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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웅스 님의 서재입니다.

드래곤빨로 기사 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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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제웅스
작품등록일 :
2020.07.24 14:26
최근연재일 :
2020.08.13 12:35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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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9
추천수 :
79
글자수 :
126,473

작성
20.07.27 18:05
조회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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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3쪽

4화

DUMMY

“저 인간이... 참 빨리도 나타나는구만.”


비엘은 겨누었던 칼을 도로 집어넣으며 호통 친 이를 돌아보았다.


“저건 딱 봐도 우리 괴수과 소관인데 늬들이 왜 숟가락을 얹어!”


갑옷을 두른 덩치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죄다 건들거리는 것이 갑옷만 아니면 마치 동네 불량배 같은 행색들. 그 중 선두에 선 덩치가 비엘에게 악을 쓰고 있었다.

비엘 역시 지지 않고 목에 핏대를 세운다.


“야 팔토스! 너희 소관이면 후딱 튀어 와서 처리할 일이지. 왜 신고가 돌고 돌아 우리 과까지 오게 만들어!”


예상했다는 듯이 유들유들한 웃음의 팔토스가 비엘 곁으로 다가선다.


“우리가 워낙 바빠서 말이지~ 지금도 딴 데서 한 건 하고 오는 길이거든. 파리만 날리는 너희들과는 달리 우린 왕국 곳곳에서 필요로 하는 귀한 분들이니까.”

“그렇게 귀해서 인력충원도 안 해주고 허구한 날 늬들만 뺑이치냐?”

“이거 아무나 못 하는 일이다. 우리 같은 유능한 인재들 찾기가 어디 쉽나?”

“유능하긴 개뿔. 괴수 처리나 하는 무식한 놈들이 지들 뺑뺑이 돌리는 줄도 모르고.”

“이 새끼가... 뚫린 입이라고 막 놀리네?”

“어디서 새끼래? 나보다 연수원 기수도 낮은 놈이.”

“이건 뻑하면 기수 타령이네? 나보다 태어난 것도 늦은 놈이.”

“몇 달 차이 나지도 않거든?”

“너랑 기수 차이도 꼴랑 하나거든?”


갑옷을 처바른 두 기사의 실랑이 치고는 영 한심하다.

다행히 이쪽 쪽수가 늘어 예티가 주저하고 있기에 망정이지 놔뒀다가는 퇴치고 뭐고 두 사람끼리 피 볼 것 같은 분위기다.


“어? 대장님! 저거 다시 날뛰는데요?”


괴수과 진압대의 한 기사가 팔토스에게 소리쳤다.

쪽수 때문에 뛰어들지는 못하고, 얻어맞은 건 화가 나는 예티가 가로수를 뽑아들고 발광을 하고 있었다.

비엘에게 밥그릇 안 뺏길 생각만 하던 팔토스. 그제야 오늘의 사냥감, 예티를 훑어보았다.

종종 왕도 옆의 산에서 기어 내려오는 괴수. 성정이 여간 사납지 않다. 그래도 날카로운 이빨이나 발톱도 없고 해서 퇴치가 골치 아픈 축에는 안 드는데...


‘헉! 생각보다 크네? 저 정도 급은 보기 힘든데.’


어째 퇴치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게다가 이미 미켈과 비엘에게 줘터진 여파로 성질도 잔뜩 돋아있는 것 같고.

팔토스가 움찔거리며 멈칫하는 기색을 놓치지 않은 비엘. 한껏 여유부린 목소리로 상대방의 귓전에 가시를 쑤셔 넣는다.


“쫄았냐? 걱정 마라. 우리가 힘 좀 빼놨다. 지금 상태면 퇴치는 식은 죽 먹기지.”

“닥쳐! 마생과 똘마니들이 뭘 안다고...”

“우리가 먼저 안 왔으면 어쩔 뻔 했어? 초장부터 늬들만 나섰으면 어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살살 약을 올리는 것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팔토스의 기색을 살펴가며 콕콕 찔러대는 얄미운 모습이란.


“우 씨... 얘들아! 돌격!”

“우와아!!”


그걸 못 참고 발끈해서 뛰쳐나가는 팔토스. 좀 전의 주저하던 기색은 비엘의 깐죽거림에 간 데 없이 날아가 버렸다.

냅다 뛰쳐나간 대장의 뒤를 따라 진압대 기사들도 앞뒤 타투며 요란하게 달려든다.

갑옷 두른 덩치들이 떼로 덤벼드니 상당히 든든하긴 한데 뭔가 어수선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하여간 무식한 새끼들...”


그래도 남의 싸움 구경만큼 재미난 것이 없는 법.

비엘은 널브러진 미켈 곁에 자리를 잡고 앉아 진압대의 싸움을 관전하기 시작했다.


퍼억!


“으아악!”


콰직!


“꾸에엑!”



예티가 원래 저리 잘 싸웠나 싶다. 하긴 무턱대고 달려드는 진압대원들이 나 때려줍쇼 하는 꼴이지만.


“저것들은 작전 개념이 없네. 쯧쯔...”

“밀리는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괜찮아. 쟤네들은 맨날 하는 짓인데 뭐.”

“그래도 도와주는 게...”

“도울라치면 우리를 공격할 걸?”

“예?”

“말하자면 길다. 하여튼 그냥 신경 꺼.”


걱정스런 미켈과 달리 비엘은 싸움 구경에 흥미진진해보였다.

맞고 쓰러져도 재깍 재깍 일어나는 것이 진압대의 맷집은 가히 감탄스러웠다.

작전 개념이 없다지만 대원들은 예티의 주의를 분산시키며 팔토스에게 공격 기회를 밀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저 놈은 좀 낫네.”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가는 비엘.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 팔토스가 있다.

덩치에 걸맞게 커다란 워해머를 주무기로 쓰는 기사. 둔중한 무게 때문에 다소 느려 보이는 공격이지만 하나하나의 공격에 실린 살기는 굉장하다. 그의 투기는 멀찌감치 나앉아 있는 미켈에게도 저릿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빠악!


커헉!


드디어 제대로 한 대 맞은 예티가 벌러덩 나자빠진다.

진압대원들의 함성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한 방 날린 팔토스가 해머를 높이 치켜든다.


“하하하! 봤냐? 봤냐?”


워해머를 어깨에 걸친 팔토스가 비엘 쪽을 향해 보란 듯이 으쓱거렸다.


“저 쪽수로 고작 한 마리 잡은 게 뭔 자랑이라고...”


피식 웃으며 일어난 비엘. 비아냥거리는 말투지만 그리 날이 서있진 않다.

자축하고 있는 진압대원들을 뒤로 하고 비엘은 곁에 있는 미켈을 부축해 일으킨다.

뒤통수에 대고 연신 자랑 중인 팔토스의 목소리가 짜증나는지, 비엘은 가다 말고 뒤를 돌아보았다.


“뒷수습은 늬들이 알아서... 어어...?”


비엘의 놀란 눈을 마주한 팔토스가 퍼뜩 예티 쪽을 돌아본다.


콰장창!


피를 튀기며 날아가는 팔토스의 투구. 쓰러진 줄 알았던 예티가 어느새 돌덩이를 쥐고 팔토스를 휘갈긴 것이다.


“팔토스!”


부축하던 미켈을 내던진 비엘이 곧장 팔토스 쪽으로 몸을 날린다.

충격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팔토스를 향해 예티는 다시 한 번 돌을 내리찍으려는데.


“이 괴수 새끼가!”


돌덩이를 들고 팽팽히 곧추 세운 예티의 품에, 어느새 비엘이 파고들어 있다.


푸욱!


파고들기 무섭게 손잡이 끝까지 털복숭이 몸을 꿰뚫는 비엘의 롱소드.


‘히야... 굉장한데!’


미켈은 감탄해마지 않았다. 자신은 뛰어들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는데, 이 모든 일이 순식간에 눈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바로 곁의 진압대원들마저 손을 못 쓰고 엉거주춤해 있는 사이 예티도, 팔토스도 스르르 무너져 내린다.


“팔토스! 이봐 팔토스! 괜찮아?”


피범벅의 팔토스를 부여잡은 비엘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뭔 연유인지는 몰라도 둘 사이에 뭔가 끈끈한 유대감이 있어 보였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비엘의 팔목에 팔토스의 굵은 손마디가 얹어진다.


“비엘... 이건 내가 다 잡은 거다... 괜히 권리 주장... 하지 마라.”


가냘프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소유권을 주장하는 팔토스. 눈빛이 살아있는 걸 보니 그래도 죽지는 않을 모양이다.


“이런... 명줄만 긴 놈이 입은 살아갖고. 그래 너 다 처먹어라!”


얼핏 독기 어린 말과는 달리 비엘의 눈빛에는 안도감이 흘렀다.


“어이! 너희 대장 이대로 두면 죽겠다. 빨리 의무실로 튀어가!”

“예..옛!”


뒤늦게 정신 차린 진압대원 하나가 잽싸게 팔토스를 들쳐 업고 발길을 재촉했다.



***



“누가 잡든 잡으면 됐지, 왜 저리 네 일 내 일 하는 겁니까?”


다행히 큰 부상은 입지 않은 미켈. 힘도 완전히 돌아온 터라 비엘의 부축도 없이 나란히 복귀하는 중이었다.


“뭐... 수당 때문이겠지.”

“수당이요?”

“현장에서 뛰는 기사들은 건당 수당이 지급되거든.”

“얼마나 되는데요?”

“글쎄. 나는 계산을 안 해봐서 잘 모른다만, 이런 저런 수당 중엔 제일 쎄지 아마? 일종의 목숨 값이니까.”

“그럼 아까 그 양반이 돈 때문에 선배 발목을 잡은 거라고요?”

“우리 관할 아니라 했잖냐. 우리 과는 괴수 잡아봤자 수당도 안 나와. 또 걔네들 입장에서는 자기 밥에 코 빠뜨리는 거고.”

“그래도 민간 피해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데 우선 퇴치하고 볼 일이죠!”

“팔토스 그 친구... 딸린 입이 많아서 꽤 쪼들리거든. 여기 저기 쑤시고 다니는데 과로로 쓰러지는 건 아닌가 몰라.”

“하아... 여기나 저기나 돈돈돈.”

“뭐? 돈이 뭐 어때서?”


갑자기 우뚝 서버리는 비엘. 마땅찮은 시선으로 미켈을 쏘아본다.


“그렇잖습니까? 기사씩이나 돼갖고 돈 때문에 아등바등하는 거 보기 안 좋습니다!”

“너 혼자지? 딸린 식구도 없는 주제에 입 함부로 놀리지 마라. 이전 부서에서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 친구는 제 몸 굴려가며 떳떳하게 제 식구 건사하고 산다. 남의 구린 돈 갈취해서 구린 냄새 풍기고 사는 게 아니라 땀 냄새, 피 냄새 풍겨가며 법으로 정해진 돈 정당하게 받아간단 말이다.”


치부가 털린 옹색한 변명의 모습이 아니었다. 현장에서 실랑이를 벌이긴 했지만 비엘은 팔토스를 진심으로 경멸하진 않았다.


“너 기사도 운운할 모양인데 쥐꼬리 같은 녹봉에 목숨 값으로 치면 그 수당도 많은 거 아냐. 그거 받고 일하는 걔네들은 나름 왕국과 백성에 봉사하는 거니까 두 말 마라.”


비엘은 대화에 못을 박아버리고는 쌩하니 앞서 가버렸다.

뒤에 남겨진 미켈은 비엘의 뒤통수를 어이없이 바라보았다.


‘아깐 싸워대더니 왜 이제 와선 역성들고 지랄? 대체 어느 장단에 춤추라는 거야...’



***



“이것들이 장비를 빌려갔으면 온전히 반납할 생각은 않고...”


장비실 담당자인 드워프 울라크는 얼굴을 가득 덮은 수염마저 부들부들 떨었다.

얼빠진 놈이 기사 주제에 갑옷을 빌려가더니만 넝마를 만들어서 들고 온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겨서 그만...”


흉갑은 예티의 손아귀에 찌그러졌고, 견갑은 이빨 구멍이 숭숭했다.


‘그래도 죽을 뻔했는데 사람 걱정이 우선 아닌가...’


뭔가 서운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드워프야 물욕과 소유욕이 강하다 보니 생명에는 상대적으로 무감각하다. 더군다나 미켈은 자신과 같은 종족도 아니니까.

그래도 사무실에 있던 로시엔마저 소 닭 보듯 할 줄이야.

이 부서는 영 덧정 없네...


“제 돈 안 들어간다고 막 써대지. 물자 귀한 줄을 몰라. 하여튼 간에 나랏밥 먹는 놈들이란...”


혼잣말인지 들으라고 하는 건지 울라크의 말은 미켈의 귀에 팍팍 날아와 꽂힌다.


‘자기도 나랏밥 먹는 주제에... 넌 좀 사람 귀한 줄 알아라!’


그래도 짬은 있어 보이는지라 미켈은 속으로만 뇌까렸다.


“여어~ 자네 오랜만이야~”


미켈의 상처를 콕 찍으며 누군가 아는 체를 한다.


“아악! 어떤 놈이...”


미켈이 신경질적으로 돌아본 자리엔 누르스름한 금발의 노인이 서있었다.

번쩍이는 장신구로 잔뜩 도배한 이상한 노인. 얼마 전 시장통에서 미켈에게 말을 걸던 노인이었다.


“이봐, 영감님! 거 아는 친구요?”


갑옷을 살피던 울라크가 의외라는 듯 노인에게 물었다.


“그럼~ 이 친구 나름 유명인사야. 글쎄 관리서에 출몰한 켈베로스를 때려잡았다잖아.”

“뭐 켈베로스?”


울라크가 미심쩍은 눈으로 미켈을 훑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슈. 예티 따위에게도 쳐발리고 오는 놈이 무슨 수로 켈베로스를 잡아?”

“흐흐흐... 힘이야 예티가 켈베로스보다 한 수 위지. 게다가 오늘 나타난 놈은 예티 중에서도 큰 놈이었다던데? 그리고 켈베로스와 예티는 분야가 다르잖아~”

“이거든 저거든 몸빵으로 밀리는 게 뭔 놈의 기사야!”


콧방귀를 뀌며 미켈을 바라보는 울라크의 눈빛엔 깔보는 기색이 역력하다.


‘어우, 이 난쟁이 똥자루 새끼!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재수 없네!’


드워프가 거만하다는 건 풍문에 들었지만 직접 겪고 보니 상당히 아니꼬운 존재다.

면전에서 창피를 뒤집어쓴 미켈은 저도 모르게 몸까지 떨고 있었다.


“안 그래?”


노인이 미켈의 등을 토닥이며 뭔가 대답을 원하는 눈치였다.


“예?”


난데없이 뭔 소리인가. 미켈은 뚱한 표정으로 노인을 내려다보았다.

사실 그는 노인을 기억 못 하고 있었다. 시장통에서 제대로 보지도 않았을 뿐더러 당시엔 환청에 온통 신경이 쏠린 상태였으니.


“안 그러냐고?”


미켈에게 잠시간 은근한 눈빛을 날린 노인은 실실 웃으며 재차 대답을 재촉했다.


“뭐가 안 그래요? 그리고 영감님은 누구십니까? 전 잘 모르겠는데.”


울라크의 태도도 못마땅한데 낯선 노인의 오지랖까지. 미켈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미켈의 마주한 노인의 표정에는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뭐지? 이놈 이거... 오늘은 왜 못 들어?’


며칠 전 시장통에서 미켈이 들은 환청은 사실 노인의 소리였던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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