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제웅스 님의 서재입니다.

드래곤빨로 기사 회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제웅스
작품등록일 :
2020.07.24 14:26
최근연재일 :
2020.08.13 12:35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452
추천수 :
79
글자수 :
126,473

작성
20.08.13 12:30
조회
49
추천
0
글자
13쪽

21화

DUMMY

미켈의 연락을 받은 팔토스는 금세 괴수과 기사들을 호출하여 지원단을 꾸렸다.

한밤중에 소환되었으면서도 군말 없이 팔토스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기사들.

이것만 봐도 팔토스의 카리스마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했다.


‘좀 허술하게 봤었는데. 이제 보니 군기가 장난 아니네.’


도열한 기사들을 본 미켈은 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끼에엑!


캬악!


어디선가 들려오는 괴수의 소리.

미켈은 저도 모르게 칼집에 손을 얹었다.

자신의 칼은 부러졌으니 급한 대로 마티아스의 칼을 빌려 사용하는 중이었다. 물론 당사자의 동의는 구한 적 없지만.


“대장님. 보고도 않고 와이번까지 동원해도 될까요?”


팔토스 곁의 기사가 조심스레 물었다.


“선조치 후보고. 승인 기다리다가는 비엘 그놈 죽는다. 베테랑 기사 하나 잃으면 상부에서도 손해가 커. 별 말 없을 거다.”


팔토스는 괴수과 기사들도 사적으로 불러 모은 터였다. 이 와중에 와이번 대여 보고까지 올릴 여유는 없었다.

그렘린의 말로는 그리 멀지 않다지만 사람의 걸음으로는 필시 한참을 걸릴 거리.

날아다니는 그렘린을 쫓아가기 위해선 와이번 말고는 대안이 없었다.

승용 동물 중에선 최상의 존재 와이번.

괴수에 속하는 종으로 성격은 포악했지만 새끼 때부터 기르면 길들이는 것이 그리 어렵진 않았다.

또한 군집생활을 하는 개체다 보니 우두머리의 명령에 잘 따르는 편.

주인을 우두머리로 인식한다면 그 어떤 종보다 강한 충성심을 보이기도 했다.


“자네도 따라 가야지?”


팔토스는 와이번에 오르며 미켈을 돌아보았다.

그러긴 해야 하는데... 미켈은 키오셀에게 받은 흑마를 찾았으나 어디로 내뺐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사실 켈베로스는 키오셀에게 승마 거부를 선언하고 사라진 상태였다.

자신은 미켈을 호위할 뿐, 이동수단이 아니래나 뭐라나. 혹 미켈을 태운다 해도 와이번의 속도를 따라잡을 리도 없었지만.

미켈의 난감한 표정을 본 팔토스는 이내 그 속내를 알아차렸다.


“내 뒤에 올라타.”


팔토스는 앞으로 몸을 옮기며 미켈을 위한 자리를 만들었다.


“그럼 실례 좀 하겠습니다.”


꼴사납지만 별 수 있나. 미켈은 체면불구하고 와이번에 올라탔다.


“얌마! 미켈! 너 어디가?”


마침 마생과 건물을 나서던 키오셀이 미켈에게 소리쳤다.


“비엘 기사가 산중에서 고립됐대. 구하러 가야지!”

“임마! 넌 안 돼! 넌 나랑 얘기 좀...”

“후딱 갔다 올게! 이따 얘기해요!”


미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와이번들이 힘찬 날개짓을 시작했다.

그렘린을 필두로 와이번들은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


“제길... 저 덩어리들로는 해결 안 될지도 모르는데. 따라붙어야 되나.”


아무래도 느낌이 쎄하다.

이번 만드라고라 사건엔 미지의 드래곤이 관계된 게 분명하다.

이제 미켈의 존재가 절실해진 키오셀.

주위를 살펴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황금빛 기운을 펼쳐 자신을 몸을 띄웠다.



***



키에에엑!


와이번이 수직 낙하하며 예티들을 노리고 있었다.

빠르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와이번은 과연 금세 비엘의 고립된 곳으로 괴수과를 데려다 주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불을 켜고 바닥을 훑던 팔토스.

희끄무레한 예티의 무리를 발견하자마자 급속 낙하를 시도했던 것이다.


“처... 천천히! 이러다 땅에 부딪혀요!”


난생 처음 와이번을 타본 미켈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속이 뒤집어질 듯한 수직낙하라니.


파아앙!


땅바닥 코앞에서 날개를 활짝 펼쳐 급히 정지하는 와이번.

미켈은 그 충격에 정신마저 혼미한데 팔토스는 이미 공중에 몸을 띄운 상태였다.


콰직! 쩌억!


미처 발이 닿기도 전에 근처의 예티들을 도륙해나간다.

숫자는 많지만 이전에 왕성에 난입한 예티만큼 거대한 개체들은 아니었다.

이어 착륙한 괴수과 기사들도 팔토스의 곁을 호위하며 예티의 공백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미켈 또한 뒤질 수는 없는 법.

마티아스의 칼을 쥔 미켈은 괴수과 기사들보다 빠르고 세찬 기세로 예티들을 쓰러뜨려 갔다.

그렘린의 말대로 과연 그 사람은 예티를 조종한 것이 맞았던 것 같았다.

지원을 받고 예티의 행렬을 뚫으며 냅다 돌진한 비엘.

비엘을 발견한 그 사람이 황급히 자리를 뜨자 예티들은 금세 사분오열 숲으로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괴수를 조종하다니. 듣도 보도 못 한 일이었다.

어쨌든 만드라고라 밭을 찾으러 가던 길에 일어난 일. 이 사건과 관계있어 보이는 건 분명하다.


딸칵!


예티를 조종하던 자의 빈자리를 거닐던 비엘의 발에 무언가 걸렸다. 발치에 놓인 칼 한 자루.

비엘은 칼을 주워들고 모양을 살폈다.

얇은 검신에 완만하게 굽은 곡도. 검집은 예술품마냥 고급스럽게 장식해두었는데 이국적인 색채가 강했다.

분명 본국에서 사용하는 칼은 아니었다.


“이거... 미크로만 왕국의 검 같은데?”


어느새 비엘 곁에 달라붙은 팔토스가 비엘의 칼을 받아들었다.


“완만하게 굽은 것이 주로 베기에 유용하지. 길이가 롱소드에 미치지 못하고. 가벼운 무게에 손잡이는 두 손으로 잡고도 남아. 이건 덩치가 작은 미크로만 놈들이 사용하는 칼이 분명해.”

“뱃길도 다 끊었는데, 섬나라 놈들이 여길 어떻게 들어와?”

“그놈들이 오지 말란다고 안 들어오나? 죽어라 대륙진출 하려고 기 쓰는 놈들인데.”

“아무래도 예티들을 조종하는 것 같던데. 혹 그놈들이 괴수를 부리기도 하나?”

“글쎄다. 교류가 없어놔서 잘은 모르는데. 워낙 야만인 같은 놈들이니 괴수랑 뭔가 통할지도 모르겠네.”


만드라고라 밀수와 더불어 외국 놈들까지 합세하다니.

일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았다.


“저... 기사님. 아무래도 저희 형님들이 좀 걱정되는데...”


비엘을 안내하던 그렘린이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아!”


이 정도의 사건이라면 그놈들도 무슨 일을 당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



괴수과의 와이번들이 도착했을 때 만드라고라 밭은 이미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사방에 쓰러져 있는 마법 동물들.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것이 상당한 격전이 휘몰아친 모양이다.

그렘린이 저들을 박살냈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그렘린들이 말하던 산중의 친구들인가.


“형님들!”


비엘 곁에 있던 그렘린이 구석진 어딘가로 재빨리 날아갔다.

그곳에 엎어져 있는 두 마리. 그렘린의 두 형들이었다.

초죽음이 된 두 형들을 보는 그렘린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걱정 마. 안 죽어.”


뜻밖에 모습을 드러내는 키오셀.

그는 비엘보다 먼저 만드라고라 밭을 찾은 터였다.

그간 안 나섰을 뿐이지 궁극의 골드 드래곤 아닌가.

심상찮은 일의 흐름을 보자니 그도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반은 처맞아서 그렇고 반은 만드라고라에 취해서 그런 거야. 안 죽으니 오버하지마.”


막내 빼고 둘이서만 재미보다 습격을 당한 모양이었다.

오히려 만드라고라에 취해서 흐지부지 저항하다보니 목숨은 건진 상황.

문제는 그렘린들을 도우러 왔다가 부상당한 다른 마법동물들이었다.

드래곤의 입장에서 마법동물들이 헛되이 죽어가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는 법.

키오셀은 하나하나 마나를 주입해가며 끊어져가는 목숨을 되돌려 놓았다.


“비엘, 괜찮나? 듣자니 예티에게 습격당했다던데?”

“뭐 다행히 크게 다친 덴 없수. 그나저나 상황은 여기가 더 심각한 것 같은데. 여긴 마법동물들에게 당한 건가?”

“그래. 그렇긴 하지...”


키오셀은 차마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상처입은 마법 동물로부터 느껴진 기운은 바로 그놈. 마생과에서 격돌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드래곤의 것이었다.


“마법동물들끼리 싸울 수도 있는 거지만 장소가 좀 이상하지 않아? 게다가 나를 공격한 예티들은 누군가에게 조종당한 것 같았단 말이지.”

“괴수를 조종한다고? 마법사가 마법동물을 부르는 건 들은 적 있지만 괴수는 금시초문인데?”


키오셀의 반문에 비엘은 말없이 주워온 칼을 들이밀었다. 바로 미크로만의 칼.


“미크로만의 칼이군.”


키오셀은 단박에 칼의 출처를 알아차렸다.

내전 때 어수선한 틈을 타 연안을 노략질하던 놈들의 칼이었기에 눈에 익었다.


‘미크로만 놈들. 하는 짓이 짐승이나 다를 바 없어서 그냥 신경 끄고 살았더니만. 이것들이 결국 사고를 치나.’


이웃한 섬나라 미크로만 왕국.

야만적인 습성 탓에 왕국이라 칭해주는 것도 감지덕지였던 나라였다.

스스로 하늘이 내린 황제의 나라라 떠벌이는데 하는 짓이 고약하다 보니 주변 나라에서는 골칫거리.

최근 들어 급격히 발전해서 좀 문명화되었나 싶었는데.

남의 나라 노략질하는 더러운 습성은 아무래도 종특인지 쉽게 바뀌지 않나 보다.


‘가만. 그럼 그 드래곤도 미크로만에서 흘러들어온 건가? 야만스런 땅에 살다보니 이상한 변종이 생길지도 모르지. 이거 아무래도 직접 한 번 가봐야겠는데.’




***



키오셀은 전송하는 데릭은 눈물바람으로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놓을 기미가 없었다.


“아이고! 키오셀 님. 저만 두고 가시면 어쩝니까!”

“이 사람아! 쪽 팔리게 왜 이래. 국장쯤이나 됐으면 체통을 지켜!”

“저도 관둘랍니다. 키오셀 님이 없으면 저라고 무슨 낙으로 이 자리를 지킵니까!”

“갔다 온다니까. 자네가 버티고 있어줘야 나도 맘 편하게 일 보고 올 거 아냐!”


키오셀은 데릭을 어르고 달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모습을 한심스레 지켜보고 있는 미켈과 비엘, 로시엔, 울라크.

그리고 투레질을 하고 있는 켈베로스까지.

키오셀은 미크로만 답사팀을 꾸려 길을 나서려던 참이었다.

그러고 보니 마생과 핵심인원들은 다 빠진 모양새.


“키오셀 님. 이제야 몸 추스르고 감사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바짓가랑이 붙잡힌 키오셀에게 말을 건네는 사람이 있었다.

원로 기사 베비스트. 다피네의 부축을 받고 서있는 그는 한결 나아진 모습이었다.


“오~ 베비스트 좀 나아졌는가?”


데릭을 떨쳐낸 키오셀이 아는 척을 했다.


“덕분에 많이 나아졌습니다.”

“다 나은 게 아니니 아직 무리는 하지 말게. 이번 일 다녀오면 아마 자네를 완치시킬 만한 실마리를 찾을지도 모르니 건강 챙기면서 기다리고 있어.”

“아닙니다. 늙은 몸, 이만큼 호전된 것만으로 더 바랄 게 없습니다.”


키오셀과 베비스트가 담소를 나누는 사이 미켈이 다가왔다.

그간 마티아스도 베비스트도 보지 못해 칼을 그대로 가지고 있던 미켈.

그새 손에 익었던지라 아쉬운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어쩌겠는가. 주인에게 돌려줘야지.


“자네가 미켈인가?”


미켈을 바라보는 베비스트의 눈빛이 의미심장했다.

키오셀과 달리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모습에 미켈은 예를 갖췄다.

따지고 보면 대선배 기사이기도 하니 당연한 일이겠지.


“이제야 칼을 주인에게 돌려드리는군요. 그간 허락도 없이 사용해서 죄송합니다.”


고개 숙여 칼을 건네는 미켈.

베비스트는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더니 미켈에게 칼을 도로 내밀었다.


“무슨 소리. 이 칼의 주인은 이제 자네일세.”

“예?”

“이 칼은 마티아스의 것. 그는 이 칼을 자네가 맡아주길 원했네.”

“무슨 말씀이신지...”

“마티아스에게 자네의 무용을 전해 들었네. 그의 말로는 자네에게서 진정한 기사의 모습을 봤다는군.”

“전 그냥 그자를 때려눕힌 것밖에 없는데... 마티아스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수련하러 간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어. 다음 토너먼트에선 반드시 우승하여 기사 대 기사로 재대결 하자더군. 칼은 자네에게 승리한 후 받아간다고.”


불법 약물 혐의를 벗을 수 없었던 베비스트와 마티아스.

내전에서 베비스트가 일궈낸 혁혁한 공로를 잊지 않은 국왕은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듣고 특별 사면령을 내린 것이었다.


‘오우~ 이게 웬 떡?’


막상 주기 아까웠던 미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리춤에 칼을 꽂아넣었다.

베비스트는 그 모습이 다소 당황스러웠다.


“크흠... 그 칼의 이름은 졸브테넬. 우리 가문 대대로 내려오던 검일세. 모쪼록 명예롭게 간직해주길 바라네.”


키오셀이 칼의 이름에 반응했다.


“졸브테넬? 미켈... 횡재했네!”

“유명한 칼인가?”

“그럼! 실버 드래곤의 발톱으로 만든 검인 걸. 그거라면 드래곤의 비늘도 뚫을...”


‘아... 그래서 그 정체 모를 드래곤도 찌를 수 있었던 거구만...’


골드 드래곤 비늘 갑옷에, 실버 드래곤 밭톱으로 만든 칼이라.

뭔가 점점 드래곤 슬레이어의 각이 나오고 있었다.

문제는 그 당사자가 저 못미더운 미켈이란 것 뿐.


‘에휴... 현재로선 대안이 없으니까.’


모자란 부분은 나머지 마생과 인원들과 켈베로스로 보완하면 된다.


“그럼 우린 그만 가네~”


마생과를 등지고 키오셀이 발길을 옮겼다.

뒤를 따르는 4인의 탐사대와 말 한 마리.


서서히 흑막을 드리우는 거대 세력에 맞서는 첫걸음임을,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1부 종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드래곤빨로 기사 회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프롤로그 수정 20.08.03 17 0 -
공지 연재시간 공지 +2 20.08.03 37 0 -
23 급한 결말을 짓고 나서 20.08.13 71 0 1쪽
» 21화 20.08.13 50 0 13쪽
21 20화 +2 20.08.12 45 1 13쪽
20 19화 +2 20.08.11 44 1 13쪽
19 18화 +2 20.08.10 42 1 12쪽
18 17화 +2 20.08.09 37 2 13쪽
17 16화 +2 20.08.08 45 2 13쪽
16 15화 +2 20.08.07 53 2 13쪽
15 14화 +2 20.08.06 55 2 13쪽
14 13화 +2 20.08.05 54 3 12쪽
13 12화 +2 20.08.04 66 3 13쪽
12 11화 +2 20.08.03 66 3 13쪽
11 10화 +2 20.08.02 66 3 13쪽
10 9화 +2 20.08.01 75 3 13쪽
9 8화 +3 20.07.31 83 3 13쪽
8 7화 +2 20.07.30 97 3 13쪽
7 6화 +4 20.07.29 117 4 13쪽
6 5화 +2 20.07.28 136 5 13쪽
5 4화 +1 20.07.27 147 7 13쪽
4 3화 +2 20.07.26 163 6 13쪽
3 2화 +2 20.07.25 188 8 13쪽
2 1화 +1 20.07.25 292 8 13쪽
1 프롤로그 +3 20.07.25 457 9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