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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6.22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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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9,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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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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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6화 뒤풀이

DUMMY

26화 <뒤풀이>



“알레르기 증상입니다.”

“알레르기?”

“알레르기라고?”

“알레르기라니!”


이카루스, 가더, 브레드.

이 세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자연스레 이야기에 끼어든 인물, 흐리멍덩하게 생긴 약사를 보았다.


“자네는 다 알고 약을 가지러 간 거 아닌가? 대체 왜 같이 놀라는 건가?”

“아니, 왠지 그래야 할 거 같아서······.”


약사는 어수룩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신용을 우선하는 약사라는 직업.

세 사람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찾으셨던 약 가져왔습니다.”

“오, 이리 가져와 줘. 말한 대로 배합한 거지?”


이카루스는 포션병의 마개를 열고 코를 갖다 댔다.

만족스러운 얼굴로 포션을 숟가락 위에 따랐다.

그 약을 캣니스의 입 안에 넣었다.


“힘들어도 삼켜줘요. 안 그러면 더 힘들어요.”


약을 머금은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그래도 캣니스는 끝까지 약을 삼켰다.


“잘하셨어요. 이제 약효가 돌 때까지 삼십 분 정도 있어야 할 거예요.”

“다행이군. 하지만 알레르기라니. 나의 우상이여 혹시 짐작 가는 것은 없는가?”

“나한테 물어도······.”

“그 부분은 제가 알고 있습니다.”


약사의 안경이 반짝, 빛을 반사했다.


“이 시기에 생긴 알레르기 증상은 칠십 퍼센트가 이 알레르기가 원인이죠.”

“그 원인이란 것은 대체······?”

“바로 이겁니다.”


약사는 품에서 원통형 플라스크를 꺼냈다.

그 안에는 시무룩한 얼굴의 인삼이 들어 있었다.

브레드는 플라스크를 가까이에서 보았다.


“이건 라벨라로군.”

“라벨라? 네 친구를 말하는 거지?”

“나의 우상이여······. 언제부터 내가 식물이랑 친구라는 건가?”


브레드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가더는 그의 시선을 무시 한 채 플라스크를 보았다.


“호이이이이잉-”


하찮은 얼굴로 팔다리를 파닥이는 생명체.


“그러니까 이놈이 캣니스를 아프게 했다는 거지?”


가더가 플라스크를 책상에 놓고 주먹을 들었다.

약사는 그의 과격한 행동에 경악하며 팔을 붙잡았다.


“잠깐! 무슨 짓입니까?! 이 귀한 식물을 망가뜨리려고 작정했습니까?”

“응.”

“망가뜨린다고요?!”

“어, 쥐포로 만들어 버릴 거야.


약사와 라벨라의 안색이 파래졌다.

가더의 팔을 내리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한평생 바쳐서 찾은 약재가 망가질 위기이다.

자존심 같은 거 내다 버리고 애걸복걸 빌었다.


“아이고. 이러지 마세요. 이거 하나를 구하느라 지금껏 번 돈을 다 썼단 말이에요. 진짜 이렇게 작은 품종은 대륙 전체를 뒤져도 하나 있을까 말까인데!”


가더는 팔을 내렸다.

약사는 안심한 얼굴을 하였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발언이 들려왔다.


“내 알 바야?”

“안 돼-!”


자비 없이 주먹을 내리쳤다.

약사가 경악하고, 플라스크 속 라벨라도 경악하였다.


“안 돼요! 문지기님!”


그때였다.

그의 주먹보다 한없이 작은 손이 플라스크 앞을 가로막았다.

주먹이 아슬아슬한 위치에서 멈추었다.

모두가 놀란 눈으로 주먹을 막은 이를 보았다.


“캣니스!”


침대 위의 캣니스가 팔을 뻗고 있었다.

무사히 살아있는 라벨라.

병상에서 일어난 캣니스는 안도의 한숨을 뱉어냈다.


“문지기님.”


그녀는 일어나자마자 동행자를 찾았다.


“문지기님! 제정신이에요? 무슨 생각으로 저걸 부시려 했어요?”


가더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지금의 반응을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캣니스. 저거 때문에 네가 아프다고······”

“알레르기예요, 문지기님! 저 뿌리 하나가 병의 원인이 아니라, 밖에 있는 꽃가루······. 에취- 아무튼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요.”


가더가 새로 안 사실에 몸을 굳혔다.

캣니스는 화를 내던 일을 멈추지 않았다.


“저거 하나에 얼마인지 아세요? 약사님이 얼마의 돈을 투자했는지 아시냐고요!”

“아, 아니. 몰라······.”

“자그마치 3억 골드예요! 저 작은 라벨라가, 한 영지에서 2개월 동안 세금을 거둬들여도 살까 말까 한 금액이라고요!”


가더의 몸이 일순 굳었다.

그는 허둥지둥 그녀의 기분을 살폈다.


“미안해 캣니스.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모르면 제발 얌전히 계세요! 하마터면 감옥에 들어갔거나 평생 빚만 갚으며 살 뻔했다고요!”


가더의 얼굴이 나쁘다 못해 창백해졌다.

그는 화가 난 캣니스를 달래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울상이 되었다.

무릎을 꿇은 채 양 팔을 올리고 있는 그에게, 자그마한 구원의 손길이 뻗어왔다.


“캣니스 양. 화가 난 이유는 이해하지만, 아직 당신은 환자예요.”


이카루스가 캣니스의 몸 상태를 일깨웠다.

캣니스는 은인의 말에 감정을 가라앉혔다.

설교를 그만두고, 이불 위에 가지런히 손을 올렸다.

그녀는 자신을 도와준 은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해요, 길드장님. 덕분에 이렇게 활기를 되찾을 수 있게 되었어요.”

“뭘요 캣니스 양. 도움이라면 제 쪽에서 이미 듬뿍 받았답니다.”


이카루스는 어린 천사 같은 미소로 웃었다.

길드 로비에서 보여주었던 장난스러운 모습과는 천차만별이었다.


“그런데 캣니스양. 혹시 병세와 관련해서 몇 가지 질문해도 괜찮을까요?”

“네, 물론이에요.”

“수락해줘서 고마워요. 사실 라벨라 꽃 알레르기라는 게 흔치 않지만. 모르고 살아가기에는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동료에게 말을 안 한 이유가 뭔지 살짝 궁금했답니다.”


라벨라 꽃은 기후 지역 상관없이 자라난다.

센츄어리 대륙에서 라벨라 꽃가루를 피할 수 있는 지역은 거의 없다고 보도 무방했다.


“아···. 그건 말이에요······.”


캣니스는 뺨을 긁었다.


“모르고 있었어요.”

“네?”

“음, 그러니까······. 라벨라 알레르기가 있는지를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캣니스는 담백하게 대답했다.

거짓말이나 속일 의도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잠깐. 잠깐만요.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요?”


이카루스의 표정이 눈에 띄게 당황해했다.

지금 들은 이야기는 그가 가진 상식과 상당히 어긋난 이야기였다.


“네, 지금껏 한 번도 이런 적 없었어요.”

“아니 그건 이상한···. 진짜 한 번도 없었어요?”

“네, 옛날에 꽃밭에 가까이 갔을 때가 있었지만 꽃향기를 맡았어도 이상 없었어요.”

“진짜 한 번도요?”

“진짜 한 번도요.”


이카루스는 팔짱꼈다.

원래의 알레르기란 대부분 후천적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그것은 햇빛과 먼지 그리고 꽃가루 같은 것들이 해당할 뿐,

라벨라의 꽃가루는 조금 취급이 특별했다.


“이상하네요. 왜 지금에서야······?”


라벨라가 유명한 명성에는 뛰어난 인체 친화적 성분이 한몫한다.

그가 찾아본 고서에는 팔이 잘린 무인이 라벨라 연고를 바르자 전쟁이 끝날 때까지도 썩지 않았다고 기록되었다.

그만큼 인체에 좋았으면 좋았지. 지금껏 학계에 후천적인 라벨라 알레르기가 발표된 적이 없다.

그런데 이 기이한 현상의 당사자인 여사제는, 무언가 떠올린 듯 입을 열었다.


“아, 혹시 죽다 살아난 일 때문일지도 몰라요.”

“죽다 살아난 일이요?”

“네, 이곳에 오기 전에 거의 죽을 뻔했다 살아난 적이 있었어요.”


이카루스는 손에 턱을 괬다.

손가락을 튕기고 얼굴빛을 밝혔다.


“그게 원인일지도 몰라요.”

“죽다 살아난 일이요?”

“네, 몸이 회복하는 데에 있어서 라벨라의 꽃가루가 방해된다고 여길 수 있거든요.”

“아, 그렇군요······.”


캣니스는 병의 원인을 알았어도 기뻐할 수 없었다.

일상생활에서 먼지만큼이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라벨라 꽃가루이다.

그런 알레르기가 생긴 것도 모자라서, 상당한 거부 증상을 보인다는 건 모험에 지장을 줄 정도로 좋지 못한 일이었다.

그런 고민을 눈치챈 이카루스가 입을 열었다.


“뭐.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거 없어요. 잠깐 지나가는 증세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거든요. 오히려 모험 중이 아닌 안전한 곳에서 눈치챈 게 천만다행이네요.”


이카루스는 포션병의 마개를 닫고는 건네주었다.


“약은 이분께 말씀드리면 지어주실 거예요, 당분간은 약을 복용 하며 증상을 지켜보도록 하죠.”


지목받은 약사는 플라스크를 꼭 안은 채 자신감을 보였다.


“맡겨만 주시죠. 제 아이를 지켜준 은혜를 확실히 보답하겠습니다.”


캣니스는 감기로 여겼던 일이 알레르기였다는 게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길드장의 말대로 지금이라도 병세에 관해 알았으니 기뻐하기로 했다.


“캣니스······.”


끝까지 이야기에 끼어들지 못했던 가더가 이불 끝에 매달렸다.

플라스크를 부술 뻔한 전적 때문에 의기소침해 있던 그를 위해 미소 지었다.


“조금 전에 화내서 미안해요. 그리고······ 간호해 줘서 고마워요.”


손을 겹쳐서 걱정해주었던 일에 고마움을 표현했다.


“캣니스······!”


그러자 가더는 캣니스의 품에 뛰어들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제멋대로 그녀를 품에 안았다.


“캣니스 다시 아프지 마! 내가 더 잘할 테니까!”

“글쎄요. 그 말이 언제까지 갈까요?”

“맹세할 수도 있어. 아니 맹세할게. 앞으로 캣니스 말없이는 행동하지 않을게!”

“아니요. 맹세까지는······. 어서 눈물이나 닦아요, 문지기님.”


가더의 눈물 콧물을 흘리는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아주었다.

어느새 방의 분위기는 가볍고 즐겁고 소란스러운. 실로 모험가다운 공간이 되었다.


“약사님 수고했어요. 이만 돌아가셔도 됩니다.”


이카루스는 약사와 악수하고 방 앞까지 안내했다.

그를 배웅한 뒤에는 소란스러운 그들의 주의를 끌었다.


“자, 그러면 금 등급 모험가 브레드 님. 신입 모험가 가더 님과 캣니스 님. 그리고 루나, 듣고 있지?”


웃음기 하나 없는 진지한 목소리가 그들을 불렀다.


“여기 남으신 여러분들께는 꼭 들어 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카루스는 창가에 기대어 앉고 반응을 살폈다.

듣기 싫어하거나 이견을 펼치는 자는 없었다.


“좋아요. 그러면 제가 왜 이토록 길게 자리를 비웠는지. 왜 하필 이런 때에 소란이 일었는지. 이번 일에서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했던 이유를 설명하려 합니다.”


그가 설명하려는 일은 모험가 길드가 궁지에 몰리게 된 뒷사정.


“부디 경청해주시고 판단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제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추천과 좋아요 잊지마세요-!


작가의말

알레르기를 겪는 사람들 모두를 응원합니다. 겪지 않는 사람도 응원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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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2화 전야제 22.11.19 96 0 18쪽
22 21화 전야제 22.11.18 93 0 18쪽
21 20화 전야제 22.11.17 95 0 16쪽
20 19화 전야제 22.11.16 96 0 14쪽
19 18화 전야제 22.11.15 97 0 22쪽
18 17화 전야제 22.11.14 94 0 15쪽
17 16화 전야제 22.11.13 95 0 14쪽
16 15화 전야제 22.11.12 116 0 12쪽
15 14화 전야제 22.11.11 124 2 14쪽
14 13화 모험가의 활동 22.11.10 125 2 16쪽
13 12화 모험가의 활동 22.11.09 142 2 11쪽
12 11화 모험가의 활동 22.11.08 161 3 11쪽
11 10화 모험가의 활동 22.11.07 185 2 11쪽
10 9화 모험가 길드 + 외전 22.11.06 201 2 13쪽
9 8화. 모험가 길드 22.11.05 214 3 12쪽
8 7화. 모험가 길드. 22.11.04 231 4 13쪽
7 6화 모험가 길드 +1 22.11.04 264 4 14쪽
6 5화. 모험가 길드 22.11.03 308 5 18쪽
5 4화. 길 +1 22.11.02 398 7 13쪽
4 3화. 마왕성 문지기 22.11.02 578 6 24쪽
3 2화. 마왕성 문지기 +4 22.11.01 672 24 16쪽
2 1화 마왕성 문지기 +5 22.11.01 884 2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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