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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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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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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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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31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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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재접속

DUMMY

축제의 하루.


10월 말에 시작한 축제는 11월이 되어서도 이어져가고 있었다.


귀족제의 어느 날 밤, 새벽녘에 제냐는 목숨을 잃지 않기 위해 죽어라고 뛰어야 했고, 결국 살아남았다.

야음을 틈탔던 괴인들은 결국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패주하여 돌아갔다.

그 몇 군데 흔적들이 거리에 남아 있었으나, 도시를 주관하는 행정력의 일부 중 알사드 대공파의 인물들이 피와 시신의 튄 자국, 부서진 곳 따위를 정리하고 감추었다.


아무런 일이 없던 것처럼 특이했던 새벽은 지나갔다.


“이런.”


제냐,


그러니까 AI 제냐는 욕을 내뱉지는 않았다. 새벽이 지나가고 아침이 되었을 때, 슬슬 거리로 나오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허탈하듯 웃음을 한 번 짓고 한 두 마디를 뱉었을 뿐이다.


긴 새벽이었다. 갑자기 밤에 일어나서 시작된.


AI 제냐에게 다시금 돌아가는 일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 어차피 프로그램이었고, 그런 가능성에 대해 코드가 짜여져 있지는 않았다.


터덜거리면서,


맨 발바닥으로 웅성거리는 시선을 피해 태양의 그늘로 어느 아침 제냐는 돌아갔다.


*


“음······.”


제냐는 아침이 다 지나고, 그 날의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학교에서 돌아와 로그인을 했다. 처음에 들어왔을 때 그의 눈 앞에 뜨는 것은 평소와 같은 광경이 아니었다.


보통 아침 즈음에 로그인을 한다면 침대에서 눈을 뜨는 경우도 있었고, 혹은 밤에 들어온다면 그냥 방 안에 평범하게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상태에서 게임을 접하게 된다.


오늘은 최근 사르삿에 머무르며 계속 있었던 태양의 그늘 301호실이 아니라, 노란색 테두리가 눈에 띄는 반투명한 인터페이스 창이 그의 눈을 가렸다.


장소는 뭐, 다름 없었다. 늘상 있는 그 로그아웃 장소에 로그인을 했다.


이런 식으로 그가 조작하지 않았는 데도 나오는 로그 알림 따위는 중요한 정보일 때가 많았다. 플레이어가 원하든 원치 않든 보여주어야 할만큼 필수적인 정보라는 뜻이었으니까.

그런 정보는 안위와 관련된 일일 경우가 많았고.

갑자기 가만히 있는 제냐의 캐릭터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일이라면, 이미 몸담고 있는 퀘스트 시나리오의 진행과 관련이 있을 확률이 높다.


제냐는 창에 떠 있는 텍스트들을 주욱 읽어보았다.


정면 시야의 가운데에서 상당 부분을 가리고 있고, 고개를 움직일 때마다 반투명한 창은 같이 움직인다. 이런 식의 알림 창은 필드에서는 뜨지 않는다.

도시, 그리고 기본적으로 전투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이 될 때 작동하는 기능들이었다. 도시 내부에서도 얼마든지 전투는 벌어질 수 있으니, 시스템이 판단하는 개인의 특수성이 중요해진다.

아무튼, 시야로 집중을 해서 테두리 부분에 X표시를 부각시키고 클릭하면 끌 수 있다. 당연히 끄지는 않았고, 텍스트를 읽는다.


[로멜리아 가의 숨겨진 보물, #2 산슈카의 정세


산슈카는 중부 지역의 오래된 고국이며, 그 역사를 대표하는 네 개의 가문을 갖고 있다.

사슈나, 알사드, 로멜리아, 그리턴.

개중에서도 사슈나와 알사드는 강력한 실력을 현대에도 가지고 있으며, 전통파로 대변되는 국내 세력의 수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사슈나’는 산슈카의 왕실의 이름이었고.


당신은 로멜리아 가문과 작힘 백작가에 얽힌 오래된 은원을 해결해주었고, 사대고가라 불리는 가문 중 한 개와 깊은 연을 맺었다.

이는 곧 산슈카의 정세 깊은 곳에 발을 딛었다는 말과도 같으며, 로멜리아 남작 가家는 한미한 세력으로 유명무실하지만 그 상징성만큼은 아직까지도 남다른 가문이라 할 수 있다.

로멜리아 가문의 도약을 달가워하지 않는 세력들이 산슈카에 있었다. ‘정통파’와 ‘신진파’로 거론되는 국내 세력 간의 싸움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당신은 로멜리아 가문을 도우면서 그런 국내 정세의 싸움판에 끼어들게 되었다.


정체 모를 누군가는, 당신이 작힘 백작의 실각과 로멜리아 가문의 재건에 도움을 준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당신의 죽음을 원한다.

권력자의 일종인 상대는 서슴치 않고 암살자를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재력과 권력을 갖고 있으며, 산슈카 국내에 있는 한 그 위협은 계속될 것이다.


지난 밤, 산슈카 국내의 정치계 인물 중 한 명은 당신에게 또 한 번의 암살 시도를 감행했다.

귀족제祭가 벌어지는 간밤, 새벽녘 조용한 통금 시간에 태양의 그늘을 침입한 암살자들에 맞서 ‘제냐 킴’은 놀라운 기지를 보여주었다.

뛰어난 실력으로 평범한 모험가라고 믿을 수 없는 전투 능력을 보여주었고, 기력술의 수준이 검기劍氣와 비슷한 절예를 만들어낼 정도로 보여졌다.


열 세 명의 암살자들이 당신의 방을 침입해 사르삿에서 암살 시도를 벌였고, 도주와 전투, 그리고 매복과 도리어 암습을 감행해 당신은 개중 셋을 죽이고 다섯을 쓰러뜨렸다.

암살자들은 귀족제 기간 중 통금 시간(새벽 4시~6시)을 지나 거리의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자 황급히 그들의 본거지로 돌아갔다.


간밤의 습격에서 살아남았던 당신은 급한대로 장비를 점검했고, 몇 종류의 포션들을 마셨으며, 스테미나의 회복을 위해 여관에 돌아와 쉬고 있던 찰나였다.]


“······.”


아주 길다란 이야기였다.


뭐,


요약하자면 로그아웃 해 있던 어젯밤에 퀘스트 상황이 발생했다는 말이었다. 이미 퀘스트를 진행중인 플레이어들은 게임 내적으로 계속 신경을 써야만 하는 일이 벌어진다.

물론 어떤 플레이어도 계속해서 로그인 상태를 유지할 수 없었고, 게임 내적인 시나리오의 진행을 위해 게임은 가상의 AI 인격을 만들어 주사위를 굴리듯 퀘스트 씬을 진행한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플레이하는 느낌이었다.

퀘스트를 받아둔 것을 까먹은 채 로그아웃을 오래 하고 돌아오면, 게임 오버가 되있었더라, 하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간밤에 있었던 일은 다행히 좋게 끝난 모양이었다. 주사위가 어떻게 굴려져서 잘 마무리가 되었는지.

제냐는 직접 그 상황을 겪은 게 아니라 알 수가 없다. 제냐의 캐릭터가 수치적으로 어느 정도의 힘을 보였고, 그를 공격한 암살자들의 수준이 과연 얼마나 위협적이었는지.


퀘스트 로그를 읽으면서 대강의 상황을 파악했다.


로그의 더 상세한 부분은 시간을 들이면 알 수는 있었다. 중요한 장면들은 ‘기억 회상’이라는 기능으로 퀘스트 중간에도 약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미 흘러가버린 진도를 따라잡기 위해서 시스템이 편의를 제공하는 도구였다.

세세하게 당시의 상황을 3D 영상처럼 보면서 연구를 할만큼의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다.


흔들리는 시야나, 당시 캐릭터가 느꼈던 감정이나 감각 따위를 제한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완벽한 정보 제공으로 지난 퀘스트 기록을 읽을 수 있게 되면, 플레이어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순간 완전기억능력’을 제공하는 꼴이나 마찬가지이니까.

퀘스트를 플레이하는 난이도가 떨어질 수도 있는 부분이었기에, 퀘스트 진행 도중에는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기억의 훑음만이 가능했다.

비련의 시나리오는 플레이어들이 아슬아슬하게 깨나갈 수 있는 정도의 난이도를 제공하면서, 최대한 고생스럽게 플레이 하기를 원하는 게임이었다. 그런 의도로 만들어졌고, 그런 게임 과정을 제공한다. 악취미스럽다고 여길 지 모르겠으나, 일단은 게임을 통해 현실적인 삶의 노하우에 대해 전달을 하겠다는 교육적 취지로 인해 정해져 있는 컨셉이었다.


극도의 현실감을 표현하는 완벽한 기술력이 아니었다면, 옛저녁에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접고 다시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을만한 게임 오버의 종류들이 참 다양하게 존재하는 게임이었다.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속이 터지는 경우도 참 많다. 그에 따른 항의 메일이라도 본사의 주소로 보낸다면, 보통은 답장이 없는 때가 많고 간혹 오더라도 ‘그게 저희 게임이 의도하는 바입니다.’ 따위의 논조를 담은 회신이 돌아온다.

더욱 괘씸해지지만, 세계 최고의 현실감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이었기에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넘어가고 계속 플레이를 하게 된다.


게임 오버를 당한 이들은, 이러나 저러나 다시 플레이를 하지는 못하게 되었지만.


비련의 시나리오를 제작한 개발사 ‘태Tae迨’에게 변화를 촉구하는 민간 게이머 집단 따위도 존재는 했다. 보통 본인이 억울하다고 느끼는 상황을 겪어 게임 오버를 당한 탈락자들의 모임이었다.

탈락자라고, 그들의 인생이 끝났다거나 하는 건 전혀 아니었지만 어쨌든 게임은 더 이상 플레이를 하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다시금 비련의 시나리오를 플레이하고자 그런 일들을 벌이는 것이었다. 반면, 개발사는 아주 강경했다. 그것이 애초에 게임을 만들 때의 컨셉이었고, 이 게임을 설명할 때 들어가는 문구 중 한 가지, ‘서바이벌’이라는 단어는 늘 빠지지 않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여러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받고 한국계 기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개발사와 개발진들은 마치 베일에 가린듯 그 자세한 속내를 대중에게 드러내지 않고 있었고, 언제나 신비에 휩싸여 있는 이들이었다.

언젠가는, 비련의 시나리오에 대해서 많은 분석이 나오고 조금 더 대중적으로 깊은 정보들이 풀리면서 그들 또한 드러나리라 여기기는 했다, 많은 사람들이.

언제까지나 비밀인 것은 없는 법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들이 지금 감추고 있는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이라는 게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공익을 위해서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는 자산은, 그게 극도로 물량이 희귀한 것이 아니라면 결국 공공선과 이득을 위해서 풀리는 쪽으로 가게 되어 있었다.

기본적으로 복지의 방향이라는 게 기본 복지, 평등한 복지 쪽으로 가게 되어 있는 것처럼.


물론 ‘평등한 복지’가 현실과 실리에 맞지 않는데, 비이성적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펼친다면 그건 복지를 위하는 자가 아니라 도리어 단체의 이익을 해하는 사기꾼이겠지만.

어쨌든 ‘복지’라는 정책의 거시적인 방향성 자체는 절대적인 부와 효용의 증가를 꾀해서, 모든 이들이 안정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었다.

그게 시대의 발전상이다. 중세에서 근대로,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것처럼. 기술의 개발이 결국 모든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고, 점차 세계가 발전하며 싫든 좋든 그 여러 문명적 이기가 전 세계에 퍼지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물이 위에서 흐르듯, 삼투압 현상이 벌어지듯. 모두에게 필요한 기술이나 자원은 그렇게 흘러가야 옳다.

늘 그 중간에서 야욕을 위해 지나치게 부자연스런 컨트롤을 하는 집단들이 있을 수 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시간에 따라 역사의 그래프를 그려보자면 그렇듯 흘러간다.


“흠.”


제냐는 턱매를 쓰다듬었다. 눈썹을 꿈틀거리기도 한다. 대학생, 청년은 퀘스트 로그를 다 읽고 일단 현황에 대해서 고민을 해본다.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있었다. 김서원은 아니었지만, 제냐 킴을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그를 노리는 인간은 뭐 없는 것 같았지만. 적어도 콘란드 대륙, 산슈카에서는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여태 있었던 일들도 자연스럽게 짜맞추어 진다. 그럴 것이라 짐작하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상담을 한 바도 있기는 했었다.

산슈카에서 플레이를 하고 스펙 업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데 영문 모를 습격들이 연달아 벌어진 일에 대해서.


아마 로멜리아 가문의 퀘스트와 관련이 있겠지 했지만, 짐작이었으나 퀘스트 로그에서 이번에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여러 번의 암시를 지나 플레이 방향에 확정성을 더해주고 시나리오를 보다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퀘스트 로그는 늘 도움이 되는 지침이었다.

게임에서 제공하는 몇 안 되는 큰 도움이다.


이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사람들도, 어지간하면 플레이어들이 정해진 무대와 이야기 속에서 화려한 활약들을 해나가며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원한다.

이건 서바이벌 게임이었고, 한 번 탈락하면 유저는 다시 플레이어로서 접속할 수 없다. 그러나 옵저버Observer 캐릭터로 로그인을 해서, 공개된 플레이어들의 플레이를 구경할 수는 있었다.


그보다 더욱 나아가 자신의 플레이를 녹화한 뒤 영상으로 추출해서, 편집까지 거치고 인터넷에 올리는 류의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이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세계는 곧 그 자체로 무비 메이커라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화려한 이펙트까지 더해져 있는 판타지 세계였으니, 작정을 하고 롤플레잉을 한다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영화들을 만들어낼 수도 있었다.


인기있는 유저들도 있었다. 파티나 클랜을 형성해서 컨셉을 정하고, 적당한 지역을 거점 삼곤 중장기적 영상 시리즈를 만드는 플레이어들도 있다.


유명한 사람들의 작업물을 제냐 역시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본 적이 많이 있었다. 직접 클릭을 하고 페이지에 들어가 내용물을 본 적은 없지만.

짧막하게 검색 사이트 등 그가 사용하는 사이트에 뜨는 것들을 잠깐 구경한 적은 많이 있었다.


유명한 제목 중에 있는 것은 그런 것이다 ‘상인의 삶’ 시리즈라던가. ‘북대륙 아슬란 왕국의 공주 이야기’라던가.


플레이어는 공주가 될 수 없었지만, 공주로 롤플레잉을 할 수는 있었다. 접속한 초기의 신분은 명예 점수도 뭣도 없는 캐릭터에 불과하지만, 여러 명의 클랜원들이 모여 집단을 구축하고 거대화시켜서 영화 세트처럼 장소를 만들어 공주 행세를 한다거나.

혹은 정말로 명예 점수를 높이고 여러 플레이를 통해 게임 내 지위를 높여 왕실의 인물과 결혼을 한다거나 하면 공주가 되는 것이다.


결혼이 가능하다고, 거기에 포함되어 있는 성적 생활과 행위에 대해서 제한이 풀려 있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런 부분은 잠을 자는 일처럼, 그냥 스킵되어 넘어가며 해당 로그를 확인할 수도 없었다. 기본적으로는 전체 이용가 테마의 게임이었고, 지나친 현실감으로 어린이의 성장에 저해될 수 있는 부분들은 모드를 구분해서 성인과 어린이용 그래픽 구현을 나누는 식으로 애를 쓰고 있다.


잘 만들어진 전근대 사회의 판타지 라이프를 구경하는 것도 제법 재미가 쏠쏠한 일이라서, 그것들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현대에는 여러 방식으로 개인이 정보를 업로드 할 수 있었고, 개인적인 컨텐츠를 토대로 방송국을 만들어 생존하는 경우도 여럿이 있었다. 대규모 투자 지원을 받는다거나 하는 쪽의 퀄리티에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비련의 시나리오는 개인이 때깔 좋은 이야기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아주 좋은 툴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더더욱 게임 오버를 당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기도 했고.


기본적으로 이 게임은 플레이하는 것 외에 보여지고 보여주는 것까지도 염두에 둔 채 기획된 세계였다.


제냐는 아직 알지 못하지만, 나중에 플레이어들의 수가 극단적으로 줄어들어 일정 수 이하가 되고 나면, 기본적으로 유저의 플레이 중 일부는 송출이 되듯 방송될 테였다.

개발진들이 계획하고 있는 플랫폼Platform을 통해서 정기적으로 말이다.

지금은 개인 설정에서 자신이 플레이하는 시야를 녹화한다거나, 다른 옵저버들이 구경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끄고 켤 수 있었지만. 나중이 된다면 아마 ‘메인 스토리’ 퀘스트와 관련된 씬들은 그대로 대중에게 방송처럼 공개될 예정이었다.

이 게임은 한 개의 시나리오를 기가 막히게 잘 완성을 시키기 위한 과정이라고 봐도 좋은 것이었으니 말이다.


애초에,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On-line이기도 하고.


그게 싫은 사람은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지 않고, 자진 탈락을 하거나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 오지를 전전하면서 시간을 죽이는 수가 있으리라.


그러다 다른 쪽에서 게임이 ‘클리어’라고 인정하는 메인 스토리의 결론이 나면 그대로 결말과 라스트 씬을 맞이할 테였고.


시나리오 온라인은 최후의 장면을 위해서 가는 게임이었다. 이대로 반영구적으로 지속하기 위해 만들어 둔 세계가 아니었다.


개중에서 제냐는 중부 대륙, 산슈카 왕국을 통한 어느 연계 시나리오의 지류 한 자락에 닿아 있는 셈이었다.


그를 노리는 암살자.

산슈카의 권력자.


그리고, 로멜리아 가가 망하기를 바라는 인간.

운트 작힘의 편이라고 할만한 자. 산슈카의 뒤에서 정세를 주도하려 하는 야망가. 서슴없이 암살자를 보내고 시민을 죽여 없앨 수 있는 인간. 대담하고, 권력을 잡은 자.

그런 일들이 가능하다면 주변의 상황과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도 있을 것이고, 그가 겪은 일들로 미루어 봤을 때 지체 높은 귀족가의 인물이거나 고관이리라.

제냐가 만난 암살자들은 수준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미 제냐 역시 전투 클래스로서 고수에 다가가고 있는 실정이었는데.


그에게 그 정도로 위협이 되는 자들이라니. 기사들 중에서도 정예한 자들이었다. 그만한 기사단을 거느리고 있다면 분명 백작위 이상의 대귀족이다. 운트 작힘이 소유했던 그레이 하운드 기사단보다도 실력이 좋았다.


프린스 알사드.


짐작가는 이름은 하나 밖에 없었다.


아니, 그 외에 아는 이름이 없는 탓이었다.


제냐가 로멜리아 가의 퀘스트를 끝내고, 당시 퀘스트의 클리어를 위해 도움을 받았던 NPC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프린스 알사드에 대한 이야기였다.

산슈카의 대공이며, 일명 ‘게으른 대공’이라고 불리는 작자.


사슈나 가의 가주이며 사대고가의 일원, 정통파의 수장이자 국내 행정부의 거물.


사르삿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공작령을 소유하고 있는 대영주였고, 국내의 거물이니만큼 그의 심기를 거스르려 하는 자가 많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이다.


운트 작힘 백작의 판결을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바꿔주었고, 덕분에 그가 벌인 짓거리에 비해 극심한 선처를 받을 수 있었다.


로멜리아 가가 원하고자 하는 건 다 얻었으나, 그런 권력자가 대놓고 반대편에 선다는 건 불편한 정국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정통파’의 거두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 어찌해서 신진파라 불리는 운트 작힘 가의 손을 들어주었는 지는 알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제냐는 산슈카의 정세와 그 귀족들간의 세력도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정통하지도 않고, NPC들에게 교육을 받은 바도 딱히 없다.

퀘스트 중간에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기는 했으나 당장의 상황에 필요하거나 중요한 게 아니면 흘려들은 부분도 많다.

그런 상황에서, 알고 있는 이름은 그 뿐이었다.


퀘스트 도중 그가 직접적으로 설명을 들은 이름이니, 아마 높은 확률로 맞거나 관계가 있을 테였다.

의미가 있는 대사들이 퀘스트 도중에 들어가 있는 경향이니.

단순히 맥거핀(아무것도 아닌 것. 영화 용어. 독자를 헷갈리게 하기 위해 일부러 넣은 장치)일 경우도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확률은 희박했다.


그 정도로 맥락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편이 아니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은. 왜냐하면, 대놓고 힌트를 주고 정직한 방향으로 퀘스트 시나리오를 풀어 나가도 그걸 다 해결하는 플레이어들이 소수일 정도로 괴랄한 게임이었으니까 말이다.

퀘스트 상황에서부터 지나치게 난이도를 높인다면 이 게임을 깰 수 있는 인간이 거의 없어질 테였다.


가능하면 최대한 다양한 그림을 게임 내 플레이에서 보고자 하는 게임사 입장에서 달가운 방향성은 아니리라.


어이가 없는 우연으로 인해서 게임 오버를 당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많기는 했지만. 의도적으로 나열된 정보들에 있어서는 나름대로 신뢰를 하는 것이 좋으리라.

기가 막힌 복선이 미리 있었고 그걸 제냐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경우라면 또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그냥 이마를 탁 치면서 감탄을 하고 게임 오버를 당할 사내였다. 제냐 킴은.

큰 불만도 없이.


어쨌든 당장은 그럼 암살자를 보낸 배후의 인물을 대공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머리가 쉬웠다.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었다.


지난 시간동안 아이젠은 그가 가져다 준 재료로 수없이 많은 연구를 해봤던 모양이고, 그 결과도 들어야 했다.

앞으로 그의 요식업이 다시금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그것을 위해 제냐가 무수한 사냥감들을 가져다 준다면 장기적으로 스펙 업을 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아이젠 하우드’라는 걸출한 요리 사업가는 낌새로 보아 레시피가 확립이 되면 기계식의 공장 따위를 건설할 생각조차 하는 모양이었다.


전류로 만들어진 기계, 혹은 복잡한 AI 프로그램이 들어가 있는 기계까진 닿지 않는 세계였지만 단순한 일을 반복하는 거대한 힘의 체계 정도는 콘란드의 기술력으로도 어찌어찌 가능했다.

공정 자체를 전부 자동화할 수는 없겠지만, 중요한 한 두 부분 정도를 공장식으로 만들어서 대량 생산을 하는 게 가능했다.


그만한 수익이 나온다면.

초기의 산업 혁명 당시, 혹은 그 직전 시대의 기술력이라고 보아도 좋았다. 모든 곳에서 가능한 건 아니었고, 사르삿처럼 거대한 설비와 인적 자원들, 수많은 기술력 관련한 자본이 모여 있는 데에서나 실현 가능한 일이었다.


사르삿에 있는 수십 만의 인구 중 일부에게 한 끼씩만 팔아도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아직 기계 장치를 만드는 데 많은 자원이 들어가기에 거대한 공장을 짓기는 힘들겠지만. 소규모 장비를 만들고 힘이 많이 드는 노동을 MP의 작용으로 움직이는 장치에게 맡기고.

일꾼들을 고용하고 팔아댄다면 만 단위의 음식을 팔아먹을 수도 있으리라.


그렇게 되면 제냐로서는 기쁜 일이었다. 그만큼 사냥을 하고, 돈을 받을 수 있으니.


아이젠의 일을 지켜보고, 최태현과도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어봐야겠다.


호아킨과 릿샤에게 예전에 보냈던 메세지의 경과도 보아야 했고. 말을 하지 않고 이미 사르삿에 도착해 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퀘스트에 무언가 변화와 진행이 일어났다는 정보 정도는 주어야 했고.


함께 거대한 시나리오 퀘스트를 클리어 해나갈 수 있는 믿음직한 동료들이었다. 우선은 최태현의 로그인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오늘은 개멋진나 최가 로그인을 하는 날이었다. 혼자 소일거리를 하고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볼 수 있으리라.


*

jens-peter-olesen-o_PLt17tLII-unsplash.jpg


작가의말

이상한 데서 끊어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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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130. 백마 23.11.01 17 2 19쪽
130 129. 헛웃음 23.11.01 18 3 11쪽
129 128. 저녁 비행 23.11.01 19 3 18쪽
128 127. 또 사냥 23.10.31 16 3 12쪽
» 126. 재접속 23.10.31 17 3 22쪽
126 125. 간밤의 습격, 그 끝 23.10.30 19 3 32쪽
125 124. 위검기僞劍氣 23.10.29 19 3 19쪽
124 123. 맥컬리 23.10.29 18 3 21쪽
123 122. 펠 파이든 23.10.29 21 3 21쪽
122 121. 골목길 23.10.29 17 3 23쪽
121 120. 미첼 카니브 23.10.28 21 3 17쪽
120 119. 튀어 23.10.28 22 3 24쪽
119 118. 오케이Okay 23.10.28 20 3 19쪽
118 117. 검기劍氣(2) 23.10.27 20 3 30쪽
117 116. 검기劍氣 23.10.25 24 3 28쪽
116 115. 파罷했음 23.10.25 22 3 34쪽
115 114. 돌아갑시다. 23.10.25 20 3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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