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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6.04 00:05
연재수 :
2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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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7,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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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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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전야제

DUMMY

15화. <전야제>



모험가 길드의 2층 여관.

브레드와 루나 그리고 가더는 초조한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내 캣니스의 맥을 짚던 의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건 감기입니다.”

“감기라고?!”


그런데 감기라고 판결 났음에도. 가더가 심각한 얼굴을 하였다.


“감기라니! 고양아, 제발 캣니스를 살려줘!”

“냐냥?”


고작 감기임에도 불치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행동하는 가더.

루나는 허리춤에 매달린 그의 행동에 어쩔 줄 몰랐다.


“왜, 왜 이러는 거냐. 감기다. 감기일 뿐이다냐!”

“크흠. 내 우상이여, 아무리 사제와 축제를 즐기고 싶어도 종업원을 곤란하게 하면 안 된다네.”

“축제 때문이 아니야! 감기라니···. 캣니스가 그런 거에 걸렸는데 어떻게 차분하게 있을 수 있어!”


눈치를 보던 의사는 간단한 처방을 내리고 자리를 떴다.

브레드는 그를 배웅한 뒤, 아직도 루나에게 매달려있는 가더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나의 우상이여. 누가 들으면 큰일이라도 난 줄 알 걸세. 잘 듣게. 고작 감기일세. 며칠 푹 자고 일어나면 다 나아 있을 거네.”

“다 낫는다고? 감기가?”

“그렇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게. 다름 아니라 신의 축복을 받는 사제 아닌가. 분명 며칠 지나면 병을 모두 털어내고 건강하게 일어날 거네.”


가더는 루나에게서 떨어져서 침대 끝에 앉았다.

브레드 뿐 아니라 루나도 괜찮다 말하고 있으니, 믿는 수밖에 없었다.


“콜록. 콜록-!”

“캐, 캣니스······.”


하지만 걱정되는 마음이 줄어드는 건 아니었다.

가더는 캣니스의 손을 조심히 잡았다.

평소와 다르게 애처로운 그의 모습에, 다른 두 사람은 한숨을 쉬었다.


“콜록···.”


캣니스가 기침할 때마다 가더는 울음을 터트릴 거 같았다.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브레드는 한마디 입을 열었다.


“확실히 마냥 침대에 방치하는 건 좋지 못한 행위겠군.”

“무, 무슨 뾰족한 방법이라도 있는 걸까냥?”


브레드는 턱을 어루만지며 고심했다.


“감기에 걸렸을 때 약초나 과일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네. 비록 감기를 겪어본 적 없기에 시험해 본 적은 없다만, 많은 이들이 같은 행동을 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겠지.”

“새, 생각해 보니. 나도 감기에 걸렸을 때 과일을 먹었던 거 같다냐. 확실히 몸의 힘을 되찾는데, 도움이 되었다냥.”

“호오. 같은 증상에 시험해 봤다니 그거참 다행이군. 그러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해진 거 같다만?”


가더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캣니스의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물수건을 정리하고 뒤를 돌았다.

그의 눈빛은 어느새 생사를 건 전사의 것이었다.

브레드는 그의 각오를 높이 평가하며 미소 지었다.


“그녀가 정말로 소중한가 보군. 따라오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도와줄 터이니.”


그들은 문을 열고 문밖으로 나섰다.

사뭇 진지한 얼굴로 비장하게 의기투합하였다.


“고양이. 캣니스를 부탁할게.”

“맡겨 줘라냐. 조심히 다녀와라냐.”


가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 방의 문을 닫고. 루나와 캣니스만이 방에 남았다.


“문지기님··· 문지기님······.”

“캣니스. 정말로 멋진 동료를 뒀다냐.”


루나는 열 앓이를 하는 그녀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손을 대기만 해도 느낄 수 있는 심각한 열병이었는데. 이제야 앓는 소리 한 번 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오늘 종일 같이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냐.”


뜨거워진 물수건을 물 쟁반 안에 넣었다. 한번 두번 적신 뒤 캣니스의 뺨에 갖다 댔다.

차가운 수건이 닿은 캣니스의 얼굴은 여전히 굉장히 괴로워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어딘가 편안해 보이기도 하는, 그런 얼굴이었다.



*****



“또 무슨 일로 온 거냐?”


가더가 오늘 하루 일했던 과일가게의 주인.

지팡이를 짚은 노인은 오늘 하루 일한 청년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 아가씨가 쓰러졌다라. 그래서 감기에 좋은 과일을 찾으러 왔다 이 말이냐?”

“그렇네, 감기에 걸릴 때 먹는 과일일세. 혹시 아는 것이 있는가?”


비장한 목소리로 묻는 말에, 노인은 미간을 좁혔다.


“있기야 있지. 짐작 가는 것은 많아. 하지만 그건······”

“할아범! 있으면 빨리 줘. 돈이라면 얼마든지 줄 테니까!”

“아니, 젊은이. 내 말은 끝까지···”

“나도 부탁하네. 약에 쓰이는 과일이 귀하다는 건 알고 있네. 하지만 사태가 사태인 만큼 부디 내어주게.”

“이보게! 왜 갑자기 옷을 벗고 엎드리는가!”

“나도 부탁할게. 제발 감기를 낫게 하는 과일을 줘!”

“허···.”


노인은 무릎을 꿇은 두 사람을 지켜봤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안 그래도 신경 쓰이는 일투성이인데 막무가내인 두 사내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그래, 감기에 좋은 과일을 찾고 있다지?”


노인은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렸다. 피곤한 눈빛으로 두 사내를 보았다.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 속에서 두 사내는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서로를 마주 보며 대치 상태를 유지하였다.


“허허······.”


바닥을 짚고 있던 지팡이를 서서히 위로 올렸다.

그리고 그것을 하늘로 향하고 한다는 짓은.


“예끼! 이 바보천치들아!”


딱 소리와 함께 가더의 정수리를 가격하였다.

지팡이를 휘두르며 성화를 내었다.


“감기에 좋은 과일이 어디 있긴 어디 있어 이놈들아! 다 먹는 사람 몸에 맞으면 약이고 보약인 거지!”


이리저리 휘두르던 지팡이는 브레드의 안면을 가리켰다.

그제야 브레드는 깨달음을 얻은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네. 등산과 물놀이 후에는 좋아하는 과일로 피로를 달랜다는 이야기를. 그렇다면 감기에 걸렸을 때 과일을 먹는 이야기도 같은 맥락인 건가?!”

“그걸 아는 놈이 생떼를 부려!”


브레드에게도 예외 없이 지팡이가 날아들었다.

그의 민머리에서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감기에 좋은 과일 찾지 말고. 그 사제가 좋아하는 거로 사 가! 몸이 아플 때는 맛있는 거 먹고 편히 쉬는 게 제일이니까!”


두 사람은 노인에게 등을 떠밀려 과일 종류를 살폈다.

오렌지와 사과 그리고 백향과나 복숭아 같은 것이 즐비해 있었다.

노인은 그제야 한숨 돌리며 두 사람을 지켜봤다.

비록 멍청한 생각을 가진 사내들이었지만, 아픈 동료를 위해 마음 쓰는 일 하나만은 기특하기만 하였다.


“자고로 우리 마누라가 아팠을 때는 시원 달달한 수박 간 것을······”


경험담을 토대로 한 조언을 아끼지 않던 그때였다. 두 사람은 한 가지 과일을 손에 올리고 의견을 나누었다.


“어때? 이거 괜찮지 않아? 먹으면 한방에 감기가 나을 거처럼 생겼는데?”

“그렇군. 그 과일이 뭔지는 나도 아네. 때는 열대 우림에서 길을 잃었을 때였지. 아사 직전인 상태에서 호랑이가 먹던 것을 보았는데, 썩은 냄새와는 다르게 달달한 맛이 일품이었네.”

“오. 그래? 그러면 이걸로 할까?”

“그거 좋겠군. 분명 사제도 기뻐하며 일어날 걸세.”


두 사람은 살벌하게 생긴 녹색 과일을 노인에게 가져갔다.


“할아범. 이걸로 할게.”

“노인장. 이걸로 부탁 하네.”


과일가게의 노인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미소와 다르게 엄한 언성이 입에서 터져 나왔다.


“이 썩을 놈들이!”


뾰족한 녹색 껍질 안에 부드러운 노란 과육이 있는 과일.

육식계 동물이 좋아하는 과일인 두리안의 일종, 타이거노즈였다.



*****



“결국 노인의 말대로 사버렸군.”


브레드는 방금 받아온 과일 봉투를 가리켰다.

봉투의 안에는 빨갛게 익은 사과가 한가득 있었다.


“분명 갈아서 숟가락으로 떠먹이라 했었지?”


가더의 물음에 브레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친절하게도 노인은 병간호 방법까지 설명해주었다.


“분명 그렇게 하라고 들었네. 아플 동안에는 어린아이 대해주듯이 여겨주라 했었지.”

“지금보다 더 약하게? 그거야 어렵지 않지만······. 캣니스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네.”


가더는 손에 든 사과 봉투를 보며 미소 지었다.

이에 브레드 또한 작은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흐뭇해하던 브레드의 얼굴에는 돌연히 작은 의문이 떠올랐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군.”

“뭔데? 약이 꼭 만능이 아니라는 말?”

“그 부분이 아닐세. 바솔루트 왕국에서 사절단이 온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걸리는군.”


가더는 브레드의 말에 두 눈을 깜빡였다.


“그런 이야기를 했었나?”

“분명히 했다네. 이번 마왕토벌이 인간족으로만 이뤄졌다는 점에서 염려가 많았지.”

“아, 기억난다. 화목해야 할 축제 기간에 횡포를 부리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말이었나?”

“그렇다네. 아무래도 그들이 인간 제일주의인 만큼, 굳이 이 먼 수인의 땅에 찾아온다는 행위가 상인들의 관점에서는 안심할 수 없는 노릇인 듯하니.”

“흐음. 그렇구나. 인족은 다 친한 줄 알았는데. 전부 그런 거는···”


-툭


대화를 이어가던 그때였다.

가더의 어깨가 행인과 부딪히고. 사과 봉지에서 붉은 사과 한 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봤다. 가더는 눈으로 행인의 모습을 살폈다.

하얀 제복에 캣니스의 사제복과 비슷한 자수가 있었다. 그뿐 아니라 망토를 머리까지 뒤집어쓴 다른 일행도 같은 자수를 달고 있었다.


“그래서 대머리. 원래 감기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 낫는 거야?”


하지만 그뿐이었다. 잠시 캣니스와 같은 교단이라는 사실이 흥미로운 것뿐이었다.

관심을 끊은 가더가 사과를 줍기 위해 몸을 숙인 그때였다.


“참으로 버릇이 없구나.”


퍽.

사과가 구둣발에 밟혀서 하얀 즙을 보였다.

어느새 한 발짝 다가온 행인은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


“······뭐 하자는 거냐?”


뚝.

가더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감히 캣니스에게 줄 사과를 짓뭉개고 망언을 퍼붓는 그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이에 오만한 행인은 기사로 보이는 일행에게 손짓하였다.

순식간에 두 무리의 살기가 뒤엉키고. 가더의 입에서 빠득 이를 가는 소리가 났다.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를 수 없이 날카로워진 그때. 브레드가 냅다 가더의 뒤통수를 눌렀다.


“대머리! 지금 뭐 하는······”

“쉿, 조용히 하게.”


브레드가 진지한 얼굴로 일갈하였다.

그 또한 가더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군 나으리. 아직 높으신 분들을 뵙지 못해서 무례를 저질렀네.”

“······모험가인가?”


행인은 다가오는 일행에게 손을 저었다. 앞으로 나서려던 일행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정체를 보여라.”


브레드는 오른손 검지에 낀 반지를 빼내었다. 그리고 그것을 행인의 손바닥 위에 올렸다.


“브레드 머슬릿······. 앱솔루트에서 사고를 친 그 야만인인가?”


행인은 한껏 조소를 머금고 금반지를 돌려주었다.


“조심하게. 우리는 여신의 축복을 기리기 위해 이곳에 온 사절단. 하등 한 자들이 함부로 해서는 안 될 몸들이니”


사절단의 대표가 길을 걸어갔다. 그 뒤를 따라서 세 명의 사절도 움직였다.

얼마 안 가서 그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브레드는 반지를 엄지손가락에 끼며 고개를 들었다.


“왕이야?”

“그건 아닐세.”

“왕도 아닌데 이렇게 해야 해?”


고개를 든 가더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이에 브레드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작은 시비를 크게 부풀리는 이들일세. 되도록 피하는 게 상책이지.”

“싸움을 피하는 건 겁쟁이나 하는 짓이야.”

“겁쟁이라···. 아직 자네는 세상을 모르는군. 분명 언젠가 이날을 고마워하게 될 걸세.”

“고맙기는 무슨···.”


가더는 부딪혔던 오른쪽 어깨를 움켜쥐었다.

분명 아무렇지 않았는데. 갑자기 오물이라도 묻은 것처럼 불쾌했다.

두 사람은 거리를 뒤로하고. 몸이 아픈 성직자를 위해서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이때 그들은 몰랐다.

바솔루트의 왕국의 악명과 어떤 식으로 엮이게 될지를 말이다.




제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추천과 좋아요 잊지마세요-!


작가의말

헉! 바솔루트 사절단의 참신한 자살 방법이었지만 자살 미수로 그쳤군요! 과연 그들이 어떤 만행을 저지를 지 기대하지 말고 보셔야 제 마음이 편합니다 ^^


작가의 TMI: 셀레브리디 교단은 크게 두 개의 종파로 나뉜다. 하나는 여신을 믿는 앱솔루트 왕국에 속한 본교단이고, 또 하나는 여신과 그 대리인인 교황을 믿는 바솔루트 왕국의 교단이다. 교단의 크기는 앱솔루트 왕국이 압도적으로 크다. 이 때문에 바솔루트와 앱솔루트의 교단은 크게 갈등을 빚는 일이 많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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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화 전야제 22.11.18 91 0 18쪽
21 20화 전야제 22.11.17 91 0 16쪽
20 19화 전야제 22.11.16 93 0 14쪽
19 18화 전야제 22.11.15 94 0 22쪽
18 17화 전야제 22.11.14 91 0 15쪽
17 16화 전야제 22.11.13 93 0 14쪽
» 15화 전야제 22.11.12 114 0 12쪽
15 14화 전야제 22.11.11 122 2 14쪽
14 13화 모험가의 활동 22.11.10 124 2 16쪽
13 12화 모험가의 활동 22.11.09 141 2 11쪽
12 11화 모험가의 활동 22.11.08 160 3 11쪽
11 10화 모험가의 활동 22.11.07 183 2 11쪽
10 9화 모험가 길드 + 외전 22.11.06 198 2 13쪽
9 8화. 모험가 길드 22.11.05 212 3 12쪽
8 7화. 모험가 길드. 22.11.04 229 4 13쪽
7 6화 모험가 길드 +1 22.11.04 260 4 14쪽
6 5화. 모험가 길드 22.11.03 305 5 18쪽
5 4화. 길 +1 22.11.02 392 7 13쪽
4 3화. 마왕성 문지기 22.11.02 572 6 24쪽
3 2화. 마왕성 문지기 +4 22.11.01 664 24 16쪽
2 1화 마왕성 문지기 +5 22.11.01 875 23 19쪽
1 프롤로그 +7 22.11.01 990 35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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