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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웅스 님의 서재입니다.

드래곤빨로 기사 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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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제웅스
작품등록일 :
2020.07.24 14:26
최근연재일 :
2020.08.13 12:35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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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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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6,473

작성
20.08.05 12:30
조회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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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화

DUMMY

승부사 마티아스. 비엘도 익히 알고 있는 자였다. 술집 주인의 말대로 마티아스는 공공연한 유명인사.

그가 처음으로 기사 시험에 응시한 것은 비엘보다 늦었기에 직접 실력을 겨뤄본 일은 없었다. 그래도 자자한 유명세 탓에 오다가다 얼굴은 익혔었다.

공원 관리인으로 일한다더니 설마 약쟁이?


‘만드라고라를 정제한 약은 되게 비싸다던데. 벌어들인 돈을 설마 약에 탕진했나?’


하지만 그는 도저히 약에 찌들었다고는 볼 수 없는 모습.


‘저거 약쟁이 맞나... 그냥 잡아다가 취조해봐? 아니지, 그러다 또 방해 공작 들어오면? 뭔가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를 잡든지, 현장을 덮치든지 해야 돼!’


비엘이 고민하며 미행하는 사이 마티아스는 어느 허름한 집 앞에 다다랐다.


똑똑!


낡은 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머, 마티아스 님...”

“...잠시 들어가도 될는지요?”


여인은 급히 주변을 살피더니 마티아스를 안으로 들였다. 그리고 이내 닫혀버리는 문.


‘저기가 놈들 소굴인가?’


비엘은 모퉁이의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을 주시하고 있었다.



***



“다신 발걸음 하지 말라 일렀을 텐데.”

“그저 지나다 스승님의 안부를 여쭙고자 들렀습니다.”

“이번에도 뒷돈을 받았단 소리를 들었다. 대체 언제까지 나를 능멸할 셈이냐.”

“소인, 스승님께 배운 검술은 단 한 치도 쓰지 않았습니다.”

“이놈! 그 칼질 몇 번이 우리 가문 비전 의 전부인 줄 아느냐! 싸우고자 마음먹은 순간부터 네놈이 보이는 호흡, 보법, 손놀림, 발놀림 하나하나에 모든 것이 녹아있거늘!”


원로기사 베비스트. 내전의 시대에 혁혁한 무공을 세운 역전의 용사. 대대로 기사 집안의 후예인 그는 기사 이외의 어떤 작위도 거부한 순혈 무인이었다.

귀족이지만 귀족이길 거부한 그는 평민 중에서 인재를 발굴해 왕국의 기사로 키워내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았다.

마티아스의 부친 또한 그런 베비스트의 눈에 띈 인재 중의 한 명. 출중한 실력으로 베비스트의 총애를 받다가 내전의 한 전투에 대동, 그만 전사해 버리고 만 것이다. 마티아스를 유복자로 남겨둔 채.

그 전투에서 베비스트 또한 마법사의 저주를 받아 쓰러지고 말았다.

부상당한 몸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베비스트. 그는 총애하던 제자의 유복자인 마티아스를 거둬들이는 것을 숙명처럼 느꼈다.

날로 병들어가는 몸은 점점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병의 근원은 마법의 저주. 일반적인 약이 통할 리 없었다. 결국 비싼 마법의 약을 장기 복용하다 보니 가세는 기울 수밖에.

그런 중에도 가문의 모든 정수를 담은 비전 검술과 기사로서의 예법들을 마티아스에게 있는 그대로 전수한 것인데...


“썩 물러가거라! 명예를 돈으로 바꿔먹은 천박한 놈 같으니! 네 아비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쿨럭! 쿨럭!”


베비스트는 내장을 토해낼 것 같은 격한 기침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할아버지!”


마티아스를 맞이했던 여인, 다피네가 황급히 침상으로 달려들었다.

몸을 웅크린 채 한참이나 쿨럭이던 베비스트. 그를 일으키는 다피네의 눈에 언뜻 절망의 기색이 스쳤다. 베비스트의 입가에는 검붉은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



“아가씨. 이거 받으십시오.”


베비스트를 다시 재우고 나온 다피네에게 마티아스가 작은 약병을 내밀었다.


“이건...”

“오늘은 많이 구하지 못했습니다. 내일 다시 들를 테니 급한 대로 이것만이라도.”


마티아스가 내민 약병은 채 반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마티아스 님. 몰래 도와주시는 거, 이제 그만하세요. 검붉은 피가 나올 때쯤이면 병세도 이미 기울대로 기운 거라 하더군요. 할아버지께서도 이젠 체념하고 계신답니다.”

“아뇨. 저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스승님을 살릴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해볼 겁니다. 그러니 제발 아가씨께서도 포기하지 마십시오. 스승님께 투병해나갈 수 있는 힘을 주셔야지요.”

“약으로 겨우 연명하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뵙는 게... 너무 힘들어요. 마티아스 님이 이렇게 홀대 당하시는 것도...”

“전 괜찮습니다. 스승님을 위한 건데 더한 일인들 감당 못 하겠습니까? 혹여 치료사나 마법사에게서 다른 방편은 들으신 적이 없는지요?”

“전쟁 이후 반군에 가담했던 마법사들이 모두 자취를 감추는 바람에, 어떤 저주마법을 걸었는지 알 길이 없답니다. 그걸 알아야 원인을 뿌리 뽑는데...”


이 상황을 해결해준다고... 마티아스는 방을 밝히는 희미한 등불만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퀴퀴한 방에는 바람 한 줄 없는데도, 등불은 저 혼자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



‘그 집... 대체 뭐하는 곳일까?’


비엘은 어제의 일을 생각했다.

마티아스가 들어간 후, 근처에서 한참을 잠복했지만 그는 나오지 않았다.

섣불리 집을 수색했다가는 실마리를 놓쳐버릴 수도 있고. 아무래도 한동안 잠복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근데 저 영감은 왜 여기서 죽치고 있데?’


비엘이 바라본 곳에는 키오셀이 불편한 기색으로 앉아있었다.

오늘 비엘은 나름 일찍 출근했던 터. 헌데 그보다 먼저 저 자리에 앉아있던 걸 보면 들어온 지 상당히 오래 됐다는 건데.


“이봐요, 키오셀 영감. 무슨 볼 일 있수?”

“아... 아냐! 나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자네 일 봐!”


은폐하기로 했지만 영 찜찜하다.

어디 자잘한 마법동물도 아니고 명색이 드래곤! 고귀하고 위대한 존재시니 나름 타고난 양심의 발로인가.


‘여차하면 배상해 주지 뭐!’


뭔 수로? 마나의 정수가 왕창 주입된 갑옷은 이미 그 자체로 드래곤의 분신과도 같은 것. 팔토스에게 부탁하여 땜질할 수도 없는 일인데.


끼이익!


문이 열림과 동시에 키오셀의 시선이 그쪽으로 꽂힌다.

미켈이 들어서고 있었다. 부기는 거의 가라앉았다.


“야 이 새끼야! 지금이 몇 시인데 이제 기어들어와! 늦었으면 빨리 튀어올 생각은 안 하고 어디서 굼벵이 걸음이야!”


비엘이 미켈에게 냅다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 보니 아주 조금 늦은 모양.


“...시정하겠습니다.”


웬 걸 미켈의 반응이 우중충하다. 풀 죽은 모습이 영 어색한데.


“비엘! 거 좀 늦었다고 새끼가 뭐야 새끼가! 다 큰 어른한테! 미켈 왔는가? 이리 오시게 이리.”


키오셀이 갑자기 미켈의 역성을 들며 나섰다. 의아하게 쳐다보는 비엘을 싹 외면하며 미켈의 갑옷을 훑는다.

견갑 장식이 없다. 이미 예상은 했지만 다시 보니 영 마음이 오그라든다.


“거... 자네 갑옷이 좀 달라진 것 같다?”


은근슬쩍 운을 띄우는 키오셀.


“뭐... 낡은 갑옷이라 던지다가 좀 부러진 모양이네요...”

“아유~ 그래도 수리를 해야지 않겠어?”


키오셀은 넌지시 다가와 미켈의 갑옷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눈치 채지 못하게 마나를 공명해 본다.


‘헉... 없다! 마나가 하나도 없어!’


어제와 달리 그냥 쇳덩이가 돼버린 갑옷. 그 견갑 장식이 뭔 키포인트였던 모양인데.


“다 낡은 거, 수리는 무슨...”


미켈은 힘없이 대답하고는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

키오셀의 수상쩍은 행동도, 비엘의 도끼눈도 그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토너먼트 우승에 빛나는 어제의 기사보 미켈 벨리온. 오늘은 그냥 공원 관리인에게 박살난 패배자일 뿐이다. 승부사건 뭐건 간에 진 건 진 거지.

난생 처음의 패배, 그것도 넉다운 돼버린 기억에 미켈은 속 빈 강정 꼴이었다.


“저기...”


그런 미켈을 못마땅하게 보고 있던 비엘에게 누군가 말을 건넸다.

고개를 돌려보니 눈앞에 있는 건 어제의 그렘린 세 마리.


‘유치장에 처박아둔 새끼들이 왜 또 나타났어? 아직 약 기운 안 빠졌나?’


비엘은 귀찮은 기색으로 중얼거렸다.


“아이 씨... 우리 대장은 서장이 아니라 국장이라니까.”

“아닙니다. 저희 이제 정신 차렸습니다.”


세 마리의 그렘린은 다소곳이 손을 모으고 비엘 앞에 일렬횡대로 서있었다.


“공사다망하신 중에 저희가 물의를 빚어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죄송합니다.”

“송구합니다.”


비엘에게 넙죽 인사를 하는 그렘린들. 사실 잡아온 건 미켈이지만 약 기운 만발해 있을 때라 기억에 없었다. 가만 보니 비엘이 이 사무실의 실세인 것도 같고.


“이제 정신도 차렸으니 저희 사는 곳으로 돌아갈까 합니다.”

“따로 배웅 안 해주셔도 됩니다.”

“직접 갈 수 있습니다.”


코볼트처럼 사람들에게 익숙한 건 아니지만 그렘린도 코볼트와 비슷한 족속. 굳이 인력 들여 서식지까지 호송하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약 빨았던 놈들을 그냥 보내기는 좀 찜찜한데.


“너희들, 그 풀이 뭔지는 알고 먹었냐?”


비엘이 취조하는 기색으로 물었다.

그렘린은 마법 동물. 법으로 보호하는 촉법 동물이다. 하지만 알고 먹었다면 뭔 추궁을 당할지 모르는 일!


“절대로 모르고 먹었습니다!”

“저희가 생식을 즐기는지라!”

“그냥 약초인 줄 알았습니다!”


극구 부인하는 그렘린들. 그 단호한 반응에 비엘은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래. 가봐라. 앞으로 등산객들 상대로 장난치지 말고 착하게 살아!”

“옙!”


녀석들은 다시 한 번 배꼽인사를 하며 슬슬 물러나기 시작했다.

첫째 그렘린이 미켈 곁을 지나다 말고 곁눈질로 그의 얼굴을 훑었다. 그때 문득 떠오르는 기억의 단편! 뇌리에 새겨진 미켈의 손맛이 어찌 지워질 수 있으랴! 헌데... 그 충격과 함께 다른 기억까지 묻어나왔으니.


“그런데 기사님! 이게 무슨 도움이 될까 모르겠는데...”


문을 나서다 말고 첫째 그렘린이 비엘에게 말했다.


“사실 약초꾼들이 그 풀떼기를 뽑던 밭을 봤거든요...”

“뭐라!?”


비엘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



이야기의 전말은 이랬다.

그렘린은 원래 산정 높은 곳에 사는 마법 동물. 워낙 고산지대다 보니 사람 볼 일이 별로 없었단다.

그러던 중 언제부턴가 인간 무리들이 그렘린의 서식지 주변을 얼쩡대더라는 것이다.

자기들 말로는 스스로가 매우 선량하고 심성이 곧은 그렘린들이지만 간만에 사람을 본지라 그만 장난기가 동했다는 것.

한동안은 눈에 띄지 않게 밭일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놀았다는데. 어째 풀때기를 뽑을 때마다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들리는 게 관찰만 하고는 못 배기겠더란다.

해서 일 마치고 하산하는 사람들을 쫓아 산 아래까지 내려왔다가 그들이 휴식하는 틈에 자루 속을 훔쳐봤는데.

자신들은 전혀! 절대로! 알지 못하는 괴상한 모양의 풀뿌리가 들어있더란다. 장시간 몰래 날아오느라 마침 출출하기도 하고 평소 생식을 즐기는 식성이라, 그걸 보니 그만 침이 돌고 말았는데.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전혀! 절대로! 알지 못하고 일단 입에 넣어봤다는 얘기.


‘대박인데! 판매책에다 공급책까지 줄줄이 엮어서 처넣을 수 있겠어!’


이쯤이면 지랄 맞은 상부의 압박도 틀어막을 수 있다. 관련자 모조리 색출해서 족치면 윗선으로 뻗은 썩은 라인도 끌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

비엘은 나란히 서있는 그렘린들에게 키스라도 퍼붓고 싶은 심정이었다.

비엘이 흥분해서 방방 뜨니 뭘 잘했나 보다 싶어 괜히 으쓱거리는 그렘린들. 차후에 길잡이로서 무료봉사해야 될 줄은 모르고 있겠지.


‘증거인멸 하기 전에 빨리 현장으로 튀어가야지! 가만... 마티아스 잠복 수사는 어쩌지? 판매책까지 싸그리 잡으려면 그쪽도 신경쓸 필요가 있는데...’


손이 모자라다. 몸이 두 개가 아닌 다음에야 여기저기 혼자서 해결할 수는 없는 법.

비엘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미켈을 바라보았다. 마생과 기사인 듯 기사 아닌 기사 같은 놈...


‘저걸 써, 말아?’


비엘이 바라본 미켈은 멍하니 있다 갑자기 불끈하더니 한숨을 쉬고 고개를 턴 후 다시 멍해지고 있다.


‘잠복만 시키는데 설마 뭔 문제 생기겠어... 괜찮겠지...?’


아직 어제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던 미켈. 또 다시 불끈하고 한숨을 쉬며 잊어보려고 고개를 흔들다 비엘의 눈과 딱 마주쳤다.


작가의말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장마에 비 피해 없이 건강한 나날 되세요~

퍼붓는 비처럼 추천과 선추 및 댓글도 좀 쏟아졌으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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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87 글달달
    작성일
    20.08.05 13:58
    No. 1

    마티아스 ㅠㅠ 스승님 구하려고 그랬던 거군요...
    그렘린들은 드디어 정신을 차려 도움을 주는군요 ㅎㅎ
    키오셀 나쁜 드래곤!
    재밌게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제웅스
    작성일
    20.08.05 14:50
    No. 2

    그래도 드래곤인데 뭔가 보상해주겠죠?
    항상 찾아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무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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