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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6.22 20:57
연재수 :
2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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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9,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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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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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전야제

DUMMY

22화 <전야제>



“운이 좋았다만 두 번은 없다.”


열한 번째 날개는 검을 뻗었다.

망설임 없이 목을 노리고 휘둘렀다.

캣니스는 그 휘두름에 맞춰서 뒤로 물러났다.

뻗어온 검이 황금빛 궤적을 그리고. 한 끗 차이로 목이 잘리는 일을 피했다.


“쿨럭···.”


그러나 숨과 혈액이 지나는 혈관이 갈라졌다.

피하긴 피했다만 충분히 치명상이었다.

갈라진 혈관 틈으로 피가 후드득 떨어졌다.


"안됐구나. 가만히 있었으면 단번에 목을 잘라줬을 것을."


첫 공격 이후로 검을 고쳐 쥐었다.

상처를 입혔음에도 눈빛이 더욱 흉흉하게 빛났다.


“네가 자초한 일이다. 원망하지 마라.”


그 말에 캣니스는 상처 부위를 지혈했다.

혈액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모습은 누가 봐도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눈빛이 변함없었다.

검을 든 팔라딘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너는 내 자비를 무시하고 길을 막아섰다. 그것도 모자라서 내 충직한 부하의 죽음을 기만하기까지 하였지.”


검을 휘두르기 위해 사선으로 뻗었다.

황금빛 알갱이가 검의 날에 모였다.

뒤에서 지켜보던 샴스핀 추기경이 기뻐하며 소리쳤다.

부하를 향하여 명령했다.


“빨리 해치워라! 언제 그놈이 나타날지 모르는 일이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주위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분명히 그놈은 아직 칼과 전투를 벌이는······”


-타앗


대화가 이어진 그때였다.

땅을 박차는 소리와 함께 캣니스가 달려들었다.


“어딜!”


열한 번째 날개는 발을 뒤로 빼고 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검의 궤적 아래로 여사제의 몸이 파고들었다.


'벌써 내 검로를 읽었다고?!'


당황하는 마음을 잠재우며 뒤로 물러섰다.

다시 한번 태세를 가다듬으며 검을 바로 쥐었다.

그러나 그보다 빠르게 텅 빈 품으로 그녀가 파고들었다.


“어딜!”


사정 보지 않고 무릎을 날렸다.

무릎차기를 맞은 성직자의 몸이 떠오르고. 무자비한 손길로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무의미한 반항이다. 네가 반항할수록 고통만 더······”

“다섯. 이제는 제 차례예요.”


열한 번째 날개는 눈을 크게 떴다.

엉켜오는 머리카락을 뜯어내며 거리를 벌렸다.


‘거리를······!’


얼굴을 확인한 순간 오랜 직감이 위험을 알렸다.

차분하다 못해 잔잔하기까지 한 푸른 눈동자를 보고 말았다.

황급히 멀어지려 했지만 가까이 붙은 캣니스를 떨쳐놓기에는 무리였다.

크게 당황한 모습으로. 이번 임무에서 지켜야 하는 대상에게 소리쳤다.


“추기경님! 피하십시오! 이 여사제도 무언가······”

“블레이즈(blaze)"


입가에 혈액이 묻어있지만 잘린 목에는 상처 하나 남지 않았다.

다쳤다고 믿을 수 없는 청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제야 여사제의 온몸을 감싼 미세한 신성력이 보였다.

한 줄기 빛이 가슴을 관통했다.

잠시 시야가 점멸하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너는···“


입을 떼기 무섭게 뜨거운 액체를 올라왔다.


"쿨럭-"


무슨 일이 있던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몇 겹으로 겹쳐두었던 신성력 보호막이 뚫린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나, 날개가 당하다니··· 이건 말이 안 된다!”


부하의 싸움을 지켜보던 샴스핀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외쳤다.

한순간 한 줄기 빛이 몸을 관통하고. 그가 자랑스러워하는 부하가 무릎을 꿇었다.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고작. 고작 저런 계집에게!”


날개의 상관은 제 계획이 일그러졌음에 역정을 냈다.

바솔루트의 유일한 팔라딘이 저딴 계집에게 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였다.


“이 무능한 것! 한낱 사제에게 무릎을 꿇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라!”


손을 대지 않고도 가슴 정중앙에 나 있는 작은 구멍에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여신이시여! 나의 기사에게 힘을 주십시오!”


금색의 빛이 열한 번째 날개를 감쌌다.

가슴의 구멍이 신성력으로 메워졌다.


“지금이다! 당장 해치워라!”


그러나 그 명령은 이뤄지지 못했다.

열한 번째 날개는 다시 검을 쥐지 않았다.


“뭐 하는 거냐! 움직여! 움직이라고 이 무능한 것아!”


언제 그 괴물이 올지 모르는 상황

그런데도 열한 번째 날개는 검을 놓고,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않았다.


“뭐 하는 거냐! 더 이상 지체했다가는 그 괴물이······”

“열한 번째 날개인 자가 고개를 숙이겠다. 여사제여 너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 말에 샴스핀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바솔루트의 자랑스러운 팔라딘이 앱솔루트의 여사제에게 고개를 숙였다.


“어째서 이런 놈들에게······”


그의 의문을 해소해주는 대답은 없었다.

캣니스와 열한 번째 날개는 서로를 주시했다.

두 사람은 무언가를 확인하듯이 오랫동안 시선을 마주쳤다.


“역시 저를 기억 못하시는군요···.”


말을 꺼낸 캣니스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당장 열한 번째 날개가 이해할 수 없는 슬픈 감정이 짙게 묻어나왔다.


“그래요, 질문에 답해드릴게요. 기사님이 알다시피 날개의 상세한 능력과 정체를 아는 이는 몇 명 되지 않아요.”


실망 혹은 동정.

열한 번째 날개는 얼굴을 굳혔다.

처음 마주한 여사제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제발 알려줘라. 너는··· 대체 너는 누구냐···?"


절박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답을 구했다.

캣니스가 몸을 숙였다.

그녀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은퇴한 날개에 대한 신분과 능력은 비밀에 부치죠. 그 이유는 그들이 자리에서 물러났음에도 여신에 대한 헌신은 여전하니까죠.”


그녀는 옷의 밑단을 잡았다. 사제복의 밑단을 올려서 안의 피부를 드러냈다.

열한 번째 날개는 당황하여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단호한 목소리가 그를 꾸짖었다.


“열한 번째 날개여. 눈을 돌리지 마시고 진실을 제대로 마주하세요.”


열한 번째는 강한 음성에 눈을 돌렸다.

어느새 사제복 밑단은 무릎 위까지 올라왔다.


“너, 너는······”


열한 번째 날개는 보았다.

오른쪽 허벅지에 그려진 열한 장의 날개와 성스러운 창이 뜻하는 상징.

그것이 상징하는 바는 명확했다.

그의 오른쪽 어깨에도 새겨져 있는 셀레브리디 여신의 성흔.

교단의 고위직을 증명하는 성스러운 문양이었다.


“열한 번째 팔라딘.”


열한 명의 팔라딘.

그중에서도 세 명밖에 없는 교단의 무구,

그 문양을 알아본 순간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열한 번쨰 날개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몸을 비틀거렸다.


“아. 아아악-!”


머릿속의 검은 안개가 하나둘 걷히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떠오른 기억은 애타게 기다리던 누군가였다.


-···마인 님···.


하늘같이 푸른 눈동자와 황금빛으로 넘실거리는 머릿결.

푸른 잔디 위에서 티 없이 맑은 미소를 짓던 얼굴이 떠올랐다.


“캣니스 센츄어리···. 열한 번째의 창······.”


흐릿한 기억 속에서 다채로운 표정이 기억났다.

그때의 기억 위로 현재의 싸늘한 얼굴이 겹쳤다.


“지금이라도 알아봐 주셔서 다행이네요.”


그리운 얼굴과 다른 싸늘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분명 지금까지와 같은 모습인데 어째서 이렇게 서운한 기분이 드는지 혼란스러웠다.


‘아니. 그게 아니다. 내가 지금 혼란스러운 이유는···.’


캣니스가 무릎 위로 들어 올렸던 사제복을 놓았다.

같은 자리에서 여전히 그를 바라보았다.

열한 번째 날개는 숨이 막혔다.

진실이 눈앞에 있음에도 거부하고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아니다. 아니야! 너는 분명히 마왕성에서 죽었다고······!”

“지금은 상관없는 일이지요.”


단호한 목소리가 말을 끊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위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역겨운 기분이 올라왔다.


“우욱. 우우욱-!”


기억이 없던 동안 저질렀던 제 죄를 통감했다.

입을 틀어막으려고 손을 들었지만, 제 손에 묻은 피를 발견하고 더 구역질하였다.


‘여신의 종이 아닌, 무구로 선택받은 날개······.’


“허억. 으어. 으아악-!”


‘앱솔루트 교단에 단 세 명이 존재하는 여신의 무구.’


열한 명의 팔라딘. 그중에서도 단 세 명뿐인 무구.

심판자 첫 번째 검, 처형자 네 번째 칼, 집행자 열한 번째 창.

일전에 그는 열한 번째 창을 알았다.

그녀와 함께 성역 원정에 나갔던 기억이 생생했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까지 이 기억을 잊었던 건지.

손에 묻은 피가 너무나 혐오스러웠다.


“어째서··· 왜 나는······.”


갑자기 찾아온 기억을 받아들이느라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이 모든 걸 옳다고 믿어왔던 시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때부터인 건가···?’


앱솔루트에서 열한 번째 날개의 빈자리를 받고 돌아왔던 날.

교황이 하사한 검은 액체를 마셨다.

그것을 삼키고 나서 모든 게 변했다.

이전까지 기억하던 삶과 완전히 달라졌다.


“아니야! 낵 아니야!”


열한 번째 날개는 지난 행적을 부정했다.

스스로 벌여온 행동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아니야! 내가 아니었어! 내가 아니었다고!”


부정하고 또 부정했다.

그토록 바라왔던 캣니스 센츄어리와의 재회.

그는 결코 이런 만남을 바라지 않았다. 이런 망가진 모습으로 만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그녀와 재회할 때는 모든 게 갖춰진 뒤였어야 했다.

과거에 맹세했던 이뤄졌어야 했다.


“믿어줘 캣니스 센츄어리! 나는 절대로 네게 부끄러운 짓을···”

“여신의 날개인 자여 도망치지 마세요."


우뚝. 열한 번째 날개는 발버둥을 멈추었다.

특별한 조치가 취해진 것도 아닌데 이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충격으로 두 눈을 크게 뜨고. 떨리는 손으로 제 얼굴을 감쌌다.

떨리는 입술을 천천히 뗐다.


”아니야. 캣니스···· 내가 아니야···· 내가 원해서 한 게 아니라고······.“

”네, 그래 보여요.“


슬퍼하는 두 눈이 서로 마주쳤다.

그토록 원하던 동정을 얻었음에도 심장이 내려앉는 거 같았다.

이유는 하나.

이런 동정을 원한 적 없었다.


‘이게 내가 바랐던 일인가···?’


한때 옳다고 생각했던 선택의 책임.

모든 건 명백한 위험을 거부하지 않았던 과거의 잘못이었다.


“나는··· 잘못된 건가······?”


열한 번째 날개는 꺽꺽 숨을 내쉬었다.

하늘색 머리카락을 땀으로 적셔갔다.

처절하기까지 한 모습으로 머리를 감쌌다.

이에 캣니스의 입에서 또 한 번 말이 쏟아졌다.


“의심하지 마세요. 그저 뜻을 헤아리기 위해 노력하세요. 여신님의 선택을 받은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나는 틀리지 않았어.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복종하는 척을···.”

“셀레브리디 님은 선택을 강요하지 않아요. 그저 책임을 지울 뿐이죠. 만약 기사님이 선택한 길이 올바른 선택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마주치지 않았을 거예요.”

“나는 항상 기다렸어. 너를 위해 살아가려 했어. 그런데 내 선택이 잘못됐다면. 나는 대체 무엇을 위해······.”


검을 떨어트리고 머리를 감싸 쥐었다. 격한 감정에 오열하며 고개를 숙였다.

지금 선대의 날개에 의하여 그의 모든 것이 부정당했다.

지금껏 이뤘던 자긍심도 투지도 모두 잃었다.

남는 건 끝없는 죄책감의 늪이었다.

벗어날 수도 없이 깊고도 깊은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결국 모든 건 내 그릇된 선택으로 벌어진 일이라는 건가···.”


팔다리를 늘어뜨리고 공허한 얼굴이 되었다.

기억을 되찾은 뒤에 들이닥친 현실을 직시하였다.


“잘못을 돌이킬 수는 없겠죠. 하지만 속죄는 할 수 있어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저와 함께 돌아가서 참회한다면 언젠가 진실한 구원을-”


캣니스가 괴로워하는 그에게 손이 뻗었다.

그 손을 바라보며 선뜻 팔을 건넨 그때였다.


“웃기지 마라!”


캣니스의 몸이 자리에서 비켜섰다.

그의 시야가 다른 몸에 가려졌다.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원치 않던 타격음이 들려왔다.


“으윽!”

“캣니스!”


갑작스레 끼어든 샴스핀 추기경.

샴스핀은 두 눈을 부릅뜨며 부하를 바라보았다,


“감히 주인을 물려고 드느냐! 이 빌어먹을 똥개가!”


열한 번째 날개가 달려드는 순간, 상처를 막아두었던 신성력을 거두어갔다.


“커헉.”


검을 휘두르려던 그의 몸이 힘없이 쓰러졌다.


“네 녀석에게 투자한 공이 얼마인데! 감히! 감히! 이딴 식의 모습을 보여?”


가슴을 움켜쥔 그의 간장에 구둣발을 꽂아 넣었다.

마치 끔찍한 벌레라도 대하듯 인정사정 보지 않고 밟았다.


“제기랄! 제기랄-!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쓸모 있는 것을 준비했을 터인데!”


그렇게 찬양하던 부하인데도 버리는 데 일절 망설임이 없었다.

부하의 눈빛에서 반항하는 기색이 사라질 때까지 발길질을 멈추지 않았다.


“쿨럭. 당신의 무능함을 남에게 떠넘기지 마세요!”


뺨을 맞아서 물러났던 캣니스가 외쳤다.

이에 샴스핀 추기경이 고개를 돌렸다.


“제기랄! 너만 없었어도!”


샴스핀의 눈에서 캣니스의 모습이 흉측한 이형으로 보였다.

실제로는 가냘픈 몸으로 겨우 벽에 기대어 서 있지만 진실은 아무래도 좋았다.

성난 발걸음으로 움직여서 흉측한 이형에게 다가갔다.

신성력을 가득 담은 주먹으로 얼굴을 후려쳤다.


“뭐냐···. 뭐냐 이건.”


그런데 이어진 결과를 마주하고 제자리에서 멈춰 섰다.

뺨 한 대 쳤을 뿐인데 여사제가 정신을 잃고 기절하였다.

비록 이름뿐인 팔라딘일지라도 당해내지 못했던 인물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하- 하하!”


그제야 눈에 보이는 사실이 있었다.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여사제의 상태.

이곳에 서 있는 것도 놀라운 열병이었다.

그렇다면 싸움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여신의 날개의 직위의 부하는 이딴 아픈 계집 하나에게 쩔쩔맸던 것이다.


“아픈 계집 하나 처리 못하는 머저리 같으니!”


적을 처치했다는 기쁨보다 분개하는 마음만 더 커졌다.

신경질적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반항적인 눈빛을 한 부하의 머리를 힘껏 걷어찼다.


“이딴 계집 하나로 이 난리를······.”


부하에 대한 분노로 주먹을 떨었다.

붉은 혈액이 흘러나오는 가슴을 인정사정없이 짓밟았다.


“커헉-”


피를 토하는 동안에도 분노를 숨기지 않는 부하.

그 모습을 바라보던 샴스핀이 표정을 바꿨다.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가슴을 짓밟았다.


“좋다. 마지막 이별 선물로 네가 그토록 알고 싶어 하던 사실을 알려주마. 네가 예상한 대로 우리가 너에게 수를 썼다. 네 어머니를 걸고 마셨던 약이 바로 그 비약이었다.”


열한 번째의 날개가 즉각 반응하였다.

가슴을 밟은 발목을 붙잡았다.

그러나 더 강하게 짓누르는 발목 힘에 밀려서 손을 놓았다.


“그리고 네가 그 약을 받아먹을 정도로 애지중지했던. 매일 같이 애틋한 얼굴로 찾아갔던 수도원에는 말이야. 처음부터 네 피붙이 같은 건 없었단다.”


열한 번째 날개의 눈에 충격이 감돌았다.

그 모습을 확인한 샴스핀 추기경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터트렸다.


“크크큭! 그래 그 얼굴을 보고 싶었다! 네가 버리고 간 어머니는 진즉에 사창가에 팔아서 시체 구덩이에 버렸다! 그런 사실도 모르고 매일같이 수도원을 찾아가질 않나! 있지도 않은 어머니를 위해 넙죽 약을 받아먹은 꼴이란! 어찌나 그 모습이 우습던지!”

"네 놈-!"

"그것도 모르고 원정을 끝날 때마다 어머니를 찾아다니더구나! 다 네놈이 왕국을 떠나가지 못하게 하던 계략이었는데 말읻!"


열한 번째 날개의 목에 핏대가 솟았다.

당장 몸을 일으켜 검을 들었지만. 힘없이 무릎이 꺾이고 또 한 번 바닥에 쓰러졌다.

한 번 무리했던 탓에 상처가 더 심각하게 악화하였다.

그래도 다시 일어서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네놈들은 대체··· 여신님의 가르침을··· 뭐라 보는 것이냐···.”


그가 바닥에 엎드려서 억눌린 목소리를 냈다.

원망과 분노.

반쪽이나마 교황에게 바쳐왔던 헌신의 대가가 배신이라는 사실에 원통함을 숨기지 못했다.


“쯧쯧. 앱솔루트의 개처럼 여신이나 찾는 꼴이라니. 결국 날고 기어도 뒷골목 출신 정도였다는 거로구나.”

“네놈처럼 더러운 작자에게 들을 말은 없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나를 지킨 것은 칭찬하도록 하마. 마침 이곳도 네놈의 죽음과 어울리는 뒷골목이로구나. 앞선 사실에 감사하며 미련 없이 가도록 해라.”


샴스핀은 자리를 떠나는 마지막까지도 쓸모없는 부하를 조롱했다.

쓸데없이 허비한 시간을 계산하며 발걸음을 달리했다.

다섯 명이서 왔던 사절단은 어느새 한 명만이 남았다.

그래도 샴스핀은 아무렇지 않았다.

함께 온 사절단이 모두 쓰러졌지만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저 이 더러운 곳을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을 뿐.

제 임무를 완수했음을 알리기 위해사 골목의 끝을 향해 달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면 이곳을···.’


골목의 어둠이 끝이 나고 사방이 대리석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나왔다.

이 장소가 그들이 그토록 바라던 피난처였다.


“도착했구나!”


샴스핀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교단이 비밀리에 만들어둔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었다.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가라앉았던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

마법진 위에 엘릭서를 떨어뜨리니 푸른빛이 골목을 채웠다.


“하, 하하! 너희들 모두 각오해라! 내가 돌아올 때는 모두가 내 앞에 무릎을 꿇을 테니까!”


망설임 없이 마법진 위로 몸을 날렸다.

공간 이동을 위해 주변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통쾌함에 배꼽을 잡으며 웃고, 하늘 높이 두 팔을 벌렸다.


“내가 다시 오는 날에, 이 나라에 왕이 되나니-!”


그때였다.

한순간 예리한 빛이 그의 시야를 지나쳤다.

세상이 회전하고 사고가 정지하였다.

바닥에 맞닿은 그의 눈에 보인 건, 무언가를 던진 자세의 열한 번째 날개였다.


‘네놈-’


샴스핀의 얼굴에 핏줄이 섰다.

기분 좋았던 얼굴에 노여움이 가득 찼다.

끝까지 일을 방해하는 어리석은 부하 때문에 격노했다.


‘감히··· 나를······.’


그러나 분노의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푸른빛 사이로 증오 담긴 눈빛을 끊임없이 보냈다.

마법진의 발동이 완료되고. 샴스핀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골목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제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추천과 좋아요 잊지마세요-!


작가의말

동생 감기 걸린 거 놀렸더니 저도 감기에 걸렸습니다. 쿨럭.

제 주위에는 샴스핀 추기경 같은 인간이 없어서 천만 다행이네요.

작가의 TMI: 과거의 용사일행은 바솔루트에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교황은 모종의 거래로 캣니스를 사지로 내몰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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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 전야제 22.11.16 96 0 14쪽
19 18화 전야제 22.11.15 97 0 22쪽
18 17화 전야제 22.11.14 94 0 15쪽
17 16화 전야제 22.11.13 94 0 14쪽
16 15화 전야제 22.11.12 116 0 12쪽
15 14화 전야제 22.11.11 123 2 14쪽
14 13화 모험가의 활동 22.11.10 125 2 16쪽
13 12화 모험가의 활동 22.11.09 142 2 11쪽
12 11화 모험가의 활동 22.11.08 161 3 11쪽
11 10화 모험가의 활동 22.11.07 185 2 11쪽
10 9화 모험가 길드 + 외전 22.11.06 201 2 13쪽
9 8화. 모험가 길드 22.11.05 214 3 12쪽
8 7화. 모험가 길드. 22.11.04 231 4 13쪽
7 6화 모험가 길드 +1 22.11.04 264 4 14쪽
6 5화. 모험가 길드 22.11.03 308 5 18쪽
5 4화. 길 +1 22.11.02 398 7 13쪽
4 3화. 마왕성 문지기 22.11.02 578 6 24쪽
3 2화. 마왕성 문지기 +4 22.11.01 671 24 16쪽
2 1화 마왕성 문지기 +5 22.11.01 884 2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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