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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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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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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1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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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28. 저녁 비행

DUMMY

*


저녁 하늘을 날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제냐가 올려다보고 있지만, 나뭇잎과 가지에 가려 제대로 보지 못하던 하늘의 위였다.


마침 어둠숲 근처를 지나가던 여성은 몸을 바짝 엎드려 바람의 저항을 피하기 위해 애를 쓴다.


후우우우웅.


귓가로 거친 바람이 지나간다. 상공의 대기는 날카롭게 느껴진다. 그것이 하는 일은 없지만 여성의 속도가 워낙 빨랐던 탓이다.

보랏빛의 하늘. 어슴푸레하게 저물어가는 하늘 위를 여성은 날고 있었다. 그녀 혼자 나는 건 아니다. 바짝 엎드린 데는, 짐승의 등 위였고 새의 깃털 가닥이 그녀의 뺨이나 턱, 드러난 피부를 간지럽힌다.


기승용의 마구馬具 따위를 맞춤 제작해서 달았다. 그녀는 갈색과 노란색, 적색 따위가 섞여 있는 거대한 매의 등 뒤에 타고 있었다. 그 목덜미 근처에 끈 따위를 달아 손잡이처럼 꽉 쥐고 있었고, 등에도 안장을 고정시켰다. 새는 전체적으로 경갑옷의 프레임 따위를 착용한 것 같은 꼴이었고, 덕분에 여성이 편안하게 발을 딛고 몸을 기댈 틈들이 많이 생겼다.


휘우우우.


새는 빠르게 허공을 미끄러진다. 위로는 거의 저물어버린 태양. 떠오른 달. 그리고 약간의 별들이 보인다. 구름은 저 위에 있었다. 상공을 비행하는 건 아니었다. 어둠숲의 나무들은 까마득하게 아래로 보고 있지만. 높은 산의 봉우리와 비교하자면 그보다는 아래일 것이다.


날카로운 부리를 앞으로 내밀고 날고 있는 매의 이름은 ‘썬더스Thunders'였다. 오래 고민하고 지은 이름은 아니다. 멋을 내자고 붙인 것도 아니었고. 그냥 번개처럼 빠르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여성, 뒤로 질끈 묶은 흑발이 요동치는 청년은 팔다리가 길고 적당한 굴곡과, 전체적으로 마른 체형의 몸매를 갖고 있었다. 가벼운 경갑옷 류를 착용하고 베테랑 모험자들이 으레 그렇듯 허리춤, 등 뒤, 허벅지 근처, 여기저기에 홀더를 달아 다양한 도구와 무기류를 달았다.


동양인이었다, 그녀는.


테이머의 일종이었고, 자신이 부리는 매와 함께 싸우는 종류의 인간이었다. 얼굴에는 반투명한 고글을 하나 끼고 있었고, 그 외에는 바람의 저항을 그대로 맞고 있었다.


입이라도 벌리면, 푸부부부부 하고 저항감에 제대로 소리도 내지 못하리라. 새의 속도는 어지간한 비행기보다도 빠를 수 있다. 지금은 그렇게까지 속도를 올리진 않았지만. 미끄러지듯 활공하는 속도는 몇 분 내로 어둠숲을 주파하고 지나쳐갈 수 있을만하다.


그녀는 허벅지에 힘을 단단히 주어 떨어지지 않게끔 다소 애를 쓰면서, 하늘을 구경했다. 해가 저물어가는 하늘.


감탄을 터뜨리기는 다소 힘겨운 상황이었지만 심정은 이미 그러했다.

비련의 시나리오에서 하늘을 나는 건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이 게임에 접속하는 가치가 있을만큼 말이다. 시원한 맞바람이 이마를 때린다.


다소 무서울 정도의 경험이겠지만, 이건 게임이며 떨어진다고 큰 일이 나지도 않는다. 게임 오버의 위험이야 조금 있지만.

어쨌든 게임 내에서 그녀도 초인적인 물리 스탯을 만들어 둔 인물이었고, HP포션류도 두둑히 있으니 바로 죽지는 않을 테다. 비상 탈출용의 스킬도 구비하고 있었고.


거기에 무엇보다, 죽음의 순간이라거나 플레이어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만한 기억들은 감각적으로 다소 멀게 느껴지게끔 조정된 게임이라, 낙하감에 대한 공포도 그다지 큰 장애가 아니었다. 고통 자체도 거세된 세계였고.

물론 감각이야 느껴지고 어디에 신체적 이상이 있구나, 하는 부자연스러운 느낌들은 계속해서 주지만 본격적인 고통들은 없었다. 이런 하드코어한 서바이벌 게임에서 고통을 실제 세계의 그것과 같이 구현해놓았다면 그건 게임이 아니라 고문 기계였을 것이다.


사용자의 신경계에 관여하는 기술이니만큼, 관련한 법안도 아주 엄격하게 정립되어 있는 것을 그녀 또한 알고 있었고.

가상현실은 무엇보다도 완벽한 현실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쓰지만, 진짜 현실과는 본질적으로 달라야만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현실의 삶이라는 건 그렇게 마음대로 건드려져도 되는 부분이 아니었으므로. 그것들을 규제 없이 다 풀어버린다면 마약을 풀어 놓는 것과 그다지 큰 차이가 없는 일이었다.


아무튼 그녀는 허공을 활강하는 그 기분만큼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고, 중부 대륙의 먼 경치와 지형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위로는 보랏빛 하늘, 구름.


아래로는 왠지 어두침침한 기운이 서려 있는 거대한 수림이 펼쳐져 있었다. 매의 시야와, 또 그 위에 있으며 수준 높은 시력 계열 스킬을 보유한 그녀의 눈에 저 멀리 지형들이 더 보였다. 황야와 산맥. 풀이 뒤덮고 있는 초원도 있고. 더 멀리 가다보면 호수도 등장한다.

현실의 세계와 같지 않은 지형이었고, 지구상에 똑같은 곳은 없으리라. 그러나 현실에 있는 지형을 잘 배합해 섞어 만들어둔 세계였다.

호주나 아메리카 대륙의 경치 좋은 자연을 경비행기라도 타고 관광하면 아마 비슷한 경치일 테였다.


그보다 좋은 점은, 경비행기보다 훨씬 자유롭고 나는 듯한 감각이 주어진다는 점이었다. 매의 등 뒤에 그냥 올라타서 비행을 즐기는 점은.


“그르릉.”


그녀가 타고 있는 매, 썬더스가 성대를 떨어 울렸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목깃 근처를 쓰다듬으며 교감했다.

썬더스는 그녀가 다루는 반려 동물과 비슷한 것이었고, 엘리트 몬스터이기도 했다. 보통 몹들을 조련해 다루는 테이머 계열의 전투 클래스들은 소수의 정예 몹을 키우던가 다수의 소모용 몹을 다루던가 한다. 그녀는 전자에 가까웠고, 썬더스는 아마 종족적 한계를 한참이나 뛰어넘고 비슷한 스펙을 가진 몬스터들과 싸워도 대부분 이길 테였다.


그녀가 테이머로서 줄 수 있는 버프Buff(지원 계열, 강화 스킬들)스킬들이 어지간히 많기도 했고, 또 직접 교감을 하면서 디테일한 조정이 들어가면 평범한 새라고 생각할 수 없는 전략적 행동들이 가능했으니까 말이다.


때로는 AI가 심어둔 ’매의 본능‘에 그냥 움직임을 맡기는 게 훨씬 효율이 좋을 때도 있지만 말이다. 실제의 매를 모티브로 삼아 만들어진 게임 내의 맹금류들이고, 그것들의 본능은 사람의 계산보다도 빠르게 최적화된 행동을 할 때도 많기는 했다.

반드시 계획대로 움직여야만 하는 전략적 상황에서는 달랐어도.


귓가로 스치는 바람.


뒤로 묶은 말총머리는 미친듯이 나부낀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창공에서의 시야를 만끽했다.


맹금류의 등 위에서 즐기는 야간비행이었다.


*


검기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건, 단순한 의미가 아니었다. ’기력술‘의 경지가 고급에 올랐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킬은 선형적인 구간도 있고, 비선형적 구간도 있었다. 초-중-고급의 스킬 분류가 있었고, 요구하는 경험치가 방대한 기본 계열일 경우 초급에서도 다시 1, 2, 3 따위로 레벨이 나누어졌다. 제냐는 중급 기력술2를 익히고 있었지만, 검기를 완성한 시점과 맞물려 고급 기력술1을 스킬란에 추가했다.


중급 기력술3을 꼭 스킬 레벨 12까지 다 찍어야만 고급 기력술을 익힐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검기는 분명 고급 기력술의 경지였고, 비물질인 MP를 정련해서 물질화시키고 안정성, 지속성까지 완벽하게 만들어내면 그것이 고급 기력술이 요구하는 소양의 전부였다.


계속해서 기력술을 전투 중에, 게임 플레이 중에 익히고 다루면서 수준이 올라갈 것이다. 기초 기력술 역시 1, 2, 3스킬 전부 12레벨 까지 찍지는 못했다. 아무리 낮은 것이라 할 지라도 12이상 찍은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전 단계의 스킬들은 다음 스킬을 얻기 위한 교보재같은 느낌일 때가 많다. 콘란드 대륙에서 제공하는 MP와 그것을 다루는 감각은 현실의 인간들에게 지나치게 이질적인 것이고, 게임 내에만 존재하는 설정이었으니 말이다.


어디로 가야하는 지 알 수 없는 플레이어들이 많다. 반면 스킬은 사용자에게 감각적으로 다양한 길을 제시해주고, 패시브 스킬들의 경우 유저의 동선을 이끌어주는 경우도 많다. MP를 다루는 기력술, MP제어 따위의 스킬들도 마찬가지이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을 다루는 것과 같이 새로운 감각을 제공하는 세계관이었고, 그 감각을 잘 다루기 위한 보조 감각을 다시 스킬이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스킬들이 일러주는 길을 따라 다음 레벨의 스킬을 익히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 전까지 스킬과 시스템이 알려준 정보들을 도합해 미리 앞질러간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필연적으로, 선수 스킬이 반드시 존재해야만 다음 스킬을 얻을 수 있는 조건부의 획득도 없는 건 아니었다. 보통 유니크 스킬 따위가 그런 식으로 제약이 많이 걸려 있다.


기력술은 강력하며 심오한 스킬이었으나 희귀도로 따지면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다. NPC들까지 모두 포함을 한다면 분명 희귀하겠지만. 플레이어들은 애초에 이 게임에서 그것을 주 컨텐츠로 즐기는 이들이다. 플레이어들에게 설명할 때 기력술은 분명 보편적인 스킬이다. 애초에 MP를 다룰 수 있는 최고의 재능을 부여받은 상태에서 게임을 시작하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기력술의 강력함은 그것을 보유하고 있느냐, 아니냐보다는 보유하고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다루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스킬 레벨보다도 심오한 운영을 하는 이들도 있었고, 그런 이들은 보통 고수나 랭커 급에 위치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그 지점까지 다다르게 될 테였고.


제냐 역시 나름대로 한 발을 내딛은 셈이다. 검기는 완성적인 단계였고, 세계관 내에서도 마스터Master의 칭호를 붙여주니까.

그래, 제냐는 소드 마스터가 되었다.


“허허허허허허.”


실제로 인터페이스의 칭호창에, ’소드 마스터Sword Master'가 생겨나기도 했다.


제냐는 어둠숲 내부를 안드레와 함께 돌아다니며 고기 조달 퀘스트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눈앞에 칭호창이 하나 떠 있었다.


[소드 마스터Sword Master -

검예의 극의를 본 자.

대륙을 호령할 무재를 가진 이들이 기사가 되고, 기력술을 깨달아 초인이 된다. 다시 그들 중에서 한 줌도 되지 않는 자들만이 간신히 다다르는 경지에 당신은 도달했다.

검술과 기력술 모두 뛰어난 성취를 보인 자만이 얻는 칭호이며, 완성적인 검술을 가졌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대륙 어느 나라를 가던 작위와 함께 기사단 단장급의 예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며, 평민층이 주류가 되는 용병, 모험가, 검술 길드 따위에서는 곧바로 간부진으로 올라서고 조직의 핵심에 들어갈 수 있을만한 실력이다.

고래로부터 소수의 실력자들만이 밟는 땅을 밟은 당신은 방대한 길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

검기를 다루는 소드 마스터의 의지는 철조차 쉬이 잘라내고, 형체가 존재하지 않는 악령조차 가볍게 흩어버릴 수 있을 테다.


;기력술 운용 능력 보정, 근력-지구력-순발력 소폭 증가, 검술 이해도 증가, 아크로바틱 증가, 초월 방어력 증가, 검류 무기 계열 데미지 증가, 검술 길드 NPC들에 대한 관계 호감도 증가]


그 외에도 칭호 효과로 여러가지 소소한 것들이 더 붙어 있었다.


검술 길드라는 단체가 콘란드 대륙의 여러 집단 중 있었는데, 해당 집단의 NPC들에게 호감을 더 얻을 수 있다는 게 우습게 보이기도 한다.

초상술사로서 고수의 경지를 밟으면 마기아 마스터로서 술사 학계에서도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고도 하고.


기력술사나 초상술사로서 수준을 높이고 입지를 다져가다 보면 여러 단체들과 마주하게 된다. 가장 흔하게 플레이가 이어지는 루트Route는, 기력술사라면 기사단에 들어가는 것이 있었다. 레벨이 4, 50 정도만 넘어도 어지간한 귀족 영지의 기사단에 합류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그보다 위라면 보다 쉬웠다.

귀족들은 언제나 더욱 강한 사병을 원했으니까 말이다. 물론 그만한 급여를 줄 수 있는 사정이 될 때의 이야기였다.

기사단이 아니라면 모험가나 용병으로 평범하게 활동하는 것이 되겠다. 보통은 여러 NPC들과 교류를 하면서 일정한 데에 적을 두지 않고 돌아다니는 자들도 많았다. 그럴 때 길드는 유용하다. 전대륙적인 집단이었으며, 그 응집력은 떨어졌지만 어딜가도 연이 닿을 구석이 있게 되니까 말이다.


중부 대륙에서 활동을 하다가 그 외곽으로, 그리고 다시 외곽에서 다른 지방 대륙으로 옮긴다고 할 때 길드 마스터의 소개장 따위가 있다면 타지에 정착이 보다 쉬우리라.


길드란 직군의 연합이었고, 검술가들의 연합인 검술 길드도 있었다. 그 외에 장병기술 길드, 권법 길드 따위도 있었고.

길드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해당하는 지역의 행정국의 승인이 필요하고, 그게 현재 대륙의 관례라고 할 수 있었다. 길드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고, 곧 인력은 의뢰를 받는 사업 수단이 되기도 한다.


어지러운 세상이었고, 치안이 좋지 않았으니 길드에 속한 길드원들을 고용해 상인이니 민간인이니 하는 이들이 보호 의뢰 따위를 자주 맡긴다.


길드원들은 그래도 공신력있는 왕실 등 행정국의 인가를 받은 단체에 소속된 자들이었고, 모두 그 신분패나 내력 따위가 공개된 인물들이라 비교적 믿고 맡기는 것이었다.

혹시 일이 잘못된다면, 첫째로 해당 길드의 모든 인원이 길드 소속이었던 범죄자를 척결하기 위해 움직이고, 그것으로 안된다면 인접 길드의 도움을 받아 근처의 모든 소속원들이 움직인다.

그것으로도 해결이 안되면 본거지가 있는 지역의 국가, 왕실, 정부에서 나서서 공권력이 투입되어 잡으려 하고 말이다.


범죄를 저지르고 길드에서 나간 이들은 길드가 벌어들이는 수익금 중 일부를 떼어 모아두는 ‘현상금 저축’에서 나가기 때문에 깨나 두둑한 현상금이 걸리게 되어 있었다.

곧 그 현상금은 길드의 의뢰를 받고 움직이는 임시이던 정규이던, 길드에 소속되는 모험가들이 혈안이 되어 잡아내고 받아간다.


실력적으로 아주 탁월한 자신이 있다거나, 혹은 평생 도시에 발을 들이지 않고 살 자신이 있다거나 한 종류가 아니라면 어지간해선 길드원이 벌이는 범죄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어쨌든 시대의 불안감 중 일부를 민간 단체라고 할 수 있는 길드에서 어느 정도 해소시켜주고 있었다.


‘길드’들은 보통 그 직군에 해당하는 평민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단체였고, 각 지부 간의 결속력이 좀 약했다. 그것이 되었다면 초국가적인 단체로서 왕들에 준하는 위치로 통솔자가 설 수 있었겠지만, 그걸 바라는 권력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만한 거대한 사업을 해낼 역량 자체도 부족한 실정이었고. 지금까지는 그래왔지만, 앞으로는 또 모른다.


어쨌든 ‘기사단’이나 ‘길드’는 기력술사들이 움직일 수 있는 가장 흔한 루트 중 두 가지였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기사단은 상류 사회의 그것을 대변하고, 길드는 하류 계층, 그리고 평민 사회를 대변한다.

실력적으로 엘리트를 가리자면 기사단이 될 테였고, 길드는 보다 떨어지는 실력적 질을 가진다. 만일 실력적으로도 고수 이상이 될 수 있을만한 플레이어라면 아무 상관이 없기는 하다. 도리어 모험가 길드 따위에서 활동을 하다가 자신의 솜씨를 보이는 편이 NPC 사회에서 유명세를 얻기에 더 좋을지도 몰랐고.


제냐는 일정한 위치에 적을 두고 머무르고 싶어하지는 않았기에 당연히 귀족가의 기사가 되지는 않았다.


한 귀족가문의 기사가 되지는 않겠지만, 작위를 받거나 칭호를 얻는 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 마치 옛 영웅담의 주인공처럼, 플레이어들은 유니크 퀘스트 따위를 해결하다 보면 나중에는 왕과도 대면하게 되기에 말이다.

나라에서 골칫거리라고 여겨지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왕실에서 명예 작위나 칭호를 주기도 한다. 그 나라에 매일 필요까지는 없지만, 우호적인 관계를 다지고 명예 점수를 높일 수는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소드 마스터라는 말인가?”


제냐는 옆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칭호창을 닫고 대꾸를 했다. 안드레 박, 박영식이었다. 묘하게 어울리지 않지는 않는 붉은 브릿지를 머리칼에 넣은 사내. 사내로서는 장발에 가까운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는 선이 굵은 중장년의 남성이다.

그 눈빛에 제냐는 어딘가에서 사업이라도 이끄는 사장님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다. 무언가 책임감의 최전선에 나서 있는듯한 사내의 모습이 느껴진다.


“어, 네. 소드 마스터요. 그죠.”


제냐와 안드레는 그간 퀘스트를 반복하면서 이전보다는 조금 더 편해진 면이 있었다. 게임 내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많다. 무수한 인파가 게임 내에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제대로 교류를 맺고 플레이를 공유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적어지게 마련이다.

이 놈의 게임은, 서바이벌이라는 명목으로 사람들에 대한 불신을 어느 정도 형성해버렸다.

실제 콘란드 대륙을 걷는 것처럼 모험가가 된 플레이어들은 사람에 대해 경계하는 면이 강하다. 보통의 게임처럼 P.K나 사기 행위 따위가 일어났을 때, ‘아, 당했네.’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게 아니라 한 번의 죽음이 곧바로 게임 오버였으니 말이다.


현실에서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며 다니듯, 게임 내에서 유저들도 그렇게 된다.

denis-degioanni-9wH624ALFQA-unsplash.jpg


작가의말

호흡을 좀 짧게 해보겟음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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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131. 수난 23.11.01 20 3 20쪽
131 130. 백마 23.11.01 17 2 19쪽
130 129. 헛웃음 23.11.01 18 3 11쪽
» 128. 저녁 비행 23.11.01 19 3 18쪽
128 127. 또 사냥 23.10.31 16 3 12쪽
127 126. 재접속 23.10.31 16 3 22쪽
126 125. 간밤의 습격, 그 끝 23.10.30 19 3 32쪽
125 124. 위검기僞劍氣 23.10.29 19 3 19쪽
124 123. 맥컬리 23.10.29 18 3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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