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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사 서재

방구석 타워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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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연어
작품등록일 :
2024.05.22 09:25
최근연재일 :
2024.07.06 22:20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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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04,255

작성
24.05.2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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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화 : 가지세요

DUMMY

4화 : 가지세요




폭탄 타워를 추가로 소환하려던 순간, 손을 멈췄다.


헌터들이 모두 엎드려서 일어나질 않았다.


설마, 수류탄 파편이 튀어서 맞고 죽은 건가?


아무리 망한 인생에 히키코모리라 할지라도, 인간의 마지막 양심과 도의는 있었다.


게임에서 시즈탱크도 스플래시 데미지로 아군을 피해 입히는데, 코앞에서 수류탄이 터졌다면?


내가 소환한 폭탄 타워가 헌터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


엎드린 헌터들을 꾹 눌러보니, 정보 대신 다른 버튼이 활성화됐다.


[현장 사운드 듣기]


“진짜 죽은 건 아니겠지···?”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눌렀다.



***



콰아아앙!


땅이 울린다. 지축이 흔들린다.


지진경보 문자에도 느끼지 못했던 온세상이 흔들리는 느낌.


노준영은 수류탄 교습 때 느꼈던 순간을 떠올렸다.


악마같이 굴던 조교들도, 간부들도 천사가 되는 순간 아니던가.


게임에서야 수류탄 맞고도 죽지 않는 캐릭터들을 봐왔지만···.


엄연히 여긴 현실이었다.


코앞에서 폭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지멀쩡한 건 행운일 터.


“다들 기어서 저기 조형물 가까이로 피해! 수류탄 범위에서 빨리 벗어나야 해!”


“뭐라고요!”


“기어서 뒤로 빠져!”


이미 귀에서는 삐 소리가 나기에 대화조차 하기 어려웠다.


“이런 미친! 게이트 폭주했다고 군부대를 투입해? 대격변 초기 때도 아니고 이게 무슨···.”


한계치의 스트레스를 받은 노준영은 열심히 기어가면서도 정수리를 벅벅 긁었다.


안 그래도 오늘 게이트는 공친 수준의 수입일텐데···.


수류탄까지 터졌으니 이마저도 벌지 못할게 뻔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시공간에 대한 감각이 다 사라지고서야 노준영과 팀원들은 조형물 앞에 가까스로 설 수 있었다.


“팀장님! 도대체 이게 뭡니까? 요즘 신입 환영식이 줄어들었다고 들었는데 이건 과한 거 아닙니까?”


신입이 화를 씩씩 내며 큰소리로 외쳤다. 귀가 먹먹하고 옷은 흙바닥에 끌려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닥쳐! 나도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으니까. 근데 방어조 놈들은 왜 아직도 안오는 거야?”


노준영은 신입의 헛소리를 무시하곤 상황을 재차 살폈다.


상황이 좋아 보이지만 여전히 좀비 떼는 몰려오고 있었다.


“팀장님. 근데 이렇게 되면 저희 오늘 수입 나가리 아닙니까?”


팀원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물었다.


“그러게 말이다. 완전 마이너스 찍을 거 같은데···. 어?”


씁쓸한 눈빛으로 좀비 떼를 보던 노준영은 눈을 빛냈다.


수류탄이 터져나가며 좀비 떼가 빈 자리.


수많은 마석들이 빛을 내고 있었다.


“수류탄을 맞았는데 마석이 사라지지 않아···?”



***



“휴, 다행이다.”


헌터들은 아군으로 인식된 모양이었다.


현장 소리가 알맞게 들린 덕분에 헌터들의 대화를 무리없이 들을 수 있었다. 그 덕에 상황파악도 쉬웠다.


“방어조를 부를 정도면 대형길드 소속인가보다.”


사설 팀 하나로 활동하는 헌터들도 있었다. 하지만 전문 방어조가 있다는 건 대형길드라는 뜻.


대형길드가 게이트 폐쇄 실패하고 폭주마저 저지 못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면 오기전에 경험치 좀 먹어 볼까.”


추가 소환을 하려고 보니 폭탄 타워는 소환할 때 마력 소모가 2였다.


“하나밖에 설치 못하네?”


고민하는 사이에도 화면에는 수많은 좀비들을 잡아내는 폭탄 타워가 보였다.


공격속도가 낮아서 그런지, 수류탄을 던지는 속도가 영 느렸다.


그 때문일까. 좀비 뿐만 아니라 스켈레톤도 나오기 시작하자 잘 정리되지 않았다.


“쓰으읍···.”


폭탄 타워의 레벨은 아직 2.


5까지 찍어서 어떤 특성이 나올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게이트에서 어떤 보스가 나올지도 몰랐다.


폭탄 타워를 더 소환하느냐, 아니면 레벨 5를 찍은 라이플 타워를 두 개 더 소환하느냐?


합리적인 선택은 당연히 라이플 타워를 두 개 더 설치하는 것.


[마력 2를 사용해 폭탄 타워를 소환합니다.]


“무조건 올인이지.”


합리적인 선택만 했었으면 내 인생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거다.


어차피 대형길드에서 방어조를 보내니 보스는 맡겨도 되지 않을까?


[폭탄 타워가 레벨업했습니다.]


콰앙! 콰앙!


두 개가 된 폭탄 타워는 수류탄을 열심히 던졌다.


좀비가 엄청나게 모였고, 스켈레톤도 간간히 보였다지만.


“제깟 것들이 수류탄 맞고 배겨?”


레벨업을 할 때마다 공격력이 올랐고, 그만큼 더 많은 몬스터들을 삭제시켰다.


간혹 흘리는 몬스터들은 눈치를 보던 헌터들이 처리했다.


그렇게 평화로운 디펜스를 하던 도중.


[띠링! 보스 몬스터 등장.]


스테이지의 끝이자 게이트 폭주의 마지막.


보스 몬스터가 나타났다.


“어? 근데 왜 방어조는 아직도 안오는 거지? 보통 5분 안에 오지 않나?”


나는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현장 사운드 듣기 버튼을 눌렀다.



***



“티, 팀장님! 보스 몬스터 나왔습니다!”


“젠장, 수류탄 계속 터지니까 정신이 없는데···. 뭐야? 어떤 놈이야?”


“저거···. 하급 리치입니다!”


“뭐? 리치?”


노준영은 붉게 변한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를 보곤 몸이 굳었다.


리치. 마법사가 언데드로 변했다는 몬스터.


실제로 마법사가 변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그만큼 가공할만한 파괴력이 있다는 건 모두가 알았다.


E등급 게이트이기에 하급 리치가 나왔지만, 그래도 리치는 리치였다.


“어, 어떻게 합니까?”


“이건···. 이 수류탄 쓰는 건물 있어도 못 막아! 방어조 놈들은 왜 아직도 안오는 거지? 젠장···. 어떻게든 버텨! D급 파티 요청할테니 그 때까지만!”


노준영은 곧바로 길드사무소로 전화를 걸었다.


콰앙! 콰앙!


수류탄이 터져나가는 소음 때문에 제대로 된 통화가 어려웠다.


그래도 악을 질러가며 하급 리치에 대해 보고하고, 지금 당장 D급 파티가 지원간다는 대답을 받았다.


“엄마···. 잘못했어요···.”


그 와중에 신입은 눈물 콧물을 질질 짜며 수류탄을 던져대는 건물 앞에 쓰러져 있었다.


“어려서 각성한 놈들 군대 안보내니까 이런 꼴을 당하지···. 야, 신입! 정신 안차려, 이 새끼야?”


노준영은 평상시라면 하지 않을 욕설까지 하며 신입을 흔들었다.


지금이야 정체모를 수류탄 건물이 대부분의 언데드 몬스트들을 없애주고 있다지만···.


하급 리치가 마법을 쓰는 순간부터는 지옥으로 변할 게 뻔했다.


그 전까지라도 조금씩 새어 나오는 놈들은 반드시 파티원들과 함께 처리해야 했다.


“팀장님! 근데 D급 파티가 진짜 온답니까? 솔직히 길드에서 나와줄 지 모르겠는데···. 누가 하급 리치 잡으러 여기까지 오겠습니까!”


“왜 안 와?”


“솔직히 말해 하급 리치는 인건비도 안나오잖습니까! 마석은 소환된 언데드한테서 많이 나오는데 잡으려면 화속성이나 성속성 써야 하고···. 그러면 인건비든 인첸비든 돈이 들어가는데 그런 인재들이면 D등급 이상으로 가겠죠!”


악을 지르며 대답하는 팀원의 말이 맞았다.


하급 리치는 악랄한 난이도에 가치도 떨어지는 최악의 몬스터였다.


끊임없이 소환하는 언데드 몬스터에게서 마석이 많이 나오지만, 오히려 그 놈들을 상대하면 수익이 마이너스가 된다.


놈들을 상대하기 위한 헌터의 몸값이 더 높거나, 소모템을 써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


오로지 신입만 믿었던 노준영의 실책이었다.


노준영은 정수리를 강하게 긁었다. 머리카락이 떨어지는 것조차 느껴졌지만, 그보다 더 끔찍한 장면이 보였다.


- 일어나라, 나의 종속들이여!


“으으윽!”


소름끼치면서도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와 함께 하급 리치의 눈이 붉어졌다.


직후, 수류탄으로 아작냈던 좀비들이 스켈레톤이 되어 일어났다.


심지어 그 중에 일부는 무장한 놈들도 있었다.


“팀장님! 스켈레톤 워리어랑, 아쳐까지 있습니다!”


“하···. 이건 후퇴···.”


노준영은 차마 말을 끝내지 못했다.


후퇴라니!


대형길드에게 있어서 방어조가 오기 전에 후퇴한다는 건 징계 이상의 실책이었다.


팀장 자리는 당연히 날아가고, 아예 길드 탈퇴까지 해야할수도 있었다.


이런 커리어를 가지고 다른 길드에 재취업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수준.


후퇴한 헌터를 취급하고 대우해주는 길드가 있을 리 없었다.


결국 사설 팀을 만들어서 운영해야 하는데, 인맥도 좁은 노준영이 하기에는 현실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전선이 계속 밀린다.


수류탄이 왜 계속 날아가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죄없는 팀원들이라도 살리려면 지금 당장 후퇴하는 게 맞았다.


뒷수습은 D급 파티가 해 줄거고, 자신은 길드 탈퇴를 하면 되는 일이었다.


“다들···. 고생 했으니까···.”


“팀장님! 저것 보십쇼!”


“어?”


이제 슬슬 익숙해지던 수류탄 폭발의 충격과 모습들과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하늘에서 불꽃이 날아가고 있었다.


콰아앙!



***



[특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화염병 : 화속성 데미지를 추가로 입히고 폭발 지역에 화속성 지속 데미지를 입힙니다.]

[지대공 미사일 : 폭탄 공격이 미사일로 변경되고 비행 몬스터를 공격할 수 있습니다.]


“기가 막히네.”


위험하다 싶은 순간, 어마어마한 물량 덕에 오히려 폭탄 타워가 레벨 5를 찍고 특성이 개방됐다.


이번에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첫번째 화염병 특성을 선택했다.


콰아앙!


수류탄과 동일하게 어마어마한 폭음과 파괴력은 똑같았다.


하지만 폭발 주변은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


주변에 있었던 좀비들은 그대로 녹았고, 스켈레톤들도 잠깐 버티나 싶더니 우수수 무너졌다.


[폭탄 타워가 레벨업했습니다.]


“뭐야, 벌써?”


방금 레벨업을 했는데 또 다시 레벨업을 했다.


다시 보니 하급 리치가 소환한 스켈레톤의 경험치가 어마어마했다.


리치가 다시 소환하고, 또 다시 터진다. 콰아앙! 소환되자마자 불바다에 그대로 녹아버린다.


“와 씨, 버닝이벤트네.”


화면에 보이는 모습은 지옥 입구쯤 되어 보였지만···.


실제로는 경험치 두 배 이벤트였다.


“이거 계속 하고 싶은데. 보스 최대한 늦게 죽이는 방법은 없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스를 꾹 눌렀다.


[대상 : 하급 리치(33%)]


안타까웠다. 벌써 피가 저렇게 많이 달았다니!


하급 리치 주변에는 수많은 마석들이 빛을 내고 있었지만···.


어쨌거나 먹을 수 없는, 그림의 떡이었다.


“그래. 빨리 스테이지 끝내고 소환사 레벨 5 찍자.”


그래야 영웅 소환을 할 수 있을테니.


최대한 아껴 먹고 싶은 하급 리치였지만.


차라리 빨리 클리어하고 다음 스테이지를 시작하는 게 더 나았다.



***



노준영은 눈을 비볐다.


수류탄이 아닌 왠 화염병이 날아오는 순간에도.

온세상이 불바다가 되었지만, 산으로는 불이 하나도 번지지 않는 걸 보면서도.

마침내 수많은 언데드 군단이 녹아내리고 하급 리치가 죽는 상황에도.


더 이상 믿기 힘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E-752473번 게이트 MVP : F급]

[기여도 순위 : 1위 97%, 2위 2%, 3위 1%···.]

[MVP 메시지 : 마석은 가지세요.]


“마석은 가지라고···? 누구? 우리?”


노준영이 MVP창을 보고 되물었다.


“팀장님. 이거 E등급 게이트라 MVP창 저희만 볼 수 있어요.”


“그럼, 우리 맞지? 수류탄 던지고 화염병 날아오고 했던 게 다 F급이라는 닉네임 쓰는 헌터라는 거 맞지? 그치?”


노준영이 되묻자 팀원들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암묵적인 동의.


불바다가 됐던 야산의 둘레길 입구는 어느새 어두워졌다.


불길이 사라지고, 밤이기 때문에.


반면 별이 땅바닥에 내려앉은 것처럼, 수많은 마석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팀원들이 일제히 마석을 향해 뛰어가려던 순간.


“잠깐! 인간된 도리로서 인사는 해야지.”


“아, 예.”


노준영과 팀원들은 갑자기 나타나 자신들을 도왔던 두 팔이 튀어나온 조형물, 혹은 건물을 향해 절했다.


“감사합니다!!”


노준영은 머리를 땅에 엎드린 상태로 고민했다.


도대체 누굴까?


수류탄을 던지는 조형물을 설치하는 헌터 능력.

하급 리치를 일부러 최대한 빨아먹는 능력 컨트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석을 껌값처럼 적선하는 포부.


최소한 1억원치는 할 것 같은데···. 그게 껌값이려면?


‘재벌가에서 헌터관리국 몰래 S급 각성한 헌터가 있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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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타워 소환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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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 길드 마스터 (수정) +5 24.06.09 3,774 78 15쪽
21 21화 : 리콜 +2 24.06.08 3,771 82 12쪽
20 20화 : 하늘에서 정의가 빗발친다 24.06.07 3,824 81 14쪽
19 19화 : 줄건 줘 +2 24.06.07 3,818 83 13쪽
18 18화 : 화살을 품은 달 24.06.06 3,817 85 13쪽
17 17화 : 파견 보상 24.06.05 3,874 88 15쪽
16 16화 : 쩔해주는 예쁜 누나 24.06.04 3,917 87 13쪽
15 15화 : 고등급 장비 +6 24.06.03 3,975 86 14쪽
14 14화 : 시너지 +2 24.06.02 3,965 101 12쪽
13 13화 : 세레나 윈드워커 +1 24.06.01 4,003 84 12쪽
12 12화 : 김지우 +3 24.05.31 4,037 89 12쪽
11 11화 : 마정석 +2 24.05.30 4,071 87 12쪽
10 10화 : 자이언트 스파이더 퀸 +1 24.05.29 4,112 84 13쪽
9 9화 : 바람이 분다 24.05.28 4,291 81 12쪽
8 8화 : 거물 +4 24.05.27 4,622 86 13쪽
7 7화 : 태민22 24.05.27 4,676 99 12쪽
6 6화 : 마석 경쟁 +2 24.05.26 4,864 96 16쪽
5 5화 : 메일 +1 24.05.25 5,046 106 13쪽
» 4화 : 가지세요 +2 24.05.24 5,096 111 12쪽
3 3화 : 소환사 레벨 +3 24.05.24 5,360 108 14쪽
2 2화 : F급 +8 24.05.23 5,678 106 14쪽
1 1화 : 히키코모리 +17 24.05.22 6,467 10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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