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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웅스 님의 서재입니다.

드래곤빨로 기사 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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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제웅스
작품등록일 :
2020.07.24 14:26
최근연재일 :
2020.08.13 12:35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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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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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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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화

DUMMY

마티아스로선 외려 당황스러웠다. 칼을 들이민 자 앞에서 굳이 자신의 이점을 초개와 같이 버리다니. 저것이 바로 기사로서의 기개인가...


‘병신 같지만 왠지 멋있... 아니, 아니지! 마티아스, 정신 차려! 죽여야 할 대상 앞에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잠시 생각이 딴 길로 샜던 마티아스가 이내 자세를 고쳐 잡았다.


‘공원에서 내가 이기긴 했지만 이 사람, 보통은 아니었지.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게 좀 허술해서 그렇지 한 대라도 맞았다면 쓰러진 건 나였을 테니.’


마티아스 또한 그때의 기억은 아찔했다.

발군의 스피드와 스쳐가는 주먹에서 여실히 느껴지는 힘. 수차례 토너먼트에 나서면서 별의별 기사 지망생을 겪어보았지만 미켈 정도의 기량을 가진 자는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전혀 체계가 잡히지 않은 본능적인 공격이었다. 위력적이었지만 동작의 군더더기가 너무 컸고, 압도적이었지만 허술한 구멍이 존재했다.

정통 기사들의 검술과 격투술이 무엇이겠는가. 모든 위협 요소를 상정하여 오랜 기간 갈고 닦은 실전의 결정체. 몇 세대의 경험과 노력이 함축된 공방의 정수 앞에서 미켈의 막무가내식 공격은 씨알도 먹힐 리 없었다.


‘그때와 같이 속전속결로 끝낸다!’


이전처럼 투박한 공격이 들어온다면 일격에 참살. 더군다나 오늘은 칼까지 들었으니 공격의 범위 또한 넓다. 저자가 한 걸음이라도 다가선다면 그때가 곧 끝장의 순간.

하지만 오늘 미켈은 섣불리 다가서지 않았다. 사람은 자고로 배운 만큼 아는 법. 비엘이 일러주진 않았지만 미켈 스스로 동작을 반복하면서 어렴풋이 깨달은 것이 있었다.


‘동작은 최소화. 허점을 노려 일거에 들이친다!’


사실 미켈이 배운 것은 보법에 이은 단순한 찌르기 동작이었다. 공원에서 보았던 마티아스의 모습을 상상하며 찌르고 또 찔렀던 이미지 트레이닝. 그런데... 오늘 마티아스에게선 허점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더군다나 실제 칼을 든 실력자 앞에 서보는 것도 미켈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버지에게 특훈을 받긴 했다만, 그건 거의 구타 수준의 맷집 기르기밖에 안 되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아버지의 검술은 날카로운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검술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칼부림이었다. 부족한 스킬은 타고난 피지컬로 커버하고 상대를 썰어버리는 투박한 칼질.

하긴 드래곤이나 괴수들을 상대로 싸움을 벌여왔으니 그런 스킬이 필요나 했을까. 아버지 본인이 거의 괴수급인데.

그런 검술... 아니 칼부림을 배워놨으니 토너먼트장에서의 시합도 얼마나 임팩트 있었던가.

날을 세우지 않은 칼로 시합하다 보니 대개의 경우 타박상으로 끝날 일이었지만, 미켈의 시합은 달랐다.

뼈가 분질러지고 피가 튀어오르고... 거의 양민학살 수준이었다. 좀 한다하는 상대들은 그나마 골절로 끝났지만 실력 없는 자들과 돈빨로 치고 올라온 귀족 자제들은 초죽음이 되어 실려 나갔다.

그런 고로 미켈은 기사들의 무용이 고작 그 정도밖에 안 될 거라 살짝 자만했던 것.

허나 비엘의 쾌검에 눈이 번쩍했고 공원에서의 마티아스에게 충격을 먹었으며 오늘의 마티아스에겐 살짝 두려움마저 느꼈다.


‘시부럴... 갑옷 괜히 벗었나... 지금이라도 입는다고 하면... 안 기다려주겠지?’


그저 쫄아서 공격하지 못하는 것인데 마티아스는 엉뚱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마티아스의 착각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바로 미켈의 자세. 비엘에게 주워듣고 급히 반복 연습한 바로 그 자세였다.


‘왜 안 들어오는 거지? 저 자세... 그때완 다르다! 저건 영락없는 기사의 모습! 제길... 그땐 정말 취기가 올라서 허술했던 건가!’


나름 몸 쓰는 데에는 천부적인 기질이 있는 미켈인지라 마티아스의 눈에도 꽤나 그럴싸한 모습이었다.

허나 생각이 많으면 결국 스스로의 생각에 눌리는 법. 마티아스는 필요 이상으로 미켈의 실력을 과대평가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혹 그땐 나를 얕잡아 보고 대충 상대했던 것인가! 빨리 저자를 쓰러뜨리고 스승님을 찾아야 하는데, 이자는 그리 만만한 자가 아니야!’


너무 많은 생각에 베비스트에 대한 걱정까지 겹쳐 좀체 공격하지 못하는 마티아스.

한편 미켈은 미켈대로 한참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이 새끼... 왜 꿈쩍도 안 하지? 내게 칼을 겨누고만 있을 뿐인데 왠지 힘이 더 빠지는 것 같네? 이것도 다년간 수련한 놈들의 꼼수 같은 건가? 시벌! 역시 비엘 이 인간을 좀 더 벗겨먹은 다음에 맞닥뜨렸어야 됐나...’


두 사람은 각자의 생각에 빠져 한참 동안이나 가만히 대치하고만 있을 뿐이었다.

이를 보고 있자니 키오셀은 하품이 나올 것만 같았다.


‘미켈 저 시키. 그냥 갑옷 입고 달려들었으면 금방 끝날 일을 갖고 말야. 감히 내 성의를 무시하더니 저게 뭔 삽질인지. 마티아스란 저놈도 그래. 나를 개무시하고 칼을 돌렸으면 뭔가 파이팅을 보여주던가. 눈만 부라리고 서서 저게 뭔 짓이여. 저러다 눈알 튀어나오겠네.’


다그닥. 다그닥.


어디선가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

베비스트의 집에서 다피네를 혼절시킨 순간부터 관심 밖에 난 켈베로스가 키오셀을 찾아온 것이었다.

오는 길에 공원에 들러 풀 좀 뜯고 오느라 좀 늦었던 것인데.


‘역시...... 건초보다는 생초가 입맛에 맞는군. 쌉쌀하면서도 부드럽고, 촉촉하면서도 싱그러운 것이, 마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느낌이야.’


개 풀 뜯어먹는 소리 같은 감상에 빠져 발걸음도 가볍게 다가오는 켈베로스.

돌처럼 굳은 채 서로를 주시하던 미켈과 마티아스 근처를 무심코 지나치다가 문득 마티아스를 보고 말았다.


‘헉! 이 새끼 그 공원 관리인이잖아! 집요한 새끼... 그새 잡으러 왔어!’


제 발 저린 켈베로스가 냅다 튀어버리는데, 시뻘건 안광을 흩뿌리는 것이 필시 마법의 힘까지 쓰는 기세다.

순간 마티아스의 시선이 켈베로스 쪽으로 미묘하게 틀어진다.

이젠 켈베로스의 엉뚱한 짓거리에 별 관심 없는 미켈. 그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는다.


‘빈틈!’


촤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상상 속 그대로의 보법을 선보이는 미켈. 그 움직임의 끝에 칼날이 번득인다.

허나 단 칼에 무너질 마티아스가 아니다. 전처럼 뒤로 훌쩍 뛰어 공격을 피하는데.

역시 몸놀림에 천부적인 미켈. 순식간에 보폭을 좁히곤 재차 쇄도해 들어가는 연속 동작을 선보인다.

마티아스가 같은 공격에 두 번 당할 리 없다. 이번엔 옆으로 몸을 틀며 찌르기를 무산시킨다.

미켈은 그를 놓치지 않고 크게 횡으로 베지만... 베기가 익숙하지 않은지라 칼의 각도가 엉망이다.


부와앙!


틀어진 채 날아가는 미켈의 롱소드는 소리만큼이나 둔하다. 찰나의 틈이겠지만 마티아스 같은 실력자에겐 충분히 대응하고도 남을 시간.


카아앙!


밤공기를 뚫고 날카로운 금속의 충돌음이 퍼져나간다.

방어 후 곧바로 반격할 생각을 했던 마티아스. 하지만 그의 팔을 훑고 지나는 저릿한 통증 때문에 재빨리 몇 보 후퇴하고 만다.


‘역시 힘은 굉장하군. 하지만 베기는 영 허술해 보였어!’


마티아스는 단 두 번의 공격으로 미켈의 약점을 파악해냈다.

이제 횡으로 들어가 더욱 빠르게 몸통을 벤다! 지금이야 말로 저자를 쓰러뜨릴 시간!


쩌..쩌억... 챙그랑!


그때 미켈의 롱소드가 충돌의 여파를 이기지 못 하고 부서지고 말았다.

미켈의 힘도 힘이지만 마티아스의 칼은 나름 명검의 반열에 드는 롱소드였던 것. 마티아스의 아버지를 총애한 나머지 명기사 베비스트가 직접 하사한 검이었으니.


“이... 이런 제기랄!”


갑옷도 없는 마당에 칼까지 부러졌으니 이제 꼼짝 없이 죽은 목숨.

이건 미켈의 똥배짱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절대적인 열세의 상황이었다.


‘아... 이렇게 가는가. 이제 조금 기사질에 흥미가 붙나 했더니만... 이미 근무 시간 지났는데 순직처리는 되려나... 아, 지금 잠복근무 중이었지. 야근 중이니 그나마 순직처리는 되겠네...’


괴수 같은 아버지와 단 둘이 남을 어머니 생각에 콧날이 시큰해진다. 왠지 닭똥 같은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아, 미켈은 지그시 눈을 감아버렸다.


‘저 자식은 또 뭔 청승을 떨고 있나? 하여간 모지리 같은 새끼...’


미켈이 무너지면 당장 입장이 곤란해지는 키오셀. 고작 인간 한 명을 상대로 드래곤이 나서는 건 영 모양 빠지는 일이지만 일단은 마티아스를 제압하려 손을 드는데...


‘응? 쟤는 또 왜 저래?’


이제 단 한 칼이면 상황을 끝장낼 수 있는 마티아스. 웬일인지 공격을 주저하는 모습이었다.


‘베어라! 베어야 한다!!’


하지만 좀체 손이 움직이질 않는다. 베고자 마음먹었지만 무방비 상태의 적을 치기엔 그의 기질이 너무도 강직했다.


“아니, 마티아스 님?”


그때 들려오는 다피네의 목소리. 베비스트를 보살피다 잠시 바람 쐬러 나온 그녀가 마티아스를 발견한 것이다.


“다... 다피네 아가씨?”


맨손의 미켈 앞에 칼을 겨누고 있는 모습. 이건 어떻게 봐도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니다. 마티아스는 그만 당황하고 마는데.


‘또 빈틈!!’


지나온 삶을 회상하던 미켈의 눈이 번쩍 뜨인다. 포착과 동시에 파고드는 짐승 같은 몸놀림!


퍼엉!


이미지 트레이닝 그대로 마티아스의 복부에 꽂히는 기습.

칼 대신 주먹을 쥔 미켈의 공격에 마티아스의 몸이 허공에 떠오른다. 그런 마티아스의 눈에 경악하는 다피네의 모습이 스친다.


철푸덕!


이내 바닥에 내리꽂히는 마티아스. 희미해지는 의식 사이로 미켈에 대한 경의가 피어오른다. 그 찰나의 틈에 이렇게 날카로운 공격을. 감겨오는 눈꺼풀을 부여잡고 자신을 쓰러뜨린 미켈의 모습을 바라보는데...


“봤어? 봤어? 승부사는 개뿔! 내가 이런 사람이야!”


꼴사나운 파이팅 포즈를 잡으며 호들갑을 떨고 있네...


‘저런 개새...’


마티아스는 그만 의식을 잃고 말았다.



***



“정신이 좀 드세요?”


눈을 뜬 마티아스가 처음으로 본 것은 곁에 누워있는 스승 베비스트였다.


“스... 스승님?”


급히 몸을 일으키지만 생각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이내 쨍하게 느껴지는 극심한 두통.


“마티아스 님. 진정하세요. 뇌진탕이라 안정을 취하셔야 된답니다.”


다피네가 꿈틀거리는 마티아스를 다독이며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마티아스가 스승의 집을 나서며 목격한 그녀의 모습은 거의 패닉 상태였었다.

아무래도 베비스트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이었던지라 그녀 또한 정신을 차릴 수 없었을 게다.

헌데 지금 저 가라앉은 목소리는 설마...

마티아스는 급히 베비스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짧은 침상 밖으로 삐져나온 스승의 파리하고 말라비틀어진 발목...


‘이런 제길...’


마티아스는 금세 끅끅거리며 울음을 토하기 시작했다. 감은 그의 두 눈꺼풀 사이로는 닭똥 같은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리고...


“마... 마티아스 님?”

“스승님... 스승님은 결국...”

“아... 지금 주무시고 계세요.”

“예...에?”

“환각제 기운을 다 몰아냈더니 간만에 숙면을 취하시네요~”


코오... 코오...


그러고 보니 낮게 코고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새 눈물 콧물 범벅이 된 마티아스가 영문을 몰라 다피네를 올려다보았다.


“아~ 할아버지는 지금 안정을 되찾으셨답니다~.”

“아니, 어떻게?”

“고맙게도 여기 계신 분께서 친히 손을 써주셨어요.”


다피네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마티아스는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다름 아닌 금붙이로 치장한 스웩이 넘치는 노인네, 마음속으로 무시하고 지나쳤던 이상한 노인, 키오셀이 서있었다.

마법 관리국 고문이라고 들었지만 왠지 꺼림칙한 사람이었는데, 정말 실력 있는 마법사였나...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는 마티아스.

하지만 키오셀은 아무 대답도 않고 곁에 있던 다피네를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었다.

그녀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한 키오셀. 마티아스의 코앞에 불쑥 머리를 들이밀며 무서운 얼굴로 쏘아보는데.


“은혜고 나발이고, 정신 차렸으면 이제 이 약에 대해서 한 번 말씀해 보실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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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2 20.08.12 45 1 13쪽
20 19화 +2 20.08.11 44 1 13쪽
» 18화 +2 20.08.10 43 1 12쪽
18 17화 +2 20.08.09 37 2 13쪽
17 16화 +2 20.08.08 45 2 13쪽
16 15화 +2 20.08.07 5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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