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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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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최근연재일 :
2024.06.0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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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5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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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9쪽

114. 돌아갑시다.

DUMMY

*


촤악.


보랏빛 고사리는 어둠숲에 자생하고 있는 식물이었다. 평범한 고사리와 같았고, 자생하는 지역에 가면 정말로 무성하게 자라나 있어서 한 번 자리를 찾는다면 얻는 게 그리 어려운 물건은 아니다.

다만 그것에 특별한 영양분이라도 있는지, 식물이 자라는 자리에는 늘 몬스터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그러했다.


보랏빛 고사리가 있는 곳에 다크 울프들이 있었다. 어둠숲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네이밍naming이다. 어둠의 늑대들이란 뜻이니까. 그럴싸하고 신화적이어 보이기까지 하는 이름에 비해 그리 강력한 놈들은 아니었다.

중소형이라는 분류답게, 사람에 비해 그리 거대하지도 않았고. 일반적인 늑대나 그보다 조금 작은 크기를 자랑한다.


대신 날렵하고, 무리지어 생활하며 영리한 놈들이었다. 어둠숲에서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살아가고 있으니만큼 나름의 실력이야 있을 것이다.

물리적인 스텟도 그럭저럭 높은 편이었고, 연계 공격이 좋았다. 이족 보행을 하는 악마종의 몬스터들, 고블린이나 오크들 따위만이 아니라 이런 류의 무리 생활을 하는 몹들도 플레이어를 곤란하게 만드는 종류였다.

물론 제냐의 레벨과 전투력에 비한다면 그리 위협적이지는 않다.


비스트 슬레이어는 그 이름대로 짐승들을 썰어내고 있었다. 투박한 도신을 가진 박도. 두껍고 폭이 넓어서 도끼의 위력을 내기도 한다. 그것을 한 손으로 여유롭게 다루면서 흩뿌리듯 바깥으로 휘두르자, 다가오던 늑대 한 마리의 뱃가죽이 베여버렸다.


“커헝.”


낑낑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그대로 내부 장기까지 거덜나버린 늑대는 뒤로 날아갔다. 도끼의 위력이라고 했듯, 단순히 베이는 것이 아니라 충격량이 상당해서 무게가 가벼운 적들은 밀리는 일도 잦았다.

이전에 싸운 암살자들, 어느 귀족가의 기사로 짐작되던 놈들이나 아르망디같은 경우에는 그들 스스로의 물리 스탯도 상당한 편이었기에 밀리지 않았던 것이지.

피차 막대한 힘을 낸다면 상쇄되는 법이었다. 그 사이에서 부딪혀야 하는 무기가 늘 고생이다. 그래서 레벨이 오르고 높은 전투력을 가진 괴물들을 사냥하는 모험가일수록 좋은 무기가 필요하다.


비스트 슬레이어는 괜찮은 무기였고, 그 강화 한계 또한 높은 편인지 여태까지 거뜬히 잘 버텨주고 있었다.

타고난 소재의 한계로 인해서 아무리 인챈트를 걸고 강화를 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이상의 위력은 버티지 못하는 무기들이 많았는데도 말이다.

제냐가 짐승류의 몬스터들을 잡아 들일 때마다, 그 경험치를 같이 나눠먹기라도 하듯이 서서히 같이 강해지고 있었다. 애초에 그런 무기였던 것 같기도 하다.


푸르스름한 빛을 내는 도신이 어둠숲의 어둔 허공을 갈라낸다. 아예 어둠으로 뒤덮여 시야가 제한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낮에도 햇볕의 쾌적함이 없이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준다. 밤이 되면 야간 시야와 관련된 스킬이 있거나 라이트 스킬을 써먹지 않으면 다니기가 힘들었고.

어둠숲의 밤에 사냥을 다니는 자들은 낮보다도 더욱 적다. 그 이름답게 어둔 곳에서 야습하는 것이 익숙한 생물들이 많으므로.


지금 제냐가 상대하고 있는 늑대들 역시 그런 부류였고, 전투직 플레이어들이 갖는 클래스로 따지자면 암살자라는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짐승들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빤히 드러난 곳에서 제냐와 맞닥뜨린 암살자는 대개 좋은 꼴을 보지 못한다.


파지직.


하고 제냐의 왼 손에서 번갯불이 튀었다. 스파크가 튀면서 그의 손에 방전하는 전기의 구체가 스며들었다. 권격에 썬더 인챈트를 담은 것이다.


커헝!


이번에는 공격적인 기세로 울부짖으면서 달려오는 검은 늑대 한 마리를 왼 손으로 낚아채듯 후렸다. 제냐의 동체 시력은 재빠르게 짓쳐 들어오는 늑대의 아가리를 정확하게 보고 때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고도 남는다.

퍼엉!

하는 이상한 소리가 나면서 늑대의 주둥이가 번갯불에 지져졌다. 그대로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피부가 상했고 그 내부가 드러났는데, 어마어마한 열량으로 순식간에 타들어가고 피도 얼마 흩뿌리지 못했다.

늑대는 죽지 않았지만 눈빛에 빛을 거의 잃었다. 전의도 상실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안심할 수 없다. 어차피 늑대들이 아주 많았으니까. 지독한 암살자라고 표현이 가능한 다크 울프들이다. 이 놈들은 평균적으로 2, 30여 마리 정도가 무리지어 생활하고, 자신들을 건드린 사냥감이나 적에 대해서 쉽게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한 마리가 당하면 그 무리 전체가 덤벼들고, 그것들을 전부 도륙하기 전에는 전투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좋은 습성의 놈들이었다.


카악!

늑대의 성대에서 긁는 소리가 나면서, 왼손의 주먹으로 날린 놈을 떨궈내고 나자 한 놈이 더 덤벼든다. 제냐는 비스트 슬레이어를 든 오른손을 부지런히 휘두르면서 놈들을 견제하고 있었다. 대거를 꺼내들까, 도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이 정도는 검 한 자루로 돌파할 수 있었다. 때에 맞추어, 상대의 강함을 보고 적절히 어렵게끔 난이도를 조정하는 게 제냐의 노하우이기도 했다. 게임 내에서 감각을 익히고 경험치를 더 얻어내는 말이다.

그렇게 전투를 벌일수록 양질의 전투 경험이 쌓이고, 수치적인 경험치도 많이 받게 된다. 똑같은 전투를 한다지만 그렇게 난이도를 높여가다보면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또 레벨이 같더라도 높은 수준의 실질적 전투력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비련의 시나리오는 고생에 대부분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을 가진 게임이었다.


제냐가 비스트 슬레이어를 눕혀서 길게 베었다. 오른쪽 시야 대부분을 휩쓰는 공격이었다. 두 세 마리가 다가오다가 걸려 슬쩍 베이고 물러난다. 왼쪽에서 덤벼들던 놈은 바로 앞까지 왔고, 제냐는 급한 대로 왼손에 낀 건틀렛을 믿고 그대로 그 벌린 아가리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커헉,


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다. 늑대도 목에 무언가가 걸리면 내는 소리는 사람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제냐는 도리어 그 이빨이 있는 검은 어둠 사이로 자신의 주먹을 집어넣었고, 기력이 실린 권격은 무른 살을 파괴하기에 충분했다.

그 안쪽으로 성대니 기도니, 뭐 이런저런 장기들이 있었을 테다. 터져나가는 소리가 그 내부에서 들렸고, 제냐는 쑤욱 다시 뽑아낸다. 늑대는 벌린 아가리를 제냐의 팔꿈치 너머까지 들이댔다가 차마 닫지를 못하고 빠져 나가는 팔을 보아야만 했다. 그대로 흰 입자들이 묻어 나왔다. 늑대의 내부 장기가 파괴되었다는 의미였다. 혈흔이나 체조직의 모자이크 처리였으니까.


제냐는 비스트 슬레이어를 빙글 돌려 바로 앞에 있는, 목구멍이 뚫린 늑대의 복부를 베어냈다. 손 안에서 휙 돌려 벤 것이었고, 빈틈 투성이인 늑대의 피륙을 갈라내기에는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기력이 실린 칼날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오래도록 사용한 아이템은 간혹 강화되는 경우가 있었다. 비스트 슬레이어가 딱히 성장형의 아이템이어서가 아니라, 모든 종류의 도구들은 말이다. SP는 콘란드 대륙 내에서도 완벽하게 규명되지 않은 신비한 힘이었고, 그건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발현되는 초자연적인 에너지였다.


손에 들고 있던 도구에 MP가 남아서, 조금 더 날카롭게 된다거나 하는 일은 그다지 놀랍지도 않았다. 실제로 자주 사용하는 비스트 슬레이어나 지룡의 발톱 대거같은 경우, 기력술을 써먹을 때 MP손실이 적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단지 느낌에 불과하지만, 제냐의 느낌은 상당히 정확한 편이었으므로 실제로 그러할 확률이 높았다. 푸른 검신이 늑대의 뱃거죽을 뎅겅 베어버린다.


반쯤 그대로 몸통이 잘려나간 놈은 무지갯빛, 혹은 흰빛으로 빛나는 입자를 허공에 뿌리며 죽어갔다.

아직도 많이 남았다. 제냐는 다시금 축축한 느낌이 드는 왼손에 썬더 볼트를 만들었다. 펴고 있는 손바닥 위로 번개의 구체가 떠올랐다.


늑대들이 그 번뜩이는 모습을 보고 조금 뒤로 물러선다. 숲 내에 형성된 공터였다. 스무 마리도 넘는 늑대들을 상대하고 있지만 공간이 비좁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비스트 슬레이어를 충분히 휘두를 자리도 있었고. 제냐는, 한 몇 초 정도 뜸을 들이다가 늑대들이 덤벼들지 않자 그냥 썬더 볼트를 쏘아내버렸다.


쾅!


두 세 마리가 그대로 날아갔다. 지면이 폭발하면서 땅바닥이 뒤집혔다. 거대한 크레이터 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당한 구덩이가 패였다. 늑대 한 두 마리 정도는 매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번개는 여력이 남아 주변으로 튀었고, 몇 마리는 그 번개 줄기에 당해 잠깐 부르르 몸을 떤다.


제냐는 그러고 비스트 슬레이어를 양 손으로 쥔 뒤 힘껏 달려든다. 타닷, 하고 흙바닥을 박찬다. 낙엽이 뒤로 날린다.

순식간에 늑대의 근처로 다가간 제냐는 도를 휘둘렀다. 늑대 두 마리가 갈려나갔다. “카아아악!” 자신의 마지막이 애통하기라도 하듯이 늑대들 역시 단말마를 내질렀다. 짐승들은 그제야 다시금 눈빛의 불길을 힘껏 태우면서, 제냐에게 한꺼번에 달려든다. 좋은 일이다.

좋은 적수, 좋은 사냥감, 그런 건 전투의 감각을 한껏 고취시킨다.


제냐는 느리게 느껴지는 주변의 상황을 느꼈다.

제냐가 갖고 있는 여러 종류의 스킬들 중 정확히 어떤 녀석이 일으키는 효과인 지는 알 수 없었다. 전투 중에 초감각적인 인지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 전투 계열의 패시브 스킬들 중 여러 종이 이런 효과를 갖고 있고, 그것들이 연계적으로 발휘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일 테다.

제냐만이 아니라 많은 전투직의 고수들이 발현 가능한 감각이다. 일반적인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것보다 아득히 높은 수준의 전투 신경이 플레이어들에게 주어졌고, 보통은 그것을 다 다루어낼 수 없다.


느리게 보이는 세상 속에서, 초인적인 근력과 반사신경을 이용해서 천천히 게임을 즐기라는 시스템의 배려일 수도 있었다.

캐릭터의 능력은 무한한듯 뻗어나가지만 현실의 사람의 능력은 일정 범위에서 멈추게 되니까.

피지컬 게임이라지만 즐길 수 있도록 이런 배려가 필요한 법이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표현하는 것마냥, 남들과는 다른 시간 속을 사는 체감을 하는 제냐다.

주변에 흩어진 검은 늑대들.

벌써 여서, 일곱 마리 정도는 베어 넘겼다. 혹은 터뜨리거나.


비스트 슬레이어를 양수로 잡고 대각선 베기를 한 차례 한다. 최초에 달려 나가면서 베었던 것과는 다른 방향이다. 몸을 빙글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베는 형식이다. 간단한 움직임이었지만 거기에 적이 있다면 최선의 움직임이 된다.

검은 늑대 한 마리가 깔끔하게 잘렸다.


늑대들은 제냐에 비해 스탯이 많이 떨어진다. 검 한 자루를 가지고 상대한다고 하더라도, 늑대들의 호흡을 무너뜨리고 한 마리씩 다가가 없앤다면 놈들이 반항을 할 틈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그대로 몇 걸음인가 더 곡선을 따라 걷는다.

검은 늑대들은 본능적으로 제냐를 가운데 두고 원형진을 이루고 있었으니까. 그 테두리를 따라 걸으면서 한 마리씩 갉아 먹는 셈이다.


촤악, 하는 축축한 것이 베이는 소리와 함께 늑대의 몸통이 다시 반으로 갈라졌다. 검은 털자락들이 날리고 가죽이 검을 막았지만 막았으되 막지 못했다. 기력의 칼날이 날카롭게 빛나면서 비스트 슬레이어의 절삭력을 높이고 있다.


뒤에서 두 마리가 달려든다. 제냐는 무시하고 그대로 앞으로 몇 걸음 더 뛰쳐나가 테두리에 서 있던 놈들의 측면을 때렸다. 비스트 슬레이어로 짧게 휘둘러 한 번 베고, 발로 차고, 멈추지 않고 달려 나가 니킥으로 한 마리의 복부를 갈겼다. 쿵, 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두터운 북이라도 후려 갈기듯한 충격이었다.

검은 늑대는 짐승 중에서도 사나운 편이다. 손맛은 좋다. 질긴 가죽과 그 내부에 든 장기들. 아마 평범한 늑대들이 상대라면 다크 울프 중 한 마리만 던져 놓아도 무리를 전부 도륙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진 마물들이다.

지금은 제냐의 사냥 컨텐츠의 희생양일 뿐이다.


그대로 한 마리의 장기를 부순 제냐는 다시금 빙글 뒤를 돌았다. 뒤에서 다가오던 놈들이 아가리를 들이민다. 비스트 슬레이어가 다시 옆으로 휘둘러진다. 길게 가로 베기를 선사하자 사이좋게 나란히 달려오던 놈들의 입이 그대로 찢어졌다.

칼날 위에 넘실거리는 푸른 기력의 흔적이 원래의 리치보다 더 긴 거리를 베어냈다. 입이 찢어지고, 그 너머의 얼굴까지 날아갔다.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맹수들이었지만 더 이상 움직이지는 못했다. 몇 마리 남지도 않았다.

제냐가 잠시 쉬는 듯하자 남은 놈들이 전부 덤벼들었다.


일고, 여덞 마리 정도 오는 것 같다. 제냐는 파지직, 하고 다시금 번개의 불꽃을 틔워냈다. 썬더 인챈트다. 비스트 슬레이어의 푸른 검신에 푸른 번개가 스며들어 위용을 자랑한다. 한 번 거대한 부채를 부쳐내는 것처럼, 제냐는 넓게 전방을 쓸어버렸다.

번개는 검에 달려 있으나 마치 썬더 볼트의 위력처럼 자신의 줄기들을 군데군데 뻗쳤고, 검격의 범위보다 더 넓은 장소가 제냐의 스킬에 의해서 쓸려나갔다.

이전보다 기술의 응용력이 늘고 있었고, 스킬의 이해도나 의지력이 늘고 있다는 말과도 같았다. MP의 사용이 조금 더 능숙해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기력술의 수준이 높아지다 보면 어느새 ‘검기’라고 불리는 기술을 쓸 수 있게 된다. 레어 스킬들 중에서 최상위권에 있는 스킬이었고, 그 효용이 무궁무진했다. 갈고 닦아 상위의 스킬들로 이어지는 기술이기도 하다. 검기는 범용적인 스킬임과 동시에 상위 스킬들을 여는 시작점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것을 얼마나, 어느 수준으로 다룰 수 있느냐가 고수들의 싸움에서의 승패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말이다.


‘기력술’의 강화 버전이라고 보는 것도 괜찮은 인식이었다. 검기도 결국 기력술의 일종이기는 하지만. 조금 더 촘촘한 밀도와 구조로 이루어진 기력체이다. 강력한 절삭력, 파괴력과 안정성을 가지며 지금처럼 넘실거리는 불빛이 아닌 실제의 칼날처럼 고정된 형상을 가진다.

거기에 질량을 가진 몬스터이던, 혹은 질량이 없이 기이한 형체를 가지고 있는 특수 몬스터이던 아무 상관 없이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었고, 초상 스킬로 이루어진 다양한 MP구조체들 역시 부술 수 있었으니까.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곧이기는 했다만. 제냐는 마저 덤벼드는 것들을 발로 차고, 주먹으로 까고, 칼로 베어 넘기면서 감각의 날을 점차 세워갔다.


마지막에 남은 다크 울프의 목덜미에 비스트 슬레이어를 꼬챙이처럼 찔러 꿰뚫으면서 전투가 끝나기까지, 수십 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


부스럭거리는 잎사귀들.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면서 제냐와 안드레, 모두 보랏빛 고사리를 따고 있었다. 평범한 고사리처럼 생겼다. 그리고 고사리도 무침 따위로 해놓으면 은근히 보라 빛깔이 돌기도 한다. 이것은 그런 은은한 색깔이 아니라 마치 일부러 형광 염료라도 칠해놓은 것처럼 기이한 빛깔이 빛나고 있는 모습이지만.


어둠숲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모습이었다. 평범한 식용 식물조차 이런 꼴이라니. 보통 화려하게 생긴 식물들은 강력한 독을 갖고 있다는 게 자연계의 상식 중에 하나인데. 과연 이런 생김새를 가진 풀을 먹을 수 있는 것인가, 따면서도 살짝 고민이 되었다.


제냐는 미리 가져온 천 포대기에 부지런히 고사리를 따서 안에 넣었다. 고사리는 뿌리까지 전부 채취하지는 않고, 적당히 밑둥을 잡아 뽑거나 자르면서 채취한다. 제법 풍성하게 또 높이 자라있는 모습들이었다.

한 묶음에 100젠이라고 했던가, 아이젠이 거래 제안으로 말하기를 말이다.

제냐는 이 정도 양이면 만 단위의 젠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젠에 3,000원 정도의 느낌이었으니까- 100젠만 하더라도 30만 원이다. 만 단위라면 천만, 혹은 억을 바라볼 수 있었다.

고사리를 팔아 고급의 장비를 얻는 것도 참 우스운 일이다. 일반적인 사람은 도저히 다가와 얻을 수 없는 지역에 있고, 그것이 미식가들의 심금을 울릴만한 식재가 된다면 가능한 값이긴 한데···. 제냐는 아이젠의 요리 연구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제냐가 나무들 사이에서 고사리를 잡아 담고 있는 옆에 안드레도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있다.

살아 움직이는 동물을 잡는 일은 안드레에게 어려운 일이었지만, 식물 채취 정도는 돕게 할 수 있었다.

풍성한 머릿결을 자랑하는 장년인은 자신이 테이밍해 둔 여러 짐승들을 근처에 대기시켜 놓고 몸을 굽혀 열심히 식물을 자르고 있다. 그 역시 가져온 보자기가 있었다. 인벤토리에 식물을 가득 담아 넣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웠고, 테이밍한 짐승 중 적당한 놈들의 등에 끈으로 묶어 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말인즉슨 운반의 한계가 거의 없다는 뜻이었고, 어디서 작은 단검 하나를 꺼내들고는 부지런히 케내고 있었다.

고기 뿐만 아니라 식물도 아이젠이라는 NPC와의 거래 품목이라고 들었고, 제냐가 많은 돈을 벌수록 거기에서 인센티브를 떼어 주기로 했으므로 그 역시 열심이다.

게임에 있어서 젠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한 것이었다. 그것은 뭐 현실도 마찬가지이기는 하다만.

조금 더 질 좋은 장비를 사고 안전하게 높은 레벨의 몬스터를 잡으면서 레벨업을 하고자 하는 게 안드레의 방식이었다.


“읏차.”


움직일 때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만, 괜히 기합성이 나온다. 안드레의 버릇이라고 해도 좋았다. 비련의 시나리오 속 그의 캐릭터는 관절염이나 근육통, 만성 피로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현실의 습관이라는 게 참 그렇다.

우스운 점은, 현실에서 실제 운동을 하던 사람들도 이 게임 내에서 자신이 이미 갖고 있던 운동 습관들을 버리지 못 해 더 높은 수준의 플레이에 제약이 생긴다는 점이었다.


현실적 제약은 조금 더 상상력이 필요했다. 그것을 버리기 위해서 말이다. 비련의 시나리오 안에서 플레이어들의 캐릭터는 거대한 용과도 맞설 수 있었고, 사자의 어금니보다 강력한 힘을 주먹으로 얼마든지 낼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아득한 수준의 레벨 업과 스태이터스 업그레이드가 필요하지만. 거기까지 갔을 때 정말 그렇게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제 상상력이 필요한 경지가 되는 것이다.


보다 저레벨에서의 플레이지만, 제냐나 안드레에게도 약간의 상상력은 계속 필요했다. MP를 다루는 일들에 있어서 필요한 면이 많다.


안드레는 고개를 숙여 고사리를 따다가, 자꾸 거슬리는 자신의 머리를 뒤로 묶었다. 장비의 가슴팍에 작은 주머니가 있었다. 가죽으로 이루어진 재질의 경갑옷에는 무수히 많은 수납 공간이 있었고, 다양한 도구들을 넣어둔다.

서바이벌을 즐기듯, 야지로 나서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법이었다. 머리를 묶을 작은 끈 따위도 마찬가지였다. 안드레는 붉은 색의 브릿지가 들어간 치렁한 머리를 뒤로 묶었다.


“후우.”


제냐도 계속해서 허리를 굽히고 보자기에 고사리를 집어 넣다가 문득 한숨을 쉬었다. 육체적으로 피로감이 찾아와서는 아니었다. 정신적으로 반복 노동을 하고 있다 보니 막연한 몸이 아닌 머리의 피로감이 들어서였다.


잠시 허리를 펴고 주변을 살폈다.


손에는 고사리 풀이 한 움큼 들려 있었다. 끈으로 꿰어서 허리에 달아둔 천 포대기가 있어, 그 입구를 슬쩍 벌리고 대충 던져넣었다.

고사리를 많이 켄 것 같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뿌리 근처에서 그냥 잘라버리는 것이기는 한데. 아무튼 수고롭게 채집을 했는데도 아직도 한참이 남아 있었다. 이 근처는 그냥 고사리 밭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나무들이 듬성듬성 있었고, 보통은 평범한 흙바닥에 낙엽이나 떨어져 있어야 할 숲의 지면이 고사리 풀들 뿐이다.


누군가 일부러 와서 고사리 풀 씨앗이라도 뿌려놓고 간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번에 다 켈 수 있을까. 옮기는 건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긴 하다만.

일단 한 번에 어마무시하게 가져가면 아이젠 하우드가 제대로 사줄 지도 모를 일이다. 그의 이야기는 결국, 요리 연구에 쓸 식재들을 조달해달라는 말이었으니까. 아직 요리 연구는 완벽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고, 실험 단계였다.

이제 제냐가 가져다 주는 식재들이 고급 요리의 비밀 재료들로 완벽하게 기능을 할 지 봐야 한다.


요식업도 사업의 일종이고, 단가가 맞아야 돈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아이젠 하우드는 의외로 알짜배기 거부이지만 당연히 무한하게 돈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일단 어느 정도 가져다 주면, 그에게도 그것을 밑천 삼아 돈을 벌 시간이 필요하리라.


그를 따라 온 안드레를 본다. 실력이 좋고, 같은 한국인인 데다가, 성격도 수더분한 면이 있어서 금방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 의뢰에 함께하기로 했다. 제냐가 길드에 내건 공고는 제법 조건이 좋은 편이었고, 고수 급의 유저가 확실하게 안전을 보장한다는 조건 하에 어둠숲에서 산책을 하는 정도의 일이었으니 나름대로 쏠쏠한 일거리라고 볼 수 있었다.


제냐는 배가 불러 두툼하게 몸집이 커진 허리춤의 보자기를 보았다. 이 정도면 일단 될 것 같았다. 정말 무한정 가져가봐야 아이젠이 감당 못할 것 같다.

사업은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제냐가 안드레를 불렀다.


“선생님.”

“어?”


적당히 부를 호칭이 없어서 아무렇게나 사용하고 있었다. 선생님이라고도 하고, 아저씨라고도 한다. 그럴 때마다 안드레는 별로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선생님이라고 부른다고 왜 그러느냐고 손사레를 치지도 않았고, 아저씨라고 한다고 왜 그러느냐고 눈을 부릅뜨지도 않았다.

그냥 수더분한 사람이다. 별 호오가 없는 실없는 인간처럼도 보일 수 있는 점이지만, 눈빛만 봐도 그런 부류의 인간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안드레는 도리어 좋고 싫음, 맺고 끊음이 칼같은 양반이었다.

뭔지는 몰라도 안드레의 눈에 제냐가 잘 보였던 모양이다. 그가 적당히 대해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걸 보면 말이다.

게임 내에서는 그가 분명 더 고수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아마 현실에 나가면 그가 고개를 숙여야 하는 지위에 있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지위가 무슨 말이냐, 고 할 수 있기는 하다만. 만약 비슷한 업종이나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한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연장자한테 고개를 숙이는 건 원래는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고.


안드레에 대해 자세한 건 알지 못하지만. 대강 저 정도 나이의 양반이라면 회사에서 일을 하던 사업을 하던 나름대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물론 번뜩이는 표정이나 눈빛과는 달리 그냥 허랑방탕하게 세월을 낭비하고 있는 날백수일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러기도 힘들지 않을까.

현대의 한국은 그 정도의 불황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살기 좋은 곳이었고, 성장률도 썩 나쁘지 않았다. 최선두를 달리고 있는 경제적 국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 2열 정도에는 들 수 있는 호황을 맞이한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는 그리 불황이 아니었다.


21세기 초반에 있을 뻔한 끔찍한 불황은 결국 시장의 분열과 부재, 그리고 각 이해 집단들간의 단절이 만들어낸 사태였다. 그 와중에 동남아 시장 등 아시아 국가들이 여러모로 변혁을 시도했다.

전제적 정권의 흔적이 남아있는 나라들이나, 신분제도나 불교론에 입각한 사상들, 그런 다양한 분위기들이 한 물간 이야기처럼 취급되면서 나라의 분위기들이 바뀌었다.


자유주의, 혹은 시장경제가 활성화되었고 많은 국민들이 자신들의 성취를 위해서 땀을 내어 일을 했다.

그 과정에서 참 많은 수고와, 번민과, 노력들이 있었다. 어쨌든 선진국가들은 후발주자들을 버릴 수 없는 처지였고, 그렇지만 아무런 고민 없이 무턱대고 후원을 해주었다가 그들이 이후 다른 마음을 먹을 수도 있었으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다가, 결국 전제 정권처럼 변해가던 러시아나 중국이 돈좌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자신들의 야욕을 위해서, 뭐 혹은 그 외 다양한 이유들을 들어대면서 침략적 행태를 자행하던 거대 국가들이 계속해서 실수를 저질렀다. 전쟁을 벌이던 교전 지역에서 번번히 패퇴를 반복했고, 작은 실수와 실패, 패전들이 쌓여 나라 전체의 부채로 이어졌다.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선택의 실패들은 결국 거대한 나라의 균열로까지 흘러갔고.


대립적이던 분위기가 환기될 수 있었다. 영미권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 그를 따르는 호주, 일본, 한국 등 자유주의 국가들과 그 외 반대 세력간의 치열한 눈치 싸움이 이어지던 것이.

결국 사람의 고민은 자신이 먹고 살 쌀밥, 혹은 빵이 없는 데서 나오는 것이기에 말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우왕愚王이 물러가고 성군聖君이 자리를 차지했다.

지도자의 변화는 곧 집단의 변화로 다가온다.

시대가 발전하는 흐름 속에서 시민들이 바뀌었고, 외부 세계와 적극적 교류로 사회의 분위기가 달라져갔다.


태국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의 패권과 흐름이 바뀌었고, 기존의 경제 질서의 축같은 역할을 하던 서방 세계의 입장에서도 지극히 써먹을 수 있을만한, 건전한 신흥 시장이 만들어졌다.


새로운 시장의 대두는 결국 새로운 돈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길이 막혀 죽어가던 경제 흐름에 활로가 생겼고, 연계된 많은 나라들이 발전을 했다.

시장 경제가 돌아가고 사람들의 삶에 활력이 돌았으며, 기술 발전 역시 그 뒤를 이었다.


아무튼 여러 일들이 있은 후에 지금이다.

21세기 후반.

22세기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시대의 한국은, 고도 성장을 계속해서 이루어온 나라로 통일을 하면서도 역량이 많이 반감되지 않아 극동아시아의 실력자로 자리잡고 있었다.


일을 할 사람이 많이 필요한 시대였고, 저 정도의 아저씨들은 대개 사회의 어딘가에서 중역의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제냐는 아직까지 제대로 진로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취업 준비생 이전 단계의 대학생이었고.


“왜 그러나.”


안드레가 답했다. 박영식이라고, 이미 한국 이름을 알려준 뒤였다. 제냐는 게임 내이니까 아무래도 안드레라고 부르는 것이 편했다. 사실 부를 일도 별로 없지만은.


“돌아가죠.”

“아, 그래.”


안드레는 허리를 굽힌 채 일을 하다가 고개를 들어 보았다. 캐릭터의 허리가 아플 리도 없건만, 습관대로 그 부근을 손으로 짚으면서 제냐를 보았다. 돌아가잔다. 가야지, 그럼 뭐.


“이만하면 된 건가?”

“예. 뭐··· 무작정 많이 챙겨간다고 아이젠이 환전을 다 해 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퀘스트 NPC가 말이에요.

이쯤해서 일단 오늘은 파하는 게 좋겠습니다.”


제냐가 이어 죽 말했다.


“그렇게 아이젠 보고··· 돈 바꿔서 아저씨께 또 드리고··· 그러고 헤어지면 될 것 같네요.”

“그러세.”


안드레 역시 그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퀘스트를 끝내고 나면 잠깐 인근을 구경하다가 로그 아웃을 해야겠다. 바깥에 일이 있을 시에는 게임 안에 있더라도 메세지 알람이 울리도록 만들어 놓기는 했다만, 마냥 오래 게임 속에 있는 것도 할 짓은 못된다.

자주 하는 경치 구경이나 한 뒤에 현실로 돌아가야지.

그는 비련의 시나리오를 완벽하게 취미로 대하고 있었고, 할 일이 있었다.

그건 제냐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젊은이는 취미에 쓸 수 있는 시간과 집중력이 연장자들보다는 좀 더 많은 편이었다.


“몹들 있는 쪽으로 갔다가, 가장 가까운 쪽으로 해서 빠져 나가죠.”

“그러자고.”


안드레는 시원하게 고갤 끄덕이며, 바닥에 두었던 고사리 포대기를 집어 들었다.


어둠숲의 내부가 점점 더 어둑해져 갈 무렵이었다. 밤이다. 로그아웃을 하면 말이다. 그것도 늦은 밤.

이 나이에 게임을 하다가 아예 하루의 패턴이 돌아가 버릴 수는 없었다. 웃기는 일이었다, 그것도. 잘 시간은 잘 맞춰서 자야 한다.

예전에 그가 이처럼 사장직이 아니라 실무진으로서 거칠게 뒹굴 때는 시즌에 잘못 걸리면 잠조차 사치일 때가 많기는 했다만. 어쨌든 그런 시간을 지나서, 기계처럼 굴려지는 일은 부하 직원들이 맡아서 해주고 있었다. 그들 역시 그런 시간이 지나, 몸은 조금 더 편한 때가 올 것이다. 한 가지 업종에서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면 되는 일이었다.


한 명의 젊은이와 아저씨는 포대기를 쥐어 들고 고사리 밭을 빠져나갔다.


*

mike-erskine-K20boRWBDso-unsplash.jpg


작가의말

일상.

비일상의 설정에서 그걸 그려내는 게 중소 단계의 목표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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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4. 돌아갑시다. 23.10.25 20 3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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