“재밌는 것이 뭔 줄 알아?”

“......?”

“한국 재벌의 재산 대부분이 계열사 주식으로 구성돼 있어. 한국은 지주회사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 때문에 한국의 재벌들은 경영권 확보를 위한 방어 본능이 강해서 계열사 주식을 현금화해서 기부할 수 없는 거야.”

“오성그룹처럼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려고 하면 더 그렇겠다. 그치?”

“주식과 배당이 주수입원인 한국의 재벌들이 자식들에게 기업을 승계시키기 위해 주식 지분을 건드리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고 하더라고.”


실제로 상당수 대기업 총수들은 기존 지분을 처분하기는커녕 배당으로 받은 돈을 다시 자사주를 사는 데 쓰기도 한다.

총수 일가는 보유한 주식을 팔거나 혹은 주식 자체를 기부하다가 자칫 경영권 방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절대 주식은 건드리지 않는다.

관련 법률이 매우 취약해서 주식을 공익재단에 기부하고 싶어도 쉽지 않지만.

미국의 경우 주식 규모나 비중에 상관없이 우선적으로 비과세를 하고, 추후 그 주식을 제 3자에게 되파는 등 증여가 발생하게 되면 그때 가서 일괄 과세한다.

반면에 한국의 경우는 기부자 출연 주식의 5%만 비과세를 인정하고, 성실신고법인의 경우 10%까지 인정한다.

까딱 잘못하면, 주식을 기부하고도 소득세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물론 미국이라고 기부자에게 무조건 혜택만 퍼주는 것은 아니다.

만약 건설업체가 법인소유 토지를 특정 학교재단에 기부했다면, 미국 국세청은 기부를 빌미로 건설 용역을 받았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한다.

그런 후에 기부자에게 혜택이 있다고 판단되면 즉시 소득공제에서 제외한다.

기부에 대한 세금혜택도 충분히 주면서 동시에 감시감독도 철저히 한다.


“한국도 기부관련 법률을 시대에 맞게 정비할 필요가 있어.”


법률가 다운 레오나의 해법이었다.

미국처럼 기부관련 법률을 개정한다고 해서 부자들의 개인기부가 갑자기 늘어날까.

류지호는 회의적이다.

미국의 경우 한 해 3,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기부금이 모인다.

미국인들은 매해 GDP의 대략 2%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부한다.

이 중 개인이 전체 기부금액의 83.6%를 차지한다.

국민소득을 감안하더라도 미국인들은 많은 기부를 하고 있다.

특히 100만 달러 이상의 자산가의 경우 무려 98%가 기부나 모금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부자 대부분이 의무적으로 기부에 참여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의 한국의 개인기부는 15%에 머물고 기업기부가 67%를 차지한다.


“법률개정으로 기부를 유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부와 관련한 인식전환과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이네.”

“기부는커녕 세금이나 잘 냈으면 좋겠어.”


사회공헌에 앞서 부자들이 세금만 잘 내도 애국하는 것이다.

모든 기업은 세금을 조금이라도 덜 내려고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한다.

대부분은 합법적인 절세방법을 쓰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특히 상속 및 증여와 관련해서 한국 대기업 일가의 세금납부 의식수준은 상당히 퇴행적이야.”

“한국사람들은 인정하기 쉽지 않겠지만, 한국의 상속세에는 징벌적인 개념도 일부 들어있다고 봐야 해.”

“징벌적? 약탈적이 아니라?”


애초 상속세가 만들어진 논리는 ‘부의 재분배’다.

살아 있을 때 제대로 걷지 못한 세금을 사망 시점에 정산하는 개념에 가깝다.

근로소득 과세와 달리 자산가치 상승에는 세금을 제대로 매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철강왕이 그랬다며? 죽을 때 상속재산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는 건, 이기적인 부자의 평생에 대한 ‘국가의 정죄’라고.”


대한민국에서 처음 상속세가 도입된 1950년에는 5,000만 원 초과시 무려 90%의 세율을 매겼다.

이후로 1961년까지 30%로 낮아졌다가 유신정권에서 75%까지 높아졌다.


“과거에 한국에서 높은 상속세율이 쉽게 받아들여졌던 것은 당시로서는 국가가 국민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야. 부자들 사이에서 세금을 제대로 내는 사람이 바보취급을 받기도 했고. 문민정부 들어서면서 금융과 주택실명제가 시행되고, 세원 포착 시스템이 선진화 되어가면서 상속세율이 꾸준히 낮아지고는 있지. 그럼에도 일본과 함께 한국의 상속세는 꽤 높긴 해.”

“허니도 미리부터 유언장과 상속·증여 플랜을 짜야겠다.”

“준비되고 있을 걸.”


웨스트우드에서 설립된 GARAM Ventures는 일종의 패밀리 오피스 역할도 하고 있다.

류시아 태어나기 이전부터 다양한 방식의 상속 계획이 수립되어 왔다.

한국의 가온그룹의 경우 유일양행 방식으로 개편하는 것도 연구되고 있다.

JHO Company Group은 미국의 상속가문의 방식처럼 재단을 통해 소유하되 지배하지 않는 구조로 대대손손 이어가는 구조를 연구 중이고.


끙.


레오나가 무거운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뭐 필요해?”

“물이 마시고 싶어서.”

“앉아있어.”


류지호가 얼른 주방으로 달려가 생수를 가져 왔다.

가사도우미가 다섯 명이 일하고 있지만, 집에 있을 때는 가급적 류지호가 수발을 드는 편이다.

레오나가 물로 목을 적신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솔직히 PS도 떳떳하진 않잖아?”

“킥킥. 절세를 빙자한 탈세?”

“솔직히 게이츠씨가 PS에서 CEO를 하던 시절에도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자회사를 설립해서 매출 75%를 차지하는 특허료 수입에 대한 세금을 회피했잖아. 수백억 달러를 기부한 것은 존경받을 만 해. 하지만 기업을 운영할 때 수백억 달러의 세금을 회피하는 것은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해.”


PS의 소프트웨어 특허는 분명 미국에서 취득된 것이다.

그런데 복잡한 회계처리 절차를 통해 일부 특허권의 최종 보유자를 아일랜드에 설립된 자회사로 처리했다.

그를 통해 2000년대 중반까지 매년 수십 억 달러의 법인세를 회피했다.


“JHO도 그 부분은 자유롭지 못해.”


대략 1990년대 초부터였다.

미국 IT기업들은 연구개발 명목으로 나가는 비용에 대한 절감을 위해 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일랜드 등에 자회사를 설립했다.

지적재산권 관련 수입을 세율이 낮은 국가에 몰아줌으로써 절세효과를 거뒀다.

JHO Company Group에서는 유니벌스뮤직그룹이 지적재산권 세금 회피를 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미국과 영국의 두 개의 본사 체제를 시행하는 이유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뭘?”

“‘The Giving Pledge' 대신 해서 허니가 설립한 재단을 키울 거야? 게이츠 재단 수준으로?”

“J&L Foundation에 힘을 좀 더 실어보려고.”


JHO Foundation은 상당히 비대해져 있다.

더 규모를 키웠다가는 감당을 하지 못할 정도로.


“혹시 제약회사를 인수할 생각은 없어?”

“가온그룹에서 바이오산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궁리 중인 것 같긴 한데... 그 전에 내 개인적으로 오래된 의약품 특허권을 확보하면 어떨까 생각 중이야.”

“특허권?”

“결핵하고 에이즈 치료제 특허권이나 판매권을 사들일까 고민 중이야.”

“생산은 어떻게 하고?”

“한국의 제약회사나 인도 제약회사에서 복제약을 만들도록 해야겠지.”

“게이츠 재단하고 같이?”

“아마도.”

“혹시 한국의 신봉제약이란 곳에서 개발 중인 소아용 말라리아 치료제에 재단이 지원을 해도 될까?”

“말라리아 치료제?”

“멀린다 여사 말로는 3~4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다고 해.”

“J&L 사업은 달링이 알아서 잘 배분해 봐.”

“알겠어.”


레오나는 둘째를 임신하고 캘리포니아 주 변호사 시험을 단념했다.

대신 J&L Foundation을 책임지고 운영하기로 했다.

게이츠 부부의 재단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J&L Foundation의 한 해 예산이 2~5억 달러 수준이다.

주로 저소득층과 빈곤국가의 보건·위생 분야 지원에 힘을 쓰고 있다.

참고로 빈곤 국가들에 대한 국제적인 보건지원업무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과 에이즈와 결핵, 말라리아 퇴치 국제기금(Global Fund to Fight AIDS, Tuberculosis and Malaria), 글로벌소아마비퇴치기구(GEPI) 등 3개 단체가 대표적이다.

이들 3개 단체에 대한 전체 기부금의 65%를 미국과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의 5개국이 분담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부가 충분치 못해 지원활동이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류지호는 10년 가까이 아프리카·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빈곤국에 교육과 보건·위생에 투자해 오고 있다.

점차 투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헨리 게이츠와 마찬가지로 5세 이하 어린이들을 위한 백신을 공급하고 있는데, 지난 90년대에 비해 5세 이하 사망이 40%나 감소했고, 소아마비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특히 2000년 이후로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 에이즈로 부모를 잃는 고아의 숫자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류지호가 억만장자들의 ‘The Giving Pledge' 캠페인에 딱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꾸준히 투자하니 시간이 흘러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그러니 더욱 지갑을 열고 싶어지고 투자를 늘려가게 된다.

자선재단에 주식 기부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보람도 느끼고 있다.


“에이즈 치료제 특허권을 매입할 수 있나 알아보라고 사무처장에게 지시해 둬.”

“공짜로 아프리카에 풀 건 아니지?”

“가능할지 모르지만, 원가에 팔 수 있으면 좋겠지.”

“혹시 다라프림이라고 알아?”

“어디서 만드는 에이즈 치료제인데?”


레오나가 불룩한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임산부와 면역결핍증 환자가 주로 사용하는 기생충 감염증 치료제야. 말라리아 치료에도 사용하는 모양이야. 현재 특허는 GKS가 가지고 있어. 미국 특허에 대한 권리는 CoPharmas인가에서 인수하려고 협상 중이래.”

“그래?”

“한 알에 13.50달러(약 1만 6천원) 정도에 팔고 있을 걸.”

“효과가 있는 약이야?”

“50년 넘게 사용되고 있는 걸 보면 효과가 입증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한국은 보험적용 대상이 되는 급여의약품의 가격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결정한다.

반면에 미국은 제약회사가 약품의 가격을 결정한다.

1953년에 시판되기 시작해 60년 가까이 판매되고 있는 ‘다라프림‘ 같은 약은 특허가 풀리면 여러 제약사에서 복제약을 만들어 약의 가격이 낮아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희귀 질환의 경우엔 조금 다르다.


“다라프림이 미국에서만 1년에 8,000번 정도 처방되는 모양이야. 시장이 너무 작아 복제약을 만들겠다고 달려드는 회사가 없대. 세계 보건기구의 필수 의약품 목록에 있는데도.”

“제약회사가 독점공급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면 환자들은 어쩔 수 없겠네?”

“그렇지.”

“혼자 할 수 있겠어?”

“엄마 로펌의 전문변호사들과 함께 해볼게.”


류지호가 레오나의 불룩한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단단히 일렀다.


“출산 후 산후조리까지 깔끔하게 마치고 나서. 알았지?”

“물론이야.”


바룩 오밤 대통령은 올해 3월에 ‘환자 보호 및 건강보험료 적정 부담법’에 서명했다.

줄여서 적정부담보험법(ACA), 쉽게 ‘오밤 케어’로 불린다.

취지는 매우 좋다.

다만 허점이 많았다.

미국 내에서 숱한 공격에 시달리는 이유다.

그럼에도 미국의 상당수 보험 미가입자들에겐 구명줄이다.

보험사와 대기업에게는 매우 골치 아픈 법안이지만.

암튼 레오나가 언급한 다라프림은 시판된 지 60년이 다 되어가는 에이즈, 말라리아, 톡소플라스마증 등의 치료제다.

이를 대체할 만한 신약이 나오지 않고 있다.

복제약을 신청하는 제약사도 없고.

이전 삶에서는 헤지펀드 출신의 한 투자자가 설립한 제약사가 다라프림의 미국 특허권을 사들인 후에 한 알에 13.50달러이던 약값을 750달러로 무려 5500%를 인상했다.

그 투자자는 그 사태 이전에도 오래된 의약품 특허권을 사들여 약값을 갑자기 올려 폭리를 취한 상습범이었다.


- 자본주의가 낳은 냉혈한.


희소질병 치료제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그 투자자에게 붙은 별명이었다.

약값 폭리 논란이 계속되면서 미 하원 청문회까지 열렸다.


[이런 바보들이 정부에서 국민을 대표하고 있다!]


청문회가 끝나고 자본주의가 낳은 냉혈한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었다.

해당 조롱글이 미국인들의 공분을 사게 되고.

당국의 수사 시작되었고, 결국 그는 정의의 심판을 받았다.

전 직장에 다닐 때 사적 이익을 위해 회사를 이용한 혐의 및 금융사기 등으로 재판을 받아 벌금 7만5000달러에 736만 달러의 재산을 몰수당했고, 7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만약 류지호 부부의 재단에서 다라프림 특허권을 사들인다면 약값 폭등을 예방할 수 있다.


‘월가 펀드매니저 출신 쓰레기 인성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지.’


월가 출신이라고 해서 모두가 쓰레기는 아니다.

다만 그들은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을 수십 가지 알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합법적으로든 불법적으로든.

그들의 탐욕의 대상은 대부분 힘없고 가난한 서민들이고.

JHO Company Group에는 고연봉을 받는 인력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분석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비서들이 그 보고서의 핵심만 정리해 꼬박꼬박 류지호에게 보고하고 있다.

류지호가 그 보고서를 읽고 난 후 확신을 갖게 된 것이 있다.

개발도상국가의 에너지 산업에 투자하거나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면 10배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지원하게 되면 수억 명의 어린 생명을 구하게 되면서 그것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20배가 넘는다는 사실이다.

현실은 언제나 정반대다.

빈곤국가 정부는 항상 보건위생을 위한 재원에 야박하고, 공적개발원조는 인프라 건설에 집중되며, 제약회사들은 빈곤국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국제보건지원단체들에 대한 기부가 대폭 줄어들었다.

당연히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류지호가 세계 최고 부자라고 해서 딱한 사정의 인류 모두를 구제할 순 없다.

그럼에도 가시성과가 일부 드러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렇기에 내용 없는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아서 자선활동에서도 까다롭게 구는 것 뿐.


‘재산의 절반을 내놓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하고 기부 이유를 밝힌 것만으로 선한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기부서약을 보면서 류지호가 하게 된 고민이었다.

선한 영향력.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스스로 책임감을 갖게 하며, 스스로 알아서 자립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주는 것.

사실 류지호는 영향력이란 단어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권력이란 단어와 연관되어 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 가진 자 더 높은 자리에 있는 자 더 많이 알고 있는 자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자들에게 자기 의지와 신념을 전파하고, 또는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하고, 현재 상황을 타개하려는 자들을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누군가를 억지로 변화하게 만드는... 타인을 통제하고 조종하려는 어떤 것.

류지호에게 심어진 영향력의 이미지다.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의미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들은 자신의 뜻대로 누군가를 통제하거나 조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를.

어떠한 종류의 이득이나 만족을 얻으려는 목적이 없기를.

익명이로든 공개적으로든.

그저 묵묵히 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특히 내가 하니까 너희도 따라오라고 권유(강요)하지 않기를.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것에서 기쁨과 보람을 느낄 기회를 빼앗지 않기를.

류지호가 ‘The Giving Pledge' 캠페인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들이다.


-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아는 말이다.

마태복음 6장 1절의 한 구절이다.

류지호가 해석한 이 성경 구절이 본 뜻은 알려지지 않는 선행을 하란 말이 아니었다.


‘오른손으로 젓가락질을 하고 왼손으로 숟가락을 동시에 놀리듯 스스로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어떤 행동을 하라는 뜻은 아닐까?’


선비기질이 농후한 아버지로부터 어린 시절부터 고리타분한 가르침을 받은 류지호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명심보감 구절을 많이 기억하고 있다.

그 중에서 중국 북송의 재상 왕단이 세상에 남겨야 할 것에 대해 적은 사류명(四留銘)을 떠올릴 게 됐다.


[재주를 다 쓰지 말고 조물주에게 돌려주고, 봉록을 다 쓰지 말고 조정에 돌려주고, 재물을 다 쓰지 말고 백성들에게 돌려주고, 복을 다 누리지 말고 자손에게 돌려주어라.]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재주든 녹봉이든 재물이든 행운이든 성공이든... 세상 그 무엇도 남김없이 다 사용하거나 누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그래야 복(福)이 화(禍)로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하셨다.

이전 삶에서는 귓등으로 흘려들었던 말이었다.

두 번의 삶을, 그것도 억만장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비로소 아버지의 말이 뜻하는 바를 조금은 알 것 같은 류지호다.


작가의말

휴일 잘 마무리하시고 즐겁고 행복한 한 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66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5) +6 24.05.25 1,233 69 23쪽
865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4) +2 24.05.24 1,208 59 24쪽
864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3) +7 24.05.23 1,222 62 26쪽
863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2) +2 24.05.22 1,270 69 27쪽
862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떼를 이길 수 없다고? (1) +5 24.05.21 1,288 61 24쪽
861 태권도 영화는 안 만들어? +3 24.05.20 1,226 67 26쪽
860 아예 다른 드라마잖아! (3) +5 24.05.18 1,277 80 26쪽
859 아예 다른 드라마잖아! (2) +3 24.05.18 1,125 65 22쪽
858 아예 다른 드라마잖아! (1) +2 24.05.17 1,283 71 26쪽
857 애쓰면 뭐해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2) +5 24.05.16 1,307 75 25쪽
856 애쓰면 뭐해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1) +9 24.05.15 1,312 73 26쪽
855 앞으로 한 눈 좀 팔아볼까? +4 24.05.14 1,327 68 24쪽
854 축복 받았어. 이런 오너라니.... +7 24.05.13 1,370 83 27쪽
853 조금만 더 분발해주세요! (4) +4 24.05.11 1,332 69 27쪽
852 조금만 더 분발해주세요! (3) +5 24.05.10 1,320 59 28쪽
851 조금만 더 분발해주세요! (2) +3 24.05.09 1,297 68 22쪽
850 조금만 더 분발해주세요! (1) +5 24.05.08 1,298 76 23쪽
849 누가 주인이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5 24.05.07 1,343 74 26쪽
» 남을 돕되 자랑하지 말자! (2) +5 24.05.06 1,345 74 23쪽
847 남을 돕되 자랑하지 말자! (1) +7 24.05.04 1,383 76 25쪽
846 Légion d’honneur. +4 24.05.03 1,405 66 24쪽
845 남에게 비싸게 파는 것도 비즈니스다! +6 24.05.02 1,360 65 28쪽
844 자기 과시, 거장으로 다가가는 순간... 그 어디쯤. +4 24.05.01 1,330 83 28쪽
843 칸 영화제. (3) +8 24.04.30 1,285 89 26쪽
842 칸 영화제. (2) +4 24.04.30 1,162 67 26쪽
841 칸 영화제. (1) +3 24.04.29 1,291 77 25쪽
840 자네까지 나서지 않도록 하겠네. (2) +4 24.04.27 1,401 67 27쪽
839 자네까지 나서지 않도록 하겠네. (1) +4 24.04.26 1,405 68 24쪽
838 큰 기대 안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5 24.04.25 1,384 66 24쪽
837 뭘 망설일 것이고, 무얼 두려워하겠습니까! (3) +4 24.04.24 1,380 66 2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