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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사 서재

방구석 타워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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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연어
작품등록일 :
2024.05.22 09:25
최근연재일 :
2024.07.06 22:20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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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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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0
글자수 :
304,255

작성
24.05.2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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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5화 : 메일

DUMMY

5화 : 메일




“하아암. 졸려.”


어느덧 새벽이었다. 조금만 더 지난다면 해가 뜰지도 모르는 시간.


나는 밤새도록 스테이지를 여러번 진행했다.


2레벨은 단 한번에 됐지만, 경험치 폭이 다른지 겨우 3레벨을 찍을 수 있었다.


[소환사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테이지 시작 가능 지역이 확장됩니다.]

[새로운 해금 : 제작공방]


[TIP! 제작 공방을 활용해 성장에 필요한 아이템을 제작하세요.]


“타워가 아니라 컨텐츠 개념인거지?”


감기는 눈을 비비며 상세 설명을 읽었다.


[제작공방에 오신 소환사님, 환영합니다!]

[현물을 재료로 사용해 아이템을 제작합니다.]

[현물 가치에 따라 결과물이 랜덤으로 제작됩니다.]

[소환사님은 제작을 원하는 아이템의 종류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어떤 아이템이 나올지는 알 수 없었지만, 종류를 보니 감은 대충 잡혔다.


[타워 강화] [영웅 장비] [소환사 아이템]


어쨌든 성장하고 강해지기 위한 제작 공방일 터였다. 아이템 종류만 선택할 수 있는 셈이었다.


“근데 현물을 사용한다고?”


현물. 심지어 가치에 따라 결과물이 랜덤으로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 가치있는 물건을 넣으면 그만큼 좋은 아이템을 제작해준다는 말이 아닌가.


“설마···. 이 쓰레기들도 될까?”


테스트하는 겸, 타워 강화를 누르고 시작 버튼을 눌렀다.


[현물을 선택하십시오.]


그러자 시야가 달라졌다. 어떤 것은 붉은색, 어떤 것은 녹색 테투리 선으로.


“붉은색은 선택 불가구나.”


방 안을 가득채운 쓰레기더미는 모두 녹색이었다. 집 기둥, 창문과 같은 구조물들은 붉은색.


“현물 선택.”


집 안에 있던 모든 쓰레기들을 선택하자···.


[제작을 시작합니다. 제작 완료까지 23h 59m···.]


“와···우.”


방안을 가득채웠던 쓰레기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



도대체 하루만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뜬금없이 2차 각성을 하더니 타워디펜스 능력자가 되었다.


타워를 소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도.

헌터 능력으로 MVP를 여러번 경험한 것도.

방 안에 있는 모든 쓰레기가 사라진 것도.


얼떨결하지만 모두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아니, 너무 신나고 행복한···.


“···행복?”


행복했던 적이 있던가?


남들이 부러워하는 헌터로 각성했을 때.


그 순간부터 사람들의 마음이 들리면서 단 한번도 기뻤던 적이 있었던가?


내면 깊숙한 곳으로부터 나오는 타인의 암울, 증오, 혐오와 같은 감정들을 마주하고···.


그것들에 물들어버리지 않았던가.


나는 쓰레기가 사라져 텅 비어버린 방을 돌아봤다.


도중도중 곰팡이가 피어 있거나, 더러운 자국들은 여전히 남아 있긴 했지만···.


뭔가.


뭔가 해낸 것 같았다. 묘한 성취감이 피부를 감싸며 올라왔다.


그래. 어쩌면 난···.


사회 부적응자, 히키코모리, 방구석 폐인, 패배자, 루저, 기생충, 쓰레기와 같은 사람으로만 살 필요가 없는 거다.


집안도 깨끗하게 청소하고, 씻고, 밖으로 나가 사람처럼 살면 된다.


“사람처럼···.”


지금까지는 죽은 사람처럼 지내지 않았던가.


하지만 결심한 직후 나는 불을 끄고 누웠다.


내일부터 하자. 내일부터.


새벽 시간에 시끄럽게 청소하면 이웃들한테 민폐잖아?


그렇게 난 또 할 일을 미뤘다.



***



헌터넷에서는 E급이라고 소개한 한 헌터의 글로 이슈가 시작되었다.


- 총쏘고 수류탄을 던져도 마석이 나오는 헌터


헌터라면 한번쯤 상상 속의 나래를 펼쳐보는 주제였다.


왜 하필 현대식 무기는 몬스터의 마석을 사라지게 하는가? 반대로 고도의 현대기술과 게이트 내의 부속물들이 결합된 칼이 괜찮은 이유는 뭘까?


게이트에 대해서 지금까지도 수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어떤 연구도 명확한 기준과 이유를 알아낼 수는 없었다.


B급 이상의 헌터들은 인외의 수준이기에 총이니 미사일이니 이런 것들에 대해 관심이 없는 편이었지만···.


어쨌든 대다수의 헌터들은 C급 이하였다.


그렇기에 현대무기를 쓸 수 있다는 헌터가 있다는 글은 1시간도 되지 않아 화제글에 올랐다.


이슈가 시작되자 댓글에서 추가적인 정보가 나오기도 하고, 심지어는 본인 인증까지 하며 새로운 목격글이 올라왔다.


- 방금 전 12시경 양천구에서 방어조로 대기하던 헌터입니다. 진짜로 타워 같은 게 생겨났고, 총을 막 쏘기 시작하더니 MVP 가져갔습니다. 닉네임은 F급.


- 경기도 부천입니다. 상황은 비슷한데요, 활을 쏘다가 타워가 더 생기더니 총을 쐈습니다. 닉네임은 F급이었고 메시지로 마석 먹으라고 했습니다. 덕분에 쉽게 끝냈습니다.


- 신도림 쪽입니다. 여기서는 화염병 던져서 MVP 먹고 나온 마석들을 짐꾼들한테도 좀 나눠주라고 했습니다. 짐꾼 옹호하는 거 보니 진짜로 F급 아닐까요?


그렇게 계속 올라오는 목격담과 인증글 덕에 헌터넷에서 ‘F급’이라는 닉네임의 헌터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새벽 6시쯤 되었을 때, F급에 대한 정리글 하나가 가장 많이 조회되었다.



***



제목 : 어제부터 시작된 F급에 대한 정리글


이글만 봐도 아무것도 모르다 일어난 사람조차 F급에 대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함.


참고로 여기서 F급은 헌터 닉네임 F급을 뜻함. 그 헌터가 진짜 F급이라는 게 아니라.


1. 헌터넷에 황금사자 길마 송교훈이 닉네임 ‘F급’ 헌터를 찾는 글을 오후 2시에 올림.


2. 밤 10시 경,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져도 마석이 나온다는 어그로 글이 올라옴.


3. 어그로에 끌려 실제로 F급 헌터 목격담이 올라오기 시작.


4. 정확히는 F급 헌터의 능력이었는데, 게이트 주변에 타워를 소환하는 능력이라고 함. 지금까지 목격된 바로는 타워에서 활도 쏘고, 칼도 던지고, 총도 쏘고, 화염병도 던진다고 함.


5. 출현한 곳들에서 모두 MVP를 먹었고, 나온 마석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고, F급 헌터를 직접 본 사람은 없다고 함.


6. 실제로 목격된 곳과 시간을 계산해보면 두 가지 가능성밖에 없음.


첫째, S급 수준의 능력치라서 말도 안되는 속도로 날아다니며 타워를 소환하는 헌터다.


둘째, 장거리로 타워를 소환할 수 있는 헌터다.


개인적으로 두번째라고 생각함. 아무리 빠르다고 하더라도 굳이 루트를 꼬아가며 등장할 이유가 전혀 없음.


7. 하지만 나타난 곳들은 모두 E등급 게이트. 헌터넷에 실시간으로 확인되는 E등급 게이트 폭주 현황을 보고 출현한 것으로 보임.


8. 송교훈이 F급을 각종 목격담에서 댓글로 찾기 시작함. 전심으로 스카웃 하려는 의도가 보임.


9. 이걸 알게된 샤벨타이거 간부진들이 마찬가지로 F급을 찾기 시작함.


10. 하지만 F급 본인은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고 있음.


결론 : 나는 F급이 유희를 즐기는 재벌이라 생각함.


목격글 정리한 것만 봐도 포기한 마석이 최소 1억원 정도임.


E급 헌터 평균 수익이 월천인데, 하루만에 1억을 태운다고?


B급도 하루만에 1억 벌기는 빡세기 때문에 최소 A급으로 추측 중.


정리하자면, 최소 재벌 혹은 A급 이상의 헌터.


거기에 황금사자 길드랑 샤벨타이거 길드가 스카웃 하려고 안달이 났음.


정리 끗.


++ 화제글 올라가고 추가 내용!


F급이 MVP 메시지로 띄운 어록 모음집임.


1) 찾지 마세요

2) 마석은 가지세요

3) GG

4) 마석 짐꾼분들도 나눠주세요

5) 생각보다 재밌다

6) 별 다섯개 드립니다


확실히 정상은 아닌듯.



***



“아, 너무 개운하다.”


나는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일어났다.


너무 늦게 자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생활 패턴이 그렇기도 했기 때문.


아침에 일어나면 배달음식을 시켜먹지 못한다는 점도 컸다.


백수에 폐인 생활을 오늘도 이어나가는 게 하루의 루틴이었겠지만···.


쓰레기들이 모조리 사라져 있는 집을 보자 마음이 정돈되었다.


“청소···. 해야겠지?”


일을 미루는 방구석 폐인인 나는 어제 죽었다. 오늘부터는 갓생 시작.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걸레를 찾고, 화장실 선반 구석에 처박혀 있던 락스를 꺼냈다.


언제 사용한지 알 수 없는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집안 곳곳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세제로 거품을 내고, 때로는 락스를 뿌리고.


걸레질을 하다가 땟국물에 다시 빨고, 심하게 남은 얼룩에는 솔을 문대서 닦기도 했다.


간만에 활동을 해서 그런지 머리가 핑 돌기도 했지만···.


“와, 끝냈다.”


청소를 다 끝낸 집은 얼추 사람이 사는 곳 같았다.


땀을 흘려서 그런지 몸과 마음이 모두 맑아지는 기분까지 들었다.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가 잘 닦인 거울을 통해 나를 돌아봤다.


거울 안에는 원시인에 가까운 인간이 하나 서 있었다.


덥수룩한 수준을 넘어선 장발의 머리, 길게 자란 턱수염, 총기를 잃은 눈동자, 퍽퍽하고 건조해진 피부까지.


한 때 외모로는 꿀리지 않았는데. 노숙자보다 더 처량한 꼴을 하고 있었다.


“그래, 다시 시작하면 되지. 김우성! 사람이 실패 좀 할 수 있지! 까짓거!”


나는 샤워를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사회로 나가리라.


나가면 헌터증부터 갱신하고, 2차 각성 능력으로 헌터 생활도 하고, 돈도 벌고, 사람처럼 살고···.


하지만 내 굳은 결심은 나가기도 전에, 헌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읽고 와르르 무너졌다.



***



온통 내 얘기다.


세상이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헌터넷 화제글 중에 ‘F급’ 키워드가 빠짐없이 들어가 있었다.


- F급 정체 예상 : 수라 그룹 막내 아들

- F급님 저희 게이트에도 나타나주세요!

- 내가 F급이어도 샤벨타이거는 안들어간다

- 솔직히 F급 능력 진짜라면 헌터관리국에서 특별관리 해야하는거 아님?


“어······.”


비록 커뮤니티 글일 뿐이었지만···.


나에 대한 관심이 미친듯이 쏟아지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트라우마에 의한 히키코모리가 되긴 했지만, 극단적인 회피형 성격이기도 하지만.


원래 나는 극 I의 성격이었다.


“아니, 타워 능력은 나도 신기하니 그렇다 쳐도 왜 갑자기 갑부설이 뜬거야?”


화제글들을 정독하고 나니, 내가 한 크나큰 실수 하나를 깨달았다.


MVP 메시지로 마석 가지라고 했다고 날 재벌로 안다고?


“······1억이었어? 그게?”


어쩐지 좀 많아보이긴 하더라.


하지만 나도 눈물을 삼키고 양보했던 거라고! 나라고 마석 챙기는 게 싫은 줄 알아?


심호흡을 천천히 하며 답답한 가슴을 어루만졌다.


일단, 현 상황. 생각보다 심각하다.


아직 레벨 5를 찍기에는 꽤나 많은 스테이지를 깨야 하는 게 분명한 상황.


그런데 계속 마석을 양보하다가는 영웅을 소환해도 마석 챙기기 어려운 눈치였다.


추가로 두 개의 대형길드에서 온 스카우트 제의까지.


“자, 정리해보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1. 정체를 밝힌다.


그러면 사람들이 찾아올테고, 나는 또 타인의 생각이 들려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히키코모리로 영원히 살게 되겠지.


기각.


2. 정체를 숨긴다.


하지만 영웅 소환해도 F급 이미지는 여전하기 때문에 마석을 챙기지 못한다. 그러면 영원히 여동생의 기생충으로 살게 되겠지.


기각.


3. 닉네임을 변경한다.


그래! 닉네임을 아무거나 바꾸면 되잖아?


아. 어차피 타워 소환 능력이라는 걸 다들 아는구나.


이미지 나락가면, 방어조 헌터들이 스틸하지 말라며 공격할 수도 있었다. 포탑이 다 부숴지면 2차 각성 능력을 활용할 수 없으니···.


기각.


4. 섭외할 사람을 찾는다.


방어조 현장에 짐꾼이나 헌터를 업무 파트너처럼 고용한다. 이후 마석을 회수하게 하고, 재벌 아니라는 이미지도 퍼뜨리게 한다.


하지만 결국 마석을 판매하려면 헌터등록증을 갱신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이러면 결국 밖을 나가야 하는데···.”


밖을 나가는 건 그렇다 쳐도, F급이라는 사실은 금방 들키게 될 터.


진짜 F급으로 등록되어 있는데 엄청나게 많은 마석을 판매하면 들통날 게 뻔했다.


결론은 수수료를 더 주더라도 마석 대리판매를 맡기는 형식밖에 없었다.


“그러면 길드 가입이 아니라 계약을 맺어 볼까.”


길드에 소속된 길드원으로 활동하는 건 상상도 하기 싫었다.


길드 사무실에 출근하고, 스케쥴을 짜고, 팀으로 활동하고···.


후우. 상상만해도 숨이 가빠온다.


계약 조건을 잘 생각하고, 정리해서 메일을 보내보자. 깡통 계정 하나 만들어서 보내야지.


당장 들어온 선택지는 두 곳.


길드랭킹 7위의 황금사자 길드, 그리고 8위의 샤벨 타이거 길드.


뭐, 계약이니까 두 군데 다 보내 봐야지. 좋은 조건 거는 곳이랑 잠깐 일해보면 되는 거고.


나는 내 계약 조건을 정리한 메일을 두 길드 공식 이메일 주소로 보냈다.


근데 둘 다 하겠다고 하면 어디랑 해야 하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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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 리콜 +2 24.06.08 3,778 82 12쪽
20 20화 : 하늘에서 정의가 빗발친다 24.06.07 3,832 8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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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 화살을 품은 달 24.06.06 3,828 85 13쪽
17 17화 : 파견 보상 24.06.05 3,887 88 15쪽
16 16화 : 쩔해주는 예쁜 누나 24.06.04 3,929 87 13쪽
15 15화 : 고등급 장비 +6 24.06.03 3,985 86 14쪽
14 14화 : 시너지 +2 24.06.02 3,975 101 12쪽
13 13화 : 세레나 윈드워커 +1 24.06.01 4,013 84 12쪽
12 12화 : 김지우 +3 24.05.31 4,045 89 12쪽
11 11화 : 마정석 +2 24.05.30 4,077 87 12쪽
10 10화 : 자이언트 스파이더 퀸 +1 24.05.29 4,119 84 13쪽
9 9화 : 바람이 분다 24.05.28 4,298 81 12쪽
8 8화 : 거물 +4 24.05.27 4,634 86 13쪽
7 7화 : 태민22 24.05.27 4,687 99 12쪽
6 6화 : 마석 경쟁 +2 24.05.26 4,875 96 16쪽
» 5화 : 메일 +1 24.05.25 5,059 106 13쪽
4 4화 : 가지세요 +2 24.05.24 5,106 111 12쪽
3 3화 : 소환사 레벨 +3 24.05.24 5,373 108 14쪽
2 2화 : F급 +8 24.05.23 5,692 106 14쪽
1 1화 : 히키코모리 +17 24.05.22 6,482 10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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