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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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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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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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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자네까지 나서지 않도록 하겠네.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시아를 MJ에게 양보했으니 이번에 태어날 녀석의 대부는 매튜가 되겠죠.”


미스터 할리우드 주니어의 대부가 되고 싶어 하는 이가 상당히 많았다.

모리스 메타보이, 에드윈 터너, 프랭크 코폴라 같은 영화계 거물들도 내심 기대하고 있을 정도다.

물론 그들은 나이가 있으니 대조부가 되겠지만.

그 외에도 각계각층의 수많은 친구들이 류지호의 둘째 아이의 대부 자리를 노리고 있다.


“레오나는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지만.... 무를 순 없어요.”


레오나는 혹시나 아이가 매튜 그레이엄에게 물들까 우려했다.

워낙에 질풍노도의 젊은 시절을 보냈어야 말이지.

한 번 말썽꾸러기로 낙인이 찍히면 사람이 바뀌어도 그 인상이 잘 안지워지기도 하고.


“한국의 친구분들은 뭐라고 안 하나 봐요?”

“아쉬워 하긴 하는데... 그 녀석들도 대부로는 그다지 썩.....”

“미스터 황이 있지 않습니까? 보스를 대신해서 주니어에게 경영자 수업을 시켜줄 좋은 스승이 되어줄 것 같은데....”

“어릴 때부터 후계자의 굴레를 씌우고 싶지 않네요. 내 아이들이 JHO를 이끌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남들이 들으면 개소리라고 치부하겠지만.

제니퍼 허드슨은 저 말이 진심임을 잘 알고 있었다.


“누가 대부가 되든, 주니어의 인맥이 무시무시하겠네요. 혹시 할리우드에서 일하겠다면 어쩌시겠어요?”

“뭘 어째요?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TIME 선정 2009 올해의 인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이든, Forbes 선정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67인, 세계 최고 부자든지.

제 아무리 대단한 타이틀을 가졌다고 해도 류지호 역시 아빠다.

자식이 최선의 선택을 하길 바라고 또 그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도울 뿐.

부모가 대신 살아줄 순 없다.

유럽으로 날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류지호와 수행원들 사이에서 육아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가 오갔다.

분유, 기저귀, 물티슈, 로션, 젖병 등 소비재부터 유모차, 아기띠, 카시트, 힙시트, 유아매트, 유아침구 등 생활용품 마지막으로 어린이보험 등 금융상품까지 영유아 관련 상품은 수십 가지에 달했다.

브랜드도 다양하고, 가격대도 천차만별인 육아용품들.

소중한 아이가 쓰는 제품인 만큼 꼼꼼하게 고르고 따질 대로 따져보고 구매하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영유아 제품 관련 기업들을 좀 인수·합병해 둘 걸 그랬나?’


잠시 엉뚱한 후회를 했다가 자신이 생각해도 황당해서 헛웃음을 터트리게 되는 류지호였다.


✻ ✻ ✻


첫 번째 유럽 출장지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다.

러시아 5위의 멀티플렉스 브랜드 미라쉬의 본사 소재지다.

한국의 경우처럼 러시아도 배급사가 극장을 함께 소유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처럼 몇 개 대기업 계열에서 전체 시장을 장악한 것은 아니다.

상위 10개 극장체인의 점유율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또 상위 5개 러시아 배급사들이 영화시장 점유율 80%에 육박하고 있는데, 사실 러시아에서 가장 큰 배급력을 발휘하는 곳이 LOG와 소닉의 러시아 현지합작법인이다.

2위가 러시아 토착 미디어 그룹이며, 주로 패러마운틴 영화를 배급하고 있다.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배급사가 트라이-스텔라와의 현지 합작법인이다.

다음이 유니벌스와의 합작법인이, 5위 배급사는 20세기 PARKs와의 현지 합작법인이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따로 스크린쿼터를 시행하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할리우드 메이저들이 영화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던 차에 한국계 멀티플렉스 브랜드 G.O.M이 러시아에 진출했다.


“G.O.M이 러시아에서 어떻게 되는 겁니까?”


류지호의 물음에 영화 담당 보좌 사라 케슬러가 대답했다.


“3위 업체 KIPO와 미라쉬를 합병시켜 52개 사이트의 392개 스크린을 보유하게 됩니다. 러시아 시장점유율 9%의 2위 극장체인이 됩니다.”

"G.O.M의 지분은요?“

“최대주주이지만, 경영권은 러시아 합작사에 양보했습니다.”

“1위 업체는 현황이 어떻게 되죠?”

“C&F KINO가 76개 사이트 631개 스크린을 보유해서 점유율 2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3위부터 10위까지는 점유율이 2~4%로 고만고만합니다.”


G.O.M 인터내셔널은 굳이 러시아에서 1위 업체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1~5위 권 브랜드들에 할리우드 메이저 지분이 들어가 있기에, 그들 사이에서 암묵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암튼 상트페테르부르크 공항에 내린 류지호는 대대적인 환대를 받았다.

국빈방문에 버금가는 의전을 받았다.

세계 최고 부자이자 거물 투자자의 첫 러시아 방문이었다.

모든 러시아의 언론사가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몰려왔다.

유럽의 주요 매체들까지 특파원을 파견해 취재경쟁을 벌였다.

이번 방러 일정에는 트라이-스텔라와 G.O.M의 현지합작사를 방문해 격려하는 것과 모스크바 대통령궁 방문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러시아 주요 신문방송사는 뭔가 대단한 방문인 것처럼 포장했다.


‘그 때문에 미라쉬와 KIPO 브랜드가 전 세계적으로 홍보가 됐으니까.’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하루를 묵으며 일정을 소화한 류지호는 다음날 아침 일찍 모스크바로 날아갔다.

대통령궁에서 드미트리이 미드베디프 대통령을 접견했다.

강력한 지도자이자 경제 발전을 내세웠던 비크터르 푸틴의 지지도가 매우 낮았다.

그래서 내세운 인물이 미드베디프 대통령이다.

꼭두각시 대통령이란 이미지가 류지호에게 강하게 박혀 있었다.

따라서 정치적인 영향력이 별로 없을 줄 알았다.

헌데 러시아 내부에서는 나름 권력을 행사하는 모양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러시아 경제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차피 두 사람은 한통속일 테니까....’


미드베디프 대통령이 전 세계 지도자 가운데 가장 속편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짜르라고 불리는 비크터르 푸틴에게 표면상으로는 반기를 드는 모습도 연출하면서 적당히 임기를 보낸 후에 권력을 다시 돌려주고 난 후에는 보좌역 노릇을 하면서 떵떵거리며 살 수가 있으니까.

강대국 최고 권력자의 옆에 있으면서, 최고 권력자에 준하는 권력과 명예를 마음껏 누릴 수 있고, 정치적으로도 큰 책임을 질 필요도 없으니, 쓸데없이 나대지만 않으면 제일 속 편한 자리가 러시아에서 미드베디프 포지션이 아닐까 싶었다.


“아이폰4는 예정대로 6월에 러시아에서 출시되는 겁니까?”


그것을 왜 자신에게 묻는 것인지 류지호는 허를 찔린 것처럼 대답을 못했다.


“미스터 류는 아이패드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러시아의 대통령이 할 말인가 싶었다.

그렇듯 미드베디프 대통령은 접견 내내 경제 현안이나 투자요청 따위의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다.

마치 경제 문제는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다는 것처럼.

또한 한국의 예를 들어가며 러시아 영화를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인 스크린쿼터에 대한 의견을 구할 줄 알았다.

류지호가 할리우드를 대변할 입장은 아니지만, 들려줄 이야기를 준비해 두기도 했고.

말할 기회가 없었다.

40분에 걸친 접견시간 내내 별 영양가 없는 대화만 오갔으니까.

마치 연예인을 만난 팬의 모습 같다랄까.

미드베디프 대통령은 세계적인 명사와 대화를 나누고 오찬을 즐기는 시간 그 자체를 즐기는 것 같았다.

압권은 유니벌스뮤직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전설적인 록그룹들의 저작권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추후 러시아를 방문하게 되면 딥 퍼플 LP 레코드를 준비해 오겠습니다.”


무려 5분에 걸쳐서 자신이 딥 퍼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떠들었다.

미국의 록 그룹들이 월드투어를 할 때, 모스크바를 빼먹지 말아달라고 청탁 아닌 청탁을 할 정도였다.

당연히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그의 언행은 모두 계산된 것들이기에.

방심하다가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다.

이번 류지호의 대통령궁 접견은 러시아 국민들을 향한 일종의 정치쇼다.

아니나 다를까.

몇 시간 후 속보로 나간 뉴스에서 소탈하고 격의 없는 대통령 이미지를 열심히 선전해댔다.

이번 방러에서 류지호는 따로 비크터르 푸틴을 예방하진 않았다.

어차피 JHO와 가온그룹 회장들이 줄을 대고 있었기에.

암튼 짧은 일정을 뒤로 류지호가 러시아를 떠나 스웨덴으로 향했다.

스웨덴은 JHO Company Group과 나름 인연이 깊다.

류지호가 소유한 밴처캐피탈에서 투자한 기업도 제법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SpottyM이다.

JHO Venture Capital이 투자했고, 유니벌스뮤직그룹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시기 SpottyM는 성장률은 무시무시하지만, 정작 적자만 내는 사업구조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공식처럼 이익추구보다는 성장률에 목을 매고 있다.

음원계의 StreamFlicks라고 불릴 정도로 매해 매출은 폭증한다.

그러나 음원 사용료로 인해 매출에 비례해서 손실도 커진다.

이전 삶에서는 매년 수 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기에 증권거래소 상장을 단번에 성공했다.

상장 첫 날 주가가 165달러까지 상승했다가 149달러로 하락하고, 이후 144달러로 자리 잡아 시가총액 256억 달러를 넘어섰다.

당장 SpottyM의 상장을 고민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았다.

무서운 성장세를 꾸준히 유지시키는 것과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에 집중할 뿐.

또 한 곳.

MACHINE Games라는 게임개발사가 스웨덴에 소재하고 있었는데, Snowstorm Entertainment의 자회사다.

현재 In-Demand Software의 인기 IP인 <울펜슈타인 시리즈>를 개발 중이다.

게임 부문만 보면 가온그룹 산하 스펙트럼 게임 스튜디오가 투자한 모장 게임즈도 스웨덴 스타트업이다.

특히 스웨덴은 Big-Daddy가 처음으로 유럽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한 국가다.


“스웨덴은 수력 및 풍력 발전이 풍부합니다. 에너지 효율도 높고. 핀란드만의 차가운 바닷물을 사용해 친환경적으로 시스템을 냉각시키는 동시에, 냉각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Big-Daddy 스웨덴 지사장 빅토르 세스트룀이 류지호를 수행하며 열심히 설명했다.


“Big-Daddy는 스웨덴을 시작으로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등 모두 4곳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했거나 현재 건설 중에 있습니다. 정확한 데이터센터의 위치는 철저히 비공개로 하고 있습니다.”

“유럽에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가 너무 더딘 거 아닙니까?”

“미국의 아웃소싱 데이터센터 사용비율이 35%에 달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유럽 시장의 10%는 작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불과 2년 전만 해도 1%에 불과했다는 것을 감안하셔야 합니다. 지금은 10%에 불과하지만, 달리 보면 잠재력이 크다고도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유럽의 데이터센터 확장에 얼마나 투자가 이루어질 예정입니까?”

“5년 간 30억 유로를 추가할 계획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시기 환율로 대략 4조 원에 육박하는 액수다.


“혹시 기존 업체를 인수할 순 없겠습니까?”

“루벤 형제 아십니까?”

“영국의 데이브·사이먼 형제 말하는 겁니까?”

“예.”

“그들이 왜요?”

“Global Data Switch라고 유럽 최대 데이터센터 업체가 그들 형제의 투자회사에서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 양반들 돈 냄새 맡는데 천부적인 사람들이죠. 쉽게 지분을 내놓으려고 하지 않을 텐데....?”

“그쪽에서 JHO가 소유한 영국의 부동산을 내놓을 의향이 있다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부동산 말입니까?”

“런던 커네리 워프에 그룹이 소유한 빌딩입니다.”


런던을 가로지르는 템스강 하류에 위치한 커네리 워프(Canary Wharf).

20년 전만 해도 후미진 변두리에 불과했던 지역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부터 세계적인 금융회사가 속속 지역에 들어오면서 거리 모습이 금융가로 바뀌었다.

이제는 시티 오브 런던과 함께 영국 금융계를 상징하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 초반 JHO Company Group이 그 지역의 보험회사 빌딩 하나를 구입한 적이 있었다.

루벤 형제가 원하는 것이 보험회사 빌딩인 것 같았다.


“언제 그런 제의가 있었답니까?”

“최근입니다. 그저 떠보는 수준인지 진지한 검토가 필요한지 알아보고 있던 참에 보스께서 스웨덴을 방문하신 겁니다.”

“Global Data Switch를 인수하면 AWS, IBT와 유럽에서 대등한 경쟁이 가능하다고 봅니까?”


빅토르 세스트룀 지사장은 섣불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난 빅토르의 개인적인 의견을 듣고 싶은 겁니다. 객관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Global Data Switch는 시드니 중앙센터를 포함해 파리, 마드리드, 암스테르담, 프랭크푸르트, 런던에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Big-Daddy가 아직은 진출하지 않은 국가들입니다. 향후 5년 간 30억 유로를 투입하기로 했다고 알고 있는데, 그 절반 금액으로 최소 6개의 데이터센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의견 잘 들었어요. 빅토르.”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시다면, 본사의 경영진과 대화를 나눠보십시오.”

“그럴 생각이에요.”


호텔로 돌아온 류지호는 곧바로 애리조나 스코츠데일로 전화를 걸었다.

창업자이자 CEO인 로버트 퍼슨과 제법 오랜 시간 Global Data Switch와 관련한 대화를 나눴다.

류지호는 알지 못했지만, Global Data Switch는 이전 삶에서 지분이 중국에게 넘어가 영국 내에서 안보이슈가 크게 제기되었던 유럽 최대 데이터센터 업체였다.

1990년대 말에 IBT와의 협력으로 탄생했는데, 현재는 인도 출신 영국인 형제의 투자회사가 최대주주였다.

최대주주 형제는 이 시기 영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슈퍼리치였다.

TIME이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 100인’ 명단에도 꽤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 인수팀을 꾸려 내가 직접 협상에 나서보겠네.

“그렇게 해 줘요.”

- 루벤 형제가 원한다는 런던의 빌딩은 어떻게 할까?

“협상 전략에 포함시키세요.”

- 목표 인수 가격은 얼마나.....?

“일단은 빌딩 시세부터 확인해 보세요.”

- 예상 인수가는 19억~21억 파운드(대략 3조 원) 사이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네.

“5000만 파운드는 더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M&A에 성공하게 되면 확실하게 치고 나갈 수 있는 겁니까?”

- 물론이네. AWS가 데이터센터 위치와 숫자는 공개하지 않지만, 고객사 숫자는 공개한다네. 대략적으로 규모를 유추할 수 있지.

“첫 번째 승부는 아시아에서 날 겁니다.”

- 중국 말하는 겐가?

“일본이 될 겁니다. 올해 안에 모든 준비를 끝내놔야 합니다.”

- SANYO가 매각한 부동산에 건립한 데이터센터가 내년 3월에는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거야. 참고로 비슷한 시기 Amazonia도 서비스를 개시할 것으로 보여.

“일본에서 서비스를 개시하기 전에 Global Data Switch를 인수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 최선을 다 해보지.

“도움이 필요하면 주저하지 말고 연락하시구요.”

- 자네까지 나서지 않도록 하겠네.


이전 삶에서 AWS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로 확 치고 나가기 시작한 것이 2011년 일본 대지진 직후부터다.

대지진 피해로 일본 내에서 데이터 서버를 여러 개로 분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때마침 AWS 데이터센터가 일본에서 서비스를 막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이전에는 일본 기업이 AWS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싱가포르 센터에 데이터를 맡겨야 했다.

일본 대기업이 AWS에 아웃 소싱 주는 것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 일본 대지진 직후였다.

이번에는 AWS의 독주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비슷한 시기에 Big-Daddy도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기에.

그 전에 일본 토종 클라우드 업체부터 꺾어야 하겠지만.

암튼 Big-Daddy는 비상장기업이다.

아직까지 주력 사업은 5,000만개에 달하는 도메인을 관리하는 것이다.

몇 년 전, Amazonia가 인수를 제안했었다.

당시 제시금액이 52억 달러였다.

Big-Daddy의 창립자 로버트 퍼슨은 매각을 원했다.

JHO 그룹 내부에서도 매각 의견이 우세했다.

Amazonia의 지분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여겼기 때문이다.

결국 팔지 않았다.

JHO의 오너인 류지호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시장은 몇 년 만 지나면 이 시기의 10배 이상 성장한다.

팔아야 한다면 그 때 가서도 늦지 않다.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류지호였지만.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에서 Big-Daddy는 IBT, PS, Googol, AWS와 빅 5를 형성하고 있다.

아직은 AWS가 클라우드 시장의 절대적인 강자가 아니다.

이 시기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아웃소싱보다는 회사 내에 자체 서버를 두는 것을 선호했다.

그런 분위기를 깬 장본인이 AWS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한 2006년 이래로 무려 서른 번에 걸쳐 가격 인하를 실시했다.

기존 강자들과 치킨게임을 시작한 것이다.

기술력, 마케팅, 서비스 품질, 고객 관리 모두 최상을 유지한 상태에서.

기존 메이저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듯 클라우드 서비스의 빅5가 한창 피튀기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기다.

비상장기업인 Big-Daddy의 경영상태는 경쟁사들이 알지 못한다.

빅5가 가격인하 늪에 빠져 있다.

그 틈에 JHO Company는 은밀하게 Big-Daddy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 ❉ ❉


4월 중순에 아이슬란드 남쪽 에이야퍄틀라이외퀴틀 빙하 지대 화산이 폭발했다.

이 화산 폭발로 생긴 화산재가 온 유럽을 덮었다.

그로인해 유럽의 항공기 수천편이 운항 중지됐다.

특히 북유럽의 덴마크와 스웨덴, 노르웨이 공항들이 마비상태에 빠졌다.

9·11 테러 이후 최대 규모 수준의 운항차질이 발생했다.

또한 화산 폭발로 빙하가 녹아내려 홍수가 발생하고 여진도 뒤따랐다.

이에 800여명의 주민이 대피하는 일도 있었다.

아이슬란드에서 1,700Km 이상 떨어진 유럽 국가들의 항공기 운항 중지는 세계 최대이자 최고의 영화축제 칸영화제까지 영향을 미쳤다.

항공편 운항이 차질을 빚게 됨으로써 칸영화제가 열리지 않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영화제 개막 직전 폭풍까지 칸 해변을 덮쳤다.

그 때문에 행사 구조물들이 손상당하는 등 혼란을 겪었다.

결과적으로 제63회 칸영화제는 자연재해 등 혼란과 우려 속에도 예정대로 열리긴 했다.

그런데 정치적인 갈등이 영화제에 어둠을 드리웠다.


“이탈리아는 이번 칸영화제를 보이콧 하겠다!”


이탈리아 정부가 보이콧을 선언했다.

비경쟁 부문에 출품된 다큐멘터리 영화 <드라퀼라>가 이탈리아를 모독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영화 제목 <드라퀼라>는 '드라큘라'(Dracula)와 라퀼라(L'Aquila)의 합성해 만든 제목이다.

작년 4월에 지진참사로 폐허가 된 이탈리아 중부도시 라퀼라의 복구 작업에서 벌어진 각종 비리들을 고발하는 영화였다.

영화는 지진복구 과정을 비판적으로 다루며 총리와 그의 일당들이 라퀼라의 피를 빨아먹는 드라큘라라는 의미에서 제목을 붙였다.

2009년 4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중부도시 라퀼라에 규모 6.3의 지진이 강타해 12만 명의 주민이 집을 잃었다.

자연재해로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실상을 영화가 담아낸 동시에 도시의 복구작업이 이탈리아의 총리의 재산을 불러주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고발하는 영화다.


“선동영화다!”

“아니다!”

“왜곡이다!”

“진실이다!”


칸 영화제 일주일 전에 이탈리아에서 개봉했는데,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드라퀼라>를 제작한 구찬티 감독은 미국의 좌파 골통 감독 프랭크 무어 감독의 친구다.

유유상종이란 말을 듣는 것을 감수하고 이번 영화에서 직설 화법으로 다큐영화를 제작했다.

구찬티 감독은 기자 간담회에서 작정하고 이탈리아 정부를 비판했다.


“칸 영화제가 열리는 5월 현재까지도 12만 명의 라퀼라 이재민 중에서 5만 명이 집을 얻지 못해 임시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또한 복구 계획에 따라 새로 지어진 주택의 건축비용은 당초 책정액의 3배를 웃돈다.”


라퀄라 복구사업을 둘러싼 수의계약도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복구사업, 대규모 공사, 특정 집단의 돈벌이, 서민의 피를 빨아 부를 챙기는 드라큘라 같은 사람들.

이탈리아 총리는 토건업으로 재벌이 되고, 총리까지 된 인물이다.

류지호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류지호의 사람들로 인해 역사에서 퇴장한 전 서울시장.

여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대기업 회장 출신의 정치인.

그런 인물이 이전 삶에서 열정적으로 추진했던 대규모 토목사업.


‘이탈리아판 사대강인가.....?’


한국인들은 자국의 정치가 최악이라고 여기며 절망하겠지만.

선진국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한국인들이 외국 정치의 내밀한 사정을 모를 뿐.

사실 한국 정치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좀 더 세련되게 교활한 것이 차이라면 차이랄까.


<무법자(Outside The Law)>


<드라퀼라>와 함께 이번 칸 영화제 또 한 편의 문제작이다.

알제리 출신의 감독이 만든 이 영화에는 프랑스 경찰이 1942년 알제리인 2만여 명을 학살한 내용을 담았다.

프랑스 극우파의 격렬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프랑스 극우파 성향의 ‘역사적 진실을 위하여’라는 단체가 있다.


“프랑스 애국자들이 대규모 시위를 전개할 예정이다. 기대하라.”


칸영화제측은 극우파들의 시위를 우려해 911테러 때처럼 보안검색을 강화했다.

러시아 출신의 거장 감독 미할코프 감독의 <위선의 태양Ⅱ> 역시 정치적인 논쟁에 휘말렸다.


“명백히 스탈린을 찬양하는 영화다. 경쟁부문 출품작에서 제외해야 한다!”


밖에서 보면 칸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전전긍긍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세계 3대 국제영화는 정치적인 논쟁을 싫어하지 않는다.

차라리 반긴다.

칸영화제는 예술영화의 가치를 수호하면서 유럽을 휩쓴 ‘68혁명’의 기운을 이어받아 진보적이고 현실참여적인 작품에 후한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다.

미학적으로 부족해도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낸 영화에 최고상을 안기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암튼 칸영화제를 삐딱하게 보는 이들은 영화제는 희미해지고 점점 영화 상품거래소(필름 마켓)로 전락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하지만.

칸영화제의 초대는 영화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명예다.

게다가 감독과 배우에게 가장 좋은 프로모션 플랫폼이다.

칸영화제만큼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는데 안성맞춤인 영화제는 몇 개 안 된다.


“안 팔릴 영화도 팔리게 하는 곳!”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회자되는 말이었다.

매년 5월이 오기만 기다리는 영화팬들도 많다.

그들에겐 미안하지만, 칸영화제(혹은 국제영화제)는 영화팬을 위한 영화제가 아니다.

칸영화제는 영화인의 ,영화인에 의한, 영화인을 위한 영화제다.

부산영화제가 예매를 통해 누구나 영화 티켓을 구하면 영화를 볼 수 있는 것과 달리 칸영화제는 철저하게 영화인과 업계 관계자 우선이다.

감독, 배우, 배급사, 수입사, 마케터, 언론 종사자 등 각각의 역할과 업무에 걸맞은 배지(Badge)를 발급받아 영화제를 즐기는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사실 칸영화제에서 배지 없이 영화 티켓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칸영화제 기간 거리 곳곳에서 영화 티켓 구한다는 팻말을 든 이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가 있다.

대부분 일반 관객이다.

저녁 늦은 시간까지 턱시도에 보타이 혹은 드레스에 구두를 신고 티켓을 구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뛴다.

그들이 정장차림을 한 것은 저녁 7시 이후 극장 출입시 정장을 입어야 한다는 칸영화제 에티켓 때문이다.

과거에는 영화 관람시 무조건 정장을 입어야 하는 에티켓이었다.

그나마 나아진 것이 7시 이후로 완화한 것이다.


[칸영화제와 그 나머지 영화제!]


이 시기 전 세계적으로 3,000개가 넘는 각종 영화제가 성황중이다.

칸영화제의 위상과 명성은 압도적이다.

일부 국가(특히 한국)는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이 숙원사업이다.

칸영화제는 영화 종주국이란 자부심을 가진 프랑스 그 자체다.

프랑스의 자존심과 명예를 상징한다.

할리우드와 그들의 축제 아카데미 시상식의 대척점.

예술영화의 가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임을 자처하는 예술의 수호자다.

그런 탓에 오만하다는 비판도 받는다.

관객보다 영화인이 우대되고, 지나치게 정치적인 이슈에 매몰되며, 유럽영화 위주로 경쟁부문을 채우고, 언론도 등급별로 관리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니퍼 허드슨이 상념에 잠겨있던 류지호를 일깨웠다.


“보스, 도착했어요.”


스웨덴과 러시아를 거쳐 류지호가 칸영화제에 입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그늘은 칸영화제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었다.

가장 먼저 19편으로 경쟁작이 예년에 비해 많이 줄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예술영화 제작도 그 만큼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칸에서 주목받았던 할리우드 독립영화가 <페어게임> 단 한편만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도 의외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영화산업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줬음을 보여준다.

칸영화제 미디어센터에서 기자들끼리 그 같은 일련의 흐름이 예술영화가 위기에 직면했음을 드러낸 것이라 입을 모았다.

그런 가운데 리드 스콧과 류지호의 영화가 각각 개막작과 폐막작으로 소개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언론 칼럼이 주목을 받았다.

할리우드 영화가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함과 동시에 논란만 있고 특별한 흥행 포인트가 없던 칸영화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칸영화제 분위기가 어둡든 밝든.

미스터 할리우드라고 불리는 류지호가 처음으로 칸영화제에 모습을 드러냈다.


작가의말

편안한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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