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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6.22 20:57
연재수 :
2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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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10
추천수 :
130
글자수 :
1,579,242

작성
22.11.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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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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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2화. 마왕성 문지기

DUMMY

2화 <마왕성문지기>



“하아. 이게 뭔 고생이야.”


거대한 갑옷의 거인. 마왕성 문지기 가더는 폐허가 된 마왕성을 돌아다녔다.

잔해더미에 앉았다가 들쳐도 보고, 괜스레 발끝으로 툭 차보기도 했다

그는 마왕성이 망한 것에 슬퍼했지만, 저도 살긴 살아야 했기에 퇴직 자금을 찾아서 돌아다녔다.

정처 없이, 반쯤 멍한 정신으로 돌아다니던 그때였다.


“아아···. 아······.”


가더는 묘한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가는 미성이 들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잔해더미를 들어 올리자 죽어가는 인간 여자가 있었다.

마왕성 앞에서 보았던 성직자 옷을 입은 여자.

아무래도 이 폭발 속에서 용사 일행 중 그녀만이 낙오된 듯하였다.


“이봐, 정신 좀 차려봐.”


손가락으로 성직자의 뺨을 찔렀다.

그 무례한 행동에도 성직자는 미약한 숨을 헐떡일 뿐이었다.


“나 원. 이걸 어떻게 한담···.”


가더는 쭈그려 앉아서 머리를 긁적였다.

내부부터 파괴된 육체와 이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몸의 형태.

마왕성 내부의 유일한 생존자가 죽어가고 있었다.


“오 지···.”

“오오! 정신이 드는 거야?”

“오 지 마 괴 물······”


아쉽게도 퇴직금과 거리가 있는 정보였다.

하지만 그 대답에 실망하지는 않았다.


“그래! 너희들이 재우고 간 문지기 가더 님이다! 그런데 다른 동료는 어디 가고 혼자 있는 거지? 혹시 버려진 거야?”

“아··· 아······!”

“그래, 버리고 갔구나. 그런데 혹시 마왕성에 보물이 어디 있는지 알아? 퇴직금을 받아야 하는데 쓸 만한 게 보이지를 않거든.”

“아아······.”

“응? 성직자? 대답 좀 해봐. 성직자. 성직자?”


몇 번을 더 불렀지만, 대답은 없었다.

성직자는 기력이 다 떨어지고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흐음. 곤란한데···.”


가더는 스읍, 소리를 냈다.

이 아이의 주검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생각했다.


“평소에는 어떻게 했더라···.”


보고 받아야 할 마왕님이 마왕성과 함께 통째로 사라져버렸다.

사천왕도 자리를 비웠으니 보고해야 할 존재가 없었다.


“스읍, 어떡한담.”


문지기 생활을 하는 동안, 사천왕이 용사를 가져가는 경우를 제외하고 적을 살려준 적이 없었다.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일.

평소에 그 일을 자비라 여겨왔기에 결단이 섰다.


“원망하지 마. 내 일자리를 빼앗은 네 잘못이니까.”


가더는 단도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기도하고 있던 성직자의 양손을 강제로 떨어트렸다.


“아···으···아···!”


작은 반항이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메마른 땅처럼 갈라진 품을 헤집어서 가슴을 드러냈다.


“걱정하지 마. 금방 편안해질 거야.”

“하···. 하 지 마······.”


성직자의 눈빛에 두려움이 깃들었다. 그러나 그가 알 사정은 아니었다.

푹.

성직자의 심장에 단검이 내리꽂혔다.

단검이 꽂힌 몸이 한 번 경련을 일으키고, 얼마 안 가서 얌전해졌다.


“하아··· 진짜 뭔 고생인지.”


가더는 검은 머리를 쓸어 올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지에 묻은 흙먼지를 털며 주위를 둘러봤다.


-여기가 지금부터 너의 집이야.


한때의 웅장함은 사라지고 황량한 폐허만이 남은 마왕성.

가더는 입에서 느껴지는 쓴물을 삼키고 성직자를 둘러메고 걸음을 옮겼다.



*****



-툭. 투둑.


성직자는 잠깐의 시간 동안 기대를 품었다.

용사가 자신을 찾으러 온 거라는 헛된 기대를 말이다.


“아···. 아······.”


그러나 밝은 달 아래에 보인 건 용사가 아니라 흉측한 모습의 갑옷 거인이었다.

용사는 끝내 그녀를 구하러 찾아오지 않았다.


‘이렇게 죽는 거야···?’


성직자는 갑옷의 거인이 자신의 품을 헤집는 것을 느꼈다.

기도하기 위해 모은 양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제발··· 하지 마···!’


인족의 신, 셀레브리디 여신.

생의 마지막 순간에 두 손을 모아 기도하면. 그 안에 담긴 심장을 가져가 영혼을 위로해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 지 마···.”


그러나 위로받아야 할 심장이 뜯어 먹히면 어떻게 되는 걸까.

성직자는 구원받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자 두려움에 떨었다.


‘하지 마! 뭐든지 할게! 그러니 제발!’


푹.

단검이 심장을 관통하였다.

진즉에 메마른 줄 알았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대로 심장을 빼앗기리라 생각한 성직자는 눈꺼풀을 닫았다.

끝내 자신을 구하지 않은 용사와 갑옷 거인을 원망하며 두 눈을 감았다.


“허억!”


두 눈을 떴다.

성직자는 용수철처럼 상체를 일으켰다.


“허··· 허억···.”


반사적으로 온몸을 구석구석 더듬었다. 한참 동안 온몸을 만진 뒤에야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어째서···?”

“찌르르르르르.”


귓가에 들리는 새소리에 어깨를 움츠렸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숲?”


제일 먼저 성직자의 눈에 들어온 건 나무였다. 그다음은 나뭇잎, 마계에서는 느끼지 못할 따뜻한 바람또한 느껴졌다.


“살아있어···.”


성직자는 무릎에 덮여있는 담요를 보았다.

그녀 앞에서 태연하게 이글거리는 모닥불을 보았다.


“꿈이었구나···.”


끔찍한 악몽이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악몽이었지만. 꿈이라는 사실에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뭐가?”


그때, 성직자는 고개를 돌렸다.

험난한 여정을 함께해온 용사와 동료들.

그중에서 갈색 피부와 붉은 눈동자를 가졌고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어깨가 떡 벌어진 남자는··· 없었다.


“누, 누구시죠···?”


곧바로 낯선 이를 경계하였다.

그러다 담요 아래의 옷이 풀어 헤쳐진 것을 깨닫고, 가슴까지 담요를 끌어 올렸다.


‘대체 누구지?’


잠들기 전의 상황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 상태로 낯선 사람을 만나자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낮과 밤이 공존하는 하늘. 마기가 뒤섞인 공기의 흐름.

곧, 이곳이 인간계와 마계의 중간 지점인 ‘베인 지역’임을 깨달았다.


“당신 뭐야.”


성직자는 양손에 신성력을 끌어모았다.

다른 용사는 보이지 않고 베인 지역에서 모르는 남자가 자리를 함께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그녀가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은 한 가지뿐이었다.


“너 마왕군이야? 아니, 대답은 필요 없겠어. 그 모습을 보아하니 인큐버스네. 맞지?”


인큐버스.

악몽을 꾸게 하거나 여성의 꿈속에서 정기를 빨아먹는 꿈의 악마.

사람을 쉽게 현혹할 정도인 남자의 외모가, 성직자의 가설에 힘을 실어주었다.


“다른 사람은 어디 있지? 너는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서 나를···.”


성직자는 말을 하다가 멈췄다.

눈앞의 남자가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하품하며 모닥불을 쑤시고 있었다.


“아무래도 대답할 마음이 없는 거 같네!”


인큐버스로 추정되는 남자에게 담요를 던졌다.

공중에 떠오른 담요가 남자의 시야를 차단한 때를 노렸다.

쿵.

남자를 넘어뜨리고 그 목에 황금빛 창을 들이밀었다.

신성력 덩어리인 그것을 어깨에 찔러 넣었다


“말해 인큐버스. 게일 님과 다른 분들은 어디 가고 나만 여기 있는 거지? 순순히 대답한다면 고통 없이 보내주겠어!”

“큭. 큭큭.”


오싹, 남자의 웃음소리에 공포를 느꼈다.

지금 소리는 죽음을 앞에 둔 자의 것이 아니었다.

마치 어린아이를 간지럼 태울 때나 들리는 웃음소리···.


“대답할 생각이 없는 거로 알겠어!”


성직자는 창을 내리꽂았다. 신성력 덩어리가 남자의 목을 관통하였다.

창이 관통한 자리에는 혈액이 나오지 않았다. 정화에 특화된 신성력이 영혼에 직접 타격하였다.


“인큐버스. 너의 혼이 마신에게 돌아가기를 바랄게.”


신성력을 거둬들였다. 쓰러진 남자를 뒤로하고 그녀의 동료를 찾기 위해 주위를 살폈다.


“게일 님은 어디에······.”


막, 그녀가 일어난 그때였다.


-덥석.


오해할 수 없는 감촉이 손에 닿았다.

성직자는 몸을 멈추고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곧, 표정이 경악에 가까운 감정으로 물들었다.


“마, 말도 안 돼···!”

“크. 크큭.”


담요 아래에서 솟은 팔이 있었다.

분명 죽었어야 할 남자가, 담요를 뒤집어쓴 채로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크큭. 간지러워 죽는 줄 알았네.”


남자는 성직자의 손목을 붙잡은 채로 담요를 치웠다.

담요 밑에 드러난 얼굴은 처음의 모습과 전혀 달라진 점이 없었다.


“어, 어째서······”


성직자는 두려움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마왕군 사천왕조차도 그녀의 신성력을 보면 줄행랑치기 바빴다.

한데 어떻게 일개 인큐버스가-


“어떻게···.”


태연한 자세를 유지했다. 하품하고 귓밥을 날리며 목을 풀었다.

그를 보는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손목을 붙잡은 팔이 어떠한 구속 도구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왜 간지러웠냐고? 네가 간질여서 그랬지.”

“목··· 목을 관통했는데···.”

“목을 관통했다고? 어쩐지 목이 잠기더라. 크흠- 크흠.”


성직자는 다리가 풀려서 주저앉았다.

평생을 의지해 왔던 힘이 무용지물이었다.


“괴··· 괴물···.”


성직자는 역대 용사들의 신성력 중에서 세 번째로 강하다고 평가받아왔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남자의 목을 찔러도 멀쩡했고 붙잡힌 손목에서는 신성력이 나오지 않았다.

일어나서는 안 될 최악의 상황.

그것도 다른 용사 없이 홀로 고립된 상황에서 벌어지고 말았다.


“인큐버스···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

“뭔데?”

“용사님은···. 용사님은 무사해?”

“아마 그럴걸? 멍청하게 죽지는 않았겠지.”


선뜻 돌아온 대답에 성직자는 미소 지었다.

지금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진작에 버렸다.


“······감사를 표할게, 마족.”


성직자의 손이 황금빛 궤적을 그렸다.

남자의 손목 아래가 깔끔하게 잘렸다.


“악! 잠깐······!”


성직자는 재빠르게 거리를 둔 뒤. 스스로 목에 황금빛 칼을 들이밀었다.

그녀가 아는 용사라면 무사히 마왕성에 도착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용사님. 부디 뜻을 이루기를.’


눈을 질끈 감고 황금빛 칼을 찔러 넣었다.

하지만 남자의 앞에서는 그 행위마저 무의미했다.


“야.”


성직자의 양손이 옴짝달싹 못 했다. 잘랐던 팔에서 멀쩡히 손이 나 있었다.


“이 성직자가! 갑자기 뭐 하는 짓이야?!”


쿵.

압도적인 힘이 바닥에 몸을 짓눌렀다.


“이, 이거 놔!”


남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다.

하지만 끝내 무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굴복하였다.


“이봐. 함부로 죽으려 하면 곤란하다고. 너는 내 식사를 책임져야 하니까 말이야.”


성직자의 양손과 양발이 담요로 묶였다.

옴짝달싹 못 하는 그녀를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에 성직자의 얼굴에 냉랭한 빛이 감돌았다.


“이 추잡한 인큐버스. 네 식사에 어울려줄 거 같아? 차라리 혀를 깨물고···”

“잠까아아안!”


곧바로 재갈도 물렸다.

그녀가 성을 내며 발버둥 치지만 결박을 풀 수는 없었다.


“으읍! 으븝!”

“후우, 이제 됐다.”


식은땀을 닦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성직자는 이제 온갖 살의를 내뿜으며 남자를 노려봤다.


“으읍! 읍 읍읍읍읍!”


어떤 말인지 모르겠지만 분명 온갖 저주의 말을 퍼붓고 있으리라.


“하아···.”


남자는 지친 기색으로 성직자의 옆에 자리했다.


“으읍. 으븝!”


옆자리에 앉는 것도 끔찍하다.

성직자는 온몸을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남자에게서 거리를 두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기어갔다.


“야, 바닥 다치잖아.”


툭.

지저분해진 담요가 성직자의 몸 위에 얹어졌다.

홀딱 젖은 강아지가 물을 털 듯이 거칠게 담요를 치웠다.

어느새 가까이 다가왔는지. 남자가 애처로운 얼굴로 그녀 앞에 쭈그려 앉아있었다.


“성직자야. 우리 둘 다 버려진 판인데 서로 돕고 살자.”

“읍읍븝!”

“아니. 너 자꾸 나 보고 인큐버스라 하는데. 나 그쪽 종족 아니거든?”

“읍읍!”

“증명해 보라고? 나 기억 안 나?”

“읍읍읍읍!”

“확실히 우리가 관계를 쌓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내 갑옷을 봐도 기억나는 게 없어?”

“읍읍···?”

“그래, 저 갑옷 말이야.”


남자는 보따리 위의 물체를 가리켰다.

보따리 위에는 성직자가 꿈속에서 본 갑옷 거인과 똑같은 철제 갑옷이 있었다.


“어때, 기억나?”


성직자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갑작스레 떠오른 기억에 등줄기가 차갑게 식었다.


“읍···.”

“풀어달라고? 또 난리 피우게?”


되묻는 말에 고개를 저었다.

남자는 믿지 않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재갈을 풀어주었다.


“푸하.”


재갈이 풀린 성직자가 숨을 크게 뱉어냈다.

그러고는 데굴데굴 굴러서 갑옷이 있는 쪽으로 굴러갔다.


“있어······.”


팔과 다리가 묶인 채로 갑옷을 살폈다.

갑옷에는 뚜렷이 신성력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잠깐, 잠깐만요······. 진짜 그 문지기라는 건가···요? 마왕성이 무너진 게 꿈이 아니라고요?”

“응.”


고민하지도 않은 간결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 대답에 더욱 혼란스러웠다.


“하, 하지만 저는 죽어가고 있었는데···.”


그렇다. 꿈이 사실이라면 분명 죽어가고 있었다.

그것도 평범한 죽음이 아니었는데 어떻게 살아있을 수 있던 걸까.


“죽어갔지. 그런데 내가 소생의 단검으로 살려냈어.”

“소생의 단검이요?”

“응, 이거.”


남자가 품속에서 단검 한 자루를 보여주었다.

폐허 위에서 달빛에 빛났던, 결코 잊을 수 없는 단검이 있었다.


“잠깐··· 롱기누스···?”


성직자는 눈을 가늘게 떴다가 놀랐다.

성창 롱기누스.

14대 용사 때 잃어버린 셀레브리디 교단의 성유물. 모든 체력과 상태 이상을 회복하는 힘이 있었다.


“왜, 왜, 왜죠?! 분명 소실되었다고 들었는데 왜 당신이······.”


당황하며 뱉던 말을 멈췄다.

어쩐지 그에게 휘둘리는 것 같은 기분이 물씬 들었다.

상대는 간사하기 짝이 없는 마족의 일원이었다.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외할 수 없었다.


“후후후, 제가 가짜를 믿는 것처럼 보였나 본 데 큰 오산이에요. 제아무리 저를 속이려고 해도 옷을 풀어 헤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나요? 정말로 인큐버스가 아니라면 이런 파렴치한 짓을······”

“옛날에 성직자가 용사에게 사용한 적이 있었어. 그놈이 했던 대로 심장의 위치를 찾았을 뿐이야.”

“윽.”


성직자는 말문이 막혔다.

실제로 교단의 저서에 적힌 롱기누스의 올바른 사용법이다.


“그, 그러면 식사를 위해서라는 말은 어떻게 변명할 거죠? 방심한 틈에 저의 정기를 갈취하려고·····”

“아니. 나는 입맛이 특이해서 조리된 음식만 먹거든.”

“믿지 못할 핑계예요! 굳이 저를 데리고 인간계로 가자는 것도 수상해요. 분명 희망을 주는 척하면서 절망 속으로······”

“너 정말 의심 많구나? 스테이터스라도 보여줄까?”

“제 말 끊지 마세요! 그 얼굴! 그 몸으로 인큐버스가 아니라니! 그렇게 자신한다면 스테이터스는 보여줘야··· 예?”


스테이터스 창의 축복.

환술 계열의 스킬로 위조할 수 없기에 신용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유용하다.


“어··· 어? 정말로 보여주시게요?”

“하아.”


허공에 스테이터스 창이 떠올랐다.

그 광경에 성직자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저, 정말로 아닌가 보네요.”


성직자는 스테이터스 창을 확인하였다.

그러다가 와락 인상을 구겼다.


“탐(貪)?”

“응? 탐을 몰라?”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모든 종족 도감을 외운 그녀였지만 이 종족은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탐은 말이지···.”


남자는 탐이라는 종족에 대해서 설명했다.

탐(貪).

세상의 부정한 기운이 모여 만들어진 마족.

마계인 타이타닉의 깊숙한 곳에서 서식하며, 욕심이 많지만 가진 힘이 없기에. 끝내 탐욕으로 자신을 먹어 치우고 사라지는 기이한 생명체이다.


“대충 이렇게 생겼어.”


참고삼아 그린 그림은 기껏해야 슬라임 정도의 모습이었다.

눈하고 이빨도 한두 개가 아닌···.


“그림. 정말로 못 그리시네요···.”

“그런가? 똑같이 생겼는데.”


성직자는 할 말을 잃었다. 남자가 스스로 외모를 과소평가하거나, 그림 보는 눈이 잘못됐거나 둘 중 하나인 게 분명했다.


“어쨌든 오해는 푼 거지?”


그 물음에 어색하게 눈동자를 굴렸다.

마왕군 문지기에게 구해졌다는 사실이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하아······.”


돌연 그는 성직자의 손과 발을 풀어주었다.

그 행동에 놀란 성직자를 보며 말했다.


“자, 이제 말해봐. 대체 마왕성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제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추천과 좋아요 잊지마세요-!


작가의말

후후후후. 후후후.


작가의 TMI: 마족은 마물, 마수, 마인으로 구성되며. 탐은 마물에 속한 생물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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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화 전야제 22.11.15 97 0 22쪽
18 17화 전야제 22.11.14 94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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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화 전야제 22.11.12 116 0 12쪽
15 14화 전야제 22.11.11 123 2 14쪽
14 13화 모험가의 활동 22.11.10 125 2 16쪽
13 12화 모험가의 활동 22.11.09 142 2 11쪽
12 11화 모험가의 활동 22.11.08 161 3 11쪽
11 10화 모험가의 활동 22.11.07 185 2 11쪽
10 9화 모험가 길드 + 외전 22.11.06 201 2 13쪽
9 8화. 모험가 길드 22.11.05 214 3 12쪽
8 7화. 모험가 길드. 22.11.04 231 4 13쪽
7 6화 모험가 길드 +1 22.11.04 264 4 14쪽
6 5화. 모험가 길드 22.11.03 308 5 18쪽
5 4화. 길 +1 22.11.02 398 7 13쪽
4 3화. 마왕성 문지기 22.11.02 578 6 24쪽
» 2화. 마왕성 문지기 +4 22.11.01 672 24 16쪽
2 1화 마왕성 문지기 +5 22.11.01 884 2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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