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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6.12 22:45
연재수 :
20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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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42
추천수 :
130
글자수 :
1,57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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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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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0화 전야제

DUMMY

20화 <전야제>



“잠깐 기다리게. 그 말은 인정해 줄 수 없겠군.”


캣니스가 성전을 준비한 그때.

모험가들 사이에서 브레드 머슬릿이 인파를 헤치고 나왔다.


“캣니스여, 자네가 무슨 뜻이 있는지 모르겠네만. 나는 그대가 일부러 지려 한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네.”


브레드는 모험가들의 조력을 마다한 캣니스에게 말하였다.

이에 캣니스의 얼굴에는 난감한 기색이 떠올랐다.


“신자님. 여신님께 맹세할게요. 저는 절대로 그런 생각을 가지지 않았어요.”

“글쎄, 그 말은 쉬이 믿기지 않는군. 그 선한 얼굴 뒤에 다른 속셈이 있는지 누가 알겠나.”


브레드가 시선을 옮기자 사절단이 불쾌해하는 얼굴을 보였다.

그 중 샴스핀 추기경이 안경을 올리며 앞으로 나섰다.


“브레드 머슬릿. 자네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설마 우리의 성전이 거짓된 것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아니, 성전 그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겠네. 다만 전력 차이가 확실한 상황에서 아군을 거부하는 건 의심스러운 일이지.”

“돌려 말하지 말고 똑바로 말하게 브레드 머슬릿. 자네는 우리의 성전을 모욕하는 건가?”

“모욕. 모욕. 참으로 그러한 단어를 좋아하는군, 명색이 추기경씩이나 되는 자가 그렇게 속이 좁아서야.”

“브레드 머슬릿-!”

“라군이여-!”


브레드가 샴스핀 못지않게 목소리를 높였다.

호명된 너구리 수인 쪽으로 수많은 이목이 달라붙었다.


“······예?”


라군은 갑작스러운 호명이 당황스러웠다.

브레드는 여전히 큰 소리로 외쳤다.


“라군이여! 그대는 자네가 믿는 신이 있을 터! 그런데 어찌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는 건가!”

“아니, 나도 이렇게 있고 싶지는······”

“라군이여! 오만한 자들이 그대들의 여신을 모욕하며 설치는데 구경만 할 텐가!”

“하지만 성전이네! 어떻게 신의 이름을 건 싸움에 내가······”

“라군! 자네는 이방인이 목숨까지 걸었는데 무엇 하나 걸지 않았네! 이 브레드 머슬릿이 함께 할 테니 두려워하지 말게나!”


라군은 그제야 그의 의도인지를 깨달았다. 인파를 헤집고 나와서 브레드의 곁에 섰다.


“허 참 고맙군. 그런 방법이 있을 줄이야.”


그의 흉곽을 가볍게 치자 작은 미소로 돌아왔다.

라군은 한 걸음 한 걸음, 걸음을 옮겨서 캣니스의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신자님 지금 무슨···”

“셀레브리디 여신의 사제여.”


캣니스는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챘다.

그녀는 낭패감을 느끼며, 브레드 쪽을 바라보고 주먹을 말아 쥐었다.


“죄송하지만 이 일은 저희 교단의 싸움···”

“우리의 신이 모욕받았네.”


캣니스는 입을 다물었다.

신성모독은 이 싸움에 참여할 명분으로 충분했다.


“나 모험가 라군이 프로텐시아 님의 이름 아래에 맹세하니, 나의 신을 모욕한 자를 벌하기 위해 성전에 함께하겠나이다.”

“나 머슬교의 브레드 머슬릿도 그대와 함께하겠네. 나의 친우 라군, 캣니스, 가더를 위하여 성전에 임하겠네.”


그들은 성전 참여 의사를 밝히고 그녀를 보았다.

캣니스는 그들의 참여가 반갑지 않기에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 해온 이상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두 분 만이에요···. 다른 분들의 참여는 성전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려요.”

“그걸로 충분하다네. 캣니스여.”


브레드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캣니스의 얼굴은 어두웠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게 웃어 보였다.


"4 대 4이군."


이렇게 총 여덟 명의 성전이 성립되었다.

가더가 손바닥을 내민 브레드를 바라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거짓말하고는. 그냥 저놈들에게 한 대 때려주고 싶었을 뿐이잖아.”


브레드는 씩 웃었다.

역시 자신이 눈여겨본 남자.

지나치게 캣니스를 의존하는 성격이긴 하였지만, 그 또한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이 탁월했다.


“그렇게 보였나? 하지만 그건 자네도 매한가지이지 않나.”


가더의 몸이 일순 멈췄다. 그는 브레드와 같다는 말이 마음에 안 드는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너와는 달라.”

“글쎄, 정말로 그런지 모르겠군.”


브레드는 셔츠를 벗고 가슴 근육을 드러내었다.

꿈틀대는 근육에, 가더가 질색하며 고개를 돌렸다.


‘이 또한 사제의 계획이겠지.’


금 등급 모험가는 생각했다.

맨 처음 캣니스가 사절단 앞에 나섰을 때부터 가더는 단 한 번도 살기를 갈무리하지 않았다.

그래도 끝내 앞으로 나서지 않았고. 사절단의 수단이 폭력으로 바뀌었을 때야 제어 역할로 들어섰다.


‘목적은 명백하군.’


어느 정도 역사에 밝다면 셀레브리디 교단의 성전 이후로 생긴 바솔루트와 앱솔루트의 규율에 대해서 모를 수 없었다.

그런데 샴스핀이 옛 규율을 어기고 먼저 폭력의 흔적을 남겼다.

이 때문에 약소국의 작은 길드에서 앱솔루트의 셀레브리디 교단과의 항쟁으로 판이 커졌다.


'오늘뿐 아니라 훗날에도 제어 역할이 될 것이다.'


브레드는 목뒤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끼며 입꼬리를 올렸다.

만약 계단에 내려온 순간에 이 지략을 떠올린 거면 그 능력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정말······ 무서운 사제로군.”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브레드는 태연히 고개를 돌렸다.

캣니스는 잠시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뭐, 수단이야 어떠하든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한 거지.”

“재들이 워낙 재수 없었어야지. 한 대 때려주지 않고는 못 배기겠어.”


가더는 그의 말에 동의하며 사절단 쪽을 보았다.

바스타드 소드를 들은 노란 머리 남기사와 단도를 든 붉은 머리 여기사 그리고 감정을 얼굴에 비추지 않는 열한 번째 날개와 태연히 앉아 있는 샴스핀 추기경을 바라보았다.


“미련한 발버둥은 다 친 것이냐?”


샴스핀의 손짓과 함께 노란 머리 남기사가 앞으로 나섰다.

가더와 캣니스 그리고 브레드와 라군도 싸울 자세를 가다듬었다.


“자, 준비는 충분히 된 거 같으니 바로 시작하도록 하지.”


샴스핀 추기경이 선언하며 손을 올렸다.

그 손끝이 캣니스의 일행을 가리켰다.


“죽여라.”


-까앙


순식간에 바람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보다 빠르게 라군의 몸이 뒤로 끌려갔다.

브레드 머슬릿이 앞으로 나오고, 라군이 있던 자리에 바스타드 소드가 내리꽂혔다.


“걱정하지 말게. 라군이여. 내 자네의 털끝 하나 상하지 않게 하겠으니.”


브레드는 라군을 캣니스 쪽으로 던졌다.

거대한 덩치가 날아오자 캣니스가 함께 엉덩방아를 찧었다.


“나서지 말게. 나 혼자서 해결할 수 있으니.”

“안 그래도 그럴 거였어.”


가더가 심드렁한 대꾸를 하였다.

브레드는 그 대답에 미소 지으며 힘껏 주먹을 쥐었다.


“어디 한 번 받아보게 젊은이여.”


노란 머리 남기사가 바스타드 소드를 당겨서 주먹을 노렸다.

그 둘이 격돌하기 직전에 붉은 머리카락이 그들 사이에 지나갔다.


-쾅


거대한 충격음이 울려 퍼졌다.

먼지가 자욱하게 깔리고, 주먹이 내리꽂힌 자리에는 구멍이 뚫렸다.


“콜록! 브레드 공 괜찮은가!”

“괜찮네! 그것보다 캣니스를!”


브레드가 라군에게 경고했다.

그리고 말을 뱉은 것과 동시에 브레드의 등 뒤로 인기척이 달려들었다.


“칫.”

“‘칫’이라니···. 노골적인 반응이지 않은가 성기사여.”


한 끗 차이로 단검이 그의 옆구리를 지나갔다.

브레드는 여기사의 팔을 잡고, 있는 힘껏 집어던졌다.


“자, 이것도 막아보게나.”


그는 주먹을 쥐고 마나를 담았다.

극의를 깨우친 격투가만이 깨닫는 스킬, ‘마나 클레이‘였다.


“느려, 느리다네. 브레드여.”


정황을 지켜보던 샴스핀이 비죽이며 말했다.

동시에 브레드의 몸에 여섯 자상이 생겨났다.


-철컥


검집에 검이 맞물리는 소리가 나고. 브레드는 천천히 뒤를 돌았다.


“······꽤 제법이지 않은가 성기사여.”


브레드의 오른쪽 눈 위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팔과 다리에도 가느다란 상처가 벌어졌다.


"자네의 공격은 확실히 먹혔다네."


한쪽 눈을 감은 브레드는 노란 머리 남기사와 대치하였다.

남기사는 난데없이 바스타드 소드를 허리춤에 매었다.

그러고는 브레드를 향해서 주먹을 어깨까지 올렸다.


“이제 해 볼 만 하다는 말인가······. 그것을 오만이라 부르는 걸세 성기사여!”


브레드도 그에 맞서 주먹을 들었다.


“자, 오게나.”


브레드는 침착하게 말하였다.

노란머리 남기사가 사양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크읏-”


주먹에 마나를 담은 공격이, 까다로운 움직임으로 브레드의 급소를 노렸다.

브레드는 최대한 몸을 웅크린 채 속절없이 공격받았다.


“하하하! 정말로 보잘것없구나! 야만한 모험가여!”


샴스핀이 환희에 젖어 외쳤다.

성전에서 유일한 변수인 모험가가, 고작 버리는 패에 당하고 있었다.


“칼이여! 더 확실하게 놈을 밀어붙여라!”


남기사의 빠른 움직임이 지칠 대로 지친 브레드를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였다.

검에 당한 상처가 벌어지고 살갗이 터져서 핏물이 바닥을 적셨다.

샴스핀은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부하에게 신호를 보냈다.

곧바로 붉은 머리 여기사가 단검을 찔러넣었다.

기습당한 브레드의 허리가 크게 꺾였다.


“크하하! 해치웠다-!”


샴스핀이 기쁨을 주체 못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시야 속에서 상황은 이미 종결되어 있었다.


“칼이여! 발자취여! 당장 저 뒤에 있는 놈들의 목도····!”

“드디어 다가왔군.”


그가 신이나서 명령하던 그때였다.

브레드가 나지막이 말하고 허리를 똑바로 세웠다.


“언제 즈음 다가올까 기다리고 있었다네.”


이내 거대한 손이 두 성기사의 팔을 붙잡았다.

놀란 성기사가 팔을 빼내려 했지만, 붙잡히고 나서는 이미 늦은 대처였다.


“두 명을 처리하면 남는 건 하나!”


성기사는 그의 악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순식간에 상황이 역전됐다.


“칼! 검을 빼내!”


붉은 머리 여기사가 외쳤다.

성기사 두 명이 동시에 허리에 찬 검을 찔러넣었다.


-푹


두 개의 검이 브레드의 등과 복부를 관통했다. 하지만 여전히 팔을 잡은 힘은 변하지 않았다.

브레드의 녹색 눈동자가 기이하게 빛났다.

두 성기사의 눈에 공포가 깃들었다.


“뭐 하는 거냐! 머저리들아!”


샴스핀이 소리쳤다.

성기사씩이나 된 놈들이, 다 죽어가는 부상자의 손 하나 뿌리치지 못하는 추태를 보이다니!


"이 머저리들이-!"


붉은 머리 여기사가 샴스핀의 욕설을 들으며 입술을 떨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의문만이 가득했다.


“어째서··· 쓰러지지 않는 거지?”


팔을 뿌리치려고 해도 움직이지 않았다.

검을 뽑으려 해도 나무뿌리를 잡아당기는 거 같았다.


“빠져! 빠지라고!”


결국 붉은 머리 여기사가 이성을 잃고 발길질했다.

그러나 상처에 박힌 검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후욱···. 후욱······.”


들려오는 숨소리에 오싹한 공포를 느꼈다.

브레드는 비 오듯이 땀을 쏟아내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런데도 눈빛만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성기사들의 마음속에서 아직 접하지 못한, 미지에 대한 공포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좋은 승부였네. 젊은이들.”


칭찬 한마디와 함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이어졌다.

팔을 잡아당기고 반동을 이용해 성기사의 얼굴을 붙잡았다. 단순하고도 순수한 힘이 그들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쾅


조금 전과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먼지가 일었다.

모험가 길드 건물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충격이었다.

지켜보던 모두는 숨을 멈추고 먼지가 걷히기를 기다렸다.


“겨우 이 정도였군.”


먼지 일부가 걷히자 한 사람의 상체가 드러났다.

브레드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었다.


“겨우 이 정도였어······.”

“맙소사! 브레드 공!”


라군이 두 손을 불끈 쥐고 외쳤다.

금 등급에 필적한다는 성기사를 두 명이나 압도하고 말았다.

비록 몸은 만신창이였지만 그 업적은 영웅의 반열에 오른 모험가라 칭해도 무리가 없었다.


“브레드 공! 당신은 정말-!”


찬양 혹은 동경에 가까운 감정에 감격하며. 라군이 뿌연 먼지 속으로 다가가려던 그때였다.


“움직이지 마세요. 신자님.”


갑작스레 캣니스가 앞을 가로막았다.

라군이 그녀의 행동에 적잖이 당황했다.


“갑자기 왜 가로막는 건가, 아가씨?”


라군은 자신을 막는 여사제에게 물었다.

그동안에도 캣니스는 라군을 보지 않았다. 그저 먼지 너머로 시선을 집중할 뿐이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벌컥


갑작스레 모험가 길드의 문이 열렸다. 난데없는 돌풍이 길드 로비를 휩쓸었다.


“콜록, 이건 대체····.”


라군이 팔로 얼굴을 가려서 바람을 막아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조금 전과 사뭇 다른 풍경이 있었다.


“아무래도 너희들의 훈련이 부족했나 보군.”


쓰러진 브레드 머슬릿.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열한 번째 날개.

열한 번째 날개는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 두 성기사에게 신성력을 사용하였다.


“일어나라. 너희들의 뒷정리까지 해줘야 하나?”

“아, 아닙니다. 지금 바로 정리하겠습니다.”


붉은 머리 여기사가 다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노란 머리 남기사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 브레드에게 다가갔다.


“왜 그러는 거지?”


바닥에서 주운 검을 아래로 쥐고. 이제 내려 찍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검을 쥔 여기사의 손이 떨렸다.


“망설이지 마라. 이 이상 추기경님이 실망하게 하지 마라.”


반복되는 명령에 두 눈을 감았다.

여기사는 천천히 심호흡했다.

아무리 브레드가 자신들을 압도했다 해도 마지막에는 바솔루트 교단의 승리다.

그 사실을 진리라 여겼기에, 망설임 없이 검을 내리꽂았다.


“일어나게 브레드 공!”


라군이 손도끼를 꺼내며 달려간 그 순간이었다.


-쨍그랑


여기사를 비롯한 이들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내리꽂은 검의 날이 산산이 부서지고 손잡이만이 남았다.


“윽!”


여기사는 손목을 부여잡았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깨닫지 못한 채, 떨어뜨린 손잡이를 보았다.


“여, 열한 번째 날개 님···.”


퍼뜩 정신을 차리고 상관의 눈치를 살폈다.

열한 번째 날개는 미간을 찡그린 모습으로 검의 파편이 널브러진 자리를 보고 있었다.


‘저것은 대체······.“


열한 번째 날개는 한순간 날아들었던 물체를 떠올렸다. 그것은 지금도 산산이 조각 난 검의 파편 옆에서 굴러다니고 있었다.

의심할 여지 없는 산산이 부서진 코르크 마개의 일부였다.


“캣니스의 성실한 모험가 되기 첫 번째 강좌. 은혜는 반드시 은혜로 갚아라.”


빠그작. 나무판자가 우그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여사제의 동료가 앞으로 나섰다.

사절단이 살기를 내뿜으며 고개를 돌렸다.


“대머리. 너는 캣니스에게 사과와 약을 사주고 직접 사과를 갈아줬어. 그걸로 지난번의 행동은 눈감아 주도록 할게.”

“훗··· 그건 참 영광이군······.”

“그래, 이번에도 내가 은혜를 줄 테니 갚도록 해.”


가더는 브레드의 옆에 서서 손목을 돌렸다.

붉은 머리 여기사는 곱상하게 생긴 놈이 나서는 게 우스워서 코웃음 쳤다.

겉멋을 부리는 그를 혼쭐내기 위해 단검을 휘두른 그때였다.


“네가 싸울 건가?”


오싹한 한기가 등줄기를 훑고 지나갔다.

가더의 짧은 한마디에 여기사의 몸이 굳었다.

목덜미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공포에 단련된 본능조차도 거슬러서는 안 될 상대라고 위험신호를 보냈다.


“아니면 손에 든 거 치워.”


따닥. 딱.

이가 미친 듯이 부딪치고, 떨리던 손가락 사이로 단검이 떨어졌다.

가더는 코웃음을 돌려주고 그녀를 지나쳤다.


“한 번만 들을 테니 잘 들어라. 내 이름은 가더 타나토스.”


칼이라 불린 남기사가 눈앞에 있는 가더를 보며 긴장했다.

그는 검을 놓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


“네 놈들이 건드린 캣니스 센츄어리를 지키는 문지기.”


쿵.

그가 한 발짝 내딛자 남기사는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눈앞에 그의 모습은 없었고, 자신의 검이 가리키는 대상도 없었다.

아차 싶은 마음에 시선을 돌렸지만. 상대는 이미 샴스핀 추기경의 앞에 서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너희는 문지기 실격이다. 왕을 지킬 수 없으면 제대로 숨겼어야지.”


다급히 움직이는 성기사들과 입을 벌린 샴스핀 추기경.

수많은 만감이 교차하던 그때, 천둥과도 같은 폭음이 길드 내부를 휩쓸었다.




제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추천과 좋아요 잊지마세요-!


작가의말

음.... 음........ 하하........ 이게 pc로 볼 때에는 괜찮았는데 모바일 환경에서는 다르게 보이네요. 글을 쓸 때 주의해야 할 점이 한 가지 더 생기고 말았습니다.


작가의 TMI“ 칼, 발자취는 군대의 보직 같은 것이다. 칼은 백병전에 능한 기사, 발자취는 암살 전문인 기사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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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2화 전야제 22.11.19 95 0 18쪽
22 21화 전야제 22.11.18 93 0 18쪽
» 20화 전야제 22.11.17 94 0 16쪽
20 19화 전야제 22.11.16 95 0 14쪽
19 18화 전야제 22.11.15 95 0 22쪽
18 17화 전야제 22.11.14 93 0 15쪽
17 16화 전야제 22.11.13 94 0 14쪽
16 15화 전야제 22.11.12 116 0 12쪽
15 14화 전야제 22.11.11 123 2 14쪽
14 13화 모험가의 활동 22.11.10 125 2 16쪽
13 12화 모험가의 활동 22.11.09 142 2 11쪽
12 11화 모험가의 활동 22.11.08 161 3 11쪽
11 10화 모험가의 활동 22.11.07 185 2 11쪽
10 9화 모험가 길드 + 외전 22.11.06 200 2 13쪽
9 8화. 모험가 길드 22.11.05 214 3 12쪽
8 7화. 모험가 길드. 22.11.04 231 4 13쪽
7 6화 모험가 길드 +1 22.11.04 264 4 14쪽
6 5화. 모험가 길드 22.11.03 308 5 18쪽
5 4화. 길 +1 22.11.02 398 7 13쪽
4 3화. 마왕성 문지기 22.11.02 577 6 24쪽
3 2화. 마왕성 문지기 +4 22.11.01 670 24 16쪽
2 1화 마왕성 문지기 +5 22.11.01 880 23 19쪽
1 프롤로그 +7 22.11.01 996 35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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