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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5.08 23:16
연재수 :
194 회
조회수 :
11,246
추천수 :
127
글자수 :
1,467,074

작성
22.11.0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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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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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8쪽

5화. 모험가 길드

DUMMY

5화 <모험가 길드>



센츄어리 대륙의 서쪽 끝에 있는 프로텐시아 연합국. 그중에서 베인지역과 직접 맞닿은 가람왕국에 두 여행자가 도착했다.

가람왕국은 수인의 나라라는 이명에 걸맞게 다양한 인종이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캣니스 저기 봐!"


가더가 인파가 몰려드는 시장 한복판에서 외쳤다.

난생처음 보는 과일이 거리에 즐비하고, 마차와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이것은 센츄어리 대륙의 도시 어디든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마왕성을 벗어난 적 없던 가더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비했다.


“와-”


날아다니는 풍선과 주인을 따르는 패밀리어들. 저글링을 하는 광대와 구슬찾기 내기를 하는 도박사들.

캣니스는, 괜히 불도마뱀을 건드렸다가 곱슬머리가 된 가더를 보고는 숨죽이며 웃었다.


“찌르르르-”

“응?”


그때였다.

특이한 울음소리가 그들의 귓가에 맴돌았다.


"뭐, 뭐야 해보자는 거냐?"


가더는 난데없이 다가온 소리의 주체에게 주먹을 겨누었다.

붉은색과 검은 반점이 뒤섞인 기이한 모습의 비행 생명체. 하염없이 그들의 주위를 날아다니다가 가더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어. 어엇? 당장 내 어깨에서 안 떨어져?!”


가더가 가증스러운 생명체를 쳐내려던 그때, 캣니스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이건 충조네요! 충조가 문지기님의 어깨에 앉았어요!”

“충조······? 그게 뭔데?”

“충조를 모르세요······?


충조(蟲鳥). 곤충과 새의 특징이 함께 존재하는 생물.


“개체마다 곤충의 머리를 하고 있기도 하고 더듬이나 날개를 갖고 있기도 해요. 센츄어리 대륙 어디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생물인데······. 우와 이 색깔 좀 봐요.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캣니스는 충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더는 캣니스의 키 높이에 맞춰주느라 엉거주춤한 자세로 허리를 숙였다.


“신기해? 흔히 볼 수 있다며.”

“그야 보통은 단색이니까요. 이렇게 여러 색을 가진 충조는 보기 드물어요.”

“흐음, 그래? 그러면 이놈은 염색한 건가?”


염색.

캣니스는 가더의 얼굴을 보았다.

과거에 고아원의 아이들이 했던 질문과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 수 있을까.


“후훗. 문지기님다운 재밌는 발상이네요.”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기억을 떠올리고 짧게 웃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앉아있는 충조에게 손등을 내밀었다.


“물론 많은 충조가 단색이긴 하지만 간혹 아닌 것도 존재해요. 예를 들면 이 아이는 붉은색 곳곳에 검은 반점이 있잖아요? 그래서 흔히 레이디버드, 무당새라고 불러요.”

“오오. 그러니까 이놈은 희귀종이란 말이지?”


가더는 캣니스의 손등으로 옮겨 탄 무당새를 관찰했다.

무당벌레의 날개와 더듬이, 새의 몸체와 부리가 처음 봤을 때보다 다르게 보였다.


“확실히 시체딱정벌레보다는 귀여운 거 같기도···.”


당연하지만 마수로 취급받는 곤충과 비교할 게 아니었다.

그가 무당새를 만지려 한 그때였다.


-위잉


새는 날개를 펴고 순식간에 날아올랐다.

두 사람은 하늘 높이 멀어지는 새의 모습을 눈으로 좇았다.


"가버렸네요."


캣니스는 손등에 남은 여운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사뿐히 발걸음을 옮기고 뒷짐을 쥐며 동행자를 돌아봤다.


“아무래도 앞으로 좋은 일이 있을 건가 봐요.”

“좋은 일? 왜?”

“상인과 모험가들 사이에서는 무당새와 만나면 그 해가 잘 된다는 소문이 있거든요.”

“오, 그래? 그러면 지금이라도 다시 잡아 올까?”


캣니스는 주먹으로 손바닥을 팡 치는 그를 바라봤다.

이미 무당새는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잡아 오라고 하면 정말로 잡아 올 기세다.


“아니요. 무당새는 열악한 번식 능력으로 개체수가 적어서 함부로 잡으면 안 돼요. 그리고 소문 때문이라면 이미 마주쳤으니까요.”

“뭐. 네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런데 캣니스. 저 꼬치에 꿰어 놓은 저 고기 굉장히 먹음직스러워 보이지 않아?”

“네?”


캣니스는 그가 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몇 걸음 떨어진 가게에서, 양고기를 숯불 위에 겹쳐 굽는 케밥 형식의 음식을 하고 있었다.


“캣니스. 저거라면 먹을 수 있어. 저 커다란 거 통째로 가져가자.”


말을 하는 동행자의 입가에서 침이 흘러내렸다.

캣니스는 난처한 웃음을 흘렸다.


"마음 같아서는 사 드리고 싶지만···."


마왕성을 향할 때. 자금을 전부 길드에 맡겨두었기에 빈털터리였다. 복귀 모험가 신고를 끝내고 그녀의 이름으로 된 자금을 회수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소비생활도 할 수 없었다.


“먼저··· 제가 저축해 둔 돈을 찾아야 해요.”

“끄응. 그래, 그 돈이라는 게 우선이면 어쩔 수 없지.”


캣니스는 그의 실망한 표정을 보며 어서 돈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본래의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걸음을 돌렸다.


"캣니스 저거···"

"안 돼요."


하지만 그 후에도 몇 번이고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안타깝지만 매번 같은 이야기로 결론이 나고. 그때마다 가더는 눈에 띄게 풀이 죽었다.

그래도 어느 순간부터는 거리의 음식점 수가 줄어들어서 불필요한 감정 소모도 줄었다.


“······캣니스. 여기야?”

“네, 맞아요.”


대신에 그에게 또 다른 시련이 닥쳐왔다.

무장한 사람들이 수없이 오가는 건물. 일반 가게보다 몇 배나 되는 크기의 모험가 길드 건물과 마주했다.


“에잉. 빌어먹을 마족 놈들. 다음번에 만나면 똥구멍에다가 왕국 깃발을 쑤셔 넣어주마-!”


조금 전에 나온 모험가가 살벌한 소리를 내뱉고 사라진다.

가더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갔다.


“문지기님 준비되셨나요?”


캣니스는 몸을 돌려서 동행자를 마주 보았다. 가더는 그답지 않게 바짝 몸을 긴장하였다.

그녀는 언젠가 지었던 짓궂은 미소를 보이고, 그의 등을 밀었다.


“들어가요 문지기님. 언제나 마왕 타도를 목표로 하는 모험가 길드에 온 거를 환영해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가더는 여전히 망부석처럼 굳어있었다.



*****



-끼익. 덜컹.


기름칠이 제대로 안 된 문이 요란한 소리를 냈다.

조금 전까지 소란스러웠던 길드 내부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술병을 기울이던 모험가들은 하나 같이 로비를 거니는 두 사람에게 관심을 보였다.

검은 흑발과 빛나는 금발.

하얀 후드 밑으로 언뜻 보이는 고운 손을 발견하자, 너나 할 것 없이 혀를 찼다.


"젊군."

"젊어."


모험가의 판단은 모두 비슷했다.

갈색 피부의 이십 대 남성과 그보다 어려 보이는 여성. 만약 여성이 목에 찬 셀레비르디 교단 묵주가 아니었다면, 귀족 집 자제가 용병을 데리고 다닌다고 착각할뻔하였다.


“문지기님 이쪽이에요.”


수많은 관심 속에서 후드를 뒤집어쓴 금발 머리가 동행자에게 속삭였다.

금발 머리. 아니, 캣니스는 가더의 팔을 꼭 잡고 로비를 가로질렀다.


“어서 와라! 언제나 모험가를 기다리고 있는 가람 왕국의 모험가 길드에는 무슨 일로 왔을까?”


그러자 길드의 접수처 너머의 웃는 얼굴이 그들을 맞이했다.

호랑 무늬의 고양이 귀를 쫑긋 세우고, 접수처 너머에서 호랑 무늬 꼬리를 흔들었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이 고양이 수인이 바로 모험가 길드의 현직 종업원이었다.


“저희는······.”


캣니스는 곧바로 길드를 찾아온 용건을 말하려 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동행자가 접수처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 저기 모험가 형씨?”


종업원이 가까이 다가온 얼굴에 부담을 느꼈다. 호랑 무늬 고양이 귀가 긴장으로 바짝 섰다.

캣니스도 종업원 못지않게 동행자의 행동에 당황했다.


"이봐 고양이. 혹시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없어?"


거기에 가더가 터무니없는 말을 뱉었다.

그 한마디에 모험가 길드의 내부에 싸늘한 냉기가 맴돌았다.


“무, 문지기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캣니스가 정신을 차리고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다짜고짜 종업원에게 얼굴을 들이밀고 추파를 던지다니, 설마 동행자에게 난봉꾼 기질이 있을 줄은 몰랐다.


-쿵


로비에 있던 모험가가 거칠게 술잔을 내려놓았다.

캣니스는 오싹한 살기를 느끼며 동행자의 얼굴을 잡아끌었다.


“문지기님! 제 말 듣고 있어요?!”

“으응? 아, 미안. 이 고양이가 생긴 게 신기한데 익숙한 기분이 들어서 말이지.”


-빠득.


또 한 번 등 뒤에서 소리가 났다.

안 그래도 살벌했던 시선 속에 경멸이 섞인 살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무, 무례한 행동이에요!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 행동은 실례라고요!”

“아니, 나는 그냥 생긴 게 신기해서······.”

“그렇게 실례되는 말을 하는 것도 포함해서요!”


가더는 캣니스의 손가락을 피해 몸을 뒤로 젖혔다. 코앞까지 들이미는 얼굴을 바라보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조용히 있을 테니 빨리 밥이나 먹자. 응?”


캣니스는 한쪽 눈썹을 찡그린 뒤에야 손을 거두었다.

가더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원래대로 무게중심을 잡았다.


“냐하하······. 이야기는 끝난 걸까? 그래서 두 사람은 무슨 일로 모험가 길드에 왔을까?”


종업원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질문했다.

동시에 양손을 모아서 대상을 가리켰는데, 가더 쪽으로 손바닥을 향했다가 캣니스 쪽으로 바꾸었다.

모험가 길드의 현직 종사자다운 탁월한 안목이었다.


“저희는 신규 모험자 등록이랑, 복귀 모험자 신고로 왔어요.”

“신규 모험자 등록이랑 복귀 모험자 확인으로 괜찮을까?”

“네, 그렇게 부탁드릴게요.”

"신규 모험자 등록이랑 복귀 모험자 확인······."


종업원은 서류에 글씨를 갈기고 일어섰다. 서류의 끝단을 맞춘 뒤 등을 돌렸다.


“알겠다. 금방 돌아올 테니 기다려라.”


종업원은 호랑 무늬 꼬리를 흔들며 뒷문으로 사라졌다.

캣니스는 겨우 가라앉은 살기에 안도하며 얌전히 접수처 앞에 앉았다.

그렇게 일 분 삼 분 기다리던 중, 슬쩍 옆쪽을 곁눈질했다.


“누나, 우리 이번에는 시궁쥐를 잡으려고요.”

“시궁쥐? 글쎄 조금 더 실력을 키우고 도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캣니스는 넋이 나간 채 그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실력을 키우는 모험가와 그들의 의뢰 난이도를 상담해주는 갈색 머리 접수원.

불과 몇 년 전에 용사와 동료들도, 모험 의뢰에 절절매며 웃고 울던 시절이 있었다.


“왜 그래?”

“네?”


갑작스레 가더의 얼굴이 시야에 끼어들었다.

캣니스는 두 눈을 깜빡였다.

곧, 그가 조금 전에 자신의 넋이 나간 행동을 걱정하였음을 알았다.


“아아······ 아니에요. 그냥 이제야 체감되어서요.”

“체감?”


캣니스는 눈짓으로 옆 접수처를 가리켰다.

한 모험가 파티와 접수원이 서로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가더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눈치챘다.


“돌아가고 싶어?”


분명 용사 일행에 속한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그의 걱정과 다르게 캣니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그런 생각은 가지고 싶지도 않아요.”


거짓말이 아니었다.

캣니스는 이따금 떠오르는 감정이 너무나 싫었다.

차라리 용사를 미워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또 그러지도 못하는 게 서글프고 괴로웠다.


‘어차피 지난 일인걸.’


그렇게 생각하며 또다시 감정을 억눌렀다.

언제쯤 과거를 떠올려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할 수 있을지, 마음이 시큰거리고 저렸다.


“죄송해요. 괜히 마음 쓰게 만들었네요.”


슬픈 마음을 숨기고 태연하게 보이게 웃었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동행자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다는 것을.


“캣니스······.”


걱정하는 손길이,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그녀의 눈가를 향해 움직였다.

캣니스도 굳이 거절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많이 기다렸을까?”


-쿵


그때였다. 자리를 비웠던 종업원이 산더미 같은 종이를 내려놓았다.

두 사람은 조금 전까지 우울했던 분위기를 잊은 채, 동그란 눈으로 종업원을 보았다.


‘설마······.’


두 사람은 같은 생각을 하며 종이의 산을 보았다.

캣니스는 손가락을 떨며 서류 더미를 가리켰다.


“저기 이건······?”

“당연히 복귀 미접수된 명단이다!”

“그건 아는데요······ 설마······?”

“그렇다. 보는 대로다!”


종업원은 고양이 귀를 쫑긋 세웠다. 제삼자가 봤다면 귀여운 모습이겠지만, 지금 캣니스와 가더에게는 마왕군 사천왕보다 두렵게 느껴졌다.


“사제 누님에게는 안됐지만, 우리도 인원 부족이다! 이 엄청난 양에서 이름을 찾으려면 상당히 부지런히 해야 움직여야 할 거다.”


종업원의 발언에 두 사람은 벼락 맞은 얼굴을 하였다.

그러나 아직 종업원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신규 모험가 등록은 복귀 모험가의 보증이 있으면 빠르게 끝낼 수 있으니 이 일을 먼저 끝내고 함께 해주겠다!”


벼락 맞은 얼굴은 막 묘지에서 일어난 언데드처럼 창백해져 갔다.

종업원은 생글생글 웃으면서 테이블 위에 팔을 올렸다.


"걱정마라! 나도 밀린 일만 끝내고 도와주겠다!"


가더와 캣니스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빤히 보였다.


“그, 그러면 시작할까요?”

“어, 그래······.”


캣니스와 가더는 서류를 들었다.

서류 작업을 시작한 지 30분이 채 되지 않던 그때, 가더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캣니스. 큰일 났어.”

“무슨 일이에요?”


캣니스는 서류를 보느라 지친 눈가를 꾸욱 눌렀다.

그녀를 부른 동행자는 비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 이 언어를 몰라.”

“······네?”

"뭐라 적혀있는지 전혀 모르겠어."


그런 말은 처음부터 말해야 했다.

너무나 뒤 늦은 발언에 캣니스의 눈빛이 흉흉하게 빛났다.


“그걸 왜 이제···”

“잠깐만 캣니스! 문지기 일만 해서 멍청하다는 건 오해야.”


눈빛만 보고 지레짐작한 가더가 황급히 변명했다.


“나는 사천왕들에게 직접 교육을 받은 몸! 멍청하다는 건 나 혼자만의 수치로 끝나지 않아!”

“네, 그래서요?”

“캣니스, 그 눈빛은 정신에 해롭······.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가더는 자신이 보고 있는 서류를 들었다. 다른 한 손으로는 길드 게시판을 가리켰다.

캣니스는 안 그래도 피로한 눈을 잔뜩 찌푸렸다.


“그래서. 문지기님이 하고 싶은 무슨 말이 뭐예요?”

“이거 말이야! 이거만 못 읽겠어!”


가더는 답답한 듯 서류를 두들겼다.

캣니스의 눈이 한층 더 가늘어졌다.


“캣니스. 이해해 줘. 이건 내가 배운 적 없는 언어라고!”

“아!”


캣니스는 그제야 그의 말을 이해했다.


“길드 공용어를 모르는 거예요?”


가더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센츄어리 대륙의 공용어로. 흔히 여관, 길드, 공식적인 문서에 사용되는 언어가 길드 공용어이다.

다만 공용어라고 해도 자국의 언어가 첫 번째고, 보통 두 번째로 배우는 것이 길드 공용어인데.


“희한하네요.”


캣니스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보통은 타국 언어보다 공용어부터 알려 하지 않아요? 길드 공용어를 모르는데 프로텐시아 말을 배운 건 무슨 생각으로······”

“이봐, 캣니스 말조심해.”


가더는 말을 끊고 엄한 표정을 지었다.


“사천왕 페넥스님이 알려주지 않은 건, 어디까지나 비겁한 수를 방지하기 위함이었어.”

“비겁한 수를······ 방지해요?”

“용사 후보들의 뒷사정까지 알아버리면 너무 비겁하지 않냐는 깊은 뜻이었지.”

“아······.”


캣니스는 탄성을 질렀다.

마왕성 사천왕이 비겁한 수를 마다했다는 말이 이상했지만. 본인이 그러하다니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그때는 말이지······.”

“잠시. 잠깐만요.”


캣니스는 옛날이야기로 빠지던 그의 말을 끊었다.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서 동행자의 얼굴을 가까이 마주하였다.


“결국 글을 모르는 거네요?”

“응, 그렇지.”

“제가 끝날 때까지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요.”

“그렇겠지···?”

“그러면······ 영차.”


캣니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더의 등을 떠밀어서 모험가들이 모여 있는 테이블에 앉혔다.

그러자 먼저 앉아있던 선객들이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봤다.


“그러면 문지기님은 제 일이 끝날 때까지 얌전히 기다려주세요.”


캣니스는 동행자에게서 등을 돌렸다. 홀로 남겨진 가더는 조용히 시선을 움직였다.

앞에 있던 모험가들이 험악한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저기 캣니스? 이 사람들 왜 이래?”


그러나 그녀는 서류 더미 앞에 앉았다. 재차 불러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가더는 할 말을 잃었다.


-터억.


“처음 보는 얼굴이군.”


가더의 어깨에 손이 얹어졌다.

가더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보다 늘어난 모험가들이, 하나같이 험상궂은 얼굴로 미소 짓고 있었다, 그 외에도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서서히 거리를 좁혀왔다.


“이봐 형씨. 모험가 길드는 처음이지?”

“이런, 이런. 처음이라 낯설 테니 우리가 톡톡히 알려주도록 하지.”


-쿵.


거대한 오크통이 요란스럽게 소리를 낸다.

뚜껑을 열자 코끝을 찌르는 과일 향과 알코올 향기가 진동했다.

가더는 식은땀을 흘렸다.

험상궂은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왔다.


“캣니스!”


가더는 구조를 바라며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무의미했다.

마치 악어 떼 사이에 버려진 가젤처럼. 기하급수적으로 악어들이 불어났다.

그들은 가더를 둘러싸고 하나 같이 광기에 젖은 모습으로 외쳤다.


“자, 소리 벗고 아랫도리 질러!”

“노총각 아저씨의 춤을 보시라!”

“이봐! 치사하게 신입이 빼는 거냐!”

“거기 술 더 가져와!”

“캣니스······!”


가더는 술꾼들에게 덮쳐졌다. 어찌나 고집들이 센지. 그 또한 얼마 가지 못해서 동화되고 말았다.

술에 취한 모두가 술잔을 높이 들어 올렸다. 하나같이 광기에 찬 모습으로 소리 높여 건배했다.


“프로텐시아 님의 안영과 번영을 위해!”


가람 왕국의 모험가들은, 신앙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여신에 대한 건배사를 외쳤다.

높이 들어 올린 술잔이 부딪치고 내용물이 쏟아져서 바닥을 적셨다.


“어이, 어이! 다 마시는 거냐고! 좋아, 한 잔 더 따라라 이것들아!”


즉흥적으로 놀기를 좋아하는 가람 왕국 사람들의 문화.

술잔에서 쏟아진 포도주가 길드 로비의 바닥에 얼룩을 만들었다.




제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추천과 좋아요 잊지마세요-!


작가의말

흑... 공모전을 미리미리 준비 할 걸 그랬습니다. 중간 평가 끝나고 놀았던 게 복병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작가의 TMI: 프로텐시아 연합국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왕국의 연합국이다. 특히 가람왕국에 정착한 고정 인구는 대부분이 수인으로 이루어져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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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화 전야제 22.11.12 109 0 12쪽
15 14화 전야제 22.11.11 118 2 14쪽
14 13화 모험가의 활동 22.11.10 120 2 16쪽
13 12화 모험가의 활동 22.11.09 135 2 11쪽
12 11화 모험가의 활동 22.11.08 154 3 11쪽
11 10화 모험가의 활동 22.11.07 177 2 11쪽
10 9화 모험가 길드 + 외전 22.11.06 192 2 13쪽
9 8화. 모험가 길드 22.11.05 206 3 12쪽
8 7화. 모험가 길드. 22.11.04 222 3 13쪽
7 6화 모험가 길드 +1 22.11.04 250 3 14쪽
» 5화. 모험가 길드 22.11.03 296 4 18쪽
5 4화. 길 +1 22.11.02 382 7 13쪽
4 3화. 마왕성 문지기 22.11.02 558 6 24쪽
3 2화. 마왕성 문지기 +4 22.11.01 648 24 16쪽
2 1화 마왕성 문지기 +5 22.11.01 855 24 19쪽
1 프롤로그 +7 22.11.01 966 3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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