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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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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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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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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0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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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05. 귀족제

DUMMY

*


귀족제祭, 라고 불리는 축제가 있는 모양이었다.


애초에 신분 제도에 속한 한 계층을 축제의 이름으로 쓰는 것이 무슨 차별적인 진행인가, 싶기는 했지만 이름과 달리 범국민적인 축제였다.


오래도록 산슈카 국을 지켜 온 충신들을 기억하는 의미가 있었고, 또 누구든 나라에 충성을 바치고 공을 세우면 대귀족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홍보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름은 귀족제이지만, 그건 이 왕국을 받치고 있는 가장 주요한 계층이 그들이었기에 이름을 그렇게 쓰고 있을 뿐이다.


국민제, 혹은 산슈카제, 라고 해도 크게 무리는 없는 의미와 내용들이었다.


약 오 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였고, 열릴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었다. 저번 행사는 두 번을 건너 뛰었으니, 십 오 년 전에 축제가 있었다.


십 년에 한 번 열리는 건국제가 겹칠 때는 또 한 번에 치르는 것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나라의 사정이 좋지 않을 때는 축제들이 열리지 않는 경우도 잦아서, 성대한 잔치가 열린다면 시민들은 모두 어딘지 들뜬 기분이 되어 반기는 편이었다.


잔치는 구색을 갖추어야 한다. 보통 대개 열리는 장소는 왕도인 사르삿이 된다. 거대한 넓이, 수십만 이상의 인구를 수용하고도 자리가 남는 도시였다. 촘촘히 지어진 도시 내의 전경 속에 축제라는 풍경이 하나 더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가도를 중심으로 이리저리 뻗어나가는 샛길들과 작은 도로들이 있었고, 전체 지도를 보자면 계획적으로 나누어 놓은 구획이 있어 건물들이 용도에 따라 채워져 있다.


왕성을 중앙에 두고 중심지구와 그 외곽지역으로 나누인다.


실제 왕이 거주하며 고위 관리들이 드나들어 일처리를 보는 왕궁, 통칭 아침궁宮의 건물들이 있고 정원이 있으며, 그 성 전체를 감싸는 왕성의 성벽이 있었다.


왕성을 중심으로 일정 반경이 중심 지구로 분류되며, 귀족들이나 상인들이 머무르고 사르삿에서 가장 부유한 지구를 형성한다. 온갖 종류의 상점, 혹은 다양한 주요 단체의 본부 건물들이 모두 여기에 위치한다.

거기서 조금 벗어나면 일반적으로 사르삿 도에 사는 시민들의 땅이 나온다. 왕도 사르삿이라고 하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평범한 분위기와 관경의 거리였다.

중심 지구와 일반 지구에는 특별히 물리적인 장벽이나 법적인 차별은 없었다. 누구라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나, 중심 지구 근처가 아무래도 치안이 좋고 규율을 더 따지는 분위기인 것은 어쩔 수 없다. 왕이 있는 궁이 바로 곁에 있다보니.


이런 일반 지구의 끄트머리에, 거대한 왕도 사르삿을 전부 두르는 성벽이 있었다. 수십 키로미터, 거진 백여 키로미터에 달하는 길이의 어마어마한 건축물이었다.

제국기, 곧 산슈카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물건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시 성벽 너머로 보다 싼 값에 땅을 사들이고 집을 지어 살아가는 시민들의 구역이 있었다. 성벽 바깥이지만 엄연히 사르삿의 일부였고, 거기까지를 사르삿이라고 이야기한다.

도시와 마을 너머, 농사 지대까지 벗어나면 초원 지대가 조금 나오고, 더 벗어나면 황무지니 숲이니 하는 다양한 지형들이 나타난다. 거기부터가 사르삿에 거주하는 플레이어들이 사냥터로 쓸만한 자리들이었다.


전체적으로 밝은 톤의 색조를 띄고 있는 사르삿의 성벽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느낄 정도의 장관이기도 하다. 성벽 근처, 바로 닿는 자리에는 빈 자리가 있어 사람들이 살지 않는다. 성벽을 보수하고 관리하는 입장에서도 필요한 빈 공간이기도 했고, 만일 산슈카의 주도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요긴하게 쓰일만한 자리라 그렇다.


축제가 벌어지면 아침궁 근처의 가도뿐만이 아니라, 그로부터 시작해 중심지구 전체와 일반지구, 성벽 너머의 외부 지구까지 모두 들뜬 분위기를 맞이하며 탈바꿈을 한다. 각자 산슈카의 국기나 축제 때 사용하는 깃발 따위를 내걸고, 다양한 장식들이 주 도로이던 부 도로이던, 샛길이던 가리지 않고 나타나 그야말로 축제다운 흥취를 더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기분 좋은 소란스러움, 떠들썩함이 사르삿을 채우고 그 때에는 외부에서 방문하는 인사들도 평소보다 수를 더하게 된다. 무술제니 학술제니 하는 것들도 축제 기간 동안 이뤄지고, 혹은 다양한 상인들이 여러 지역에서 입수한 물건들을 자랑하는 자리들도 있었다.

공학자들은 이 때를 맞춰 오랜 기간 연구를 해 온 발명품들을 시민들과 귀족들, 고객들에게 선보이며 쇼를 벌이기도 했다.

무희들이 춤을 추고, 음유시인들이 거리 길목마다 자리를 잡고 노래를 부른다. 포도주를 채운 잔이 넘치고, 웃거나 혹은 지나치게 신나고 주체를 못하는 이들이 가끔 드잡이질을 하며 시끄러운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그것들까지 모두 축제의 일부분이었다.


산슈카는 굳이 따지자면 재미가 없는 나라였고, 시민들의 분위기, 민족적 문화적 색채도 심심한 구석이 있는 곳이었으니 말이다. 어느 나라보다 전통성이 깊고 또 변화 없이 이어져 온 명맥이라는 건 그런 면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문화적으로 보수적인 색채가 강했고, 시민들의 삶은 오랜 시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물론 기술적인 발명과 진보가 사회를 변화시키기도 하고, 여러가지 차이점들을 만들어냈지만. 그 빈 곳들을 채우는 사람들의 삶의 형태의 코어한 부분은 여전한 것이다.

백인종 뿐만이 아니라 황인종도 있었고, 흑인도 있었다. 중동 계열과 동양인처럼 보이는 자들도 많지는 않지만 있었고.

여러 인종들이 살아가지만 산슈카 국내에서 하나의 민족, 혹은 국가적 공동체로 지내고 있다. 산슈카는 뚜렷한 나라였다. 국민들의 정체성이 말이다. 그랬기에 오래 버틴 걸 수도 있고, 오래 버텼기에 그런 걸 수도 있었다.


시민들에게 있어 축제는 화합과 교류의 장이기도 했다. 심심한 일상에 찍히는 방점과도 같은 것이었고, 사람들은 들뜬 분위기 속에서 축제를 준비하며 또 하루를 시작한다.


10월.


제냐는 어느날 로그인을 했더니 갑자기 시작된 축제에 어리둥절했다.


사르삿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가 만약 시민들의 삶을 자세히 관찰했더라면 미리 알아차렸을 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그럴 여유나 이유는 없었다.

그는 NPC들과 교류를 맺으며 시나리오를 플레이하지 않고, 보통 전투직 클래스로서의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필드에서의 사냥에 열중했으니까.


최태현 역시 눈이 휘둥그레진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지나가며 들은 ‘축제’라는 말을 기억하고 있었으나 실제로 눈으로 보고 나니 그 달라짐이 크게 느껴졌다.

거리에 색색의 장식물들이 깔렸고, 깃발이 나부낀다. 사람들은 오랜 축제의 첫날을 기뻐하며 맞이했다. 상인들은 물건을 할인했고, 여느 때보다 더욱 많이 방문하게 된 외부인들은 그것이 제값인 줄 알기도 하며 사갔다.

모두가 들뜬 분위기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에서는 사고가 날 확률이 조금 더 크다.


“오···.”

“오호.”


제냐와 최태현은 사르삿의 어느 거리를 걷고 있었다.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경치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늘어져 있는 끈 따위가 있었고, 거기에는 형형색색의 깃발이나 그림, 장식이 걸려 있었다.

저녁이 되면 조금 더 화려해진다. 도시에 있는 가로등 시설이 전부 켜지고, 추가적으로 여러 모양의 조명들이 그 사이에 더해진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현대의 도시에는 도저히 비할 수 없겠으나, 그래도 불야성不夜城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광경이 된다.


가도에도 평소보다 가판대가 한 발 앞으로 나와 있었다. 상점들은 조금 더 공격적으로 물건들을 판매하기 시작한다. 먹을 것들을 파는 이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고, 음식의 냄새나 혹은 판매자가 떠드는 음식의 설명에 혹한 자들은 발길을 이끌려 사먹기도 한다.


제냐와 최태현, 두 명 역시 핫도그 비슷한 것을 사들고 먹었다. 제냐는 받자마자 순식간에 게 눈 감추는 먹어치웠고, 최태현은 아직 들고 있다. 겉이 바삭하고 약간은 딱딱한 질감의 통밀빵에, 안쪽에 머스타드 소스와 질좋은 소시지, 야채 따위를 채워넣은 음식이었다. 아무리 봐도 핫도그에서 비롯된 음식이었으나 식감은 샌드위치를 떠올리게도 한다.

음식의 유래나 레시피는 어쨌든, 적어도 싱싱한 식재들을 한껏 담았다는 느낌이 좋았다. 사르삿은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인 모양이었다. 축제 때 파는 음식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편하게 사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기본적인 조건, 풍요로움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구색을 갖추려고 애를 써도 잘 태가 나질 않는다. 사소한 것들에서 그 시대의 사회상을 느껴볼 수 있는 법이었다.


과실을 발효시켜서 만든 도수가 낮은 술이니, 혹은 다양한 음료니 하는 것들을 팔기도 했다. 제냐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축제의 전경을 구경하면서 걷다가 나무잔에 포도 주스를 가득 담아 주는 것을 사서 먹기도 한다.

물가도 그리 비싸지 않았다. 모험가로서, 상당한 양의 돈을 얻고 또 가지고 다니는 처지라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겠지만. 이곳의 시민들이 느낄만한 일반적인 물가로 환산을 해보아도, 썩 비싸진 않은 것 같았다.


제냐가 산 것은 약간은 걸쭉한 느낌이 드는 포도 주스였고, 포도의 껍질도 약간은 씹히는 것 같은 식감이었다. 맛있는 포도를 통으로 잔뜩 넣어서 즙을 내고 간 것에, 냉수와 알지 못하는 몇 종의 시럽 따위를 넣은 것 같았다. 끝맛은 상쾌했고, 과일 주스다운 맛이었다. 입 안에 한가득 넣고 씹듯이 삼키면 포만감마저 느껴지는 것이라 마음에 들었다.

그리 덥지 않은 날씨였지만 또 음료가 시원하기도 했고. 약간 농도가 묽은 스무디같은 것을 상상하면 비슷했다.


포도 주스를 쩝쩝거리면서 거리를 걷다가 두 사람이 멈춰선 곳은 발명 코너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축제를 장식하는 여러 종류의 인간군상들이 있었고, 다양한 분야의 그룹들이 있었다. 개중 하나인 공학도들은, 산슈카 내에서 여러 연구와 개발, 발명 따위를 하다가 이렇게 축제 때가 되면 수도의 가도에 노점을 내고 자신들의 발명품을 설명하고 시연하곤 한다.

초상공학은 계속해서 발전을 하고 있었고, 국가적으로 운영하는 기관이 아니라 민간으로 운영되는 곳도 많았다. 보통은 어느 영지의 귀족처럼 든든한 후원자를 등에 업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투자처가 끊겼다거나 혹은 더 많은 자금 유통을 원하는 자들은 이렇게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보여주며 뒤를 돌봐줄 재력가들을 찾는다.


아마 오래 전부터 계속 이어져 온 전통인 것 같았고, 산슈카의 중심지이며 온갖 물류, 경제, 문화, 기술의 첨단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사르삿으로 이런 이들이 모여드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왕이 거하는 도시이다보니, 수도에서 명성을 얻고 입소문을 타다 보면 정부로까지 소문이 흘러 들어가 국가 기관에 스카웃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뭐 그런 계산속들인 듯했다. 실제로 그렇게 발명품이나 아이디어를 인정 받아 국가 소속의 연구원에 들어간 이들도 꽤 되는 듯했고.

제냐로서는 그 자세한 내막에 대해 크게 관심은 없었지만, 그저 중세 시대 정도인 줄만 알았던 곳에 다양한 발상과 그것들을 실현한 물건들이 있자 호기심은 자극이 되었다.


“이건 뭡니까?”


제냐와 최태현 말고도 한 대여섯 사람이 그 근처에 발길을 멈춰 서고 가판대에서 움직이는 기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젊고, 안경을 쓴 백인 청년은 자신의 물건을 잔뜩 벌여놓고서, 그것들을 조작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또 수리를 하는 것처럼 돌보고 있었다.

평범한 나무 가판대 위에 쇠로 만들어진 기계 장치같은 것들이 여러 개 있었다.


쿵, 쿵. 거리면서 나무 판자를 두드리며 저 혼자서 움직이는 물건이 개중 하나 있었다. 네모난 박스에 마치 다리처럼 튀어나온 대가 있었고, 그것이 순서에 맞게 움직이고 있다. 앞 뒤로 왔다갔다, 반복 운동을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자동 기기라는 것이 보기 쉬운 것은 아니다보니, 사람들의 눈길이 쏠려 있다.


“아, 자동 걸음 장치입니다.”

“흐으으으으음.”


최태현은 숨소리를 뱉으며 흥미롭게 그것을 처다봤다. 현실에서 VR기기를 다루는 그이기는 하지만, 모든 종류의 공학이나 물건에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보다 관심이 깊은 것도 사실이리라.


특히, 이 세상은 콘란드 대륙이라는 가상의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는 세계이다. 초상력이라는 마법같은 이름의 에너지가 기반하고 있다지만, 개발진들이 이 게임을 짜내면서 어떤 식으로 프로그래밍했을 지 관심이 있었다.

먼 우주의, 외계의 별을 관찰하는 것과도 같았다. 아예 동떨어진 별의 역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었을까, 하는.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은 현실의 사회 문화 경제 등 온갖 요소들을 다 집어넣은 뒤에 ‘만물박사’라는 초AI가 믹서기같은 한 통에 들어간 ‘사실’들을 다 갈아버리고 새롭게 재조합해낸 무언가였다. 나름대로 일정한 규칙성과 합리성을 띄고는 있지만, 가끔 그 기나긴 역사를 재현해낸 초인공지능의 감각에 놀랄 때가 있었나, 최태현은.

아직 이 게임이 어떤 개발진들의 실험물이라거나, 그 실험물을 만들고 있는 별격의 AI에 대한 정보는 세간에 풀린 것이 아니었다. 새로운 AI에 대해서 알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태현은 게임 내부에 있는 세계관을 구경하면서 이따금씩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네모난 박스. 투박하고, 구리 따위로 만든 것 같은 질감이었다. 만져보기는 뭐해서 한 두 걸음 정도 거리에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여러 종류의 초상 동력 기기들을 취급하고 있는 사내인 것 같았고, 박스에 마치 네 발 동물처럼 다리가 튀어나와 움직이고 있는 건 참 신기했다. 이런 류의 기계식 보행 로봇들은 현대에서도 기술력이 깨나 발전한 뒤에야 제대로 만들기 시작했던 물건들이다.

‘걷는다’라는 게 생각보다 복잡한 메커니즘이었던 탓이다. 그러나 이곳에는 스킬이라는 게 있었고, 그건 초상력SP을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나 마찬가지였다. 프로그래밍된 정보 회로가 있었고, 무수하게 많은 종류가 이미 정형화되어 세계에 뿌려져 있다.

플레이어들은 그 스킬들을 하나하나, 모험을 하다가 보물을 발견하듯 다양한 경험 속에서 얻어내는 것이다.


이 세계의 원주민이라 할 수 있는 NPC들은 그것들에 대한 이해가 플레이어들보다 아득하게 깊은 게 사실이다. 최태현은 초상 스킬 류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 아니었다. 기력 감지술이나, 뭐 그 외 레인저에게 필요한 다양한 환경 대처 스킬들을 익히고 쓰고는 있었지만. 본격적인 초상술사라고 하기에는 역량도 부족하다. 기력술을 사용하는 일은 그래도 제법 일가견이 있는 편이었지만. 조금 더 방대한 상상력을 게임 내 현실에 구현화시키는 초상술사들에 비한다면 응용력이 부족하고, 지식도 없으리라.


마치 백과사전을 머리에 넣은 것처럼, 다양한 기술들을 익히다 보면 기본 계통의 패시브 스킬들이 쌓이게 되고, 그것들은 필요한 상황에서 적합한 게임 내 정보를 플레이어에게 제공한다.

수 억 명 정도 되는 플레이어들에게 일일이 맞춤식 서비스를 주는 프로그램을 생각해보면, 최태현은 머릿속이 다소 아득해졌다.

그에 대한 정보를 다른 곳에선 들은 적이 없었지만, 확실히 관련 기술자로서 풍부한 상식이 있는 그로서 이게 남다른 게임이라는 점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만한 기술력을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삶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 시스템에 접목시킨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결국 방대한 데이터 량을 감당하고 연산해내는 저장 능력과 처리 능력을 증명해낸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그 인위적인 인격, AI의 품성에 어떤 오류도 없이 오랜 기간 써먹을 수 있고 적합한 안전장치가 있다면, 앞으로 사회는 분명 빠르게 더 발전할 것이었다.

물론 변화를 진짜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무수한 시행착오가 필요한 법이었지만, 일단은 그것을 감당해낼만한 물리적인 능력이 있다는 게 대단한 점이었다. 세계 최고의 운동 선수가 될 수 있는 몸뚱아리를 타고난 누군가를 보듯이, 최태현은 이 게임의 시스템을 보고 느낀다.


위잉, 덜컥. 위잉, 덜컥. 마치 정말 공학 엔진으로 만들어낸 여느 기계처럼 소음을 내며 움직이는 보행 상자이다. 관절 부위도 나름대로 적당히 잘 구현했고, 넘어지지 않으며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똑같은 움직임을 반복한다.

다리는 마치 나무의 그것과 같은 색감과 질감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그 아래는 여러 얇은 대를 뻗치게 해서 넘어지지 않게 지탱하는 역할을 하게끔 했다. 카메라를 세우는 삼각대같은 발이었다.


이만한 기술력이 이 세계에서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저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자신의 기술을 소개하는 금발 머리의 백인 청년이 어느 정도의 저력을 가진 공학자인 지는 알 수 없었다. 그만큼 깊이 콘란드 대륙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는 않았으니까.

최태현과 제냐는 그렇듯 한동안 신기한 물건들을 구경하며, 음식들을 사먹고 정보를 얻고, NPC나 가끔 플레이어들과 대화를 하며 축제 중의 거리를 돌아다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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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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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132. 전리품들 23.11.02 18 3 14쪽
132 131. 수난 23.11.01 19 3 20쪽
131 130. 백마 23.11.01 16 2 19쪽
130 129. 헛웃음 23.11.01 18 3 11쪽
129 128. 저녁 비행 23.11.01 18 3 18쪽
128 127. 또 사냥 23.10.31 16 3 12쪽
127 126. 재접속 23.10.31 16 3 22쪽
126 125. 간밤의 습격, 그 끝 23.10.30 19 3 32쪽
125 124. 위검기僞劍氣 23.10.29 18 3 19쪽
124 123. 맥컬리 23.10.29 18 3 21쪽
123 122. 펠 파이든 23.10.29 19 3 21쪽
122 121. 골목길 23.10.29 16 3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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